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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자전거’ 멸종 직전인데… 국산 자전거’ 멸종 직전인데…

성공을 도와주기 2009. 5. 16. 20:22

국산 자전거’ 멸종 직전인데…
무너진 산업기반 어떻게 되살릴까
국산브랜드 대부분 중국서 주문생산
국내 완제품 생산업체는 ‘대영’ 1곳뿐
그마저도 주요 부품은 외국산에 의존
한겨레 최원형 기자
» 국내 자전거 시장수요 및 생산현황
“국내에 산업 기반이 하나도 없는데 무슨 수로요?”

육종영 대영자전거 대표는 “세계 3대 자전거 생산국을 만들겠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다짐에 고개를 갸우뚱했다. 자전거산업에 대한 관심은 고맙지만, 부품·조립분야 모두 국내 생산기반이 허물어진 마당에 어떻게 되살릴지 의문이 든다는 것이다. 그동안 국내 자전거산업에 무관심했던 정부에 대한 섭섭함도 묻어난다.

 

사라진 자전거산업

 어린이용 장난감 ‘스카이 콩콩’으로도 유명했던 대영자전거는 현재 국내에서 자전거 완제품을 만드는 유일한 업체다. 육 대표는 얼마 전 지식경제부가 경남시 창원에서 열었던 자전거업계 간담회에 초청받았으나 가지 않았다. 참여하는 업체들 모두 생산업체가 아닌 수입·유통업체라 ‘낄 자리가 아니다’라고 생각했다.

 

대영자전거도 생산량이 많아야 한 해 2만대 수준이다. 그것도 주요 부품들은 대부분 수입한다. 국내에서 가장 유명한 자전거 브랜드인 삼천리자전거와 알톤스포츠는 국내에서 단 한대의 자전거도 생산하지 않는다. 삼천리자전거는 지난 2005년 충북 옥천공장을 끝으로 국내 생산기지를 없앴다. 대신 ‘주문자설계·제작방식’으로 중국에서 생산하는 자전거를 국내에 들여와, 국내 1위 브랜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들은 한때 국내 공장에서 만든 자전거로 세계시장을 누비기도 했다. 1988년에는 국내 자전거 생산량이 284만대에 이르렀으며, 부품업체 등 관련업체도 60개를 넘었다. 그러나 정부의 중공업 위주 정책으로 투자 대상에서 밀려나고, 중국 업체들의 맹추격으로 국내 자전거산업은 급격히 무너지기 시작했다. 1990년대 들어 국산 자전거는 품질·가격에서 대외 경쟁력을 잃었고, 2000년대 들어서는 공장들이 외국으로 옮겨가 국내 기반마저 없어진 상태다.

 

영세 부품업체 육성부터 집중해야”
전용도로 확충 등 환경조성도 시급

 

 

■다시 살아날 수 있을까

친환경 수송수단으로 자전거가 조명을 받으며, 국내 생산기반도 다시 구축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삼천리자전거는 최근 “국내 생산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도 국내 부품업체들을 키우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국내에서 조달 가능한 부품을 먼저 쓴다는 원칙을 가진 대영자전거도 대부분 부품을 외국산에 의존한다.

육종영 대표는 “중국산 자전거가 가격경쟁으로 밀고 들어올 때, 국내 완성차업체들이 부품업체들에 연구·개발을 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해줬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고 말했다. 저가 자전거 중심으로 가격을 깎는 데만 급급했을 뿐, 고부가가치 자전거를 만들어 산업 자체의 경쟁력을 키우려는 노력이 없었다는 것이다. 지난 몇해 동안 옛 한국부품소재산업진흥원(현재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에서 경륜사업 수익금 가운데 10억원 정도를 떼어 자전거부품 연구개발에 투자하는 사업을 펼치기도 했으나, 부품업체들이 워낙 영세해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최근 정부는 충남 대덕단지에 자전거부품 클러스터를 조성해 연구·개발 지원과 부품산업 육성에 힘쓰겠다고 밝힌 바 있다. 올해 투자 규모도 60억원대로 늘렸다.

 

■ ‘생활밀착형’ 자전거가 핵심

자전거는 이산화탄소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친환경 교통수단일 뿐 아니라, 교통비도 크게 줄일 수 있다. 지난해 국민체육진흥공단이 낸 ‘자전거산업 발전계획 수립에 관한 연구’를 보면, 자전거를 이용하면 승용차에 견줘 한 달에 24만원 이상의 교통비를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전거의 보급 확산은 서민생활여건의 개선에 큰 도움이 된다는 얘기다.

때문에 기업들에게 직접 투자하는 산업정책 뿐 아니라 자전거도로나 보관소 확충, 자전거전용보험 도입 등 소비자들이 일상생활에서 자전거를 많이 쓰도록 하는 정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전거를 일상적 교통수단으로 이용할 수 있어야, 고급형 자전거의 수요도 늘고 산업도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권경배 한국자전거연구조합 이사장은 “교통수단 본연의 기능을 만족시키는 ‘안전하고 튼튼한 자전거’를 만들어 보다 많은 사람들이 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자전거산업 되살리기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츌처: 한겨레 신문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