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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제조업] ①造船 세계 1위는 옛말…中에 밀리고 日에 치여

성공을 도와주기 2015. 1. 3. 22:02

[위기의 제조업] ①造船 세계 1위는 옛말…中에 밀리고 日에 치여

입력 : 2014.12.25 12:34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자랑하던 한국 제조업에 빨간불이 켜졌다. 유가가 6개월 만에 반 토막 나면서 석유화학 업계는 최악의 한 해를 보내고 있다. 경기 부진에 일감을 잃은 조선, 철강은 구조조정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처지다. 그나마 잘 버텨주던 전기전자와 자동차마저 안심할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 기술은 일본에, 가격은 중국에 밀린다는 이른바 샌드위치론이 현실화된 것 아니냐는 우려가 크다. 위기의 출발점은 어디인지, 해법은 있는지, 우리 제조업의 현주소를 짚어 본다. [편집자 주]

올 연말 현대중공업(009540) (112,000원▼ 3,000 -2.61%)삼성중공업(010140) (19,650원▼ 300 -1.50%)은 조선·해양 부문 책임자들을 경질하고 관련 조직을 줄이는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현대중공업은 최길선 회장과 권오갑 사장의 복귀와 함께 임원 31%를 물갈이했다. 삼성중공업은 거제조선소장과 조선해양영업실장 등 부사장 10명 중 6명이 자리에서 물러났다. 올해 조선·해양사업에서 대규모 적자를 본 데 따른 문책인사다.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전경 모습이다./조선일보DB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전경 모습이다./조선일보DB

국내 조선업은 올해 유난히 힘든 시기를 보냈다. 현대중공업은 3조억원이 넘는 적자를 내며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빠졌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1분기 해양플랜트에서 3600억원 규모의 손실을 내 그룹 경영진단을 받았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삼성엔지니어링과 합병을 시도했지만, 주주들의 반대로 좌초됐다. 대우조선해양(042660) (18,750원▲ 100 0.54%)은 국내 조선 빅3 가운데 올해 수주 목표를 달성할 유일한 업체란 전망이 나오지만, 강점을 보이던 해양플랜트에서 부진해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 ‘엔저’무장한 日, ‘고부가가치 선박’ 진출 中

문제는 이 같은 상황이 장기간 이어질 것이란 위기감이 확산하는 데 있다. 한국의 경쟁국인 중국과 일본이 무서운 속도로 추격해 오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 조선·해운 시황 분석기관 클락슨에 따르면 한국은 올해 세 차례 월별 수주 실적에서 중국과 일본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업계에서는 한 해 세 번이나 일본에 밀린 건 이례적이란 반응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한 해 한 번 정도 일본에 2위 자리를 내 준 적은 있지만, 세 번이나 3위로 밀려난 건 흔치 않은 일”이라고 평가했다.

2013년 세계 전체 건조능력과 중국의 비중/산업연구원 제공
2013년 세계 전체 건조능력과 중국의 비중/산업연구원 제공

세계 조선업 1위란 명함은 중국에 내 준 지 오래다. 산업연구원은 지난 7월 발표한 ‘중국 조선해양산업의 급속성장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2012~2013년 수주량과 건조량, 수주잔량에서 중국이 모두 1위를 차지했다고 발표했다. 2000년 세계시장 점유율 5.7%에 불과하던 중국의 건조량은 2010년 이후 줄곧 1위다.

중국은 국내 조선업의 주무대로 여기던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과 초대형 컨테이너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 시장에도 뛰어들었다. 고부가가치 선박은 기존 선종에 엔진 사양을 개선하거나 새로운 기능을 더한 선박이다. 예컨대 쇄빙LNG선은 기존 LNG선에 쇄빙 기능을 더해 스스로 북극해 얼음을 깨며 운항할 수 있다. 당연히 단가가 벌크선, 탱커보다 높다. 벌크선 1척당 수주 가격은 약 6000만~7000만 달러지만, LNG선은 1척당 2~3억 달러가 넘는다. 시추선, 해양작업지원선의 경우 1척당 10억 달러가 넘기도 한다.

중국 최대 선사인 코스코는 1만4000TEU(컨테이너 적재 용량을 나타내는 단위)급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자국 조선소에 발주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해양플랜트 시장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 중국 정부는 2011년 300억 위안 규모였던 중국 조선사들의 해양플랜트 사업 규모를 2015년까지 2000억 위안으로 6배 이상 키운다는 계획이다.

중국 조선·해양산업의 위상 변화/산업연구원 제공
중국 조선·해양산업의 위상 변화/산업연구원 제공

엔화약세를 무기로 가격 경쟁력을 회복한 일본의 추격도 매섭다. 일본은 그동안 한국과 중국보다 인건비가 비싸 가격 경쟁력에서 밀렸다. 그러나 엔화약세가 이어지면서 엔화 표시 선가가 15% 하락하면서 한국·중국 업체들과 가격 차이를 좁혔다. 홍성인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일본 업체들은 기술력이 있지만, 가격 경쟁력이 낮아 영업익 관리 차원에서 고부가가치 선박 수주를 꺼려왔다”며 “그러나 최근 엔화약세로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자 고부가가치 선박 수주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조선업계는 올 초 한국·중국 업체와 경쟁하기 위해 업체 간 합병과 공동 출자 등 대형화 작업에 들어갔다. 미쓰비시중공업과 이마바리조선이 합병한 MI LNG는 합병 이후 올 상반기에 1만TEU급 이상 컨테이너선 8척을 수주했다.

◆ 고부가가치 선박 집중 전략으로 탈출구 찾는 韓 업체들

국내 조선사들도 LNG·LPG(액화석유가스) 운반선, 초대형 컨테이너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 수주에 집중하며 탈출구 모색에 나섰다. 유가 급락과 셰일가스 붐으로 해양플랜트 발주는 주춤한 반면, 가스 운반선 발주가 늘었기 때문이다. 고부가가치 선박은 중국과 일본 업체들이 쫓아오고 있지만, 아직 국내 업체들이 우위에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쇄빙 LNG선의 모습이다./조선일보DB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쇄빙 LNG선의 모습이다./조선일보DB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7월 러시아 야말 프로젝트의 쇄빙 LNG선 15척을 수주하며 5조원 규모의 수주 실적을 올렸다. 삼성중공업도 지난 10월 약 5000억원 규모의 쇄빙 LNG선 3척 수주 계약을 맺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2월 세계 최초로 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저장·재기화 설비(LNG-FSRU)를 건조했다.

해운업계서 초대형 컨테이너선 발주가 이어지는 것도 국내 조선사들에는 호재다. 최근 삼성중공업이 1만8000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수주한 데 이어 2만TEU급 컨테이너선도 국내 업체가 수주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가스 운반선, 초대형 컨테이너선, 해양플랜트 등 고부가가치 선박은 아직은 한국과 중국의 기술격차가 크고 한국 업체들에 대한 신뢰가 두터워 피해는 크지 않을 것”이라며 “그러나 엔화약세가 지속한다면 일본 업체와 가격 경쟁력이 더 벌어져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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