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가치창출은 ‘기업 경쟁력 강화’ 위한 경영전략 |
[한겨레 창간25돌] 막오른 CSV시대
기고/ CSV 전문가 도현명씨
CSV에 대한 오해와 진실
사회책임활동 대체 개념?
CSV는 전략·CSR는 실행수단
큰 조직만 가능한 전략이다?
오너십 강한 중견기업에 적합
돈만 있으면 다 할 수 있다?
가치·시스템 변동 대비해야
우리는 공유가치창출(CSV: Creating Shared Value)을 제대로 알고 있는가?
마이클 포터 교수와 마크 크레이머 에프에스지(FSG) 대표가 2011년 공유가치창출 개념을 제시하자 전세계가 주목하기 시작했고, 여러 논쟁도 일었다. 국내에서도 그 파장은 지금까지 지속돼 각 기업의 전략과 대응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로 올해 초 각 대기업 총수들의 신년사를 보면 절반 가까운 기업에서 공유가치창출 혹은 그와 유사한 내용이 등장한다. 그리고 기업들이 공유가치창출을 하고 있다며 홍보하는 기사도 계속해서 언론에 노출되고 있다.
그런데 찬찬히 뜯어보면 공유가치창출 혹은 공유가치에 대해 깊이 있게 이해한 경우는 적은 것으로 보여 아쉽다. 스스로 공유가치창출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데 지면을 낭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때로는 그 예로 제시된 사례가 너무 빈약하거나 어긋나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만약 진정으로 공유가치창출을 추구하고 있다면 노출 위주의 홍보가 크게 중요하지 않다는 것 역시 이해해야 한다. 실제로 마크 크레이머 대표는 기존의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과 공유가치창출을 비교하면서 큰 차이 중 하나로 사회적 책임이 평판 획득을 추구해서 홍보에 열심인 것과 달리 실리를 목표로 하는 공유가치창출은 홍보 자체가 의미를 갖지는 않는다는 점을 꼽기도 했다.
그렇다면 몇 가지 공유가치를 이해할 만한 배경지식을 요약해보자. 마이클 포터 교수는 2002년 ‘기업 자선활동의 경쟁우위 전략’(The Competitive Advantage of Corporate Philanthropy)이란 글을 기고할 때부터 기업이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 내는 활동이 기업의 경쟁우위에 영향을 미친다는 관점을 피력해왔고 그 뒤 잇따라 논문을 발표하며 그간의 연구를 깊이 있게 진전시켰다. 마이클 포터의 공유가치 창출은 기업이 사회적 편익을 어떻게 증진시킬 수 있는가가 아니라 기업의 경쟁력 강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공유가치창출이 소개되며 기업계의 패러다임 변화를 선도할 때 이에 대한 반발이나 비판도 상당했다. 물론 생각의 궤가 다른 경우도 있었지만, 제드 에머슨이 약 15년 전부터 꾸준히 주장해온 혼합가치(Blended Value), C. K. 프라할라드 교수의 빈민층(BOP) 시장화 전략, 혹은 국내에서도 크게 성장하고 있는 사회적 기업(Social Enterprise) 등의 기존 내용과 겹치는 내용도 많고 개념상의 혼돈을 가져오기도 했기 때문이다. 공유가치창출 전략을 구성하고 있는 대부분의 소재들은 과거부터 계속 있어왔던 것이 맞다. 다만 사회의 흐름에 맞게 이제야 재조명되고 의미를 부여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지금 재조명받는 이유는?
그렇다면 어떤 흐름이 지금 공유가치창출에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을까? 가장 큰 이유는 역시 경제침체에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미국의 경제침체가 그렇다. 기업 활동의 초기에는 얼마나 효율적으로 상품을 생산하여 제공할 수 있느냐가 기업의 경쟁력을 결정했다면, 이후에는 홍보나 브랜딩 등의 고객가치를 얼마나 잘 개발하고 유인하느냐가 중요해졌다. 그리고 최근까지는 기업의 가치를 금융적으로 관리하고 확장하는 역량이 큰 경쟁우위를 제공했다. 그러나 금융에서 야기된 경제위기 이후에는 기업들의 새로운 가치창출의 원천이 어디에 있는지에 대한 고민과 탐구가 계속됐다. 초거대 기업들의 성장동력이 한계를 마주하고 있을 때, 마이클 포터 교수의 ‘사회와 공유할 수 있는 가치를 생산하는 기업이 새로운 경쟁우위를 차지할 수 있다’는 주장은 매우 매력적으로 들릴 수밖에 없었다.
특히 사회공헌이라는 맥락에서 추가 비용을 지출하던 많은 미국 기업한테 이러한 활동이 미래가치를 상승시키는 투자로 바뀔 수 있다는 이야기는, 줄어가는 영업이익과 기부금 감축에 대한 사회의 압박에서 고민하고 있던 경영자들에게는 귀가 번쩍 뜨일 수밖에 없는 이야기다.
