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전대통령 서거>가슴 절절한 추모글 눈길
당신은 우리에겐 어울리지 않는 대통령이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퇴임 후 방문했던 전남 함평의 한 생태휴양지 운영자가 노 전 대통령을 추모하는 가슴 절절한 글을 남겨 눈길을 끌고 있다.
전남 함평군 해보면 대각리에서 생태휴양지 '황토와 들꽃세상'을 운영 중인 김요한 목사(66)는 지난 23일 노 전 대통령 서거 후 홈페이지에 추모의 글을 남겼다.
김 목사는 추모 글에서 "벌거숭이 임금님과 같이 벌거벗고도 부끄러움도 모르고 잘사는 전직 대통령들도 많은데, 아직도 할 일이 많은 분을 이렇게 추모하는 것을 돌이켜 보면 당신은 우리에겐 어울리지 않는 대통령이었다"고 노 전 대통령을 회고했다.
이어 김 목사는 "작은 땅에서 살면서도 틈만 나면 영남.호남 편가르기에 열중하는 우리에겐 당신은 너무 큰 사람이었다"며 "아파트 시세에 지지 여부를 결정하는 우리네 천박함에 비해 당신은 너무 무거운 사람이었다"고 정치현실을 꼬집었다.
또 그는 "약자에 대한 배려를 모르고 사는 야생의 우리에게 당신은 너무 약한 사람이었다. 셈이 밝아 자신에게 이익이 안되는 일엔 눈길도 안주는 처세의 달인인 우리에게 당신은 너무 우직한 사람이었다"고 애통함을 표현했다.
김 목사는 "마지막 가시는 길에도 떨치지 못하셨을 서운함과 아픔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며 "역사가 우리의 무지를 가르치고 당신의 아픔을 치유하리라 믿는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고 추모의 글을 끝마쳤다.
이에 앞서 김 목사는 노 전 대통령이 검찰 소환 전 사과하는 내용을 스스로 발표했을 때도 안타까움을 글로 나타냈다.
김 목사는 "정치적이란 말 속에 숨은 깊고 고결한 의미도 잘 알지 못하는 평범한 촌부이지만 이번 사건과 관련해 많은 생각이 든다"며 "지난해 노 전 대통령이 이곳을 방문했을 때 느꼈던 것은 이 나라 최고 권력자이었다고 하기 전에 최고 인격자라 인정하고 싶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잘못에 대한 결과는 우리네가 살아가는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해 치러야 할 비용이기에 그 부분에 대해서는 뭐라 할 말은 없지만, 희망이 사라져 가는 농촌을 사랑하고 그것을 자신의 품에 안고 고민하고 아파했던 분이 이런 일로 인해 그 뜻을 펼치지 못하게 되지 않을까 안타깝다"며 "부디 이번 일을 잘 끝내고 대한민국 농촌을 위해 큰 일을 해 주시기 기도한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24일 "노 전 대통령은 우리 역사에 있어 권력을 국민들에게 돌려준 최초의 대통령이었다"며 "그분에 대한 향수가 가슴에 사무쳐 도저히 그냥 있을 수 없어 글을 썼다. 역사가 그분의 정치를 올바로 평가할 것이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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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대환기자 mdhnews@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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