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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것 제대로 알아야 밖에서도 인정’

성공을 도와주기 2008. 11. 25. 10:23

‘우리 것 제대로 알아야 밖에서도 인정’
홍은옥 한국전통문화연구소 소장

한국전통문화연구소 홍은옥 소장은 나무,옻, 자개가 어우러진 전통 공예품을 고향에온 듯한 마음으로 봐달라고 말한다. 전통과 현대의 접목, 대립의 초월을 추구하는 홍 소장에게 세계 어디에서도 통하는 경쟁력은 우리 뿌리인 전통에서 비롯된다.

4월 2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에메랄드홀에서는 ‘천년의 신비’라는 전통 공예 전시회가 열린다. 미국과 아시아 국가 간 교류를 증진하기 위한 비영리단체 ‘아시아 소사이어티’의 초청전인 이번 전시회는 전통 공예 작가인 홍은옥 한국전통문화연구소 소장의 일곱 번째 초대전이기도 하다. 홍 소장은 ‘사랑의 속삭임’, ‘자연의 숨결’ 등을 주제로 꾸준한 작품 활동의 결과물을 정기적으로 발표해 왔다.

미술 교육을 전공한 홍 소장은 목공예 디자인과 문화콘텐츠학으로 석사와 박사 과정을 밟았다. 목공예에서 시작된 관심은 우리 나전칠기와 접목되면서 특유의 작품 세계를 탄생시켰다. ‘접목’은 홍 소장에게 중요한 주제다. 전통과 현대의 만남도 그렇지만 대립의 초월을 추구하는 일원론에 따라 ‘동행’, ‘결합’을 작품으로 빚어냈다.

우아한 광택에 반해 전통공예 전파

작품 활동 외에도 홍 소장이 맡고 있는 직책은 많다. 명지대 산업대학원 전통공예학과 주임교수, 국립창극단 작품개발위원, 방송발전기금 관리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전에는 문화재청 전문위원, 서울시문화재위원으로 수년간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 왔다. 무수한 직함은 전통 공예를 현대에 맞게 재구성하는 일에 적임자라는 평가 때문에 얻은 것이다.

명지대에 있는 홍 소장의 연구실을 찾았다. 작은 연구실에는 자개로 새겨 넣은 서책과 꽃 그림이 인상적인 여러 개의 병풍이 자리 잡고 있었다. 구석구석에서는 감상을 위한 작은 공예품들이 끝도 없이 숨어 있었다. 마르는 과정에서 화학변화가 일어나 색깔이 변한다는 특성 때문인지 자개로 된 장식들은 한 가지도 같은 것 없이 저마다 독특한 색깔을 자랑하고 있었다.

홍 소장의 주된 작품 분야는 ‘옻칠’을 바탕으로 한 칠공예다. 자연에서 얻은 오묘한 검은빛을 띤 옻칠은 예부터 귀한 집의 자개장이나 문갑 등에 흔히 쓰였다. 옻과 아교를 섞어 교칠하고 자개를 붙이고 광을 내는 과정을 거쳐 하나의 칠공예 작품이 탄생한다. 시간도 걸리고 몸도 고된 만만치 않은 과정이지만 결과는 과정을 보상하고도 남는다.

“옻칠을 한 작품은 우아한 광택이 납니다. 자연의 신비를 알 수가 있지요. 이 신비로운 작품을 나 혼자 좋아하고 마는 것이 아니라 여러 사람과 아름답게 공유하고 싶었습니다.”

베트남 등과 문화 교류 활동 활발

작품 전시 외에도 전통 공예를 가르치는 일이 전통 공예 공유를 위한 한 방법이다. 홍 소장은 기능장, 명장, 무형문화재 등 고유의 재능과 기술을 가진 사람들을 교육해 왔다. ‘중요무형문화재 표준교육과정 개발 연구’, ‘중요무형문화재 및 원격교육 평가인정 도구개발 연구’, ‘사회교육기관에서의 전통문화교육’ 등의 연구를 통해 전통 공예 교육 시스템을 만들어 활용했다.

