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쇼핑시대에도…야쿠르트·화장품 방문판매 여전히 인기
이성희 기자 mong2@kyunghyang.com
ㆍ“얼굴 봐야 정 쌓이죠”…이웃처럼 신뢰 얻고, 단골은 혜택 받고
“○○○ 방판 하시는 분~” “○ 방판 추천해주세요.”
최근 여성들이 주로 모이는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하루에도 이런 글이 대여섯개씩 올라온다. 방판은 판매자가 고객을 직접 방문해 물건을 파는 방문판매의 줄임말이다. 모바일과 온라인 쇼핑 시장이 성장하면서 고리타분한 판매 방식으로 치부되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소비자들이 방판을 선호하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방판 시장 규모는 13조원에 이른다. 국내에서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방판 시스템은 ‘야쿠르트 아줌마’다. 한국야쿠르트는 1969년 창업 때부터 고객 대면 판매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1971년 서울 종로 지역에서 47명으로 시작한 야쿠르트 아줌마는 현재 1만3000여명이 활동하고 있다. 이들이 하루에 만나는 고정 고객은 1인당 평균 170~180명에 달한다.
야쿠르트 아줌마가 45년간 이어질 수 있었던 이유는 판매자와 구매자의 정서적 교감을 통한 직접 소통 때문이라는 게 업계 평가다. 매일 일정한 시간과 정해진 장소에서 만날 수 있다보니 구입은 물론 제품 정보를 바로 확인할 수 있고, 판매원이라기보다 이웃이라는 인식이 강하다는 것이다. 소비자 특성을 파악하고 기억해 지속적으로 맞춤 정보를 제공하는 것도 그간 야쿠르트 아줌마들이 소비자들에게 신뢰를 쌓아온 비결이다.
화장품업계에서는 방판이 독특한 영업전략으로 자리 잡았다. 1964년부터 방판을 시작한 아모레퍼시픽은 ‘설화수’ 등 9개 브랜드를 방문판매하고 있다. 올해 3월 기준으로 방판 사원인 ‘카운슬러’는 3만6000여명에 달한다. 지난해 방판으로만 매출 5135억원을 올렸다. 전년 대비 10.3% 증가한 수치로, 화장품 사업 전체 매출에서 방판이 차지하는 비중은 14.1%다. 국내 화장품 2위 기업인 LG생활건강도 ‘후’ 등 화장품뿐 아니라 건강기능식품과 미용기기 등을 방문판매한다.
소비자들 사이에선 방판이 백화점이나 브랜드 가두점보다 샘플 화장품을 더 많이 받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다보니 평소 자신의 화장품 소비 습관에 따라 방판을 적절히 활용하는 마니아들도 있다. 스킨·로션 등 기초 제품보다는 주름개선 등 고가 라인의 기능성 제품의 샘플을 요청해 받거나 샘플을 잘 사용하지 않는다면 가격 할인을 최대한 받는 것이다. 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보면 샘플 없이 할인을 받는 경우 최대 40% 저렴하게 화장품을 구입한 소비자도 있다. 아직도 방판의 주요 무기는 정(情)인 것이다.
방판 혜택을 제대로 받기 위해서는 단골이 되라는 게 기업들의 조언이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특정 카운슬러와 지속적으로 관계를 맺게 되면 사용 제품에 대한 상담부터 피부 타입에 맞는 관리 방법을 추천받는 등 밀착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며 “아무래도 ‘설화수’ 고아라인과 ‘헤라’ 히아루로닉 앰플처럼 방판 전용 상품 경험이나 방판 전용 제휴카드 등 다양한 정보를 조금 더 빨리 제공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단골이 되면 신제품을 정식 출시 이전에 경험할 수도 있다. 한국야쿠르트는 최근 대박을 터뜨린 ‘콜드브루’와 ‘얼려먹는 야쿠르트’를 시장에 선보이기 전 야쿠르트 아줌마들을 통해 소비자 반응을 살폈다. 한국야쿠르트 관계자는 “로스팅 후 10일 동안만 판매하는 ‘콜드브루’나 새로운 콘셉트인 ‘얼려먹는 야쿠르트’ 모두 방판이기 때문에 출시될 수 있었던 제품”이라며 “소비자가 인지하지 못하더라도 ‘여사님’들이 제품 특성 등을 먼저 소개해 입소문을 내기도 한다”고 말했다.
방판 효과가 입증되면서 기업들은 교육 강화와 업무 도구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사업 특성상 우수한 판매원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판매원을 기존의 아줌마 이미지에서 전문 상담가로, 방판을 영업전략에서 고객관리 시스템으로 탈바꿈시키고 있는 것이다.
아모레퍼시픽 카운슬러는 직급 과정별로 다양한 정규·특화 교육을 받는다. 과거 커다란 화장품 가방을 들고 다녔던 이들은 요즘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고객과 상품에 대한 분석 자료를 조회하고 최신 미용 정보 제공과 피부 검사 등도 해준다. LG생활건강 컨설턴트 역시 브랜드별 전용 앱으로 매출이나 고객 정보를 직접 관리하고 있다. 한국야쿠르트는 지난해 이동이 편한 전동카트와 이동형 카드결제기를 도입했다.
새로운 방판 형태도 등장했다. 재기를 노리는 웅진그룹은 화장품 ‘릴리에뜨’를 선보이며 기존처럼 가가호호 방문하는 방식이 아니라 사이트 방문자에게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사용할 수 있는 가상화폐를 지급하고 있다. 미국 결제서비스 페이팔이 공짜 결제금액을 지급했던 것을 벤치마킹한 것으로 소비자가 직접 제품을 홍보·판매하도록 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수많은 제품이 나열돼 있는 온라인 쇼핑 환경보다 개별 맞춤화된 서비스를 원하는 고객들이 많다”며 “방판은 고객을 유치하기는 어렵지만 한번 거래하면 단골고객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 최근 다시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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