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지니스 정보/한류.세계화

‘칭기즈 킴’의 열정 /김성주 회장 인터뷰

성공을 도와주기 2010. 2. 2. 07:28

MCM 김성주 회장 인터뷰 People/Leader

2010/01/16 19:51

복사 http://blog.naver.com/frisbee/20098048415

포브스코리아에 실린 김성주 회장의 인터뷰입니다.

 

지난 6월인가 연세대 MBA에서 있었던 초청 강연회에 참가하고 싶었는데, 그 당시 준비하던 프로젝트 면접과 일정이 가지 못해서 아쉬웠는데 제법 깊은 수준의 인터뷰 기사가 나와서 포스팅합니다. 뭐..'재벌가의 막내딸(?)로 태어나 혼자 자수성가 했다는' 김성주 회장의 스토리는 워낙에 많이 회자되고 있어서 그렇게 새로울 것이 없습니다만, 인터뷰 중간중간에 전해지는 그의 열정과 가치관이 인상적입니다.

 

자신을 스스로 '칭기스칸'에 비교한다고 하는 김성주 회장의 경영철학은 다른 인터뷰에서 '본인은 빛의 속도로 일을 한다. 그렇게 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라고 했던 것과 많이 닮아있는거 같습니다.

 

사실 아침부터 분주하기만 했던 금요일. 바빴던 오전 일정을 끝내고 오후와 저녁 내내. 아무 것도 하기 싫어서 오늘 새벽으로 모든 걸 미루고 일찍 잠들었는데.. 인터뷰 기사를 보면서 마음가짐을 다시 한 번 가다듬었습니다.

 

만나보고 싶은 경영인 가운데 한 분입니다만.. 제가 MCM 제품을 한번도 써 본 적이 없어서.. 만나자고 하면 좀 실례일거 같아요 :)

 

------------------------------------------------------------------------------------------

김성주 성주그룹 회장
power woman

포브스코리아는 2010년 1월호부터 한국의 파워 우먼을 연재한다. 첫 회 인물로 아시아를 대표하는 여성 CEO로 자리 잡은 김성주 성주그룹 회장을 만났다. 김 회장은 CNN이 선정한 ‘아시아 21세기 리더’, 아시아위크가 선정한 ‘아시아 7대 수퍼우먼’, 월스트리트 선정 ‘최고로 주목 받는 여성 50인’에 선정된 바 있다. 분주한 2009년 연말, 청담동 MCM 본사에서 그와 만나 3시간 동안 얘기를 나눴다.


 

1년 365일 중 4분의 3 이상을 해외에 나가 있는 김성주 회장을 국내에서 만나는 일은 쉽지 않다. 어렵사리 잡은 인터뷰를 위해 찾은 청담동 MCM 본사.

2층 쿠튀르 룸에서 만난 그는 쿠튀르적인 블라우스를 깔끔한 감색 정장에 받쳐입고는 환하게 웃으며 인사를 건넨다. 인터뷰 내내 그는 ‘역사적 사명’을 외치는 여전사처럼 보였다.

기사에 싣기 곤란한 강하고 거친 단어들이 그의 입에서 튀어나온다. 유럽 브랜드의 횡포를 이야기할 때 강도는 극에 달했다. 그의 변화무쌍함은 계속됐다. 카메라 앞에서는 소녀 같았다. 인터뷰 내내 냉철하던 모습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사진촬영을 하는 내내 셔터를 누를 때마다 달려가 카메라에 담긴 모습을 확인하고는 즐거워한다. 이렇게 할까요, 저렇게 해볼까요? 176㎝의 키에 시원한 쇼트커트 스포츠 머리를 한 모델은 순간순간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었다. 옷도 여러 벌 준비해 갈아입으면서 촬영했다. 내면에 전사와 소녀가 공존하는 듯했다.

2010년은 사업을 시작한 지 20주년이 되는 의미 있는 해다.

“1990년 당시 불모지였던 명품 수입 사업을 성주인터내셔날로 시작한 지 올해로 20년째. 그 이후 성주그룹은 구찌, YSL, 소니아 리키엘, 막스앤스펜서 등 유명 브랜드의 독점적인 판매권을 따내 성공적으로 영업해 왔다. 감회가 새롭다.”

하버드 경영대학원에서 김 회장의 경영을 연구한 교재가 나온다고 들었다.

“모교인 하버드대 비즈니스 스쿨에서 케이스 스터디로 나의 경영방식을 연구하고 그 결과를 올 6월 책으로 출간한다. 이 책이 앞으로 하버드 경영대학원생들의 교재로 사용되는 영광을 누리게 됐다. 책에는 다국적기업 등 전 세계 11개 기업에서 추출한 성공 케이스들이 실린다.”

