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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세 경영…'공격'보다 '방어'가 우선

성공을 도와주기 2017. 6. 24. 08:39
2세 경영…'공격'보다 '방어'가 우선
예종석의 'CEO에게 보내는 편지' <13>

2세경영자 L회장님께!

안녕하십니까? 잘 지내시죠? 그동안 너무 적조했습니다. 2세경영자 이야기를 써나가다 보니 문득 회장님 생각이 나더군요. 벌써 2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습니다.

회장님께서 처음 경영자의 위치에 올랐을 때 "전문직의 길을 포기하고 힘든 경영을 맡았는데 왜 2세경영자라고 색안경을 끼고 보는지 모르겠다"며 항변하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내 자식에게는 이 힘든 사업 안 시키겠다"는 말씀도 그때 제게 하신 적이 있죠. 회장님이야 젊은 시절 전문가가 되려던 자신의 꿈을 포기하고 창업자인 아버지를 도와 함께 사업을 일으켰고 그 과정에 고생도 많이 하신 터라 그런 생각도 드셨겠지만 그동안 물려받은 가업을 크게 일으켰고 회장님 자신이 경영권 이양을 고려하게 된 이 시점에 와서는 2세 승계 문제를 어떻게 생각하고 계실지 궁금합니다.

2세 승계에 관한 이야기를 하다 보니 2세를 훈육할 선대 경영자에게 염두에 둬야 할 일들을 말씀드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은 경영을 맡게 될 2세 본인에게 직접 충고의 말씀을 드리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저의 지적 중에 혹시 회장님께서 직접 겪으신 2세 경영자로서의 경험과 현재 경영승계를 생각하는 입장에 비추어 보탤 것이 있으시면 회신 주시기 바랍니다.

최고경영자에 오르는 2세들이 제일 먼저 가슴에 새겨 두어야 할 것은 무엇보다도 방어경영의 자세입니다. 다시 말해서 선대에서 일으킨 기업을 지키고, 마무리 짓는다는 자세로 경영에 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특히 경영권을 승계한 초창기에는 기업 내부를 철저하게 점검하고 확인하면서 업무를 파악하고 기존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주력해야 할 것입니다. 그 시기는 2세경영자가 모든 사업장을 누비며 자신의 부족한 현장 경험을 보충해야 할 때입니다. 

그러나 많은 2세경영자들이 현재의 사업에 대한 이해와 장악이 부족한 상태에서 제2의 창업을 부르짖으며 무리한 사업 확장에 집착하다 사라지는 경우를 흔히 봐 왔습니다. 또 많은 2세들이 창업자를 뛰어넘는 큰 업적을 단기간에 이루려다 실패하는 사례도 적지 않았지요. 창업자는 극복의 대상이 아니라 계승의 대상입니다. 창업자를 뛰어넘는 큰 업적을 남겨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히지 말아야 합니다. 오히려 창업자가 남긴 사업을 완성하고 안정시키는 것이 2세경영자의 사명입니다.

방어경영의 첫 단계는 후계자가 해야 할 일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으로 시작되어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유의해야 할 일은 2세 경영자가 자신이 좋아하는 일과 꼭 해야 할 일을 확실하게 구분하는 것입니다. 경영자가 우선적으로 처리해야 할 일을 미루고 자신이 좋아하는 사업과 업무에 몰두할 때 그 기업의 비극은 시작됩니다. 기업이 경영자의 놀이터가 되어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두 번째로 2세 경영자가 갖춰야 할 것은 겸손한 자세입니다. 제가 이 칼럼을 통해서 누누이 강조해 온 것이 경영자의 겸손한 자세입니다만 겸손은 2세 경영자에게는 더욱 필요하고 갖춰야 할 덕목입니다. 통상 연령에 비해 일찍 최고경영자의 직위에 오르는 2세들이 흔히 오만한 태도와 예의에 어긋나는 행동으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곤 합니다. 그러한 매너는 사내외의 사람들로부터 비판을 받게 되는 계기가 될 뿐 아니라 능력을 실제보다 평가절하 당하게 하고 괜한 적을 만들게 하며 나아가서 기업의 위기를 초래하는 단초가 되기도 합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겸손만큼 훌륭한 처세는 없습니다. 

세 번째, 2세 경영자는 취임 초기부터 인화 단결에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특히 창업자의 사람과 내 사람을 구분하는 식의 협량한 조직관리를 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경영권 승계 초창기에는 창업공신들을 끌어안고 그들의 지혜를 빌려야 합니다. 노련한 전문경영인들과 역할 분담을 하는 것도 한 방안이 될 수 있습니다. 

