OLED 전문가가 말하는 'OLED TV'에 세계가 주목하는 이유
강형석 입력 2020.04.29. 15:42
[IT동아 강형석 기자] 디스플레이 기술의 발전으로 어디서든 크고 멋진 화면을 경험할 수 있게 됐다. 특히 실내 환경의 변화가 두드러졌다. 이제 마음만 먹으면 60~80인치 정도 크기의 TV로 다양한 콘텐츠 감상이 가능하다. 40~50인치 크기를 갖춘 TV가 평범하게 느껴질 정도. 소비자는 환경이나 예산 등 여러 조건에 맞는 TV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TV를 선택하는 과정에서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은 화면 그 자체(패널)다. 현재 두 가지가 있는데 광원과 액정 입자를 활용한 액정(LCD) 디스플레이와 유기물이 스스로 빛을 내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가 시장의 주류를 형성하고 있다. 이 중 성장세인 제품은 단연 OLED다. 일반 LCD TV와 비교해 두께가 얇고 화질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가격도 출시 초기에 비해 많이 저렴해졌다.
OLED 디스플레이 TV 시장을 이끌고 있는 기업은 LG다. 현재 TV용 OLED 패널을 유일하게 생산하고 있으며, 소니·필립스(유럽)·스카이웍스·창홍(중국) 등 19개 TV 제조사에 패널을 공급한다. LCD TV를 생산하던 기업이 하나 둘 OLED TV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LG전자 역시 올레드(OLED) TV로 전 세계 프리미엄 TV 시장을 이끌고 있다.
그렇다면 OLED 디스플레이의 특징은 무엇이며, 이를 활용한 TV 제조사가 계속 늘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이준엽 성균관대학교 화학공학·고분자공학부 교수를 만났다. 이 교수는 현재 한국정보디스플레이학회 OLED 연구회 회장직도 겸임하고 있다.
우리나라 OLED 기술은 '세계 최고'
국내 OLED TV 시장과 관련 기술력이 어느 정도인지 물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앞서 있다지만 추격 또한 만만치 않아서다. 특히 중국 제조사의 추격이 예사롭지 않다. LCD가 대표적인 사례다. 현재 중국 디스플레이 제조사가 시장에서 대규모 물량과 저렴한 가격 등을 앞세워 시장을 교란시키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에 따른 대비가 OLED에도 필요해 보인다.
이준엽 교수는 이 부분에 대한 걱정은 크지 않다는 입장이다. 중국이 빠르게 치고 올라올 것이라 예상했으나 기술 격차가 아직은 있다는 것. 기초적인 부분은 어느 정도 따라오는 모습이지만 국내 대기업이 시기에 맞춰 새로운 기술을 적용하고 있어 격차를 유지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아직 2~3년 가량 기술 격차가 존재한다고. 당분간은 이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봤다.
"중국이 추구하는 방향은 아직 저가 부분인 것 같아요. 품질이 아직 국내 제품과 비교해 떨어집니다. 하지만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몰라요.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OLED 디스플레이를 크게 만드는 일은 쉽지 않다. RGB(빨간색·녹색·파란색) 화소를 배치하는 마스킹 공정 때문이다. RGB 화점 사이를 가두는 막을 얇게 만드는 과정에서 불량이 다수 발생한다고. 고해상도 구현 역시 어렵다.
현재 구매 가능한 올레드 TV는 가정 내에서 사용하는 가혹 조건 외에도 시장이 요구하는 기능(화질·고해상도)을 구현하고 있을 정도로 높은 완성도를 갖춘 셈이다. 4K와 8K 해상도는 기본이고, OLED의 강점 중 하나인 선명하고 화사한 표현력까지 제공하기 때문이다.
해외 유명 TV 제조사들의 러브콜도 증가세다. 처음에는 액정(LCD) 기반의 TV를 생산하던 곳도 현재는 OLED TV를 함께 제조하고 있을 정도로 시장이 커졌기 때문. 공급량이 늘다 보니 LG디스플레이는 올 2분기 중국 광저우에 있는 OLED 공장을 신규 가동하는 것과 동시에 2023년까지 파주 생산 라인을 추가 건설할 예정이다.
