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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10억 원대… 직원도 거느려

성공을 도와주기 2008. 11. 25. 08:05

수입 10억 원대… 직원도 거느려
인터넷 강의의 등장과 함께 스타 강사들은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화면에 비춰지는 특성 때문에 피부 관리는 기본이고 헤어·의상 등에서 스타일리스트의 조언을 받기도 한다. 남자 강사가 성형수술을 받기도 하고 거액을 들여 머리카락을 심기도 한다. 그렇지만 ‘스타 강사의 연예인화’라는 얘기에 대해 대부분의 강사들은 수긍하면서도 “실력 없이 포장만 그럴싸해서는 오래 버티지 못할 것”이라며 입을 모았다.

실제 스타 강사의 수입은 상상을 초월한다. 많게는 20억 원, 그렇지는 못해도 10억 원의 수입은 거뜬히 번다. 강사의 세계에서 신화로 전해지는 김기훈(메가스터디·외국어영역) 강사는 한때 연 60억 원의 수입을 올리기도 했다고 알려진다. 한 강사는 “김기훈 선생의 경우 한때 매출이 200억 원까지 갔다. 그것을 감안하면 60억 원가량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온라인 강의 업체 선두를 달리는 메가스터디의 경우 강사에게 인터넷 강의(인강) 매출의 23%를 지급하고 있다. 인터넷 강의뿐만 아니라 오프라인 강의(학원에서 직접 하는 강의), 교재 판매 등을 다 합하면 그 정도 수입을 올렸을 것이란 얘기다.

인터넷 강의 매출의 23% 안팎 받아

오프라인 강의는 강의실 규모에 따라 200~300명이 최대지만 온라인 강의는 전국에서 수만 명, 수십만 명이 접속할 수 있다. 7만 원짜리 강의 하나를 1000명이 들을 경우 매출은 7000만 원, 1만 명이 들으면 7억 원이다. 강사들에게는 기회의 땅이자 무한 가능성의 시장이다.

그러나 이 금액은 실제 이들의 손에 떨어지는 액수가 아니다. 온라인의 특성상 학생들의 평가나 질문을 현장에서 받을 수 없기 때문에 인터넷으로 올라오는 질문에 답변하는 것 또한 강사의 의무다. 1000명, 1만 명의 학생을 상대하려면 그만큼의 인력을 투입할 수밖에 없다. 매출이 커질수록 비용도 그에 따라 커지는 구조다.

이 때문에 스타급 강사는 자신의 연구실을 따로 운영하고 있다. 보통 6~10명의 인원을 두고 있는데, 이들의 역할은 교재 개발, 수업 진행 보조, 답글 달기 등 다양하다. 그러다 보니 사무실 운영비와 인건비로 많은 부분을 쓰고 있다. 말하자면 스타 강사 한 명은 최고경영자(CEO)와 마찬가지인 셈이다. 흔히 얘기되는 수십 억 원대의 수입은 개인 소득이 아니라 강사가 거느린 연구실의 매출인 셈이다.

실제 강사들의 체감 수입은 그렇게 어마어마하지 않다. 박승동 서초메가스터디학원 원장은 “스타 강사와 평강사를 구분 지을 수는 있지만 수입의 편차는 크지 않다. 그만큼 다 써버리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다른 사람의 10배를 벌어도 10명의 직원을 거느리면 남는 것은 큰 차이가 없다. 젊은이들이 절대적 액수를 보고 뛰어들지만 명성 하나가 위안이 될 뿐 경제적으로 10배, 이런 가치는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한 강사는 “지금은 매출과 수입을 속일 수 없는 구조다. 지난해 수입이 13억 원이었는데 세금만 2억4000만 원가량 냈다. 손에 떨어지는 돈은 생각만큼 많지 않다”고 말했다.

