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읽기가 만만찮은 책이었다. 서점에서 간단하게 읽을 때 내용이 좋아서 구입해서 읽게 되었는데, 내용 하나 하나가 금과옥조(金科玉條)같아서 쉽게 넘어 갈수가 없었다. 한문장 한문장이 내 직장 생활 경험과 비추어 보니, 깨달음을 주는 순간이었고 그래서 음미하다 보니 구입한지 한참 지나서야 완독하게 되었다.
직장내에서 존경할만한 멘토를 만나기는 쉽지 않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여태까지 가깝게 접했던 분들은 실무 위주의 업무를 하는 낮은 단계였고, 중역분들은 실무를 강점을 가지신 분들이 올라가서 매니지먼트나 사업적인 영역에 대한 시각 자신만의 가치관으로 정리가 아직 안된 것 같았다.
그래서 내가 주로 직장 생활의 영감을 주는 자극은 책을 통해서 얻었다. 일본의 3대 경영자라고 하는 교세라의 '이나모리 가즈오' 회장, 파나소닉의 '마쓰시타 고노스케' 회장, 혼다의 '혼다 소이치로' 회장의 책을 주로 많이 보게 되었다. 책에서 말한 것들이 그분들이 실제로 그렇게 100% 경영에 적용한 것인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책으로 자신들의 이름을 걸고 세상에 발표할 때는 '이런 내용으로 경영했으면 좋을 것으로 생각한다'는 아이디얼한 생각을 얻을수 있다는 생각으로 탐독했다.
상대적으로 우리나라 경영자들의 가치관을 보여주는 책은 별로 없었다. 매번 정주영 회장, 이병철 회장, 이건희 회장, 정몽구 회장에 대한 거의 용비어천가 식의 책만 너무 많았다. 과거 한국을 발전시켰던 추진력과 기업가 정신을 칭송하는 내용으로 읽으면 저절로 존경심이 우러나지만 현재 시대를 사신 오너가 아닌 중간 관리자가 적용하기엔 너무나 거리가 있는 내용이었다.
물론 이번 '초격차' 책을 낸 권오현 삼성전자 회장님도 최고위 경영자로서 중간 관리자와는 직위 차이가 많이 나지만, 오너가 아닌 직원으로서 직원, 중간 관리자, 임원, 최고위 임원일때 고민했던 경험과 철학을 보여주니 현재 중간 관리자인 내가 보더라도 도움이 되는 내용이 많았다.
앞으로도 한국의 전문 경영인이 자신의 가치관을 보여주는 책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그렇다면 그만큼 한국 경제가 좋은 경영자가 많다는 이야기고 한국 경제가 발전했고 앞으로 더욱 발전할 거라는 의미일테니까 말이다.
■ 저자 : 권오현( 權五鉉)
1952년 10월 15일 출생(2019년 12월 기준, 만 67세)
대광고등학교 졸업(1971)
서울대학교 전기공학 학사(1975)
한국과학기술원 대학원 전기공학 석사(1977)
한국전자통신연구소 연구원(1977~1980)
스탠퍼드 대학교 대학원 전기공학 박사(1985)
미국 삼성반도체연구소 연구원(1985~1988)
삼성전자 메모리본부 제품기술담당 공정개발팀장(1988.08 ~ 1995.12)
삼성전자 메모리본부 제품기술센터장, 상무(1996.01 ~ 1997.01)
삼성전자 System LSI사업부장, 사장(2004)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장, 사장(2008)
삼성전자 대표이사 겸 DS부문장 겸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 부회장(2012)
삼성전자 대표이사 겸 DS부문장 겸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 부회장(2012)
삼성전자 대표이사 회장 겸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회장(2017)
삼성전자 회장 겸 종합기술원 회장(2018~2019년 현재)
