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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유럽 ‘위기의 자동차 구하라’ 안간힘

성공을 도와주기 2008. 11. 3. 11:02

미·유럽 ‘위기의 자동차 구하라’ 안간힘
미, 6곳 주지사나서 재무부·연준에 지원 요청
유럽, 400억 유로 특별융자 제공에 세제 혜택
FT “구제금융, 연금·의료보험 등에 써야” 비판

수렁에 빠진 자동차 업계를 건져내라.’

 

미국 6개 주의 주지사들이 경기 침체로 심각한 위기에 빠진 자동차 산업을 살리기 위해 “정부가 즉각적인 조처를 취해달라”고 요청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이 30일 보도했다. 미시건·델라웨어·켄터키·뉴욕·오하이오·사우스다코타 등 6개주 주지사들은 29일, 헨리 폴슨 재무부 장관과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에게 서한을 보내, 7천억달러 연방 구제금융 자금을 자동차 업계의 신용경색 해결에도 사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서한은 고유가와 경기침체로 극심한 판매 부진을 겪는 미 자동차 ‘빅3’ 중 지엠과 크라이슬러가 합병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나왔다. 두 업체의 합병은 현재 인수 자금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미국 자동차 산업의 메카인 디트로이트가 속한 미시건주의 제니퍼 그랜홈 주지사는 “자동차 산업이 여러 산업분야와 연계돼 있어, 붕괴할 경우 상상하기 어려운 충격이 발생할 것”이라며 “(합병을 추진하는) 지엠과 크라이슬러가 정부에 도움을 요청하면, 정부가 신속한 조처를 취해줄 것”을 요구했다. 미국 자동차 업계에는 200만명 이상이 종사하고 있으며,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5%에 달하는 만큼, 자동차 업계를 구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데이너 페리노 백악관 대변인은 “자동차 업계가 처한 현실과 파장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으며, 재무부 등과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럽 자동차 업계의 상황도 다르진 않다. 독일의 다임러를 비롯해 프랑스의 르노와 푸조 시트로엥, 체코의 스코다 등은 잇따라 감산 계획을 발표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는 역내 자동차 업체 지원을 위해 30일, 유럽투자은행(EIB)을 통해 400억유로 규모의 특별 융자 프로그램을 가동키로 했다. 경기 부진에 따라 2012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18%가량 줄이는 목표치를 달성하기 어렵게 됐으므로 지원이 필요하다는 유럽자동차제조사협회(ACEA)의 요청에 따른 것이다. 유럽 자동차 업계는, 지난달 27일 미국 의회가 자국 자동차 업체에 250억달러를 저리로 대출하는 법안을 승인한 것과 유사한 조처를 취해달라고 요구해왔다.

독일은 이와는 별도로 250억유로의 경기 부양책을 내놓고 자동차 업계 살리기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미하엘 글로스 경제장관은 30일 친환경 차량에 대해 2년 간 자동차세를 면제해주고, 유럽투자은행이 자동차 업체들에게 연구분야 대출을 늘릴 수 있도록 압박하겠다고 밝혔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앞서 프랑스도 자동차 업체들이 특혜적 대출 금리를 누릴 수 있도록, 유럽연합의 규칙을 바꾸자고 제안한 바 있다.

반면 자동차 업체를 지원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30일 ‘디트로이트가 월가와 다른 이유’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정부의 신속한 은행 구제 덕분에 경제가 심각한 불황으로 빠지는 것을 막을 수 있었지만, 자동차 업계는 은행과는 달리 상호 연관성이 적다”며 “자동차 업계에 구제금융을 지원할 경우 항공을 비롯한 다른 업계들도 잇따라 정부의 지원을 요청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문은 또 “구제금융 자금은 금융위기로 가장 큰 영향을 받은 이들을 돕는 데 쓰여야 한다”며 “기업이 파산할 경우 타격을 받는 연금에 대한 지원과 의료보험 개혁 등에 쓰여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출처: 한겨레 신문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