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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과 똥은 ‘한통속’ 잘 통하였느냐 /늦은 식사 ‘숙변’돼…배변시간 2분

성공을 도와주기 2009. 11. 24. 10:18

몸과 똥은 ‘한통속’ 잘 통하였느냐
[건강2.0]
색 따라 횟수 따라 몸 건강 ‘리트머스’
늦은 식사 ‘숙변’돼…배변시간 2분내로

 

“똥·덩·어·리!”

지난해 큰 인기를 끌었던 텔레비전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에서 오케스트라 지휘자 강마에가 즐겨 쓰던 말이다. 자신의 맘에 들지 않는 단원에게 그는 이렇게 말한다. “구제불능, 걸림돌, 민폐 많은 이름이 있지만 전 이렇게 불러주고 싶네요. 똥·덩·어·리!”

보통 하루 한 번씩 누게 되는 똥은 사람들에게 쓸모없는 존재를 상징하는 단어로 각인돼 있다. 하지만 알고 보면 우리 몸에서 중요한 구실을 하는 보물단지가 바로 똥이다. 무엇보다도 똥은 건강 상태를 체크하는 일종의 리트머스 시험지다. 옛날 어의들은 매일 임금의 대변을 통해 건강을 살폈다. 건강 상태에 따라 똥의 양과 모양, 냄새와 색깔, 묽기가 다르기 때문이다. 황금색 또는 황갈색 똥은 건강의 징표다. 반면 검거나 붉으면 각각 위장과 항문 부근의 출혈 가능성이 크다. 검붉으면 대장 위쪽의 출혈을, 갈색이면 적혈구가 파괴되는 자가면역질환이나 간질환을 의심해봐야 한다. 회색똥은 담도폐쇄질환 여부를, 녹색똥은 과민성 대장증후군이나 장염 증상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도록 해준다.

‘좋은 똥’ 이란?

좋은 똥이란 의학적으로는 △황금색을 띠고 △2㎝ 남짓 굵은 바나나 모양으로 △냄새가 지독하지 않으며 △휴지가 필요하지 않을 정도로 깔끔하게 마무리되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서구화된 식습관과 불규칙한 식생활, 과도한 스트레스, 운동하기 힘든 바쁜 일상에 쫓기는 현대인들은 ‘좋은 똥’을 만들기가 쉽지 않다.

똥의 굵기와 양, 색깔, 냄새는 개인차가 있고, 섭취하는 음식의 양과 종류에 따라 다르다. 악취는 단백질 분해가 더 많이 이뤄지는 까닭에 육식을 했을 때 채식보다 더 심하다. 똥의 양은 섬유소 섭취량과 비례한다. 육류 위주의 식사를 하면 하루 평균 100g 정도의 똥을 누지만, 한국 사람들은 200g 안팎이다. 야채와 과일을 즐기는 아프리카인은 500g의 똥을 싼다. 대개 하루 한 번 똥을 누면 정상이라고 생각하지만, 배변량과 마찬가지로 배변 횟수와 주기는 건강과 크게 관련이 없다. 몸에 이상이 없다면 일주일에 3회 정도까지는 정상에 속한다. 변비란 적은 횟수를 말하는 게 아니라 변 안의 수분이 부족한 상태를 가리키는 것이다. 매일 변을 보지 않아도 변이 딱딱하지 않고 기분 좋게 나오면 변비가 아니다. 매일 변을 보더라도 양이 매우 적고, 변이 딱딱해 배변이 힘들거나 잔변감이 남아 있으면 변비일 가능성이 크다. 설사는 배변 횟수가 하루 4번 이상이고, 하루 300g 이상의 묽은 변이 있는 상태를 말한다.

‘좋은 똥’ 만들려면?

똥을 잘 누려면 식습관을 비롯한 생활습관을 바로잡아야 한다. 바쁜 일상에 쫓기다 보면 제때 끼니를 챙겨 먹기 힘들고, 인스턴트나 패스트푸드 섭취량이 많을 수밖에 없는데, 이는 ‘나쁜 똥’을 만드는 지름길이다. 한솔병원 이동근 대표원장은 좋은 똥을 누기 위한 방법으로 △하루 세끼 식사 △식후 30분 대변 습관 △수분·섬유질·운동의 생활화 등 ‘3·3·3 운동’을 권했다.





