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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효율에 저당잡힌 안전

성공을 도와주기 2014. 5. 7. 20:47

[기고]효율에 저당잡힌 안전

김남석 | 한양대 교통물류공학과 교수

    

이번 세월호 참사의 후진적 구조와 대응은 잠시 논외로 접어두고, 배를 침몰시킨 ‘직접적 원인’에 집중해보자. 선원의 자질 부족, 선사의 규정 위반 및 비리, 선박 안전 기관과 정부의 유착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를 관통하는 가장 핵심적 원인은 ‘안전을 효율에 저당 잡힌’ 것이다. 평형수를 대신한 과적 화물, 부실한 화물 고박, 안전교육 생략, 자질 없는 선원 고용 등 모두 ‘비용 절감’의 방법들이다. 이런 ‘허리띠를 졸라매는’ 비용절감을 개발시대 이래 대한민국에서는 ‘효율’이라 불러왔고 정당화해왔다. 그러나 효율은 비용적 측면으로만 평가되지 않는다. 결과물의 질과 양이 동일하다는 전제하에 비용절감을 이뤄낼 때 효율을 이뤄냈다고 해야 옳다. 안전은 질의 가장 중요한 척도이다. 안전을 희생시켜 얻은 효율은 ‘싸구려 효율’이다. 세월호 참사는 과적을 허용하고, 안전교육비를 아끼는 등의 ‘비용 절감’이 궁극적인 효율이 아님을 알려주는 교훈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한편 최근 한 방송사 간부가 세월호 희생자와 교통사고 사망자의 수를 비교해서 논란이 되었다. 그 두 수치를 절대적으로 비교하여 세월호 참사의 심각성을 희석시키려 했다면 이 시점에서 매우 부적절할 수 있으나 2012년 한 해 동안 교통사고로 잃은 귀중한 우리 국민의 수가 자그마치 5392명임이 충격적인 것은 사실이다. 2012년만 유독 사망자 수가 많은 것이 아니다. 2011년 5229명, 2010년 5505명, 2009년 5838명으로 매년 5000명 이상의 사망자수가 거의 ‘예약’되어왔던 셈이다. 교통사고와 세월호 참사는 언뜻 관계없어 보이지만 대부분의 교통사고 또한 ‘효율에 안전을 저당 잡힌’ 결과로 이해할 수 있다. 운전속도가 빨라지면 운전자의 주의력은 떨어지고 돌발상황에 반응할 시간이 부족해지며, 이는 교통사고 발생 확률을 높인다. 빠른 속도는 개인에게 시간 절감의 편익을 주기 때문에 이는 ‘비용 절감’이고, 이를 ‘효율’이라 칭하지만 실은 높아진 사고 확률을 전제로 한 효율이다.

선사는 선박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화물 적재 및 고박 규정을 어겼다. 개인 운전자는 자신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제한속도 규정을, 어린이·노인 보호구역 시속 30㎞ 규정을 어긴다. 선박 적재 및 안전 규정을 한두 번 어긴 것이 바로 사람의 생명을 앗아가지는 않지만, 관행화되면 사고가 발생한다. 도로 규정을 한두 번 어긴다고 바로 사고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속도위반이나 불법주정차는 ‘불법’으로 인식조차 되지 않는다. 화물의 과적도 그들에겐 관행이었고, 불법으로 인식되지 않는 행동들이었다.

이번 참사가 바다에서 이루어졌다는 이유로 대한민국을 향한 혹독한 교훈이 ‘선박’ ‘바다’ ‘해경’에만 초점이 맞춰지질 않길 바란다. 이 교훈은 ‘효율과 안전’을 저울질할 수밖에 없는 그 모든 시스템에 확대 적용되어야 한다. 효율과 안전은 일반적으로 ‘트레이드 오프(trade-off): 이율배반’ 관계에 있다. 나의 효율을 한 단위 늘리기 위해서는 타인의 안전은 한 단위가 희생되는 원리이다. 혹자는 “ ‘윈-윈’도 있지 않으냐”라고 반문할지도 모르지만 공짜 점심은 없다.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느리게 가고 남을 배려하는 것이, 즉 ‘자신의 효율을 조금 희생시키는 것이 타인의 안전을 조금 향상시킨다는 것’을 알아차려 보면 어떨까? 아무리 급해도 과속 금지, 졸음운전 금지, 정지선 준수, 어린이 보호구역 및 생활도로 서행과 보행자 우선원칙 지키기와 같이 운전자 자신의 효율을 조금 희생시켜보면 어떨까? 조금 진부한가? 하지만 ‘과적 금지’ ‘안전교육 철저’ ‘평형수 점검 철저’와 같은 ‘진부한’ 규칙만 지켰어도 세월호 참사는 일어나지 않았다. 도로 위에서의 진부한 규칙을 지키는 것이, 교통안전을 지탱해주는 평형수를 적절히 채우는 것이 ‘침몰이 예고된 또 다른 세월호의’ 생명을 지키는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