2009년에 많은 상을 받았다.

“지난해 상복이 터졌다. 2월부터 시작해 능률협회상, 중앙SUNDAY 최고경영자상, 지식경제부 창조경영인상, 유럽연합에서 주는 기업윤리상, 그리고 지난 12월 10일 있은 언스트앤영의 올해의 기업가상까지 총 5개 상을 수상했다. 상을 많이 받아 창피하면서도 어깨가 무겁다. 특히 유럽연합에서 주는 상은 아시아 여성 최초로 받았다. 받을 자격이 없다고 여겼지만 아시아 여성을 대표해 받는 거라 생각하니 영광이었다.”

쇼트커트 머리의 여전사

2009년은 어떤 해였나.


“지난 한 해를 잊을 수 없다. 위기를 기회로 삼아 세계 시장 개척의 튼튼한 기반을 닦았기 때문이다. 지난해는 글로벌 경제 위기 여파로 럭셔리 마켓이 재편되는 시기였다. 내로라하는 유럽의 명품 브랜드들이 파산하고 규모를 축소하면서 니만 마커스나 미국 뉴욕 맨해튼 5번가 삭스 피브스 애비뉴 같은 최고급 백화점을 떠났다.

모두들 휘청거릴 때 눈에 띄게 성장한 브랜드는 다름 아닌 한국 브랜드, MCM이었다. 뉴욕에서 가장 럭셔리한 장소인 플라자 호텔 안에도 매장을 당당히 오픈했다. 경기 침체로 낮아진 임대료 덕분에 좋은 조건에 입점하게 됐다. 이뿐이 아니다. 베이징 최고급 호텔인 페닌슐라와 파크 하얏트 등에도 매장을 열었다.”

도전적인 경영방식은 아버지 고(故) 김수근 대성그룹 회장을 닮은 것 같다.

“아버지는 임종을 앞두고 내게 의미 있는 말을 남겼다. ‘내 사업가적 기질을 4남3녀 중 네가 가장 많이 물려받았다’고. 정직하고 강직한 품성은 아버지를 닮았지만 검소한 생활방식은 어머니에게서 물려받았다. 어머니는 당시 대기업 총수의 아내임에도 값비싼 보석 액세서리나 고급 옷을 입지 않았다.

독실한 크리스천이었던 어머니는 ‘한국 기독교 여성 절제 연합’ 이사장이기도 했다. 나는 어머니로부터 신앙심과 사회적 책임감을 배웠다. 차후에 내 모든 재산을 북한 재건축에 바치겠다고 결심한 것도 그 때문이다. 우린 빚진 자들이다. 그들을 도와야 할 책임과 의무가 있다.”

지금의 나눔 경영은 어머니의 영향인가.


 

“어머니는 ‘가진 자가 빚진 자’라고 하면서 열심히 일해 사회에 돌려줘야 한다고 가르쳤다. 미국 유학 중 읽은 사회학자 막스 베버의 <자본주의 정신과 청교도주의>라는 책은 지금까지 나의 교과서다. 내가 가진 걸 나누는 것은 의무다. 회사 순수익의 10%, 개인 수입의 20~30%를 기부하고 성주여성재단 등 사회활동을 통해 나눔 경영을 실천하고 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결심하게 된 계기가 있나.

“원래 꿈은 국제기관에서 일하는 거였다. 어려서부터 키가 커서 나는 국제용이라고 생각했다. 중학생 때 이미 171㎝였다. 반 친구들이 허리에 오고 선생님들이 나보다 작았다. 어린 마음에 너무 창피해 이불을 쓰고 많은 고민을 했다. 부끄러운 마음을 갖고 소심하게 사느냐, 리더가 되느냐 결정해야 했다.

적극적인 리더가 되기로 맘먹고부터는 항상 회장을 도맡았다. 반장 자격으로 결석하는 친구 집을 방문했다가 처음으로 ‘나눔’에 대해 생각했다. 산동네에서 힘들게 사는 친구의 집은 충격이었다. 일하는 사람만 수십 명인 작은 궁전 ‘돈암장’에 사는 부잣집 막내딸인 나는 그때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결심했다.”

평소 청교도적인 삶을 산다고 하던데, 명품 패션회사의 CEO로서 의외다.