삼성전자 ‘반도체 신화’를 만들어낸 일등공신이자 삼성전자 회장 자리까지 오른 신화적 인물이다. 변화와 혁신의 물결 속에서 전 세계가 극심한 초경쟁 사회로 진입한 최근 10여 년간 삼성전자를 초일류 기업으로 도약시킨 탁월한 리더십의 소유자로 높이 평가받는다. 1985년 스탠퍼드 대학교에서 전기공학 박사학위 취득 후 미국 삼성반도체연구소 연구원으로 삼성에 입사, 1992년 ‘세계 최초’로 64Mb DRAM 개발에 성공함으로써 이후 삼성전자가 걷게 되는 ‘초격차 전략’의 실질적 토대를 닦았다. 2008년 삼성전자 디바이스 솔루션 (DS) 사업총괄 사장을 거쳐 2012년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 겸 DS사업부문장에 올랐다. 그의 진두지휘하에 삼성전자는 2017년 인텔을 제치고 세계 반도체 1위 기업에 오르는 등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지적이면서도 끈기와 집념이 강한 완벽주의자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의전이나 불필요한 회의를 싫어하고 열린 마음으로 임직원과 대화하는 것을 선호한다. 2015년부터 3년 연속 국내 전문 경영인 최고 연봉을 기록하여 ‘연봉킹’이라는 수식어가 붙기도 했다. 2017년 10월 경영진의 세대교체와 경영 쇄신을 강조하며 일선에서 물러난 뒤 삼성전자의 차세대 기술을 연구하는 종합기술원 회장으로서 경영 자문과 인재 육성에 열정을 쏟고 있다.
■ 목차
프롤로그 | 변신
1장 리더 _탄생과 진화
본성 vs 훈련 : 리더는 타고나는 것인가, 길러지는 것인가
리더의 일 : 리더는 뇌처럼 일해야 한다
리더의 가치 : 최상의 리더, 최악의 리더
변화와 변신 : 미래를 대비하는 선제적 준비
리더의 시간 : 일하는 시간 vs 생각하는 시간
의사 결정 : 무엇을, 왜, 어떻게 결정할 것인가?
[格의 발견] 리더가 독서광이 되어야 하는 이유
2장 조직 _원칙과 시스템
조직도 : 사람을 채우기 전에 조직도부터 그려라
적임자 : 누구를, 어디에, 언제, 어떻게 채울 것인가?
사일로 파괴 : 그들만의 왕국을 파괴하라
운영 원칙 : 최종 판단의 구심점이 되는 의사 결정 원칙
평가와 보상 : 평가와 보상의 4P 시스템
회의 문화 : 무엇을, 누구를 위한 회의인가?
[格의 발견] 문제 해결의 정석, ‘시프트 프론트’
3장 전략 _생존과 성장
너 자신을 알라 : 업의 본질, 현재와 미래를 직시하라
초격차 전략 : 넘볼 수 없는 차이를 만드는 격
혁신 전략 : 개선이 아니라 혁신이다
선택 전략 : 못해서가 아니라 일이 많아서 망한다
적자 사업 전략 : 끝없는 수렁인가, 미래의 황금밭인가
신규 사업 전략 : 능력보다 열정 있는 사람을 투입하라
협상 전략 : 협상은 이성과 감성의 변주곡이다
[格의 발견] 아이폰의 탄생이 가져다준 생각
4장 인재 _원석과 보석
발굴과 양성 : 반드시 피해야 할 사람부터 제거하라
인재 배치 : 인사는 손익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다
신입사원과 CEO : 차남을 장남보다 먼저 낳을 수는 없다
지시와 위임 : 직원에게 자기 자식을 낳아 기르게 하라
대화와 자각 : 소크라테스의 대화법이 필요한 순간
돌파력 : 모든 실패가 성공의 어머니는 아니다
극복과 성장 : 실패 경험이 있는 사람을 채용하라
[格의 발견] 실패와 극복에 관한 나 자신의 이야기
에필로그 | 새 시대의 새 선수들을 기다리며
감사의 글
■ 본문 중에서
* 본래 ‘초격차’란 단어에서 ‘격隔’은 ‘사이가 떨어지다’, ‘멀어지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책에서 저는 ‘자격이나 지위 등이 서로 다른 정도’의 의미로 쓰이는 ‘격차格差’란 단어의 ‘격格’에 좀 더 집중하여 설명하고자 했습니다.
* ‘좋은 조직’이란 다음과 같은 근본적인 세 가지 특성을 가지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1) 구성원이 스스로 알아서 일을 한다.
