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 안된 불안한 노후] ‘일·잠·술 세대’ 베이비부머, ‘잿빛 황혼’ 부메랑 국민일보 입력 2012.03.22 19:0
노인빈곤 악화 잠재요인… 실태와 대책
우리나라가 세계 최악의 노인빈곤국군(群)에 속해 있는 상황에서 사태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는 또 다른 요인이 등장하고 있다. 바로 2010년부터 본격화되기 시작한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의 은퇴 행렬이다.
베이비붐 세대는 2011년 7월 현재 730만2000명으로 총인구의 14.9%를 차지, 우리 사회에서 가장 거대한 인구집단을 이루고 있다. 고용지표 상으로 보면 베이비붐 세대는 경제활동참가율, 고용률이 각각 76.9%, 75.3%로 15세 이상의 62.0%, 60.0%보다 높다. 이는 베이비붐 세대가 고용현장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음을 뜻한다. 실업률도 베이비붐 세대는 2.0%로 15세 이상의 3.3%보다 훨씬 양호한 수준이다. 이는 베이비붐 세대가 아직까지는 한국 경제의 중심노릇을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정작 이들의 은퇴가 이미 시작되면서 은퇴 이후가 충분히 준비되지 않아 노인빈곤율 증가의 잠재적 요인이 된다는 지적이다. 한국고용정보원은 22일 '베이비붐 세대의 직업 생애사와 고용정책' 보고서를 내놓았다.
◇'일·잠·술 세대'=보고서는 베이비붐 세대 25명을 직접 인터뷰, 이들의 특징을 '일·잠·술 세대'로 요약했다. 일하고 잠자고 술 마시는 일밖에 할 줄 모른다는 얘기다. 이는 우리나라 40·50대의 사망률, 자살률, 실근로시간이 세계 최고라는 것과 연관성이 높다.
베이비붐 세대가 처음 직업을 가질 당시는 한국 경제가 확장기에 진입했던 때였기에 누구나 쉽게 일자리를 찾을 수 있었다. 그런데 젊었을 때만 해도 당연하게 인식했던 평생직장 개념, 정규직 위주의 고용형태, 연공급 위주의 보상체계 등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하나둘 무너져 내렸다. 직업의 불안정성을 온몸으로 경험하는 첫 세대라는 점에서 베이비붐 세대의 또 다른 이름은 '벼락 맞은 세대'다.
증권사 명예퇴직 후 경비업체에서 근무하는 장모(53)씨는 "가장 후회스러운 것은 술 마시느라 가족을 챙기지 못한 것이다"고 고백한다. 죽기 살기로 일과 조직을 위해 '회사형 인간'으로 살아왔는데 명퇴라는 이름이 웬 말이냐는 주장이 배어 있다.
◇'낀 세대'의 고뇌=종전에 관행처럼 존재했던 사회적 묵계가 무너져 내리면서 우리 사회는 양극화로 치달았다. 베이비붐 세대는 민주화를 경험한 세대로 비교적 정의감·자신감이 넘쳤지만 이제는 임원승진보다 가늘고 길게 가겠다는 소극적인 의견을 내놓는 사람도 적지 않다. '정규직이 최대의 보상' '좋은 회사의 정규직, 그보다 더 좋은 게 뭐 있겠나' 등의 의견도 쏟아진다.
그 배경에는 베이비붐 세대의 독특한 이중적 가치관이 있다. 부모와 자녀를 재정적·정서적으로 부양하는 전통적 가치관을 가진 마지막 세대임과 동시에 스스로는 자녀로부터 부양받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현대적 가치관의 첫 세대이기 때문이다. 부모 봉양과 자녀 양육·교육·결혼에 대한 경제적 부담은 기꺼이 감당하면서도 자신을 위한 노후 대책은 물론 자기계발과 발전에 대한 투자여력도 없다는 사람들이다.
황모(50·여)씨는 "자녀 교육 때문에 노후 준비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윤모(51·여)씨는 "자녀의 대학 진학을 지원하기 위해 건설일용직으로 일한 지 14년 됐지만 하루하루 연명이 걱정이라서 은퇴 등은 꿈도 못 꾼다"고 고백했다.
