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2014]과거에 갇힌 보스, 홍명보 감독의 몰락
정철우 입력 2014.06.27 06:53
[이데일리 스타in 특별취재팀]2014 브라질 월드컵이 이제 조별리그를 모두 마쳤다. 한국은 결국 16강의 벽을 넘지 못했다. 온 국민의 밤샘 염원도 기적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한국 탈락 확정과 함께 조별리그도 모두 막을 내렸다.
이번 월드컵 1라운드를 정리할 수 있는 말 중 빠지지 않는 것은 영웅의 몰락이다.
지난 대회 우승팀이자 유로 2012 우승국인 스페인이 3전 전패로 조기 탈락했고 축구 종주국 잉글랜드와 세계 3대리그 중 하나로 꼽히는 이탈리아 역시 일찌감치 짐을 싸야 했다.
한국 축구도 영웅의 아픈 몰락을 지켜봐야 했다. 가장 큰 상처를 받은 사람은 팀을 이끈 홍명보 감독이다.
홍 감독은 2002 한.일 월드컵의 상징과 같은 인물이었다. 한국의 4강 신화는 8강 스페인전 마지막 승부차기를 성공시킨 뒤 비로서 처음 보여 준 그의 미소와 동일한 의미였다.
지도자로서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지난 2012년 런던 올림픽서 대표팀을 사상 첫 동메달로 이끌며 최고의 자리에 섰다. 하지만 이번 대회서 그는 더 떨어질 곳 없는 곳 까지 내려 앉았다. 대표팀 구성 때 부터 만들어진 잡음은 알제리전 대패로 온 국민의 지탄으로 확산됐다.
스페인 등 유럽 전통 강호들과 홍명보 감독은 하나의 공통점을 갖고 있다. 모두 최고의 영광을 안았던 과거 속에 살았다는 것이다.
스페인의 전매특허인 티키타카(짧은 패스 위주 운영)는 불과 1년 전만해도 대항할 팀이 없다는 평가를 받았다. 2년 전만 해도 티키타카로 전 유럽을 평정했다. 하지만 이번 월드컵을 앞두고 모든 팀들은 이에 대한 해법을 찾아냈다. 세대교체마저 실패했다. 같은 얼굴의 같은 전술. 상대는 더 이상 스페인에 당하지 않았다.
빗장 수비에 갇힌 이탈리아나 이번에도 웨인 루니만 바라보던 잉글랜드도 마찬가지였다. 도전자들은 절실함으로 변화를 택했지만 그들은 그러지 못했다.
홍 감독도 그랬다. 올림픽 동메달 멤버들을 끝까지 안고 가려 했다. 지도자의 가장 큰 덕목은 원칙이다. 홍 감독 스스로도 말했던 것 처럼 선수 기용은 어떻게 해도 말이 나오기 마련이다. 그래서 더 중요한 것이 원칙이다. 맞고 틀리고를 떠나 원칙이 흔들리지 않으면 선수들은 이를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러나 홍 감독은 "소속 팀에서 많은 출전을 하며 성과를 낸 선수를 뽑겠다"던 원칙을 스스로 무너트렸다. 결과에는 책임을 지겠다고 했다. 그의 개인적인 거취를 염두에 둔 발언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모인 대표팀의 허술한 경기력을 보며 국민들이 받은 상처는 책임져 줄 수는 없다.
홍 감독은 자신과 함께 올림픽의 영광을 만들었던 제자들을 끝까지 책임지려 했다. 의리를 지켰다. 그가 작은 조직의 보스라면 박수 받을 일이었다. 하지만 그는 축구 국가대표팀을 넘어 한국을 대표하는 리더의 자리에 선 감독이다. 원칙을 허문 리더는 결국 최악의 결과를 내고 말았다.
또 있다. 러시아와 1차전서 '겨우' 비겼음에도 그는 2차전에 같은 라인업을 들고 나왔다. 좋은 경기를 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무승부를 좋은 경기라 한다는 건 리더가 이미 패배를 생각하고 들어갔음을 뜻한다. 1차전의 문제점에 대한 지적이 많았지만그는 끝내 마음을 바꾸지 않았다. 이 선택은 결국 알제리전 완패라는 돌이킬 수 없는 결과로 돌아왔다.
개혁과 혁신은 꼴찌들만의 전매특허가 아니다. 최고의 성과도 돌아서면 이미 과거일 뿐이다. 배고픔을 잊은 최고는 언제든 추락할 수 있다. 왕관을 먼저 내려놓고 초심으로 시작하지 않는 1등은 오래 갈 수 없다는 걸 이번 대회는 우리에게 묵직하게 알려주고 있다.