2) 구성원이 서로서로 협력한다.
3) 조직에 문제가 발생하면 빨리 그것을 드러내놓고 해결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 조직 변화를 위한 준비 단계 과정을 살펴보겠습니다.
1) 간단명료한 공유
첫째, 변화의 목표를 설정하고 그것을 구성원들과 공유하는 것이 가장 먼저 이루어져야 합니다. 리더로서 내가 바라고 있는 변화의 목표가 무엇인지 분명히 밝히고 구성원들의 합의를 이끌어내는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이때 유의할 점은 절대로 복잡하거나 이해하기 힘든 목표를 잡지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실현 불가능한 목표를 제시해서도 안 됩니다. 최대한 이해하기 쉽고 간단하게 목표를 설명하고 그것을 구성원들과 공유해야 합니다. 목표가 복잡하면 사람들마다 해석이 달라집니다.
2) 하지 않아도 될 일 목록 작성
둘째, 변화를 방해하는 불필요한 요소들을 제거하는 작업을 사전에 수행해야 합니다. 리더가 변화의 필요성을 느낀다면 그 조직은 이미 수많은 일을 하고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문제가 있기 때문에 대책을 마련하게 됩니다. 문제가 있는 조직일수록 수많은 대책이 이미 시도되었을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하지 않아도 될 일의 목록not-to-do list’을 만드는 것입니다. 진정으로 변화를 원한다면 먼저 불필요한 일을 해야 할 일의 목록에서 덜어내야 합니다. 그래야 변화를 위한 시간적인 여유를 확보하게 될 것입니다.
3) 변화를 위한 지원(물적, 인적)
변화를 위해 뛸 수 있는 물리적 공간room도 만들어줘야 합니다. 이미 엄청난 양의 업무가 구성원들에게 주어져 있다면, 아무리 좋은 변화의 목표를 제시해도 그 일에 선뜻 나서지 못합니다. 사람에게는 시간이라는 물리적 제한도 있고 개인적인 역량capability의 한계도 있는데, 변화를 원한답시고 그 제한과 한계를 무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4) 작은 성공 스토리 확산
작은 성공 스토리small success story를 많이 발굴해내고, 이를 구성원들 사이에서 계속 확산시켜나가는 것입니다. 모든 구성원들에게 ‘이렇게 하면 되겠구나’라는 긍정적인 생각을 심어주는 단계입니다
스탠퍼드 대학교수들의 교육 방법 또한 제게 큰 도전이었습니다. 그동안 어떻게(how) 문제를 풀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만 교육받아왔는데, 왜(why) 이 문제를 풀어야 하는지, 무엇을 위해서(for what) 이 문제를 풀어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하도록 깨우쳐주었기 때문입니다.
* 여러분이 경영을 하거나 또는 크고 작은 조직의 리더라면, 스스로 다음 세 가지 질문을 던져보시기 바랍니다.
Q. 나는 뇌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는가?
Q. 나는 구성원들이 일을 잘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는가?
Q. 나는 조직의 미래를 위해 무슨 준비를 하고 있는가?
* 누가 뭐래도 어떤 조직이나 회사를 이끌어가는 리더에게 맡겨진 사명은 ‘생존(survival)’과 ‘성장(sustainable growth)’일 것입니다.
* 많은 사람들이 지식이 많을수록 훌륭한 리더가 될 것이라고 착각하곤 합니다. 물론 조직을 잘 이끌기 위해 지식은 반드시 필요한 것이지만 직위가 높아질수록 더 중요해지는 것은 지혜입니다. 지식은 시대에 따라 변하지만 지혜는 시대를 관통하기 때문입니다.
* 제 생각에 가장 쉽고 효과적으로 실력을 키우는 방법은 바로 책을 읽는 것입니다. 끊임없는 독서야말로 실력을 키울 수 있는 최선의 방법입니다. 통찰력은 결국 독서를 통한 사고력에서 나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 다른 회사보다 조금 나은 정도가 아니라, 완전히 압도적으로 가져가기 위해서는 핵심 역량(core competence)을 최대치로 끌어올려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 나머지 모든 가치는 모두 과감하게 버려야 합니다. 그래야 ‘초격차 전략’으로 나갈 수 있습니다.