기능은 뛰어나지만 체계적인 교육을 받을 수 없어서 배움에 목말랐던 전통 공예인들은 갈망해 왔던 교육을 받을 수 있어서 홍 소장을 반기고 있다. 특별과정을 통해 홍 소장에게서 전통 공예를 배운 공예인들은 다시 체계적으로 자신의 제자를 길러내며 교육의 선순환을 이룬다.

“전문적인 교육을 통해 다양한 전통 공예가 어우러집니다. 자수와 염색이 목공예와 만나면 화려하고 아름다운 가구나 집기가 만들어질 수 있지요. 자신의 전문성을 보존하면서도 전통 공예를 현대화하려는 의지가 강한 분들이어서 교육을 받고난 후 더욱 자긍심을 가지고 활동하시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명지대 산업대학원 전통공예학과는 한국전통문화학교를 예외로 하면 전국에서 유일하게 대학에 설치돼 있는 전통 공예 관련 학과다. 특별과정 외에 정규과정에는 우리 공예를 배우겠다고 모인 20대의 젊은이들이 많다. 젊은 학생들은 전통 공예가 미래에도 발전할 수 있도록 하는 동력이 된다.

“내 것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 남의 것도 받아들일 수가 없습니다. 우리나라 교육과정은 서양미술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에 학생들은 오히려 전통 공예를 새롭다고 느끼더군요. 우리 것이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하는 시대가 왔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기본이 되어 있지 않아 한계에 부닥치면 결국 우리 전통 공예를 찾게 되는 것이다. 일본 중국 베트남 미국,독일 등 여러 나라와의 문화 교류에 관여해 온 홍 소장은 완벽하게 우리 것을 알고 세계에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떤 이들은 전통 공예가 낡았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홍 소장의 작품을 본 외국인들은 정교하고 섬세하다는 평가를 내린다고 한다.

홍 소장은 지난해 말 베트남 한국문화원 주최로 열린 ‘홍강 미술대전’을 기획하기도 했다. 베트남의 홍강을 소재로 베트남의 젊은 작가들이 가진 다양한 생각을 알 수 있는 전시였다. 그에 앞서 ‘새로운 물결’이란 주제로 한국과 베트남의 전통 미술 교류전을 연 적도 있다. 홍 소장은 베트남 문화의 이해가 베트남 경제 진출과 무관하지 않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문화의 이해는 기업 마케팅의 전제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문화 행사를 통해 시대의 변화를 읽어내는 일이 국가 간 우호 증진이나 기업 활동에 기여한다고 봅니다. 고부가가치 창출이라는 말이 전통 예술과도 연관이 되는 것이지요.”

홍 소장의 연구실에서는 마침 우리 칠공예를 배우러 온 베트남 교환학생을 볼 수 있었다. 1년 가까이 한국에서 생활한 학생은 한국 전통 예술을 배워 가려고 열심이었다. 그동안 우리는 서구 선진국의 것만 ‘예술’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는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게 된다.

“현대를 사는 한국인들은 서양문화에 익숙해서인지 전통문화와 거리를 느끼고 거부감을 가지는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우리 전통과 점점 멀어진다고 생각하면 안타깝고 슬퍼집니다. 전통 공예를 고향에 온 듯한 마음으로 편안하게 바라봤으면 좋겠습니다.”

이제 전통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전통에서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 홍 소장의 전통 공예를 통해 그동안 우리도 몰랐던 우리를 발견하고 우리로부터 출발해야만 세계와도 당당하게 만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들을 수 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남과의 비교에서 오는 우월감이나 열등감이 아닌 공존을 도모하는 자부심과 포용력일 것이다.

김희연 객원기자 foolfox@naver.com
입력일시 : 2008년 4월 1일 11시 17분 17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