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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 대신 생채소… ‘100년 전 먹을거리’ 대세

성공을 도와주기 2008. 11. 25. 08:07

고기 대신 생채소… ‘100년 전 먹을거리’ 대세

“마트에 가서 선뜻 살 만한 식재료가 점점 줄고 있다. 포장 뒷면 제품 성분표를 보면 십중팔구 물건을 다시 내려 놓고 망설일 수밖에 없다. 합성보존료, 식용색소 같은 ‘단골’들에 대해선 아예 무심해진 것 같다. 어차피 GMO 콩에 이어 GMO 옥수수까지 수입되기 시작했으니 가려 먹기란 더 어렵게 됐다. 아이들 과자 봉지 뜯어 줄 때마다 ‘혹시 생쥐머리가 든 건 아닌가’ 긴장하는 건 나뿐일까. 미국산 쇠고기나 AI 걸린 닭, 오리를 제외해도 안심하고 먹을 게 없다. 이젠 농사 지으러 나서야 하나….”

하루 방문자 수 2만 명을 웃도는 인기 요리 블로그에 올라 있는 어느 주부의 푸념이다. 사면초가에 처한 밥상 문제가 그대로 녹아 있다. 이 글 아래엔 공감하는 주부들의 코멘트가 수십 건 달려 있다.

먹기 위해 살든 살기 위해 먹든, 먹는다는 것은 그 자체로 ‘삶’이다. ‘잘 먹어야 몸도 마음도 건강하다’는 말은 세 살 때부터 듣고 자라는 만고의 진리. 그런데 이 ‘잘 먹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안전을 보장하기 힘든 먹을거리가 무섭게 늘어나고 있는 탓이다.

‘내가 먹는 것이 바로 나’

지도 마케팅 회사 지오마케팅의 최고경영자(CEO)이자 두 아이의 엄마인 김은영 사장은 올 들어 가족 밥상을 확 바꿨다. 온 가족의 체질 진단을 받은 뒤 각자 체질에 맞는 채식 위주 식단을 짜서 매일 실천하고 있다.

3~4년 전까지만 해도 김 사장은 1주일이면 서너 번 점심을 햄버거로 때울 정도로 패스트푸드를 좋아했다. 하지만 둘째 아이를 낳은 후 불어난 살 때문에 자신감마저 떨어진 자신을 발견하고 식생활 개선을 결심했다. 남편 역시 고혈압, 고지혈증을 주의해야 한다는 의사의 지적을 받고 김 사장의 프로젝트에 합류했다. 아홉 살, 여섯 살인 두 아이에겐 채식의 필요성을 설명해 주고 스스로 선택하도록 하고 있다.

현재 부부는 각각 10kg 이상을 감량했다. 김 사장은 “남편은 양(陽) 체질, 나머지는 모두 음(陰) 체질이어서 음식을 두 가지 종류로 한다”면서 “남편은 메밀묵, 나머지는 도토리묵을 먹는 식”이라고 말했다.

김 사장은 채식 생활 이후 많은 것을 얻었다고 말한다. 그는 “자연식 공부를 시작하기 전의 나는 돈을 들여서 나쁜 음식을 사먹고 몸을 쓰레기로 만들었다”면서 “‘내가 먹는 것이 바로 나다(I am what I eat)’라는 말처럼 먹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알게 됐다”고 밝혔다.

김 사장처럼 먹는 일에 대해 생각을 바꾸고 밥상을 바꾸는 이가 늘고 있다. 최근 광우병 공포와 AI가 확산되면서 더 뚜렷해진 현상이다. 특히 쇠고기 닭고기 오리고기를 피하게 되면서 자연스레 채식 위주로 입맛이 이동, 자연식을 표방하는 식당들은 손님들로 빼곡하다.

동물성 식품을 멀리하는 채식에 대한 관심도 꾸준히 늘고 있다. 실제로 국내 쇠고기 소비량은 2002년을 정점으로 계속 하락세에 있다. 한우 값이 오르고 웰빙 풍조가 확산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최근 미국산 쇠고기 파동으로 쇠고기 소비율은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참에 채식주의자가 돼 볼까’라는 이들은 채식 관련 단체나 동호회를 노크하고 있다. 강순남 자연건강교육원이나 한국섭생의학연구원 등에는 채식으로의 전환을 문의하는 이들이 부쩍 늘었다. 두 단체는 모두 매월 공개 강좌를 열어 건강한 밥상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채식 위주 식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꼽는 장점이 몇 가지 있다.