◇미흡한 노후 준비=베이비붐 세대 중에도 노후를 준비하고 있는 사람은 적지 않다. 하지만 대부분은 준비가 충분하지 않다. 보고서는 베이비붐 세대의 80.0%가 경제적인 측면의 노후를 준비하고 있다고 하면서도 그 내용은 국민연금이 38.5%, 예·적금이 24.3% 등으로 양적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매월 필요수입이 200만원 이상이라고 응답한 베이비붐 세대는 39.3%인 반면 월 평균 예상수입이 200만원 이상이란 응답은 29.7%에 불과하다. 노후를 기대치 이하로밖에 살 수 없는 베이비붐 세대가 적지 않은 것이다.
용접공인 엄모(55)씨는 "노후 준비 부족으로 오랫동안 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명퇴 후 비정규직 사원으로 근무하는 허모(56)씨 역시 "국민연금 등이 있지만 노후 대책이 부족해 매월 120만원 정도가 더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어떤 직업도 좋다'는 입장"이라고 했다. 지난해 2월 보건사회연구원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베이비붐 세대 중 경제적 준비를 거의 못하고 있다는 응답은 31.4%였다. 이들이 직면하는 것은 빈곤 노인 대열로 들어가는 경로일 가능성이 크다.
◇당장 정년 연장부터=보고서는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대책으로 우선 퇴직 후 직업생활 계획을 먼저 수립하고 이중적 가치관에서도 벗어나야 한다고 제언한다. 아울러 범사회적으로 고령자 친화적인 연령관리정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아울러 고용대책으로 정년 연장, 고용연장형 임금피크제 도입을 적극 추진하는 한편 창업과 관련해서도 정부 차원의 전문적이고 선제적인 지원이 요청된다고 지적했다. 베이비붐 세대의 사회참여 유도와 관련해 국내외 자원봉사 프로그램 참여도 한 방법이라고 제언했다.
조용래 기자 choy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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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빈곤 악화 잠재요인… 실태와 대책
우리나라가 세계 최악의 노인빈곤국군(群)에 속해 있는 상황에서 사태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는 또 다른 요인이 등장하고 있다. 바로 2010년부터 본격화되기 시작한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의 은퇴 행렬이다.
베이비붐 세대는 2011년 7월 현재 730만2000명으로 총인구의 14.9%를 차지, 우리 사회에서 가장 거대한 인구집단을 이루고 있다. 고용지표 상으로 보면 베이비붐 세대는 경제활동참가율, 고용률이 각각 76.9%, 75.3%로 15세 이상의 62.0%, 60.0%보다 높다. 이는 베이비붐 세대가 고용현장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음을 뜻한다. 실업률도 베이비붐 세대는 2.0%로 15세 이상의 3.3%보다 훨씬 양호한 수준이다. 이는 베이비붐 세대가 아직까지는 한국 경제의 중심노릇을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정작 이들의 은퇴가 이미 시작되면서 은퇴 이후가 충분히 준비되지 않아 노인빈곤율 증가의 잠재적 요인이 된다는 지적이다. 한국고용정보원은 22일 '베이비붐 세대의 직업 생애사와 고용정책' 보고서를 내놓았다.
◇'일·잠·술 세대'=보고서는 베이비붐 세대 25명을 직접 인터뷰, 이들의 특징을 '일·잠·술 세대'로 요약했다. 일하고 잠자고 술 마시는 일밖에 할 줄 모른다는 얘기다. 이는 우리나라 40·50대의 사망률, 자살률, 실근로시간이 세계 최고라는 것과 연관성이 높다.
베이비붐 세대가 처음 직업을 가질 당시는 한국 경제가 확장기에 진입했던 때였기에 누구나 쉽게 일자리를 찾을 수 있었다. 그런데 젊었을 때만 해도 당연하게 인식했던 평생직장 개념, 정규직 위주의 고용형태, 연공급 위주의 보상체계 등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하나둘 무너져 내렸다. 직업의 불안정성을 온몸으로 경험하는 첫 세대라는 점에서 베이비붐 세대의 또 다른 이름은 '벼락 맞은 세대'다.
증권사 명예퇴직 후 경비업체에서 근무하는 장모(53)씨는 "가장 후회스러운 것은 술 마시느라 가족을 챙기지 못한 것이다"고 고백한다. 죽기 살기로 일과 조직을 위해 '회사형 인간'으로 살아왔는데 명퇴라는 이름이 웬 말이냐는 주장이 배어 있다.
