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개업체 연간 배 수주 전무..中조선에 무슨 일이 있는걸까
이상훈 기자 입력 2019.02.04. 08:17
하지만 조선 업계는 이미 중국의 추락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최근 영국계 조선·해운 분석업체 클락슨리서치는 중국에 있는 조선소의 약 75%(190개사)가 지난해 한 척의 선박도 수주하지 못했다는 충격적 조사를 발표하기도 했다. 국내 조선사를 집어삼키는 듯했던 중국 조선에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①품질 문제 빈발···선주 신뢰 잃은 中 조선=사실 중국 조선의 승승장구는 두 가지 요인이 컸다. 정부 지원과 저임금. 그 결과 중국은 덤핑으로 수주를 따냈다. 그런데 문제는 그 다음부터다. 일감을 맡겨봤더니 문제가 많았다는 것. 이게 배를 맡기는 선주들의 실망으로 이어졌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조선업계의 한 고위 임원은 “용접이 허술하거나 배의 품질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선주들이 외면하는 경향이 뚜렷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납기일을 못 미치고도 오히려 큰 소리치는 곳도 나오면서 신뢰를 잃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의 관 주도형 조선산업이 기술과 품질에 한계를 드러내면서 해외 선주들이 ‘믿을 수 있는’ 한국으로 다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②환경 문제 중요해지는데 中 기술 불안=요즘 글로벌 화두는 환경이다. 한국만 해도 최근 미세먼지가 심각해지면서 환경을 바라보는 관점이 많이 바뀌고 있다. 조선업종도 마찬가지다. 전 세계적으로 환경 규제가 점점 강화되고 있다. 환경 규제가 심해진다는 것은 달리 보면 배가 고부가가치 선종으로 바뀐다는 뜻이다. 실제 부가가치가 높다는 LNG선의 경우 지난해 70척 중 66척(94%)을 국내 조선사가 가져 갔다. 사실상 싹쓸이한 셈이다.
주목해야 할 점은 상대적으로 기술 수준이 높지 않다는 VLCC(초대형 원유운반선) 부분에서도 한국의 독주가 이어졌다는 점이다. 지난해 39척 중 34석(87%)을 한국 조선이 따냈다. 이건 어떻게 봐야 할까. 업계의 한 사장은 이를 선주들의 불안감으로 해석했다. 한 최고경영자(CEO)는 “VLCC에서 사고가 한번 나면 뭍에서 사고가 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며 “바다가 오염되기 때문에 파장이 클 수밖에 없어 선주 입장에서는 꼼꼼하게 따져보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VLCC 시장에서 마저 중국의 기술력에 대한 회의가 적지 않다는 뜻이다.
③저임금 경쟁력도 저물고 있다=중국은 지난 2000년대 중반부터 저렴한 인건비와 자재를 무기로 전 세계 시장 점유율을 늘려나갔다. 하지만 이것도 이제는 한계에 봉착했다는 게 지배적 평가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선박 발주가 줄면서 선박 가격은 내려가는데 중국의 인건비는 경제성장에 맞춰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당연히 중국 조선소의 재무구조는 악화될 수밖에 없다. 업계의 한 고위 임원은 “결국 축적된 기술과 시장 신뢰도가 제조업 경쟁력을 결정짓는다”며 “자금난에 허덕이는 중국 조선소가 많아지면서 난무하던 조선소의 도산 및 통폐합 과정이 본격적으로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상훈·박한신기자 sh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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