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지니스 정보/신제품.회사정보

테슬라, 전기 제트기도 만들 수 있는 배터리 내놓을까

성공을 도와주기 2020. 8. 27. 11:00

테슬라, 전기 제트기도 만들 수 있는 배터리 내놓을까

류정 기자 입력 2020.08.27. 03:57

"테슬라가 전고체(電固體) 배터리를 공개할 것이다."(샌디 먼로 미 자동차 분석업체 대표, 7월 31일)

"테슬라는 나노 와이어 배터리를 준비 중인 것 같다."(미 전기차 전문매체 일렉트렉, 24일)

전기차 업체 테슬라가 전기차의 핵심인 배터리 기술을 공개하겠다며 다음 달 22일로 예고한 '테슬라 배터리 데이'를 앞두고 업계에서 각종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초기엔 기존 배터리보다 수명이 5배 이상 긴 '100만마일(160만㎞) 배터리'를 공개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이는 다른 배터리 경쟁사들도 조만간 개발 가능한, 현재로선 가장 현실성 있는 기술이라 임팩트는 크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엔 테슬라가 전고체 배터리를 공개할 것이란 전망이 등장했다. 전고체 배터리는 배터리 업계가 가고자 하는 '최종 종착지'로 여겨진다. 기존 리튬 이온 배터리보다 에너지 밀도가 획기적으로 높고, 폭발 위험이 없기 때문이다. 전고체 배터리 관련 특허를 가장 많이 보유한 도요타가 2022년 시제품을 공개하겠다고 했지만, 양산은 2030년은 돼야 할 것이라는 게 업계 전망이다. 그런데 테슬라가 전고체 배터리를 공개한다니 업계에선 "말도 안 돼"라는 반응과 함께 "테슬라라면 시제품을 내놓을 수도 있다"는 기대가 엇갈렸다.

그런데 최근 테슬라가 배터리 데이를 알리는 홈페이지 배경에 '나노 와이어' 구조와 비슷한 모양의 패턴이 그려진 그림을 내걸면서, 업계에선 또 다른 상상의 나래가 펼쳐지고 있다. 여기에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전기 제트기'에 대한 질문에 답하는 트윗을 날리자, '전기 비행기' 전략까지 공개하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다. 대체 테슬라는 무엇을 공개하려고, 만인에게 '배터리 데이'라는 수수께끼를 던진 것일까.

◇일론 머스크 "장수·고밀도 배터리 3~4년 안에 대량생산"

각종 추측이 난무하는 가운데 일론 머스크는 25일(현지 시각) 트위터 댓글에서 "긴 수명(high cycle life)을 가진 400Wh/㎏의 (고에너지 밀도) 배터리를 3~4년 안에 대량생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테슬라 모델 3에 사용되는 파나소닉 '2170 배터리'(약 260Wh/㎏)보다 에너지 밀도가 54% 더 높은 것이다. 이는 LG화학이 GM과 공동 개발한 차세대 배터리 얼티움보다 약 100~ 120Wh/㎏ 높은 것으로, 세계 최고 수준을 자부하는 한국 배터리 3사 기술과 경쟁이 안 될 만큼 높은 수준이다. 배터리 밀도가 높을수록 충전 시간이 짧아지고 한 번 충전으로 더 오래 달릴 수 있다.

머스크의 이 글은 한 트위터의 글에 대한 답글이었다. 이 트위터는 "과거 머스크는 400Wh/㎏ 배터리에 도달하면 전기 비행기를 만들 수 있다고 했다"면서 실리콘 나노 와이어 기술을 개발했다고 알려진 앰프리우스(Amprius)가 본사를 테슬라 옆으로 옮겼다는 내용을 함께 적었다. 나노 와이어는 금속을 비롯한 다양한 물질을 단면 지름 1나노미터(10억분의 1미터)인 극미세선으로 만드는 것이다. 배터리에서는 양극 또는 음극 재료를 나노 와이어 형태로 구성해 에너지 밀도를 높일 수 있다.

머스크가 이에 호응하듯 답변하고, 앰프리우스와의 협업 가능성에 대해 부인하지 않자 테슬라가 나노 와이어 배터리를 개발 중이며, 전기 제트기까지 계획하고 있을 것이란 추측이 나온 것이다.

실리콘은 기존 리튬 이온 배터리에 쓰이는 음극재(음극 활성 물질)인 흑연보다 약 10배의 리튬을 저장할 수 있다. 하지만 실리콘은 충전될 때 팽창해 파손되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어 그간 제대로 쓰이지 못했다. 하지만 나노기술을 적용하면 실리콘이 리튬을 흡수하며 팽창할 때 부서지지 않게 만들 수 있다. 2009년 설립된 앰프리우스는 나노 와이어 기술로 부서지지 않는 100% 실리콘 음극재를 개발했다고 밝히고 있다. 현재 미국 국립연구소와 주요 항공 우주 회사에 이 기술을 적용한 리튬 이온 전지들을 공급 중이다.

◇"테슬라 허풍" VS "그래도 긴장돼"

업계와 전문가들은 테슬라 배터리 데이에 대해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테슬라 특유의 '허풍 전략'이라는 반응과, 이번엔 뭔가 나올 것 같다는 반응이다. 전자는 테슬라는 그동안 선진 기술의 시제품을 보여준 뒤 수년 안에 양산하겠다고 발표하면서 기대를 모았지만, 대부분 실제 양산 시점은 그보다 늦춰지는 경우가 많았다는 주장이다. 조재필 울산과학기술원 교수는 "나노 와이어 배터리든, 전고체 배터리든 기술적 난제가 많아 2030년 이전 양산은 물리적으로 어렵다"며 "테슬라가 이것이 가능하다고 말한다면 거짓말이나 과장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 배터리 업체 관계자도 "향후 10년간은 리튬 이온 배터리를 쓸 수밖에 없다는 것이 업계의 지배적인 의견"이라며 "테슬라가 '쇼'를 잘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선양국 한양대 교수는 "실리콘 음극재를 전기차에 적용할 수 있을지는 많은 검증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3~4년 내 양산은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그런데도 테슬라가 400Wh/㎏ 밀도의 배터리를 개발한다고 한다면, 실리콘 대신 리튬 메탈을 음극재로 쓴 리튬 메탈 배터리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박철완 서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테슬라가 실리콘 음극재를 활용한 고에너지 밀도 배터리를 공개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며 "테슬라가 모든 약속을 다 지킨 것은 아니지만, 기술력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