◇'낀 세대'의 고뇌=종전에 관행처럼 존재했던 사회적 묵계가 무너져 내리면서 우리 사회는 양극화로 치달았다. 베이비붐 세대는 민주화를 경험한 세대로 비교적 정의감·자신감이 넘쳤지만 이제는 임원승진보다 가늘고 길게 가겠다는 소극적인 의견을 내놓는 사람도 적지 않다. '정규직이 최대의 보상' '좋은 회사의 정규직, 그보다 더 좋은 게 뭐 있겠나' 등의 의견도 쏟아진다.
그 배경에는 베이비붐 세대의 독특한 이중적 가치관이 있다. 부모와 자녀를 재정적·정서적으로 부양하는 전통적 가치관을 가진 마지막 세대임과 동시에 스스로는 자녀로부터 부양받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현대적 가치관의 첫 세대이기 때문이다. 부모 봉양과 자녀 양육·교육·결혼에 대한 경제적 부담은 기꺼이 감당하면서도 자신을 위한 노후 대책은 물론 자기계발과 발전에 대한 투자여력도 없다는 사람들이다.
황모(50·여)씨는 "자녀 교육 때문에 노후 준비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윤모(51·여)씨는 "자녀의 대학 진학을 지원하기 위해 건설일용직으로 일한 지 14년 됐지만 하루하루 연명이 걱정이라서 은퇴 등은 꿈도 못 꾼다"고 고백했다.
◇미흡한 노후 준비=베이비붐 세대 중에도 노후를 준비하고 있는 사람은 적지 않다. 하지만 대부분은 준비가 충분하지 않다. 보고서는 베이비붐 세대의 80.0%가 경제적인 측면의 노후를 준비하고 있다고 하면서도 그 내용은 국민연금이 38.5%, 예·적금이 24.3% 등으로 양적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매월 필요수입이 200만원 이상이라고 응답한 베이비붐 세대는 39.3%인 반면 월 평균 예상수입이 200만원 이상이란 응답은 29.7%에 불과하다. 노후를 기대치 이하로밖에 살 수 없는 베이비붐 세대가 적지 않은 것이다.
용접공인 엄모(55)씨는 "노후 준비 부족으로 오랫동안 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명퇴 후 비정규직 사원으로 근무하는 허모(56)씨 역시 "국민연금 등이 있지만 노후 대책이 부족해 매월 120만원 정도가 더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어떤 직업도 좋다'는 입장"이라고 했다. 지난해 2월 보건사회연구원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베이비붐 세대 중 경제적 준비를 거의 못하고 있다는 응답은 31.4%였다. 이들이 직면하는 것은 빈곤 노인 대열로 들어가는 경로일 가능성이 크다.
◇당장 정년 연장부터=보고서는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대책으로 우선 퇴직 후 직업생활 계획을 먼저 수립하고 이중적 가치관에서도 벗어나야 한다고 제언한다. 아울러 범사회적으로 고령자 친화적인 연령관리정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아울러 고용대책으로 정년 연장, 고용연장형 임금피크제 도입을 적극 추진하는 한편 창업과 관련해서도 정부 차원의 전문적이고 선제적인 지원이 요청된다고 지적했다. 베이비붐 세대의 사회참여 유도와 관련해 국내외 자원봉사 프로그램 참여도 한 방법이라고 제언했다.
우리나라가 세계 최악의 노인빈곤국군(群)에 속해 있는 상황에서 사태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는 또 다른 요인이 등장하고 있다. 바로 2010년부터 본격화되기 시작한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의 은퇴 행렬이다.
베이비붐 세대는 2011년 7월 현재 730만2000명으로 총인구의 14.9%를 차지, 우리 사회에서 가장 거대한 인구집단을 이루고 있다. 고용지표 상으로 보면 베이비붐 세대는 경제활동참가율, 고용률이 각각 76.9%, 75.3%로 15세 이상의 62.0%, 60.0%보다 높다. 이는 베이비붐 세대가 고용현장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음을 뜻한다. 실업률도 베이비붐 세대는 2.0%로 15세 이상의 3.3%보다 훨씬 양호한 수준이다. 이는 베이비붐 세대가 아직까지는 한국 경제의 중심노릇을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일·잠·술 세대'=보고서는 베이비붐 세대 25명을 직접 인터뷰, 이들의 특징을 '일·잠·술 세대'로 요약했다. 일하고 잠자고 술 마시는 일밖에 할 줄 모른다는 얘기다. 이는 우리나라 40·50대의 사망률, 자살률, 실근로시간이 세계 최고라는 것과 연관성이 높다.