* 초격차란 단순히 기술의 격차만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초격차란 단어에는 연구개발 목표 설정 및 방식, 제조 라인의 운영과 시스템, 인프라, 일하는 방법, 문화 등 모든 것을 변화시켜야 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개선은 부서별로 순차적으로 혹은 부분적으로 진행할 수 있지만 혁신은 모든 부문이 동시에 진행해야만 성공할 수 있는 것입니다.
* 직원들은 기존 방법으로는 도저히 그 목표를 달성할 수 없게 되자 다른 방법을 생각해내기 시작했습니다. 완전히 다른 방법, 즉 혁신적 방법을 시도하게 된 것입니다. 이런 일이 반복되자 직원들은 ‘개선’이라는 보수적인 영역에서 서서히 벗어나기 시작했고, ‘혁신’의 영역으로 생각의 틀을 점차 바꾸어 나가게 되었습니다. 그 결과는 상상하지도 못했던 목표 도달로 이어졌습니다. 무엇보다 감동적인 것은 이런 혁신의 분위기가 반도체 제조 라인의 문화로 정착되었다는 점입니다.
* 다른 누군가와 비교 대상이 되기를 거부하고 기술은 물론 조직, 시스템, 공정, 인재 배치, 문화에 이르기까지 모든 부문에서 그 누구도 넘볼 수 없는 ‘격格, level’을 높이는 것이 초격차 전략의 진정한 의미인 셈입니다.
따라서 초격차란 규모나 자본에 의해 그 실현 가능성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과감한 혁신을 향한 리더의 의지, 구성원의 주도적 실천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 개선은 실무자가 하는 것이라면 혁신은 리더가 주도적으로 해야 하는 일입니다. 점진적인 개선은 실패할 경우가 거의 없지만, 파격적인 혁신은 실패할 확률이 높습니다. 따라서 리더의 적극적인 주도와 참여가 없다면 혁신은 좀처럼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 리더의 역할은 혁신적인 제품을 만들어야겠다는 판단과 의지를 가지는 것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처음부터 개선하는 것이 아니라 혁신하겠다는 의지를 가져야 합니다. 혁신적인 제품을 만드는 것 자체는 다른 사람에게 주어진 몫입니다. 엔지니어들이 그 목적을 위해 회사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그 엔지니어들이 그런 제품을 어떻게 만들 것인지 고민하는 것도 다른 사람의 몫입니다. 엔지니어들 중에는 수석 엔지니어나 엔지니어들을 관리하는 사람이 있기 마련입니다. 그런 사람들에게 그 일을 맡기면 됩니다. 리더에게는 다른 사명이 주어져 있습니다. 개선이 아니라 혁신을 이루고 말겠다는 의지입니다. 그 혁신의 의지는 오롯이 리더의 몫입니다.
* 적자 사업에서 벗어나려면 벌려놓은 여러 가지 일 중에서 한두 가지 중요한 일을 선택해서 그 일에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모든 것을 해서는 어느 것도 이룰 수 없습니다. 이것이 바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잘못 알고 있는 것이 있습니다. 대부분의 사업은 일을 못해서 망하는 것이 아니라, 일이 너무 많아서 망한다는 사실입니다.
적자 사업 부서에 임명되었을 때 제가 가장 먼저 한 일은 프로젝트(생산 제품과 개발 과제 수)를 줄이는 것이었습니다. 불필요한 부분을 과감하게 정리했습니다. 이것이 적자에서 벗어날 수 있는 첫 번째 단계입니다.
* 모든 조건을 완벽하게 갖춘 인재는 없습니다. 따라서 제일 먼저 고려해야 할 것은 반드시 피해야 할 인재상부터 규명하는 것입니다.
제일 먼저 제외시켜야 할 사람은 남의 말을 경청하지 않는 사람, 겸손하지 않고 무례한 사람입니다.
두 번째로 후보 리스트에서 제거해야 할 사람은 매사에 부정적이고 소극적인 사람입니다.
