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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년을 가는 나무집 포스트앤빔 주택

성공을 도와주기 2015. 1. 5. 11:12

백 년을 가는 나무집 포스트앤빔 주택_ NATURAL BORN WOODEN HOUSE월간 전원속의 내집 |     

 

중년에 접어든 한 부부가 남한강가에 나무집 한 채를 지었다. 튼튼한 목조주택을 짓고자 애쓴 부부의 집에서 나무와 돌, 자연의 소재가 주는 남다른 감동을 느껴보자.

↑ 집은 넓은 원경을 앞에 두고, 북쪽으로는 낮은 산이 차분하게 드리운다.

↑ 넓은 대공간에 어울리는 창과 마감, 가구의 조합이 조화롭다.

↑ 집 정면으로 너른 데크를 깔고 식재 플랜트와 야외가구를 두었다.

↑ 야외용 화덕과 해먹이 있는 공간은 투시형 파고라를 설치했다.


글루램(Glulam)과 아이조이스트(I-Joist) 공학목재. 목조주택을 지으려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이 부재들은 국내에서도 대규모 전시장이나 클럽 하우스 등에 사용된다. 제재목을 여러 겹 강력하게 접착하고, 공업생산방식으로 강도를 개선한 이 재료들은 인장강도와 휨강도가 일반 목재와 비교해 월등히 뛰어나고 강성이 높아 대규모 현장에서 기둥과 보, 장선으로 사용되곤 한다. 만약 이들을 단독주택 짓는 데 사용하면 어떤 위력을 발휘할까. 남한강이 눈앞에 펼쳐진 풍경 위에 지어진 집에서 그 해답을 발견할 수 있다.

주택에 이런 공학 목재가 필요한 이유를 설명하려면 건축주의 말을 빌리는 편이 좋다. 이 집은 중년의 부부가 오랜 미국생활에서 경험한 목조주택을 짓기로 결정하고 마련한 주택이다. 노후의 안식처로 전원 속에 나무집을 짓고 살기로 했지만, 국내의 일반적인 경골목구조로는 오래갈 집을 지을 수 없겠다는 판단이 섰다.

"뼈대와 속살 모두가 나무와 자연재료인 튼튼한 집을 원했어요. 치장을 위한 재료와 근본부터 제대로 된 재료는 실제로 보면 그 느낌이 확실히 다르거든요."

↑ ELEVATION

↑ 나무와 대리석으로 마감한 욕실은 건축주의 힐링 공간이다.


기왕 지을 거 제대로 짓자는 신념으로 밀어붙인 집짓기였다. 백년 후에도 튼튼한 집. 대를 물려주며 가족의 쉼터로 사용할 수 있는 집을 짓고 싶었다는 부부는 결국 미국식 포스트앤빔 목조주택을 짓기로 결정했다.

집은 북미산 미송(Douglas fir) 글루램과 2×12 아이조이스트 공학목재가 적용됐다. 국내에 지어지는 많은 수의 목조주택은 벽체가 하중과 횡력을 받는 구조체이기에 구조 변경이 불가능에 가깝지만, 이 집은 기둥과 보 구조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내부 구획과 디자인이 자유롭다. 게다가 힘을 받는 구조재로 공학목재를 사용했기 때문에 기둥과 기둥 사이 간격에 제약이 거의 없어, 원하는 평면을 얼마든지 구현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설계와 시공을 맡은 원현주택 이해경 이사는 건축 비용에 대해서도 자신 있게 말한다.
"10년 전만 하더라도 미국식 포스트앤빔 주택이 일반 경골목조주택보다 비쌌어요. 모든 재료를 미국에서 수입해오고, 기둥과 보를 미리 설계한 치수대로 재단해서 가져와야 해서 그 과정이 까다로웠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일반 경량목구조와 비슷한 수준으로 맞출 수 있게 됐죠. 그만큼 규모의 경제가 생겼고 시공과 자재수급에 노하우가 쌓였거든요."

글루램 장선이 시원하게 천장을 가르는 집의 2층. 실내에서 시야가 막힘없이 펼쳐지는 것이 포스트앤빔 방식의 장점이다.

↑ PLAN - 1F

↑ PLAN - 2F

↑ 주방은 풍경을 보며 간단한 조리와 식사를 할 수 있게끔 구성했다.

↑ 정남향에서 바라본 주택의 전경

↑ 2층 테라스에 서면 남한강 풍경이 한눈에 담긴다.


구조를 올리는 데 드는 비용은 평당 500만원 정도. 평면이 복잡해지고 걸어야 할 보와 세워야 할 기둥의 수가 많아진다면 단가는 오른다. 하지만 글루램과 아이조이스트의 성능을 아는 이들에겐 놀랄만한 가격이다. 그도 그럴 것이, 글루램은 화재에 견딜 수 있는 '내화구조체'로 인정받은 목재로서 불이 나도 구조체가 전소될 때까지 버티는, 몇 되지 않는 구조체이기 때문이다. '목조주택은 불에 약하다'는 고정관념이 이 집에는 통하지 않는다. 장선과 보 등으로 많이 쓰는 아이조이스트 또한 강성 높은 공학목재로 나무의 패러다임을 바꾼 자재다.

집은 보가 천장을 가로지르며 육중한 구조체를 자랑한다. 가구나 내장 마감재의 컬러, 타일의 크기까지도 스케일에 맞는 큼직한 것들로 들여놓았다. 바닥 마감재인 트레버틴(Travertine)마저도 흔히 볼 수 없는 사이즈다. 나무와 돌, 자연에서 나는 것들로 채워진 집은 원래 그 짝인 양 놓인 가구와 마감재로 조화롭다.

정남향으로 크게 난 창 덕분에 하루 종일 햇살이 좋다. 미국 북동쪽의 메인주(Maine)에서도 쓸 수 있도록 제작된 창호를 사용한 덕분에 단열과 기밀성은 걱정거리가 되지 않는다. 채광을 위한 부분은 고정창을, 환기를 위한 부분은 폴딩과 여닫이, 틸트 창을 적절히 섞어 사방으로 바람이 통한다. 해와 바람, 자연이 주는 집을 누릴 수 있는 노력이 구석구석 느껴지는 집. 무엇보다 자연과 함께 하는 삶을 살고자 한 건축주 노후에 여유를 더한 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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