“인터뷰가 있어서 오늘은 분장하고 꾸몄지만 평소엔 블랙진에 스니커즈나 플랫슈즈를 매치한다. 상의는 일하기 편한 울이나 캐시미어 니트에 15년간 입었던 옛날 재킷을 걸친다. 액세서리는 일절 안 하고 정신 집중에 방해되는 것은 모두 배제한다. 옷장에 어떤 옷이 있는지도 모른다. 좀 남자 같다.

키가 크니까 뭘 걸쳐도 그럴듯해 보이는 거다. 1년을 한 달처럼, 일주일을 하루처럼 인텐시브하게 지낸다. 내 머릿속에서는 수퍼컴퓨터가 움직이고 있다. 내부가 너무 많이 움직이니 외부는 자꾸 단순해진다. 머리를 쇼트커트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아침 외출준비 시간이 30분밖에 안 걸린다. 머리가 길면 해야 할 게 너무 많다. 일하는 데 집중하려고 잘랐는데 어느새 트레이드마크가 돼 지금은 기를 수도 없다. 60세 정도 되면 길러볼 생각이다.”

자기관리가 대단한 것 같다.

“자기훈육(Self discipline)을 해야 남을 가르칠 수 있다. 평소 5~10층 계단은 무조건 걷는다. 출장가도 무조건 걸어다닌다. 따라서 신발이 편해야 한다. 아침을 많이 먹고 저녁을 좀 줄이고 채식 위주로 식사한다. 새벽 5시 일어나 1시간여 기도로 하루를 시작한다. 기도로 ‘정신적인 근력’을 키운다.”

깐깐해 보일 수도 있겠다. 평소 무서운 회장님인가.

“이 건물 꼭대기에 두 평 남짓한 회장실이 있다. 크고 화려한 집무실은 필요 없다. 왜 회장실이 커야 하는가. 이런 생각은 소매업계의 전설인 마빈 트랍 전 블루밍데이 백화점 사장 밑에서 일하며 배운 것이다. 그와의 인연은 아직도 이어져 그는 현재 MCM의 고문을 맡고 있다. 나는 아직도 현대 SUV차를 탄다.

의전 없이 출장을 간다. 비행기도 비즈니스 클래스를 이용하고 외국에선 걸어다닌다. 직원교육에 더 신경 쓴다. 결국 사람이기 때문이다. 직원들을 모두 현지에서 교육시키고 모든 회사 내 페이퍼를 영어로 통일했다. 권위주의도 타파했다. 우리 회사 수위나 청소부 아줌마에게 고개 숙여 인사하지만 대통령 앞에서는 고개 숙이지 않는다.”

아시아의 ‘패션 파워 하우스’ 만든다

여성 CEO이기 때문에 더 노력하는 건가.


“보수적인 경상도 집안에서 자라 똑똑한 딸일수록 무시와 차별을 받았다. 딸은 조용히 있다가 결혼하는 게 정석이라고 교육받았다. 이에 반대해 유학을 갔고 정략결혼을 거부하고 가출해 미국에서 스스로 돈을 벌어 생활했다. 그때 경험이 지금의 강인한 전사정신을 심어줬다. 아이들은 고생시켜야 한다.(웃음)”

사업을 하면서 여성이기 때문에 힘들었던 경험은.

“어려서도 겪었지만 사업할 때도 남녀 차별이 심했다. 유통업은 더했다. 뇌물이 없으면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았고, 모든 영업이 술 접대와 연관됐다. 아이를 가진 나는 모든 미팅을 아침과 점심에 끝냈다. IT를 먼저 개척해 호스트 시스템을 구축했고 많은 사람이 이를 벤치마킹했다. 국내 럭셔리 비즈니스의 선구자가 된 것이다.”

CEO로서 여성은 강점도 많을 것이다.

“첫째, 최종 사용자(End User)라는 점이다. 감각이 뛰어나고 같은 여성의 니즈 파악이 빠른 게 여성 CEO의 강점이다. 둘째, 멀티 태스킹이 된다. 여성들의 특성이다. 다각도로 한 번에 많은 일을 할 수 있다. 셋째, 모성이 강하다. 남자는 상하관계에 집착하지만 나는 ‘조직의 근친상간’인 학연과 지연을 따지지 않는다. 실력에 의해서만 판단한다.

넷째, 자비롭다(Charitable). 이타적인 여성의 본성이 회사나 공동체에 보탬이 된다. 유일하게 뇌물 안 받는 에이전트였던 우리 회사를 사람들은 이간질하고 바보라고 손가락질했지만 지금은 모두 인정한다. 뇌물 없이 영업하려면 다른 사람보다 10배 더 노력해야 한다는 선례를 후배들에게 남겼다.”