한국은 경제의 압축성장에 이어 사회적인 부분에서도 압축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한국도 미국처럼 기업이 영업이익의 일부를 사회공헌이라는 명목으로 사회에 환원하는 것이 일반화돼 있다. 이 때문에 국내 기업에도 사회공헌 비용의 압박을 공유가치창출이라는 투자모델로 변경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화두는 매우 중요하다. 게다가 박근혜 정부의 국정철학이라 할 수 있는 경제민주화도 이런 흐름을 지지하고 있다. 마이클 포터 교수라는 세계적 경영 구루의 제안을 빠뜨릴 수 없는 하나의 경영 트렌드로 여겼을 수도 있다. 이미 글로벌 기업이 된 다수의 기업에는 경쟁 기업의 흐름에 의하여 자연스럽게 해당 이슈를 고민하는 과정을 갖게 되었을지도 모른다. 이래저래 공유가치창출은 주목받을 수밖에 없었던 셈이다.
세 가지 오해
국내에서 일반적으로 가지는 공유가치창출에 대한 대표적인 오해 세 가지를 정리하고 넘어가자.
첫째, 공유가치창출이 기업의 사회책임활동을 대체한다는 오해가 있다. 이는 마이클 포터 교수가 논의를 띄우기 위해서 기업의 사회책임활동과 공유가치창출을 비교하면서부터 생긴 오해다. 정확하게 이야기하자면 공유가치창출은 사회책임활동에 비하여 우월한 개념도 아니고 대체할 개념도 아니다. 앞서 언급하였듯이 공유가치창출은 전체 경영에 대한 관점이고 전략이기 때문에 활동적으로 보자면 두 개념은 따로 접근해야 한다. 개념적으로도 서로 다른 차원의 논의를 가지고 있으며 상반되지 않는다. 실제로 해외 사례를 살펴보면 공유가치창출은 전략이고 실제 실행에서 사회책임활동이 그 구성 중 하나가 되는 경우가 다수 존재한다는 점을 유의해야 할 것이다.
한국적 접근법은
사회적기업과 연계 비즈니스 창출
기존 사회공헌활동에 기반 효율적
홍보에 집중하기보다 실속 챙겨야
둘째로는 공유가치창출이 큰 조직만 가능하다는 오해가 있다. 물론 동원 가능한 자원이나 가치사슬의 접점 차원에서 보면 큰 조직에 유리한 점이 있다. 그러나 전략을 다룰 수 있는 최고의사결정그룹 수준에서 움직여야 한다는 공유가치창출의 그 반면을 보자면 지배구조가 복잡하게 얽혀 있고 여러 견제를 받는 대기업 보다는 오너십이 강한 중견기업에서 실행이 수월할 수 있다. 실제로 에프에스지의 공식 사례들을 참고하면 글로벌 기업이 아닌 로컬 중견기업의 이야기도 자주 소개된다.
셋째로는 돈만 있으면 된다는 오해가 있다. 전통적인 자선은 어찌 보면 돈만 있으면 할 수 있었다. 최근까지의 사회책임활동은 다소간의 규범과 전담인력 혹은 팀만 있으면 됐다. 그러나 공유가치창출과 관련된 활동은 때때로 큰 조직 변화나 최고의사결정권자의 개입, 기업 전반의 가치체계나 연구개발체계의 변동을 야기하기도 한다. 또한 사업이나 가치사슬과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고받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더욱 진지하게 검토하여 결정해야 하고 장기적 관점을 가지고 추진해야 하는 문제인 것이다.
스마트한 접근법
한국의 상황에서 기업들이 좀더 현명하고 쉽게 공유가치에 접근해볼 만한 방법 몇 가지를 소개하겠다. 먼저 사회적 기업과의 연계를 들 수 있다. 우리나라는 정부의 강력한 육성책으로 다소 부작용도 있었지만 사회적 기업 영역이 급성장했다. 그리고 사회적 기업은 본질적인 가치창출 메커니즘이 공유가치창출과 가장 유사한 유형의 조직이기도 하다. 이러한 사회적기업과 협력 구도에서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하거나 장기적 관점에서의 가치사슬 개선이 가능할 수 있다.
또한 기존 사회공헌활동부터 전략적으로 정리해보는 것이 좋다. 해외 유수 사례들은 대부분 사회책임활동을 개선하거나 전략적으로 재편하는 과정에서 공유가치창출의 바탕을 마련했다. 그래서 그간 좋은 사회공헌활동을 영위해왔다고 생각한다면, 완전히 새로운 그림을 먼저 그리기보다는 그 활동들을 정리하고 개선하는 작업부터 진행해보는 게 더 안정적인 접근이 되겠다.
마지막으로 홍보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진정성 있게 실속을 챙겨야 한다는 제언을 해본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형편이 어려운 이웃을 돕는 것에는 그 활동이 주는 만족감과 사회적 책임의 이행 그리고 그 활동이 외부에 알려져 기업의 평판이 개선되는 효과가 기대될 것이다. 그러나 해당 활동으로 기업의 경쟁력이 제고된다면 우리가 집중하여야 할 부분은 실질적인 경쟁력의 제고이지 이 사실이 대중에게 알려지는 것이 아니며, 알려지더라도 수익을 창출하는 활동이라는 전제가 붙는다면 꼭 좋은 평가가 수반되지도 않는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도현명씨. |
서울대 경영대·대학원 졸업
엔에이치엔(NHN) 근무
케이브이오(KVO) 객원팀장
임팩트 스퀘어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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