많은 이들이 범하기 쉬운 오류 가운데 하나가 밥을 적게 먹어야 변비를 없앨 수 있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식사량이 많을수록 대변량도 많아지고, 대변 보기도 수월해진다. 다이어트를 하는 여성들이 오히려 변비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 식사를 자주 거르거나 폭식을 해 장의 운동력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건국대병원 대장암센터장 황대용 교수는 “변이 많이 만들어져야 변이 배출된다”며 “하루 세끼 골고루 충분한 양의 음식과 수분 섭취, 적당한 운동을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영범 부천한의원 원장은 “쾌변은 건강장수의 최고 비결”이라며 “아침은 꼭 챙겨 먹되, 저녁식사는 숙변으로 남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적게 먹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대변은 70%의 수분과 30%의 고형 성분으로 이뤄져 있다. 하루 1.5~2ℓ의 물을 수시로 마시면 똥이 딱딱해지는 것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다. 산책, 조깅, 수영 등의 유산소 운동은 신진대사를 원활하게 해 좋은 똥을 만든다. 될수록 많이 걷거나 스트레칭, 복식호흡을 하는 게 좋다.

곡류, 과일, 채소, 견과류, 콩, 해조류, 버섯, 요구르트, 치즈, 버터 등은 배변을 돕는 식품들이다. 우엉, 죽순, 부추, 샐러리, 양상추, 당근, 오이, 사과, 배, 수박, 참외, 자두, 현미, 소맥, 팥, 강낭콩, 완두콩, 된장, 감자, 고구마, 토란, 미역, 김 등에는 식이섬유소가 다량 함유돼 있다.

‘좋은 똥’ 방해자들

자극성이 강한 음식, 잦은 음주와 흡연, 기름기가 많은 음식, 지나친 육류 섭취가 꼽힌다. 인스턴트 음식이나 패스트푸드, 통조림, 초콜릿 같은 단 음식도 피해야 한다. 화장실에서 책이나 신문을 보는 것도 배변을 방해하는 요인이다. 김준명 해우소한의원 원장은 “책이나 신문을 읽다 보면 배변에 집중하지 못할 뿐 아니라 변기에 오래 앉아 있게 돼 항문에 울혈이 생긴다”며 “정상적인 배변 시간은 1~2분 정도면 충분하고, 남아 있는 변을 밀어내기 위해 억지로 힘을 주는 것은 좋지 않다”고 말했다.

변의가 느껴지면 참지 않아야 한다. 똥을 참으면 직장이 늘어나 결과적으로 배변 반사가 잘 일어나지 않는다. 변비나 설사가 심하다고 해서 변비약과 지사제를 상습적으로 복용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오히려 변비를 더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대신 체온보다 약한 물에 좌욕을 해주거나 아랫배를 마사지해 주면 효과를 볼 수 있다. 예부터 동양과 서양에서는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는 것이 인간의 세 가지 기쁨이고, 건강의 지표라고 했다. 배변 후 변 상태를 확인하는 습관은 ‘좋은 똥’을 누는 첫걸음이다.


쾌변 비법…진실 혹은 거짓

■ 사례 1 “담배를 피워야 더 잘 나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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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이대환(41)씨는 화장실에 갈 때 반드시 담배를 챙긴다. 그래서 흡연자가 없는 처가에서 일(?)을 볼 때는 여간 고역이 아니다. 하지만 수십미터 떨어진 아파트 관리사무소의 화장실을 이용하는 불편을 감수하고서라도 이씨는 기어이 담배를 물고 일을 본다. 이씨처럼 ‘담배를 피우면 똥이 더 잘 나온다’거나 ‘집 밖에서는 똥을 눌 수 없다’는 사람들이 많다. 정말 그럴까? 전문가들은 “과학적인 근거가 없다”고 말한다. 노영범 원장은 “심리적인 원인에서 오는 습관일 뿐”이라고 강조한다.

■ 사례 2 “변비가 심해요. 이러다 치질로?”

