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가정신

직원들이 일을 즐기고 있습니까? (CEO에게 보내는 편지)

성공을 도와주기 2019. 3. 24. 11:54
직원들이 일을 즐기고 있습니까?  http://www.pressian.com/news/article.html?no=33072
예종석의 'CEO에게 보내는 편지'<50> 최고의 직장 만들기


K 사장님!
  
  안녕하십니까? 장마가 끝나고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려나 봅니다. 그러고 보니 이 편지를 쓰기 시작한 지도 벌써 1년이 가까워옵니다. 신통치 않은 글이지만, 부족한 능력으로 써오다 보니 심신이 조금은 지친 듯합니다. 50번째인 오늘 편지를 끝으로 연재를 일단 중단하고 추후에 새로운 모습으로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그동안의 성원에 감사드립니다.
   
  오늘은 편지를 마무리 짓는 의미에서 즐거운 직장 만들기와 그것을 위한 최고경영자의 역할에 대해서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그동안 제가 이 칼럼을 통해 사장님께 말씀드리고자 한 내용을 한마디로 축약하면 결국 '경영의 효율성'이 될 것입니다. 어떻게 하면 기업의 생산성을 높이느냐 하는 것, 즉 투입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산출을 얻는 방법이 주요 관심사였습니다. 
  
  최고경영자들의 관심사도 대부분 이와 같은 이슈에 집중돼 있지요. 그러나 따지고 보면 경영자가 관심을 갖는 효율성은 다분히 일방적인 측면이 있습니다. 말하자면 경영자 입장에서의 효율성이지 종업원 입장에서의 효율성은 아니라는 뜻입니다. 그러한 효율성은 경영자의 희망이자 요구일 뿐 종업원 입장에서는 공감이 가지 않는 목표인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영자들 중에는 자신이 종업원들을 먹여 살린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이런 분들은 종업원들이 열심히 일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요. 종업원들의 상당수도 직장을 호구지책을 위해 마지못해 다니는 곳 정도로 생각합니다. 이런 사람들에게 직장은 힘들고 고생스러운 곳이며, 동료는 경쟁자이고 상사는 자신을 괴롭히는 사람일 뿐입니다. 경영자와 종업원의 생각이 이렇게 다른 직장에서는 결코 좋은 업무성과를 기대할 수 없습니다. 
  
  우리 기업에서 경영자와 종업원의 입장과 기대치의 차이는 이렇듯 큽니다. 요즈음 극심한 노사분규로 국가경제에 주름이 가는 우리 기업경영의 이면에는 이러한 구조적인 문제가 상당부분 자리 잡고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기업들이 어려운 상황이 되면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는 '경영혁신'이나 '구조조정'도 따지고 보면 종업원의 입장은 고려하지 않은 경영자의 일방적 요구인 경우가 많지요. 
  
  우리 직장인들은 지난 외환위기의 와중에서 이러한 경험을 너무나도 많이 했습니다. '인재 제일'을 부르짖던 기업일수록 더 많은 인재를 거리로 내몰았지요. 그러는 동안 우리 기업에서 '평생직장'의 개념은 어느새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경영자와 종업원 사이의 신뢰도 많이 무너졌습니다. 
  
  저는 우리 기업들의 경영이 외환위기를 기점으로 해서 그 전과 후로 나눠진다고 생각합니다. 외환위기 이전의 경영이 외형성장을 중시하고 밀실경영, 황제경영을 했다면, 그 후의 경영은 수익과 내실을 중시하는 투명경영, 주주중심 경영으로 변해 왔습니다. 양에서 질로 경영의 패러다임이 바뀐 것이지요.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내실경영의 핵심은 결국 효율성 추구이고, 그것은 회사가 즐거운 곳일 때 가능해집니다. 직장이 즐거운 곳이고 일이 재미있게 여겨질 때 종업원들이 열심히 일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 아니겠습니까. 직장이 신나는 곳이면 좋은 인재들이 몰려들고 이직률도 낮아집니다. 즐거운 회사에서는 종업원들이 힘든 일도 기쁘게 하며, 수익률도 경쟁사에 비해 높습니다. 
  
  실제로 <포천>이 매년 선정하는 '미국에서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들은 투자수익률이 다른 기업들보다 평균 50% 이상 높고, 이직률은 절반 수준에 지나지 않습니다. 100대 기업 중에서도 신바람 나게 일하는 직장으로 유명한 사우스웨스트 항공은 일류 항공사들이 줄줄이 도산하는 가운데 25년 연속 흑자경영의 대기록을 세웠으며, 최근 20년 동안 주가수익률 1위를 기록했습니다. 
  
