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갚아야 할 주담대 67조, 그들은 상환능력이 있나

갚을 능력 있는 대출자, 안심대출로 이미 전환..금융당국 "분할상환 유도, 은행이 기준 정할 것"머니투데이 | 김진형 기자 | 입력 2015.07.30. 05:30
 
 
 
 

 

[머니투데이 김진형 기자] [갚을 능력 있는 대출자, 안심대출로 이미 전환..금융당국 "분할상환 유도, 은행이 기준 정할 것"]

정부가 지난 22일 발표한 가계부채 대책의 핵심은 상환능력심사 강화와 분할상환대출 유도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갚을 능력이 있는 사람이 능력 내에서만 대출받으라는 얘기다.

방향에 문제를 제기할 사람은 없다. 갚을 능력을 넘어선 대출을 해주고 못 갚으면 집을 빼앗는 대출이야말로 '약탈적 대출'이라고 지적하는 사람들도 있다.

문제는 이미 대출을 받았던 사람들이다. 새로 대출을 받을 사람들은 갚을 능력이 부족하면 대출을 받지 않거나 대출 규모를 줄이면 되지만 기존 대출자들은 당장 상환능력이 없다면 복잡한 상황에 봉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원금상환 능력 있는 대출자, 안심대출로 갈아탔는데…= 정부는 수년 전부터 가계부채의 구조 개선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변동금리, 일시상환식 대출에 집중된 가계부채를 고정금리, 분할상환식 대출로 전환하는 대책이다.

변동금리 대출은 금리상승기 이자부담 급증의 위험에 노출돼 있고 일시상환식 대출은 집값 하락시 '하우스푸어'를 양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은행권에 매년 고정금리 및 분할상환대출 목표치를 부여하고 전환을 독려해 온 것도 이 때문이다.

그리고 그 절정이 올 상반기에 나라를 들썩이게 했던 '안심전환대출'이다. 변동금리이거나 이자만 갚고 있는 대출을 고정금리, 분할상환대출로 바꿔준 '안심전환대출'로 갈아탄 대출이 31조7000억원이었다. 1차 20조원이 조기 소진되면서 2차 20조원을 추가 공급키로 했지만 40조원에는 미달했다.

당시 금융권에선 1차에서 조기 소진 열풍이 불었던 안심전환대출이 2차에서 미달된 것은 "갚을 능력이 있는 대출자들이 그 정도"라는 분석이 나왔다. 당초 안심전환대출 신청은 34조원, 34만5000건이었지만 2조2000억원, 1만8000건은 신청 후 대출을 철회하기도 했다.

내년에 만기가 도래하는 주택담보대출(39조1000억원), 거치기간이 끝나 상환을 시작해야 하는 대출(27조4000억원)이 당장 상환 압력에 노출되지만 이들이 상환할 능력이 있느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안심전환대출이 원금까지 상환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대출자들을 겨냥한 상품이었다는 점에서 상환능력이 되는 대출자들의 상당수는 이미 갈아탔다고 보여진다"며 "내년부터 상환을 시작해야 하는 대출자들에겐 이번 가계부채 대책이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모든 대출, 분할상환 아니다"= 금융당국은 "상환능력이 낮은 경우 대출을 많이 받지 않도록 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소비자를 보호하는 대책이며 대출을 받을 경우에도 처음부터 나눠 갚도록 하는 대출 관행을 정립해야 한다"는 원칙을 분명히 하고 있다.

다만 '분할상환'이 원칙일 뿐 모든 대출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또 주택구입 이외의 용도인 경우, 명확한 상환계획이 있는 경우, 소액대출 등에는 신규대출도 거치식이나 일시상환대출로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이번 대책은 신규대출이 우선 대상이다"며 "기존 대출에 대해서도 최대한 분할상환을 유도하겠지만 거부하는 고객에게 무조건 분할상환을 요구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하반기에 은행권이 테스크포스(TF)를 운영해 구체적인 적용 방안을 마련하게 될 것"이라며 "은행권이 어느 정도 강도로 (분할상환대출을) 적용할지는 자율적으로 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은행권의 분할상환대출 목표비율을 내년 40%, 2017년 45%로 상향조정해 은행들 입장에선 분할상환대출을 늘려야 하는 상황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올해는 목표비율에 거의 근접했기 때문에 부담이 없지만 내년부터는 부담이 되는 목표인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김진형 기자 jhkim@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