 

자칭 ‘칭기즈 킴’이라는 별칭을 사용한다던데.

“얼마 안 되는 몽골족이 세계를 지배했다. 칭기즈칸은 추운 고원에 텐트 치고 목숨 걸고 직접 나가 최일선을 누볐다. 나도 1년에 60번 넘게 비행기를 타고 연중 4분의 3을 해외에서 지낸다. 비행기가 집이다.

MCM 인수 후 지난 4년 동안 30개국 가까이 직접 찾아다니며 개척했다. 오너가 최일선에서 죽을 각오로 희생해야 한다. 그 결과 직원 500명, 6개 현지법인을 두고 전 세계 300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작지만 글로벌한 강소회사로 우뚝 섰다. 외국에선 삼성 이상으로 평판이 좋은 회사가 됐다.”

2010년을 해외진출 확장의 시기로 삼는가.

“2010년은 아시아 시대가 도래하는 원년이 될 것이다. 한류가 한창인 요즘 ‘글로벌 대한민국’으로 강해지는 시기는 지금밖에 없다. 앞으로 2~3년이다. 우리는 독일 명품을 통해 우회전략을 써서 정복하고 유럽에서 존경받고 있다.

2010년엔 미국과 중국에 진출해 글로벌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고 일본에도 진출할 예정이다. 2009년 2200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2010년엔 3000억원을 예상하며, 5년 내 1조원 매출을 기대한다. ‘아시아 대표 패션 파워 하우스’로 세계를 정복하겠다. 희망의 상징이 되고 싶다. 궁극적으로는 아시아를 대표하는 한국 브랜드를 만들겠다.”

아시아 대표 패션 파워 하우스는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가.

“루이뷔통과 구찌를 이기는 ‘아시아를 대표하는 패션 파워 하우스’를 만드는 거다. 한국의 중소기업이 세계를 이겼노라 말하고 싶다. 절대 헛된 꿈이 아니다. 이번 글로벌 경제위기는 영겧?중심의 자본주의를 무너뜨렸다. 이제 아시아 시대가 도래했다. 아시아에서 이기면 글로벌에서 이긴다. 세계 명품들은 벌써 아시아 브랜드가 돼 있다.

유일하게 성장하고 있는 시장이기 때문이다. 버버리 총매출의 80%, 루이뷔통과 구찌의 매출 60~70%가 아시아에서 나온다. 하지만 유럽 브랜드들은 물건만 팔아먹고 아시아를 경멸한다. 세금도 잘 안 낸다. 루이뷔통 코리아의 경우 매출 순위는 전체 650위지만 세금 내는 순위는 몇 천 등도 안 된다.

본국에서 마진을 모두 먹기 때문이다. 이것이 유럽 명품 브랜드의 실체다. 백화점 경쟁시켜 대형 매장에 제로커미션을 받아낸 뒤 수익은 모두 본국으로 가져간다. 언제까지 소비자의 눈을 속일 수 있을까. 유럽에서는 그들 브랜드에 열광하는 아시아인들을 ‘아시아 것들’이라 폄하하며 ‘우리가 거만해야 말을 더 잘 듣는다’고 생각한다. 이제 우리는 유럽의 브랜드를 사들여 아시아 역사를 새로 써야 한다.”

제품 경쟁력은 어디서 오는가.

“패션과 테크놀로지의 만남을 이끌어낸다. 바로크, 로코코 시대가 없었던 우리에게 하이테크놀로지는 최대 강점이다. 인터넷 마켓을 강화하고 기능과 테크놀로지가 결합된 제품으로 또 하나의 럭셔리 브랜드가 아닌 21세기를 대표하는 뉴럭셔리를 만들 것이다.”

패션으로 세계를 제패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가.

“우리는 여성 인력을 강화해야 한다. ‘한국은 뇌를 반만 쓰고 있다’는 비아냥거림을 이젠 듣지 말아야 한다. 올해엔 20주년 기념사업으로 여성재단을 만들 것이다. 우리나라 여성 문제는 심각하다. 세계 어디에 내놔도 똑똑한 한국 여성들이지만 저출산과 골드미스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 전략적으로 여성 인력을 키워야 한다.

남자와 여자가 경쟁자가 아닌 동반자로 윈-윈해야 한다. 우리 재단에서는 대학생 여기자클럽, 전문직 종사 여성들의 글로벌 역량을 키우는 데 집중할 것이다. 21세기 여성 공동체는 한국이 리드한다. 여성들이여 꿈을 품어라, Girls be ambitious!”

글 김지연 기자·사진 정치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