  사우스웨스트 항공의 성공 뒤에는 직장은 최소한 보람을 느낄 수 있는 곳이어야 하고 나아가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는 그들 고유의 기업문화가 있습니다. 사우스웨스트의 직원들은 "회사에서 일을 하면 저절로 웃음과 유머가 나온다. 그래서 아무리 어렵고 힘든 일도 재미있게 한다. 우리가 처리하는 업무량은 다른 항공사보다 훨씬 많지만 함께 일하는 것이 즐겁다"라고 말합니다. 이런 회사 분위기 때문에 국내선만 운항하는 중소 항공사이고 급여가 특별히 많지도 않은 사우스웨스트의 채용에 무려 15만 명의 인파가 몰려들게 하는 것입니다. 
  
  또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 중에서도 수 차례 1위에 선정된 바 있는 컨테이너 스토어의 종업원들은 가족과 함께 휴가를 갔다가도 동료들이 그리워 빨리 회사로 돌아올 정도라고 합니다. 컨테이너 스토어는 가족의 가치를 강조하며 '가정 같은 회사'를 모토로 하여 성장해 왔습니다. 이 회사 직원들은 "인간답게 인정받고 일할 수 있는 곳이 여기"라고 말하며 "나는 여기서 더 나은 사람이 되었다"고 말할 정도입니다. 이런 정도의 회사라면 종업원들이 얼마나 일을 열심히 할지 짐작이 가고도 남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즐거운 직장은 어떤 조건을 갖추어야 할까요?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의 선정기준을 만든 로버트 레버링은 최고의 일터를 (1) 종업원과 경영진이 서로 신뢰하고, (2) 종업원들이 자신이 하는 일에 긍지를 느끼며, (3) 직장 동료들과 함께 일하는 것이 즐거운 곳으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결국 종업원과 경영진, 종업원과 업무, 그리고 종업원 상호간에 신뢰관계가 형성될 때 그 직장은 최고의 일터가 되는 것이라 하겠습니다.
   
  종업원이 경영진을 신뢰하려면 존경심이 전제돼야 합니다. 존경받는 경영자는 직원들에게 끊임없이 관심을 가지며 그들에게 귀를 기울이고 적절한 배려와 보상을 아끼지 않는 법이지요. 경영진은 종업원들과의 잦은 대화를 통해 회사 경영의 방침과 비전을 이해시킴으로써 개개인의 업무와 회사의 목표가 별개의 것이 아님을 설득해야 합니다. 그렇게 할 때 종업원들은 경영자를 신뢰하게 되고 일하는 즐거움을 느끼게 될 것이며 직장에 대한 자부심도 갖게 될 것입니다. 
  
  배려란 종업원들이 업무효율을 올릴 수 있도록 장비, 교육 등 업무여건을 끊임없이 개선해주고 종업원들의 자기계발을 위한 투자를 지원하며 복지혜택을 제공하고 그들의 성과와 노력에 진심으로 감사를 표시하는 것입니다. 
  
  종업원들에 대한 보상은 철저하게 공정한 절차를 거쳐 이루어져야 합니다. 보상은 금전적 보상도 중요하지만 비금전적 보상도 중요합니다. 올해 미국 최고의 직장으로 선정된 바 있는 지넨테크는 여러 가지 금전적 보상 외에도 종업원을 위한 안식 프로그램, 헬스클럽 운영, 탁아소 및 온라인 점포 운영 등 다양한 복지제도로 동기부여를 하고 있습니다. 회사가 종업원들을 이렇게 성심껏 대할 때 그들은 최고의 생산성으로 보답할 것입니다.
   
  즐거운 일터를 만드는 데 있어 결정적으로 중요한 것은 최고경영자의 역할입니다. 경영자가 즐거운 직장의 중요성을 깨우치고 분위기 조성에 앞장서면 그 회사는 쉽게 즐거운 일터로 변할 것입니다. 사우스웨스트 항공의 창업자인 허브 켈러는 그러한 경영자의 전범이라 할 수 있는 인물입니다. 그는 회사 내에서 근엄한 경영자가 아니라 친근감 있는 '엉클 허브'이며, 파격적인 유머를 즐기고 직원들과 스스럼없는 대화를 나눕니다. 그는 가끔 회사의 공식행사에 엘비스 프레슬리의 옷차림으로 오토바이를 타고 나타나서 직원들을 즐겁게 해주는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거기에 비하면 우리 경영자들은 아직도 엄숙하며 권위적입니다. 경영자가 그런 모습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그 직장은 결코 즐거운 일터가 될 수 없습니다. 자신의 기업을 최고의 일터로 만들기 위해서 경영자들은 웃는 얼굴로 대화와 배려, 그리고 보상에 앞장서야 할 것입니다. 공자의 말씀이지만, 아는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만 못하고 좋아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만 못하다고 하지 않습니까. 사장님께서도 이제 직원들이 일을 즐길 수 있는 직장을 만드는 데 관심을 가져보시기 바랍니다. 
  
  앞으로도 사업이 번성하기를 기원하면서 이만 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