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한 것을 손수 만들고, 공유하며 혁신하는 메이커들의 창작 활동을 소개한다.
낙엽이 다 떨어지고 나면 1년이 벌써 다가고 있구나 하는 느낌에 주위를 둘러보면 여기저기 분주하다. 연말 실적을 챙기는 회사원들도, 마지막 연구보고서 마무리에 밤을 새는 연구원들도 그 마무리에 여념이 없다.
연말 분주함 속에서도 이 때만 되면 마음 쓰이는 대상은 이런 고생스러움조차 행복한 비명인 듯 부러워하는 아직 일을 찾지 못한 취준생(취업준비생)이다. 게다가 세계 경제가 갈수록 불안정해지고, 중국과 미국, 일본 사이에서 그나마 맹위를 떨치며 수많은 일자리를 제공했던 제조업 분야의 쇠퇴와 시끄럽기만 한 구조개혁 이슈에 경제 분석 기사를 보는 청년들의 마음은 더욱 불안하고 우울하다.
취업준비생만 걱정이 아니다. 길게 보면 십년단위로 급속하게 발전하는 기술로 기계가 사람의 일을 대신한다고 사방팔방에서 전망하는데 기계가 대신할 수 없는 일, 즐기며 할 수 있는 일을 만들어야 하는 미래 세대의 부모는 더 마음이 무겁다.
그러나 없어지는 일이 있으면 새로운 환경에 따라 필요한 일들이 새로이 생길 법도 하다. 얼마 전 미국 노동부와 갤럽이 조사·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2025년까지 제조업에서 약 350만개의 일자리가 나올 것이나, 그 중 2백만개 정도는 필요한 역량(skills)을 갖춘 숙련된 사람들의 부족으로 채우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는 사람들이 할 일이 없어지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변화된 환경에 필요한 혁신 역량과 새로운 것들을 만들고 발전시켜가는 도전의식이 관건임을 의미한다.
[ 만들라 Make ] [ 나누라 Share ] [ 주라 Give ] [ 배우라 Learn ] [ 도구를 갖추라 Tool up ] [ 가지고 놀라 Play ] [ 참여하라 Participate ] [ 후원하라 Support ] [ 변화하라 Change ]
메이커 무브먼트(Maker Movement)가 전기·전자, 소프트웨어 등의 기술이 뛰어난 괴짜(Geek)들이 메이커 페어(Maker Faire)를 통해 신기한 것들을 내보였던 행사에서 전세계적으로 78만명 이상이 참여하는 문화로 자리 잡게 된 것은 3D 프린터와 오픈소스로 대변되는 획기적 기술의 진보에 놀이가 일이 되는 창조 사회의 문화적 코드가 부합된 결과라 볼 수 있을 것이다.
*메이커 운동(Maker Movement) ▶메이커들이 일상에서 창의적 만들기를 실천하고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나누고 공유하려는 경향을 말한다. 최근 시제품 제작과 창업이 용이해지면서 소규모 개인 제조 창업이 확산되는 추세 역시 메이커 운동의 일부이다.
▲미래를 향한 움직임, 메이커 운동
오늘 날 메이커는 ‘차고(garage)’의 땜장이(tinkerer)부터 발명가, 공예가, 창작자, 혁신가 그 모두를 포괄한다. 메이커는 관심과 주의를 기울이는 호기심에 그치지 않는다. 메이커는 끊임없이 만들고, 공유하며 혁신한다.
창의성의 산실로 유명한 MIT 미디어랩은 ‘시연하느냐 죽느냐(demo or die)’라는 철학으로 유명하다. 생각이 현실이 되기 위해서는 생각에 형체를 입혀야(make) 하고, 초기 볼품없었던 형체는 아이디어를 공유(share)하고 시연(demo)하며 발전한다. 이 메이커의 산물은 피드백과 피봇팅(고객의 입장에 맞춰, 생각을 전환하고 혁신하는 것)의 과정 속에서 삶을 바꾸고 나아가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는 유익한 발명품이 된다.