교재 제작에도 엄청난 돈이 들어간다. 강민성(이투스·국사) 강사는 “옛날에야 아무 문제나 사다가 복사해 교재를 만들어도 됐지만 지금은 그랬다간 당장 소송이 들어온다. 개인적으로 교재는 강사가 직접 집필해야 한다는 생각이지만 주관적인 부분이 개입될 수 있고, 또, 시장의 흐름을 맞추기 위해 수능 출제위원 등으로부터 문제를 사기도 한다. 보통 문제당 7만~8만 원인데 400문제의 교재를 만든다고 생각해 보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스타 강사의 순수입은 수억 원대다. 그러나 마냥 돈을 많이 버는 것이 다 좋지만은 않다는 것이 강사들의 입장이다. 강의를 많이 하면 수입은 늘어나겠지만 1인이 감당할 수 있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일부러 수업을 줄여 수입을 10억 원대 이하로 유지하는 ‘일타강사(각 과목의 대표강사)’도 많다.

연구실 운영하며 CEO 역할

‘삶의 질’이란 문제에 대해 강사들의 입장은 비슷하겠지만 답변은 두 갈래로 갈렸다. “가르치는 것이 너무 좋기 때문에” 밤낮으로 일한다는 쪽과 “강의가 너무 많으면 강의의 질이 떨어진다”는 쪽이다. 가르치는 것이 너무 좋다는 강민성 강사도 “남들이 바쁠 때 한가하고, 남들이 한가할 때 바쁘다. 학생들이 학교에 간 대낮은 한가하고 저녁부터 새벽까지 강의가 이어진다. 친구가 결혼할 때 한 번도 못 갔다. 친구들 사이에 ‘저 놈 인간 안 됐다’는 얘기 들은 지 오래다. 부모님도 아직 ‘학원 강사’나 하고 있다는 것에 불만을 갖고 있다. 뭐든 빛과 그늘이 있는 것 같다”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강사들 대부분은 감각을 잃지 않기 위해 또는 주 수입원으로서 오프라인 강의도 소화해야 한다. 오프라인 강의의 경우는 매출의 50%가 강사 몫이다.

60~90분 동안 계속 서서 말을 해야 하는 것도 굉장한 에너지와 체력을 요구한다. 강사들 중 여성이 드문 이유도 이런 이유다. 언뜻 화려해 보이는 스타 강사의 세계지만 이들의 입에서는 “육체노동” “타고난 건강이 없으면 하기 힘든 일”이라는 말이 서슴없이 튀어나온다. 이 때문에 체력 관리는 필수 요소다. 헬스클럽에 다니는 것이 보여주기 위한 몸매를 만들기 위한 것이 아니라 체력을 관리하지 않으면 버텨낼 수 없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정지웅(비타에듀·언어영역) 강사는 “학원 강사의 생활이 너무 처절하다. 나도 2년 전까지 삶의 대부분을 학원 생활에 바쳤지만 지금은 무조건 주1회 쉰다. 여행도 하고 운동도 한다. 일에 지치면 좋은 강의가 나오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육체적으로 힘든 것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스트레스도 상당하다. 조금만 방심해도 금방 도태되는 것이 강사의 삶이기 때문이다. 손은진 메가스터디 전무는 “젊은 신진 강사들은 대부분 메가스터디 같은 온라인 무대로 진출하고 싶어한다. 일종의 메이저리그 무대라고 보면 된다. 강의 준비를 소홀히 하거나 정해진 스케줄을 어기거나 하면 학생들에게서 바로 반응이 온다. 한 번 신뢰를 잃어버린 강사는 다시 서기 힘든 구조”라며 경쟁의 치열함을 강조했다.

시장의 냉정한 평가에 대한 부담감은 더 크다. 강민성 강사는 “수능 전날이 가장 무섭다. 학생들이 누구누구 강의로 대박 났다, 쪽박 났다고 얘기할 정도다. 내가 가르친 내용이 적중하지 못했을 때를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학력평가, 모의고사 때도 비슷한 심정”이라고 털어놓았다.

어느 분야나 마찬가지로 많은 강사들이 스타 강사를 꿈꾸지만 실제 수억 원대의 수입을 올리는 강사는 극소수다. 정지웅 강사는 “강사만큼 부익부 빈익빈이 뚜렷한 곳도 없을 것이다. 많이 버는 사람은 수억 원을 벌지만 못 버는 사람은 자기 돈을 도로 토해내기도 한다”고 말했다.

취재=우종국 기자 xyz@kbizweek.com 사진=서범세 기자 joycine@kbizweek.com
입력일시 : 2008년 8월 26일 10시 49분 49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