베이비붐 세대가 처음 직업을 가질 당시는 한국 경제가 확장기에 진입했던 때였기에 누구나 쉽게 일자리를 찾을 수 있었다. 그런데 젊었을 때만 해도 당연하게 인식했던 평생직장 개념, 정규직 위주의 고용형태, 연공급 위주의 보상체계 등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하나둘 무너져 내렸다. 직업의 불안정성을 온몸으로 경험하는 첫 세대라는 점에서 베이비붐 세대의 또 다른 이름은 '벼락 맞은 세대'다.
증권사 명예퇴직 후 경비업체에서 근무하는 장모(53)씨는 "가장 후회스러운 것은 술 마시느라 가족을 챙기지 못한 것이다"고 고백한다. 죽기 살기로 일과 조직을 위해 '회사형 인간'으로 살아왔는데 명퇴라는 이름이 웬 말이냐는 주장이 배어 있다.
◇'낀 세대'의 고뇌=종전에 관행처럼 존재했던 사회적 묵계가 무너져 내리면서 우리 사회는 양극화로 치달았다. 베이비붐 세대는 민주화를 경험한 세대로 비교적 정의감·자신감이 넘쳤지만 이제는 임원승진보다 가늘고 길게 가겠다는 소극적인 의견을 내놓는 사람도 적지 않다. '정규직이 최대의 보상' '좋은 회사의 정규직, 그보다 더 좋은 게 뭐 있겠나' 등의 의견도 쏟아진다.
그 배경에는 베이비붐 세대의 독특한 이중적 가치관이 있다. 부모와 자녀를 재정적·정서적으로 부양하는 전통적 가치관을 가진 마지막 세대임과 동시에 스스로는 자녀로부터 부양받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현대적 가치관의 첫 세대이기 때문이다. 부모 봉양과 자녀 양육·교육·결혼에 대한 경제적 부담은 기꺼이 감당하면서도 자신을 위한 노후 대책은 물론 자기계발과 발전에 대한 투자여력도 없다는 사람들이다.
황모(50·여)씨는 "자녀 교육 때문에 노후 준비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윤모(51·여)씨는 "자녀의 대학 진학을 지원하기 위해 건설일용직으로 일한 지 14년 됐지만 하루하루 연명이 걱정이라서 은퇴 등은 꿈도 못 꾼다"고 고백했다.
◇미흡한 노후 준비=베이비붐 세대 중에도 노후를 준비하고 있는 사람은 적지 않다. 하지만 대부분은 준비가 충분하지 않다. 보고서는 베이비붐 세대의 80.0%가 경제적인 측면의 노후를 준비하고 있다고 하면서도 그 내용은 국민연금이 38.5%, 예·적금이 24.3% 등으로 양적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매월 필요수입이 200만원 이상이라고 응답한 베이비붐 세대는 39.3%인 반면 월 평균 예상수입이 200만원 이상이란 응답은 29.7%에 불과하다. 노후를 기대치 이하로밖에 살 수 없는 베이비붐 세대가 적지 않은 것이다.
용접공인 엄모(55)씨는 "노후 준비 부족으로 오랫동안 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명퇴 후 비정규직 사원으로 근무하는 허모(56)씨 역시 "국민연금 등이 있지만 노후 대책이 부족해 매월 120만원 정도가 더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어떤 직업도 좋다'는 입장"이라고 했다. 지난해 2월 보건사회연구원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베이비붐 세대 중 경제적 준비를 거의 못하고 있다는 응답은 31.4%였다. 이들이 직면하는 것은 빈곤 노인 대열로 들어가는 경로일 가능성이 크다.
◇당장 정년 연장부터=보고서는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대책으로 우선 퇴직 후 직업생활 계획을 먼저 수립하고 이중적 가치관에서도 벗어나야 한다고 제언한다. 아울러 범사회적으로 고령자 친화적인 연령관리정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아울러 고용대책으로 정년 연장, 고용연장형 임금피크제 도입을 적극 추진하는 한편 창업과 관련해서도 정부 차원의 전문적이고 선제적인 지원이 요청된다고 지적했다. 베이비붐 세대의 사회참여 유도와 관련해 국내외 자원봉사 프로그램 참여도 한 방법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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