*메이커(Maker) ▶디지털 기기와 다양한 도구를 사용한 창의적인 만들기 활동을 통해 자신의 아이디어를 실현하는 사람으로서 함께 만드는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만든 결과물과 지식, 경험을 공유하는 사람들
만드는 활동은 인간의 본성이라는 관점에서, 제작방식에 관계없이 ‘우리는 모두 만드는 사람’
- Dale Dougherty(데일도허티, 메이크미디어 설립자) -
▲메이커 홍보대사 DJ KOO 구준엽 씨와 각계각층의 메이커들
메이커는 융합적 창조인이자 문제해결자다. 메이커는 인간의 욕구를 디자인하고, 필요를 창출한다. 이를 위해서는 욕구를 상상하는 힘과 필요를 해결하는 과학기술의 지식, 내가 가지지 못한 노하우와 전문성을 보완하는 협력의 공동체 활동이 중요하다.
미국 오바마 정부는 150여개의 학교와 각 주 공립 도서관 등에 3D프린터와 레이저커터 같은 디지털 제작도구를 갖춘 ‘메이커 스페이스’를 만들고, 기업가들과 과학기술자들의 협력을 얻어 스템(STEM; 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Mathematics) 교육을 강화, 지원하는 정책을 통해 과학기술 친화적이고 혁신 능력이 뛰어난 메이커를 육성하고 있다.
중국의 선전시(深圳市)는 창업의 메카로 중국형 실리콘밸리로 주목받고 있다. 메이커 스페이스가 하드웨어 제조업의 인프라와 네트워크의 허브로 기능하며 세계의 제조 스타트업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짝퉁’으로 상징되던 중국의 메이커 문화는 어느 새 ‘대륙의 실수’라 불릴 만큼 값싸고 질 좋은 제품을 내놓는 혁신적 창업문화로 도약했다. 자고로 혁신적 메이커가 기반을 이루는 글로벌 창조경제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다가올 새로운 산업혁명을 주도하며, ‘제품 제작 및 판매의 디지털화를 이끄는 사람, 기업’
- Chris Anderson(크리스 엔더슨, Makers저자) -
▲‘2015 창조경제박람회’에서 메이커들이 함께 구현한 ‘로봇태권V’ 퍼포먼스
차고(garage)도 없고, 괴짜나 오타쿠들이 존중받는 개방적 문화도 아직은 미흡한 한국은 메이커 무브먼트가 꽃피기 어려운 환경인 것인가?
결론적으로 그렇지 않다. 기능올림픽 통산 19승의 최다 우승 기록에 빛나는 한국은 손재주가 좋고, 교육열과 목표의식이 높아 새로운 것에 대한 적응도 빠르다. IT강국의 명성은 새로움을 추구하고 학습이 빠른 얼리어댑터(early adaptor) 소비문화와도 무관치 않다. 더구나 한국인의 기질에는 풍류와 끼가 많다. 한류열풍은 이러한 문화적 DNA가 발현된 것이라 해도 억지는 아니다.
한국형 메이커 무브먼트는 이러한 강점들을 살려 기술과 문화가 창조적으로 융합할 때, 글로벌 창조경제의 새로운 주축이 될 것이다.
▲‘메이커 페스티벌’에서 관람객이 아이들과 함께 체험을 하고 있다.
지난 11월 26일부터 나흘간 열렸던 ‘2015 창조경제박람회’에서는 기술과 문화가 융합해 내일을 창조하는 여러 혁신사례들이 집대성되어 보여졌다.
한·중·일 청년들이 공동의 관심사를 바탕으로 신제품 아이디어를 도출해 수개월 간의 협업을 통해 웨어러블 소품에 녹이는 한중일 웨어러블 제품 패션쇼, 3D 프린터를 활용해 저렴한 비용으로 전자의수를 제작해 불편함을 겪는 사회적 약자와 나누는 메이커 동호회 사례, 공연이나 스포츠를 3차원의 홀로그램으로 실감나게 감상할 수 있는 핫(hot)한 원천기술들을 보았다.
또한, 창조경제의 허브 창조경제혁신센터를 통해 개방된 특허와 크라우드 펀딩으로 제품을 발전시킨 기업의 사례, 자동차 제조 기술을 발전적으로 적용해 장애인이나 노약자의 이동을 돕는 따뜻한 로봇 기술 사례 등 1600여개의 창조와 혁신 사례가 풍성한 ‘2015 창조경제박람회’를 통해 우리 메이커들의 새로운 도전과 열정이 뜨겁게 펼쳐졌고, 메이커 운동에 대한 모두의 공감과 열정, 참여 확산의 기회를 엿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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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윤정 단장 / 한국과학창의재단 창조경제인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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