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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트 9900원짜리 아웃도어…기능은 10만원짜리와 큰 차이 없어

성공을 도와주기 2012. 3. 25. 19:52

이마트가 9900원짜리 바람막이 점퍼를 내놓으며 아웃도어 가격 거품 제거에 나섰다. 시중 아웃도어 브랜드의 바람막이 점퍼가 5만~6만원대, 기능성 바람막이 점퍼는 10만원이 넘는 사실을 감안하면 '초저가'다. 시장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지난 3월 1일에 1차로 내놓은 물량 4만벌 중 90%에 가까운 3만5000벌이 일주일 만에 동났다. 가격이 저렴하면서도 방풍, 방수 등의 기능까지 갖춰 기존 아웃도어 제품의 가격 거품 논란이 다시 일어날 전망이다.

↑ 이마트 성수점에서 고객들이 9900원짜리 바람막이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이마트가 저가로 아웃도어 제품을 만들 수 있었던 건 다양한 방식으로 생산원가를 대폭 낮췄기 때문이다. 우선 전국을 수소문해 품질이 떨어지지 않으면서도 가격이 저렴한 재고 원단을 찾았다. 면제품 등 천연원자재는 매년 생산량과 품질이 다르지만, 나일론 등 인공원자재는 원료 배합과 생산기술로 품질관리가 가능해 매년 비슷한 수준의 원단이 생산된다. 재고 원단이라고 해도 신제품으로 출시되는 원단과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지난해 대구의 한 원단업체에서 유명 브랜드에 원단을 납품하고 남은 재고를 발견한 이마트는 이를 대량으로 구매해 원단 구입비를 낮출 수 있었다.

비수기에 대량생산한 것도 한몫했다. 베트남 현지 공장은 10월까지 겨울 상품을 생산하고 11월부터 1월까지는 비수기인데 이 시기에 생산을 맡겼다. 또 일반 브랜드가 한 번에 1만개가량 생산하는 데 반해 이마트는 8배인 8만개를 대량 발주했다. 이를 통해 원가를 25% 정도 낮췄다는 게 이마트 측의 설명이다. 이은성 이마트 패션레포츠 바이어는 "사전기획과 대량생산을 통해 유명 브랜드 상품에 비해 10분의 1 가격에 출시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비싼 만큼 기능 뛰어나진 않아

이처럼 가격이 저렴하지만 아웃도어용 원단을 사용한 데다 발수 코팅이 돼 있어 기본적인 아웃도어 기능은 갖췄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이다. 추인권 FITI시험연구원 주임연구원은 "이마트 제품의 생활 발수 기능이 300~500㎜이므로 방풍, 발수 기능을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영무 한국섬유산업연합회 기술지원팀 차장도 "대량으로 생산하다 보니 디자인이나 봉제의 완성도 면에서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기능 면에서는 기존 아웃도어 제품의 10분의 1이라는 가격만큼 차이가 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다시 말해 고가의 아웃도어 제품이 가격 대비 성능 면에서 '제값'을 하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이는 실험으로도 증명됐다. 지난해 12월 16일 소비자시민모임은 한국섬유기술연구소(KOTITI)에 의뢰해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아웃도어 제품의 성능을 비교 분석했다. 조사 대상은 노스페이스, 네파, 트래스패스 등 9개 아웃도어 브랜드의 12개 제품이었다. 실험 결과에 따르면 일반 제품보다 1.8배 비싼 노스페이스 고어텍스 제품은 세 번 세탁한 이후 방수성 지수가 52.4% 떨어진 751㎝H2O로 나타났다. 일반 하이벤트 소재 제품(738㎝H2O)과는 불과 13㎝H2O 차이였다. 최종문 KOTITI 팀장은 "13㎝H2O 정도 차이면 기능 면에서 거의 효과가 동일하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오히려 저가 아웃도어 제품의 기능이 더 뛰어난 경우도 있었다. 홈쇼핑에서 판매하는 저렴한 트래스패스 제품의 세탁 전 내수도(물이 새지 않는 정도)는 1592㎝H2O로 고어텍스 원단을 사용한 고가의 노스페이스 제품(1578㎝H2O)보다 높게 나타났다. 물기가 옷에 맺히지 않도록 하는 기능인 발수도 검사에서도 가격이 비싼 네파와 에코로바가 4급인 반면 트래스패스는 5급으로 기능성이 더 높았다.

소비자시민모임 관계자는 "그동안 아웃도어 업체들이 비싼 가격의 근거로 제시했던 기능들이 대부분 저가 제품과 별 차이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며 "아웃도어 제품 가격에 거품이 많이 꼈음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