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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 체질 살펴 몸에 맞게 조리 … 마음에 ‘한국의 맛’ 담았다

성공을 도와주기 2009. 1. 28. 11:14
 

손님 체질 살펴 몸에 맞게 조리 … 마음에 ‘한국의 맛’ 담았다

오스트리아 빈 시내 민중오페라극장 옆에 한식 레스토랑인 ‘킴 코흐트’가 있다. 지난해 12월 찾은 이 식당은 한국인 김소희(42)씨가 주인이다. 이 식당은 단순한 한식당을 넘어 빈의 명소다. 저녁을 먹으려면 3개월을 기다려야 한다.

석 달에 한 번 예약을 받는데, 서두르지 않으면 며칠 만에 예약이 차버리기 때문이다. 인기 연예인이고, 고위 정치인이고 예외가 없다.

오스트리아 빈의 한국음식점 ‘킴 코흐트’의 모습. 뒤쪽에 서서 손님들과 대화하고 있는 사람이 주인 김소희씨다. 액젓과 약초 등 한국 고유의 재료를 그대로 쓰면서도 강도를 현지인의 입맛에 맞춰 조절해 인기를 끌고 있다.

저녁 손님은 세 가지 코스만 제공하는 오후 6시와 다섯 가지 코스 음식을 내는 8시, 두 차례로 나눠 받는다. 세 가지 코스는 45유로이고 다섯 가지 코스는 65유로다(포도주와 음료수는 별도). 점심 때는 39유로짜리 세 가지 코스와 단품(전채 2.8∼7.0유로, 메인 7.7∼8유로)으로 나눠 손님을 받고 있었다. 유럽의 비싼 물가를 감안하더라도 만만치 않은 가격이다. 그럼에도 이 식당에서 빈자리를 찾기는 어려웠다.

지난해 12월 찾았던 이 식당은 최고급 옷을 입은 남녀로 붐볐다. 한쪽에는 손님이 마셨던 10여 병의 무통 로실드 빈 병이 진열돼 있었다. 연도에 따라 한 병에 1000유로가 넘는 최고급 포도주다.

이 식당은 유기농 채소와 해물 위주의 요리로 독일어권에서 유명하다. 주인 김씨는 독일어권 방송의 요리 프로그램에 매주 정기적으로 출연하고 있다. 그가 쓴 여러 권의 요리책은 빈의 서점에는 물론 포도주 가게에도 진열돼 있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한국적이긴 한데 한국에서 제공되는 음식과는 조금 다른 것 같다.


“유럽에서 한국음식 재료를 구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현지의 맛있는 재료나 음식과 결합하는 방식을 생각해야 한다. 그것이 김소희식, 또는 킴 코흐트식 한식이다. 젓국·약초·허브·양념 등 가장 한국적인 재료도 적절하게 강도를 조절하면 현지인이 좋아하더라.”

-서비스에는 어떤 원칙이 있나.

“음식과 함께 서비스를 팔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국식의 따뜻한 배려를 하면 다들 좋아하더라. 곧 결혼할 단골 남녀가 찾아오면 부산에서 먹던 초고추장 비빔국수를 채소를 듬뿍 얹어 무료로 제공한다. 그러면서 국수를 주는 것은 면 가락처럼 길게 행복하게 살라는 뜻이 있다고 가르쳐 주면, 영혼마저도 한국의 팬이 된다.”

-주문 받기와 최종 조리는 항상 주인이 하던데.


“손님 각자의 몸에 맞는 음식을 추천하고, 같은 음식이라도 내용물과 조리법을 조금씩 조절해 개인화해 주는 서비스를 하고 있다. 손님의 몸에 안 맞는 음식이나 알러지, 취향 등을 일일이 확인하고 있다. 손님에게 이 같은 한국식 정성을 보여주는 게 우리 식당 최고의 미덕이다.”

-한국인이 주인인 한식당인데 한국과 관련한 소품이 보이지 않는다.

“동양의 신비와 현지의 문화 결합이 중요하다. 실내는 오스트리아 빈의 현재 유행과 어울리는 모던한 실내장식을 했다. 대신 한국 접시와 젓가락으로 손님들의 동양에 대한 환상을 충족시키고 있다.”

-한국음식 세계화를 위해 충고한다면.

“재료와 서비스에 한껏 투자해야 한다. 그리고 한국음식에 잘 맞는 현지 포도주, 국제적인 명품 포도주를 찾는 것도 아주 중요하다. 나는 오스트리아 포도주 수백 가지를 마셔보고 한국음식에 어울리는 것을 찾아 식당에서 제공하고 있다.”


◆특별취재팀: 팀장=채인택 피플·위크앤 에디터, 방콕·홍콩=최형규 특파원, 도쿄=김동호·박소영 특파원, 파리=전진배 특파원,뉴욕=남정호 특파원, 유지상·권혁주·이도은 ·전수진·송지혜 기자, 사진=권혁재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