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자원 지도’ 바뀌고 있다
신재생에너지용 리튬·희토류 등 희소금속 급부상 중국 등 주요 매장국 ‘새로운 자원 민족주의’ 움직임 | |
이태희 기자 | |
산업구조의 변화가 세계 자원경제 지도를 바꾸고 있다. 중동국가와 러시아 같은 산유국들이 중국과 중남미 국가들에게 세계 자원패권을 내주고 있다. 21세기의 석유가 ‘리튬’과 ‘희토류’ 등의 희소금속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희소금속은 녹색자원 연초부터 희소금속에 대한 열풍이 국내외에서 거세게 불고 있다. 세계 최대의 리튬생산업체인 칠레의 에스큐엠(SQM)과 캐나다의 웨스턴 리튬(Western Lithium)의 주가는 지난 1월 한달동안 30~60% 급등했다. 산업계가 주목하는 희소금속은 리튬과 희토류, 텅스텐, 망간, 크롬, 몰리브덴 등이다. 희토류는 말 그대로 지구상에 극미량 존재하는 금속들이다. 정부는 지난해 이 6개 광물을 준전략광물로 지정한 바 있다. 엘지(LG)경제연구소는 지난 3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이 희소금속들을 ‘녹색자원’이라고 이름지었다. 금속 용도별로 보면 먼저 전기자동차 동력원으로 쓰일 2차전지에는 리튬과 코발트, 니켈이 필요하다. 전기자동차용 전기모터를 만드는 데 네오디뮴, 사마륨 등의 희토류가 들어간다. 태양광 발전을 위한 태양전지 패널에는 인듐·갈륨·셀레늄·규소·몰리브덴 등이, 풍력발전 모터에도 희토류(네오디뮴·디스프로슘·터븀)가 필요하다. 이중 가장 주목할 광물은 단연 리튬과 희토류다. 한국전지연구조합의 추산으로는, 지난해 119억달러였던 전세계 2차전지 시장은 2015년까지 220억달러 규모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때까지 2차 전지는 주로 휴대전화나 노트북 등 모바일 기기에 주로 쓰인다. 여기에다 자동차용 2차전지가 본격 양산에 들어가는 2015년을 전후해 시장은 급팽창할 전망인다. 자동차용 2차전지에는 노트북용보다 100배가 더 많은 리튬이 들어간다. 2015년 이후 리튬 수요폭증이 예상된다는 얘기다.
21세기형 자원 민족주의의 등장 1960~70년대에 석유를 중심으로 한 자원 민족주의가 거셌다면, 21세기에는 희소금속을 중심으로 한 자원 민족주의가 등장하고 있다. 확인매장량을 기준으로 하면 리튬은 칠레와 중국에, 인듐은 중국에, 희토류는 중국과 구소련 국가와 미국에 많다. 가장 든든한 나라가 중국이다. 중국은 리튬 매장량 세계 3위, 인듐과 희토류 매장량 세계 1위다. 특히 희토류는 전세계 매장량의 70%를 중국이 차지하고 있다. 이광우 엘지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최근 낸 보고서에서 “중국은 지난해 9월부터 희토류의 수출제한을 강화하고 있다”며 “리튬 세계 매장량 1위인 볼리비아도 2009년 초에 헌법 개정을 통해 리튬 자원을 국유화했고, 러시아는 2008년에 지하자원법을 개정하면서 자원개발 통제를 강화한 바 있다”고 말했다. 이광우 연구원은 이를 새로운 자원 민족주의화가 본격화하는 계기로 봤다. 중국은 한술 더 떠 러시아·볼리비아와도 자원개발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희소금속판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나오지 말란 법이 없어 보인다.
일본과 중국 사이에 낀 한국의 2차전지 지식경제부는 내부적으로 리튬 2차전지 세계 1위 전략을 논의중이다. 지경부는 지난 2008년에 2015년까지 리튬 2차전지 세계시장 점유율 35%를 달성한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는데, 이 계획을 더 앞당기기로 했다. 2008년 기준 리튬 2차전지 시장은 일본이 50%, 한국이 25%를 차지했다. 그런데 일본의 2차전지 시장조사기관인 아이아이티(IIT)의 자료를 보면 지난해 2분기 현재 삼성에스디아이(SDI)가 시장점유율 18.6%로 2위, 엘지화학이 13.4%로 3위를 차지해 한국 기업의 점유율이 32%로 높아졌다. 1위 전략을 내세울 법도 한 상황이다. 그러나 이는 완제품 기준을 하는 이야기이고, 부품소재와 원천기술에서는 아직 미흡하다. 무역위원회와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가 지난해 내놓은 ‘리튬 2차전지산업 경쟁력 조사’ 보고서를 보면, 일본을 100으로 기준했을때 제조기술에서 한국은 일본과 대등한 100을 기록했지만, 부품소재와 원천기술에서 일본에 비해 각각 50과 30인 상태로 크게 못미쳤다. 부품소재와 원천기술 경쟁력에서는 일본에 밀리고, 원료 조달 경쟁력에서는 중국에 턱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을 타개하는 것이 진정한 1위 전략인 셈이다.
출처: (2010.2.8일) 한겨레 신문 이태희 기자 herme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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