OLED TV의 핵심은 '명암비', 반응속도 또한 뛰어나
이렇게 많은 TV 제조사들이 OLED TV를 선보이고 있다. 뛰어난 화질과 높은 색재현 능력 등 매력이 많기 때문이다. LG 올레드 TV가 이 장점을 잘 보여주고 있어 시장에는 'OLED=화질'이라는 인식이 자리잡았다. 그러나 단순히 화질이 좋다는 것을 알아도 무엇 때문인지는 잘 알지 못한다. 화질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는 무엇일까?
"다른 것(색순도·선명도)도 중요하지만 화질을 결정하는 것은 명암비에요. 브라운관이나 플라즈마 디스플레이 패널(PDP)도 사실 액정보다 화질은 좋았습니다. 검은색 구현이 가능하거든요. OLED도 완전한 검은색을 표현할 수 있어 넓은 명암비 구현이 가능합니다. 검은색부터 흰색까지 표현이 무한대에 가깝다고 볼 수 있죠."
넓은 시야각과 시력에 영향을 적게 주는 점도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스스로 빛을 내는 구조이기 때문에 대부분 각도에서 최적의 화질을 경험할 수 있으며, OLED의 파란색 소자는 빛의 파장이 LCD 광원(백라이트)와 다르기 때문에 눈에 주는 영향이 적다고 한다.
실제 LG디스플레이는 지난 9월, 미국 안전 과학기업인 UL(Underwriters Laboratories)로부터 낮은 청색광 디스플레이(Low Blue Light Display) 검증을 마쳤다. 검증은 국제전기기술위원회(IEC)의 평가법에 따라 진행됐는데, OLED 패널은 IEC 무해성 기준(100W/sr/m2) 보다 50% 낮은 청색광을 방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일반 LCD TV가 방출하는 청색광의 60% 수준이다.
이 외에 화면 반응속도가 높은 점도 특징으로 꼽힌다. 흔히 고성능 액정 디스플레이가 1~5밀리초(ms) 수준의 반응속도를 보이는 반면, OLED는 이보다 1,000배 더 빠른 나노초(ns) 수준까지 구현 가능하다. 이는 움직임이 빠르고 상호 신호 송수신이 이뤄지는 스포츠 및 게이밍 환경에서 유리하다.
올해 초, 엔비디아는 LG 올레드 TV에 대한 지싱크 호환(G-SYNC Compatible) 인증을 마쳤다. 이 기술은 PC 시스템 성능에 따라 화면 주사율을 동기화해 표현하는 것으로 끊김 없는 게임 영상을 제공, 몰입감을 높인다. 때문에 인증이 까다로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화질은 물론이고 게임간 호환성이 중요해서다. LG 올레드 TV는 이 대부분 요소를 만족시키며 인증에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OLED의 잠재력은 '디자인 혁신'에 있다
OLED의 미래, 잠재력은 어떨까? 이준엽 교수는 화질보다 폼팩터(형태)의 진화에 초점을 맞췄다. 두께가 얇고 유연한 특성으로 인해 제품 설계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 LG전자는 올레드 TV에서 특징을 잘 보여주고 있다. 화면을 말아 넣는 롤러블 TV부터 벽에 거는 TV까지 다양하게 선보였다. LCD TV에서는 상상하기 힘들었던 것을 OLED TV는 현실로 만들었다.
"OLED를 주력으로 하려는 이유가 활용성 때문인 것도 있습니다. 다양하게 디자인할 수 있으니까요. 이런 제품이 하나 둘 늘어나면 제품에 대한 개념이 달라질 겁니다. 지금은 TV와 스마트폰 등에 적용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늘렸다 줄이고, 펼치는 등의 형태로도 가능하리라 봅니다."
액정 디스플레이의 한계를 벗어나 꾸준히 진화를 거듭 중인 OLED 디스플레이. 이준엽 교수와 이야기를 나눠보니 앞으로의 다양하게 등장할 OLED 디스플레이 탑재 제품들이 기대되지 않을 수 없었다. 롤러블, 투명 이후에는 무엇이 등장할지, 우리에게 어떤 충격을 안겨줄지 하나씩 지켜보고자 한다.
글 / IT동아 강형석 (redbk@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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