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지혈증] 고기 싫어하고 뚱뚱한 편도 아닌데…내가 고지혈증?
매일경제 2006년 6월 1일
40대 중반의 평범한 회사원 박장원 씨는 회사에서 하는 종합건강검진을 받고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검사 결과 고지혈증 소견을 받은 것.
고지혈증을 \'콜레스테롤이 많은 사람에게서 발병하는 병\' 정도로 알고 있던 박씨는 자신에게 이 같은 소식이 전해졌다는 데 대해 의문을 지울 수 없다.
그도 그럴 것이 박씨는 176㎝ 키에 체중 61㎏으로 한참 마른 체형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박씨는 평소 식사시에도 고기를 그다지 즐기는 편은 아니다.
고지혈증은 \'혈액 속 지방성분이 높은 상태\'를 말한다. 혈장 콜레스테롤, 중성지방 증가를 의미한다. 때문에 무조건 뚱뚱한 사람만 걸리는 것은 아니다.
의학계에서는 총 콜레스테롤 양이 240㎎/㎗을 넘거나 중성지방이 200㎎/㎗ 이상일 때 고지혈증이라고 한다.
고지혈증은 그 자체로 어떤 증상을 일으키는 질병이라고 말하기는 힘들다.
그러나 고혈압과 이로 인한 심혈관질환, 뇌졸중, 말초동맥 질환 등 동맥경화성 질환을 일으키고 당뇨병, 비만, 췌장염 등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다.
고지혈증을 유발하는 대표적인 위험인자는 나쁜 콜레스테롤이라 불리는 저밀도 콜레스테롤(LDLㆍLow Density lipoprotein). 밀도가 낮고 많은 양의 콜레스테롤을 함유해 저밀도 콜레스테롤이라고 명명됐다.
최근 저밀도 콜레스테롤 중에서도 알갱이 크기가 작은 콜레스테롤이 고지혈증 유발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알갱이 크기가 작기 때문에 혈관에 흡착해 혈관건강을 망가뜨릴 가능성이 높다는 게 이유다.
◆ 작은 콜레스테롤이 혈관에 나빠 =
관상동맥질환은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좁아지고 딱딱해져 심장세포에 적절한 산소를 공급할 수 없게 돼 심장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심장기능 장애를 말한다.
심장 주변을 둘러싼 관상동맥에서 발생하는 질환을 통칭하며 협심증과 심근경색증 등이 여기에 속한다.
국내 관상동맥질환 환자 수는 1983년 인구 10만명당 2.2명에서 2001년 21.9명으로 20년간 무려 10배나 증가했다.
사망률 또한 최근 20년 사이에 꾸준히 증가해 1980년대 말 10만명당 7명에서 2002년 현재 10만명당 25명으로 4배 이상 증가했다. 관상동맥질환의 가장 큰 원인이 바로 고지혈증이다.
LDL콜레스테롤은 고지혈증을 일으키는 가장 큰 원인이다. 이들은 혈관 벽에 들러붙어 동맥경화증을 유발하는 주범이다.
LDL콜레스테롤 밀도와 부유도에 따라 종류가 나뉘는데 이 중 콜레스테롤 함량이 낮지만 중성지방 함량이 높은 저밀도 LDL(작은 LDL)콜레스테롤이 혈관건강에 가장 치명적이다.
이처럼 건강에 위협을 주는 작은 LDL콜레스테롤 생성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은 바로 중성지방.
사람의 피는 크게 LDL과 HDL(High Density Lipoprotein) 이외에도 중성지방이라고 불리는 지질이 포함되어 있다.
중성지방은 많은 양의 작은 LDL콜레스테롤을 형성하고 중성지방 농도가 증가하면서 작은 LDL 형성을 촉진해 결국 그 수를 늘린다.
◆ 중성지방 수치 줄여야 =
한국인의 중성지방 분포는 독특한 형태를 띤다. 서양인의 중성지방 평균치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높다. 이는 한국인 특유의 유전적 특성에서 기인한 것으로 전문의들은 언급한다.
이와 함께 한국인의 전통적인 식사형태인 \'밥\'도 중성지방 수치를 늘리는 데 한몫 한다. 밥은 알다시피 탄수화물 덩어리다.