세 번째로 경계해야 할 사람은 뒤에서 딴소리하는 사람입니다.
* 해당 분야의 지식이라는 것이 너무 빨리 변하고 있기 때문에, 적재적소에 인재를 배치한다는 것에 늘 한계가 있다는 말입니다. 적절한 능력을 가진 사람을 애써 찾아내도, 이미 그 분야가 다음 단계로 넘어가버렸다면 그 사람의 능력은 쓸모없어지고 맙니다. 그래서 인력을 적재적소에 배치하겠다는 것은 요즘과 같은 급변하는 경영 환경에서는 적절한 인사 원칙이 아닌 것입니다. 오히려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업무에 대한 태도attitude라든가, 생각하는 방법이 더 중요합니다.
* 저는 회사 내에서 직급에 상관없이 자기가 하는 일에 자신의 아이(아이디어)를 포함시킬 수 있는 상태가 오너십의 출발이라고 봅니다.
* 권한 위임은 꼭 필요한 것이지만, 가끔씩 지시를 내려야만 할 때도 있습니다. 리더가 자신의 판단에 따라서 부득이 조치를 내릴 때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요? 그럴 때는 직접적 지시보다는 질문 방식으로 하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 직원들이 역경을 통해서 교훈을 얻고 새로운 저항력을 길러내기를 원한다면 리더들은 실행의 권한을 직원들에게 철저하게 위임할 각오를 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직원들이 역경을 통해서 값진 교훈을 배우게 될 것입니다.
남의 문장을 도용하는 사람은 실수하지 않습니다. 맞춤법도 맞고 말의 논리가 정연할 것입니다. 남이 쓴 글을 그대로 따라 적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것은 다른 사람의 문장일 뿐, 자기 글이 아닙니다.
* 당시 저를 포함한 모든 삼성 반도체의 임직원들은 아침마다 반도체인의 신조 10개 항목을 외치고 일을 시작했습니다. 세계 반도체 시장의 일원으로 살아남겠다는 저희의 간절한 바람이자 다짐이 아침마다 사무실에서, 공장에서 울려 퍼졌습니다. 그중 두 가지 구호는 지금도 제 삶의 신조로 굳건히 자리 잡고 있습니다.
• 안 된다는 생각을 버려라(Never give up)!
• 큰 목표를 가져라(Aim high)!
이런 단순한 것에 힘이 있습니다.
* 적자의 원인도 사업부마다 제각각이었습니다. 인재 및 기술력 부족, 투자 미흡, 품질 불량, 제조 경쟁력 취약, 영업력 부재, 경쟁 회사의 전략 등 여러 문제점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어서 그 난관의 해결책도 간단하지 않았습니다. 조언을 해주는 사람도 없이 스스로 해결 방법을 찾아야 했으니 고생과 고민의 연속이었습니다.
* 저는 경험을 통해서 한 가지 결론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나 자신이 상황에 맞게 변신하지 않으면 성장은커녕 생존할 수도 없다”는 사실입니다.
* 자신의 꿈을 실현하고 조직의 존재 이유를 달성하려면 끊임없이 자신과 조직을 변신시켜야 합니다. 변신을 두려워하고, 거대한 애벌레로 남아 있으려 하는 사람들이 우리 주변에 너무나 많습니다.
* 지금까지의 경험과 교훈을 통해서 저는 리더의 삶이란 규정할 수 있는 어떤 ‘지위’나 ‘권위’ 같은 것이 아니라, ‘삶의 방식’ 그 자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 연구개발이 무생물의 결과물을 탄생시키는 이성의 영역이라면, 경영은 고객과 직원이라는 ‘인간’ 자체를 이해해야 하는 감성의 영역에 속합니다. 이성의 영역은 어느 정도 이해하고 관리할 수 있지만, 감성의 영역은 시대나 환경에 따라 다르게 나타납니다.