얼마 전 둘째아이를 출산한 박주영(23)씨는 갑작스럽게 찾아온 변비가 당황스럽다. 똥을 누는 것이 마치 고문 같아 화장실 가는 것이 두렵다. 피가 섞여 나올 때마다, 가슴이 철썩 내려앉는다고 한다. 이씨는 치질을 우려하고 있다. 정말 그럴까. 전문가들은 변비가 치질로 발전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변비로 인해 딱딱한 똥이 항문을 통과하면 주변의 조직과 혈관을 상하게 해 염증과 상처를 유발할 수밖에 없다. 이동근 원장은 “여성들은 다이어트를 하거나 임신과 출산 후, 폐경 전에 여성호르몬의 작용으로 배변 횟수가 적어지거나 변비가 올 수 있다”고 조언했다.

보통 엄마들은 아이들의 똥을 보고 건강 상태를 미뤄 짐작한다. ‘황금똥이 아닌데 괜찮을까?’ ‘먹은 음식이 고스란히 변으로 나왔는데 괜찮을까’ 등등 똥을 볼 때마다 걱정스런 생각이 든다. 대개 아이들이 하얀 덩어리나 콧물 같은 끈적끈적한 것이 섞인 곱똥을 눌 때는 이질, 장티푸스 등의 세균성 장염에 감염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이럴 땐 즉시 병원에 데려가야 한다. 아이가 모유나 분유를 소화시키지 못했거나, 새로 시작한 이유식 등이 원인이 되어 곱똥을 눌 때도 있다. 출생 당시부터 흰 똥을 누면 선천적 담도폐쇄증 여부를 살펴봐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딱딱하고 동글동글한 토끼똥은 변비를 뜻하고, 빨갛거나 검은 똥은 소화기관의 출혈을 의심할 수 있다. 이 원장은 “아이가 변비로 힘들어할 때는 따뜻한 손으로 배를 마사지하거나, 얇은 비닐장갑을 착용해 새끼손가락이나 면봉에 베이비오일을 묻혀 아이 항문에 1~2㎝ 살살 돌려주면 좋다”고 조언했다. “관장은 최후의 수단”이다.

이유식에 넣은 재료가 똥으로 그대로 나온다고 해서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아이의 장이 미숙해서 일어나는 정상적인 반응이며, 이런 증상은 서서히 좋아진다.

화장실에 붙여두세요

» 화장실에 붙여두세요. 독자 이장술씨 제공

‘착한 똥’ 보기 위한 10계명

① 밥은 제때 하루 세끼(특히 아침)를 챙겨 먹는다.

② 아침 식사 후 규칙적으로 화장실에 가는 습관을 들인다.

③ 물을 많이 마신다.

④ 과일과 채소, 해조류 등 섬유질을 충분히 섭취한다.

⑤ 산책과 조깅 등 전신운동을 한다.

⑥ 배변 시간은 짧게 하고, 좌욕을 하는 습관을 갖는다.

⑦ 스트레스는 금물! 마음을 편하게 한다.

⑧ 충분한 휴식을 한다.

⑨ 변비가 3개월 이상 지속되면 전문의와 상담한다.

⑩ 무분별한 약물 복용은 삼간다.

이쯤되면 ‘나도 변비’

① 대변 횟수가 일주일에 2회 이하다.

② 대변의 양이 35g 미만이다.(보통 200g)

③ 변을 보는 일이 심하게 어렵다.

④ 대변을 볼 때 4번 중 1번 이상은 끙끙 힘을 주어야 변이 나온다.

⑤ 대변이 심하게 딱딱하고 굵다.

⑥ 대변을 본 뒤에도 개운하지 않고 잔변감이 심하게 남는다.

※2~3개 항목 이상이 석달 넘게 지속되면 만성 변비.

출처: 한겨레 신문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일러스트 갤리온 제공

도움말: 이동근(한솔병원 대장항문외과 대표원장), 김준명(해우소한의원 원장), 황대용(건국대병원 대장암센터장), 노영범(부천한의원 원장), 고동희·최민호(한강성심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쾌변천국>(후지타 고이치로 지음), <똥으로 해결한 과학>(김형자 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