한국 축구의 얼굴이자 최고의 영웅이었던 한 축구인의 안타까운 뒷 모습은 우리에게 참으로 많은 것을 아프게 깨닫게 해 주었다.
정철우 (butyou@edaily.co.kr)
이번 월드컵 1라운드를 정리할 수 있는 말 중 빠지지 않는 것은 영웅의 몰락이다.
지난 대회 우승팀이자 유로 2012 우승국인 스페인이 3전 전패로 조기 탈락했고 축구 종주국 잉글랜드와 세계 3대리그 중 하나로 꼽히는 이탈리아 역시 일찌감치 짐을 싸야 했다.
홍명보 감독. 사진=뉴시스
한국 축구도 영웅의 아픈 몰락을 지켜봐야 했다. 가장 큰 상처를 받은 사람은 팀을 이끈 홍명보 감독이다.
홍 감독은 2002 한.일 월드컵의 상징과 같은 인물이었다. 한국의 4강 신화는 8강 스페인전 마지막 승부차기를 성공시킨 뒤 비로서 처음 보여 준 그의 미소와 동일한 의미였다.
지도자로서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지난 2012년 런던 올림픽서 대표팀을 사상 첫 동메달로 이끌며 최고의 자리에 섰다. 하지만 이번 대회서 그는 더 떨어질 곳 없는 곳 까지 내려 앉았다. 대표팀 구성 때 부터 만들어진 잡음은 알제리전 대패로 온 국민의 지탄으로 확산됐다.
스페인 등 유럽 전통 강호들과 홍명보 감독은 하나의 공통점을 갖고 있다. 모두 최고의 영광을 안았던 과거 속에 살았다는 것이다.
스페인의 전매특허인 티키타카(짧은 패스 위주 운영)는 불과 1년 전만해도 대항할 팀이 없다는 평가를 받았다. 2년 전만 해도 티키타카로 전 유럽을 평정했다. 하지만 이번 월드컵을 앞두고 모든 팀들은 이에 대한 해법을 찾아냈다. 세대교체마저 실패했다. 같은 얼굴의 같은 전술. 상대는 더 이상 스페인에 당하지 않았다.
빗장 수비에 갇힌 이탈리아나 이번에도 웨인 루니만 바라보던 잉글랜드도 마찬가지였다. 도전자들은 절실함으로 변화를 택했지만 그들은 그러지 못했다.
홍 감독도 그랬다. 올림픽 동메달 멤버들을 끝까지 안고 가려 했다. 지도자의 가장 큰 덕목은 원칙이다. 홍 감독 스스로도 말했던 것 처럼 선수 기용은 어떻게 해도 말이 나오기 마련이다. 그래서 더 중요한 것이 원칙이다. 맞고 틀리고를 떠나 원칙이 흔들리지 않으면 선수들은 이를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러나 홍 감독은 "소속 팀에서 많은 출전을 하며 성과를 낸 선수를 뽑겠다"던 원칙을 스스로 무너트렸다. 결과에는 책임을 지겠다고 했다. 그의 개인적인 거취를 염두에 둔 발언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모인 대표팀의 허술한 경기력을 보며 국민들이 받은 상처는 책임져 줄 수는 없다.
홍 감독은 자신과 함께 올림픽의 영광을 만들었던 제자들을 끝까지 책임지려 했다. 의리를 지켰다. 그가 작은 조직의 보스라면 박수 받을 일이었다. 하지만 그는 축구 국가대표팀을 넘어 한국을 대표하는 리더의 자리에 선 감독이다. 원칙을 허문 리더는 결국 최악의 결과를 내고 말았다.
또 있다. 러시아와 1차전서 '겨우' 비겼음에도 그는 2차전에 같은 라인업을 들고 나왔다. 좋은 경기를 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무승부를 좋은 경기라 한다는 건 리더가 이미 패배를 생각하고 들어갔음을 뜻한다. 1차전의 문제점에 대한 지적이 많았지만그는 끝내 마음을 바꾸지 않았다. 이 선택은 결국 알제리전 완패라는 돌이킬 수 없는 결과로 돌아왔다.
개혁과 혁신은 꼴찌들만의 전매특허가 아니다. 최고의 성과도 돌아서면 이미 과거일 뿐이다. 배고픔을 잊은 최고는 언제든 추락할 수 있다. 왕관을 먼저 내려놓고 초심으로 시작하지 않는 1등은 오래 갈 수 없다는 걸 이번 대회는 우리에게 묵직하게 알려주고 있다.
한국 축구의 얼굴이자 최고의 영웅이었던 한 축구인의 안타까운 뒷 모습은 우리에게 참으로 많은 것을 아프게 깨닫게 해 주었다.
정철우 (butyou@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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