네 번째, 공사를 철저히 구분하여 투명경영의 기반을 마련해야 합니다. 2세 경영자는 회사의 규정을 엄격하게 지키고 사적인 일에 회사의 자금을 활용하는 일은 스스로 금해야 할 것이며, 자신에 관련되는 것은 사소한 비용의 집행도 엄정하게 해야 할 것입니다. 과거 2세 경영자들이 사적인 재테크에 회사자금을 활용하기도 하고 과실은 개인적으로 취하면서 손실은 기업이 부담하게 하는 폐단도 흔히 있었으며 그로 인해 불행을 자초한 사례도 상당수 있었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한때 세계 최고의 부호로 손꼽혔던 일본 세이부 그룹의 2세 총수 쓰쓰미 요시아키(堤義明)가 부정한 회계 처리로 최근 몰락한 것은 참으로 교훈이 되는 사례입니다. 2세 경영자의 리더십은 도덕성으로부터 나온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합니다.

다섯 번째 공사 구분을 철저하게 하기 위해서는 검소해야 합니다. 창업 세대에 비해 경제적으로 풍족한 환경에서 성장한 2세들에게 검소할 것을 강요하는 것은 무리한 요구라고 할지 모르겠습니다만 여기서 말하는 검소함이란 청교도적인 근검, 절약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세인의 눈에 거슬릴 정도의 화려한 생활은 삼가하라는 것이죠. 특히 경계해야 할 것은 자신에게는 후하면서 남에게, 특히 종업원들에게는 박한 생활태도입니다. 설사 종업원들을 자신보다 더 후하게 대우하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경영자 자신과의 형평과 격에 맞게 예우하는 자세를 견지해야 할 것입니다. 

끝으로, 자금의 관리는 철저하게 보수적으로 해야 함을 강조해서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잭 웰치를 비롯한 많은 경영자와 학자들이 기업 경영실패의 첫 번째 원인으로 꼽는 것이 경영자의 위기관리능력 부족입니다. 특히 2세 경영자들에게 결여되어 있는 것이 위기관리 능력이라는 지적이 많지요. 2세들의 위기관리능력이 부족한 근본적인 이유는 과거에 위기를 경험해 본 적이 없다는 것입니다. 아시다시피 기업의 위기는 대부분 자금의 부족에서 옵니다. 그것이 일시적인 것이든 구조적인 것이든 자금이 모자랄 때 기업은 부도의 위기를 맞이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위기를 피하는 방법은 항상 자금이 부족하지 않도록 재정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되겠지요. 

그렇게 기본적인 것도 모르는 경영자가 어디 있느냐고 반문하실지 모르겠습니다만 예상 외로 자금문제를 가볍게 여기다 실패하는 경영자는 많습니다. 특히 2세들은 돈 문제에 관해서는 낙관적이거나 둔감한 편입니다. 창업 초창기의 자금 부족으로 인한 어려움을 겪어보지 않았기 때문이죠. 사업 아이디어만 좋으면 자금 문제는 저절로 풀리거나 어떻게든 해결될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치밀한 자금조달계획 없이 즉흥적으로 사업을 벌여나가는 경우도 허다하지요. 

실제로 많은 2세 경영자들이 엄청난 시설투자를 어렵게 끝내놓고도 그 몇 십분의 일에 해당하는 운전자금을 확보하지 못해 끝내 도태되고 마는 안타까운 경우를 수 차례 목격한 일이 있습니다. 그때마다 한탄하게 되는 것이 그들의 자금에 대한 의식부족이었습니다. 자금문제는 항상 무겁게 생각하고 경계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합니다. 2세경영자들은 평상시에도 수금 가능성은 2분의 일로 낮추어 비관적으로 계산하고, 지불해야 할 돈은 항시 필요예상액의 두 배 이상으로 여유 있게 확보해두는 습관을 길러야 할 것입니다. 자금의 수요는 항상 생각지도 않던 용처에서 불거지게 마련이죠. 자금의 운용을 보수적으로 하면 성장은 더딜지 모르나 실수할 가능성은 대폭 줄어들게 됩니다. 2세들은 성장보다는 수성을 우선으로 생각해야 합니다. 

창업자들에 비해 훨씬 나은 여건에서 기업경영에 임하는 2세들의 실패율이 1세들보다 높은 것은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최고경영자에 오르는 2세들은 이런 충고에 유념해서 준비된 자세로 창업자의 유업을 계승, 발전시켜 나가야 할 것입니다. 탁월한 경영업적을 남기는 2세경영자들이 더 많이 나왔으면 하는 것은 저뿐만 아니라 모든 국민들의 바람입니다.

L회장님의 가정과 기업에도 좋은 일만 가득하시고 경영권 승계 작업도 순조롭게 마무리 지으시기를 기원하면서 오늘은 이만 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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