첫째 몸이 가벼워진다는 것. 양념을 최소화하고 되도록 생채소를 먹는 식단이 다이어트에 효과 만점이기 때문이다. 자연스레 변비가 해소되고 피부 미용에도 큰 효과가 있다는 ‘증언’이 많다. 만성 피로와 같은 스트레스성 질환도 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 아침에 가뿐하게 일어나게 됐다는 이가 적지 않다.

하지만 아직까지 채식이 ‘소수의 식문화’라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우선 채식주의자들이 집 밖에서 마음 편히 식사할 수 있는 공간이 많지 않다. 전국에 채식 전문 식당은 50군데 정도가 전부다.

채식에는 돈이 많이 들어가는 것도 간과할 수 없다. 안심할 수 있는 채소를 고르기 위해선 유기농 재배한 상품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데, 그 가격이 만만치 않다. 허봉수 한국섭생의학연구원장은 “안전성과 경제성을 생각한다면 집 베란다, 텃밭에 직접 채소를 길러 먹는 게 좋다”면서 “자신의 체질과 궁합이 잘 맞는 채식 위주 식생활을 한다면 그 밥상이 곧 보약이자 의사인 셈”이라고 말했다.

돋보기│자연식 체험 식당

잘 자란 채소 듬뿍…‘요리법 배워 가세요’

'체질 밥상'의 정식 상차림. 음인 양인별로 다른 상을 낸다


건강한 식생활에 관심이 많은 이들 사이에 인기 있는 식당은 따로 있다. 혀를 즐겁게 하는 자극적인 맛 대신 최대한 자연 그대로의 영양을 섭취할 수 있게 만들어 마니아층을 늘려가고 있는 곳들이다. 자연식 초보자라면 재료 선택에서 요리법, 효능까지 배울 수 있어서 좋다.

하남 미사리 카페촌에 자리잡은 장독대(031-791-9194)는 ‘올바른 밥상’ 운동을 펴고 있는 강순남 자연건강교육원장이 직접 운영하는 식당이다. 직접 재배한 생채소와 직접 담근 된장, 고추장, 죽염, 효소 등으로 음식을 만드는 ‘순수 발효 자연 건강식’이 전문이다. 마당에 즐비한 80여 개의 장독이 이곳의 보물 창고. 전반적으로 음식의 간이 짠 게 특징인데, 이는 천일염을 구워 핵비소(간수 속에 포함된 독성 물질)를 제거한 죽염으로 요리하기 때문이다.

체질에 맞는 건강한 밥상을 제안하는 곳도 있다. 허봉수 한국섭생의학연구원장이 운영하는 체질밥상(02-2055-1868)이다. 이곳은 손님 체질에 따라 각기 다른 상을 차려내는 게 특징이다. 밥, 국, 반찬 등 모든 상차림이 양인(陽人), 음인(陰人)에 따라 다르다. 예를 들어 음인에겐 현미와 흑미로 지은 밥을, 양인에겐 보리와 콩을 넣은 밥을 주는 식이다. 9~10가지 반찬이 나오는 체질밥상 정식이 인기 있다.

뷔페식으로 차려내는 채식 전문점도 꽤 많다. 뉴스타트채식레스토랑, SM채식부페, 한과채 등이 대표적이다. 서울 대치동에 있는 뉴스타트채식레스토랑(02-565-4324)에선 싱싱한 제철 채소와 유기농 곡식으로 만든 요리를 매일 25~30가지 내놓는다. 10여 년 동안 줄곧 순수 자연식 요리를 고수하고 있어 단골이 많다. 서울 개포4동의 SM채식부페(02-576-9637)는 ‘3무’를 추구하는 곳이다. 불교에서 금하는 마늘 등 오신채와 동물성 재료, 화학조미료를 쓰지 않는다는 의미다. 채식을 배우려는 이들을 위한 무료 요리 강좌를 열고 있어서 채식 입문자들이 많이 찾는다. 서울 인사동의 한과채(02-720-2802)는 12가지 한약재를 달인 물로 지은 한방밥과 다양한 조리법의 채식 요리로 유명하다. 청국장 가루에 각종 과일을 넣어 만든 청국장 샐러드, 현미로 만든 가래떡 등이 별미다. 상호는 ‘한약+과일+채소’라는 의미다.

취재=박수진 기자 sjpark@kbizweek.com
입력일시 : 2008년 7월 14일 11시 18분 18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