탄수화물은 우리 몸에 들어가면 활동에 필요한 주요 에너지원이 되지만 소비되지 않으면 중성지방 형태로 몸에 쌓인다.
여기에 햄버거, 피자 등 인스턴트 식품과 기름에 튀긴 음식도 우리 몸 중성지방 수치를 올리는 주범이다.
조홍근 연세대 의대 심장내과 교수는 \"중성지방에 대해 잘못 알려져 있는 상식 중 하나는 고기에 많이 들어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고기에 지방이 많이 함유돼 있긴 하지만 조리방법 등을 통해 많이 없어진다. 오히려 패스트리, 피자, 빵에 발라먹는 버터 등이 중성지방 양산의 주범\"이라고 말했다.
조 교수는 이어 \"술도 중성지방을 만드는 주요 원인이다. 술은 영양소가 전혀 없이 칼로리만 만들어낸다. 예컨대 소주 한 잔을 마시면 150㎉가 쌓이는데 밥 한 공기가 300㎉ 정도다.
따라서 소주 2~3잔이면 밥 한 공기를 먹은 만큼의 칼로리가 쌓여 이것이 고스란히 지방으로 변하기 때문에 과도한 음주는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지혈증] 술ㆍ단음식 피하고 운동 꾸준히 해야
고지혈증을 일으키는 주범인 중성지방 정체는 무엇일까. 중성지방은 뱃살 엉덩이살 등 그다지 환영받지 못하는 부위에 쌓이는 피하지방을 이루는 주성분이다.
단음식이나 알코올을 통해 주로 섭취된다. 백설탕이 많이 첨가된 단음식이나 음료를 지나치게 섭취하면 살이 찌는데 바로 중성지방이 축적돼 피하지방으로 변하기 때문이다.
\'술자리\'도 중성지방을 만들어내는 대표 원인이다. 소주 한 잔, 맥주 한 컵에 들어 있는 칼로리는 밥 반공기에 해당한다. 더구나 술에는 칼로리 이외에는 어떤 영양소도 없다. 다시 말하면 중성지방 덩어리를 그냥 먹는다고 보면 된다.
게다가 술을 먹을 때 속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먹는다는 \'안주\'도 중성지방을 쌓이게 하는 데 한몫 한다. 기름으로 튀긴 각종 안주와 오징어, 기름진 음식들은 체내 중성지방 수치를 그대로 올려준다.
중성지방 수치는 비만한 사람에게서 높이 나타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평소 탄수화물 함량이 높은 식사를 하는 사람, 운동을 거의 하지 않는 사람들도 중성지방 수치가 높다고 보면 된다. 특히 전체적으로 마른 체형이지만 아랫배만 심하게 나온 경우라면 중성지방 위험성이 높다.
중성지방 수치가 높으면 심혈관 질환이나 당뇨병을 유발할 가능성이 크다. 때문에 건강 유지를 위해서 식사를 조절하고 꾸준히 운동해 중성지방을 줄여야 한다.
식사조절 기본은 하루 세 끼를 꼬박꼬박 챙겨 먹는 것이다. 곡류, 어육류, 우유, 과일, 채소 등 각종 음식을 골고루 먹도록 한다. 특히 채소와 해조류를 많이 먹자. 이들은 포만감을 주는 섬유소를 많이 함유하고 있다.
생선이나 식물성 기름도 자주 섭취하자. 이들은 혈관 내 콜레스테롤이 쌓이는 것을 막아준다.
운동은 중성지방을 날려버릴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우리 몸에 피하지방 형태로 쌓인 중성지방은 본래 우리가 움직이는 데 필요한 에너지가 사용되지 않아 축적된 것이다. 때문에 적절한 운동을 하면 호흡을 통해 들어온 산소에 의해 피하지방이 산화돼 날아간다. 하루 1시간, 일주일 3~4번 운동은 건강유지에 필수다.
만약 이런 방법을 썼는데도 중성지방 수치가 변하지 않거나 효과를 거두지 못할시에는 전문의 상담을 통해 지질 저하나 개선 약물치료를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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