* 개인적으로는 생물학적 DNA에 의한 본성이 리더의 자질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세 살 버릇 여든 간다’는 속담이 있듯이 청소년기에 형성된 성격이 본성에 가깝다고 해석하고 싶습니다. 저는 리더의 자질은 본성에 의한 영향이 3분의 1, 훈련으로 얻을 수 있는 부분이 3분의 2쯤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저는 리더의 자질을 검증할 때 성장 과정에서 집안이 화목했는가, 어떠한 환경에서 교육받았는가, 어떤 종류의 필요한 교육을 받았는가, 그리고 인생에서 무엇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삼는가 등의 요인을 살피는 것이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그 사람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이기적인 판단과 선택을 자주 하지는 않았는지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이기적인 판단과 선택을 해도 용납되는 환경은 그 사람을 나쁜 리더로 만들 확률이 매우 큽니다. 자기가 한 일에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되는 성장 환경이 제공되면 그 사람은 거의 100% 나쁜 리더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 저는 리더가 반드시 갖춰야 할 내면의 덕목, 다시 말해 본성으로부터 얻어진 내면의덕목을 다음 세 가지로 요약합니다.
1) 진솔함(Integrity)
모든 상황을 객관적으로 판단하고 자신의 유불리에 상관없이 관련 당사자들과 솔직하게 얘기할 수 있는 자세가 ‘진솔함’입니다.
2) 겸손(Humility)
자신에게 부족함이 있다면 누구에게라도 배울 수 있다는 생각, 동료와 직원 등 타인에게 행하는 예의 바른 행동이 ‘겸손’입니다.
3) 무사욕(無私慾, No Greed)
개인적인 이익을 취하기 위해 절대로 부정한 행동을 하거나 편법을 사용하지 않겠다는 생각이 ‘무사욕’입니다.
* 진솔하고, 겸손하고,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고 해서 반드시 훌륭한 리더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내면의 가치를 가진 잠재적인 리더라고 해도 다음과 같은 네 가지 외적 덕목을 ‘훈련’을 통해 반드시 갖추어야 합니다.
1) 통찰력(Insight)
2) 결단력(Decision)
3) 실행력(Execution)
4) 지속력(Sustainability)
* 저는 통찰력, 결단력, 실행력, 지속력 중에서도 특히 ‘지속력’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보통 리더의 자질이나 능력을 평가할 때 우리는 당장 눈앞에 펼쳐져 있는 리더의 성과에 주목하곤 합니다. 눈앞에 보이는 결과가 좋을 때 우리는 그 리더를 ‘실력 있다’, ‘결단력 있다’, ‘실행력이 뛰어나다’고 평가합니다. 그러나 이런 결과에 대한 평가는 일시적인 것에 불과하다는 것을 꼭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 자신의 재임 기간 동안에 성과가 난다 해도 그가 떠난 이후에 부서나 조직이 어려움에 처하게 된다면 그는 리더의 중요한 덕목인 ‘지속력’ 관리를 소홀히 한 것입니다. 그러므로 자신의 존재 여부와 상관없이 조직이나 회사의 현재 성공을 지속시킬 수 있는 ‘지속력’이야말로 리더를 만드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 리더는 한개의 요소가 아니라 모두 다 갖추어야 합니다.
통찰력, 결단력, 실행력, 지속력이라는 요소들은 앞에서 말한 본성적이며 내면적인 측면, 즉 진솔함, 겸손, 무사욕의 영향을 받을 뿐만 아니라, 실제로 조직이나 부서를 이끌어가는 경험을 통해서도 영향을 받게 됩니다. 정리해서 말하자면 본성Nature과 실제적 경험/훈련Nurture이 동시에 갖춰질 때 초격차를 가능케 하는 탁월한 리더가 탄생한다는 것입니다.
* 회사 상황에 따라 새로운 조직을 잘 만드는 리더를 투입했다가, 조직을 안정시킬 단계에 왔다고 해서 그 리더를 다른 사람으로 갑자기 교체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통찰력, 결단력, 실행력, 지속력을 모두 ‘골고루’ 갖춘 인물이 진정한 리더인 것입니다.
* 저는 삼성전자라는 비교적 큰 조직을 관리하면서 통찰력은 뛰어나지만 행동에 굼뜨고 추진력이 약한 사람을 의외로 많이 봤습니다. 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기발한 의견을 제시하기는 하지만 막상 실행은 하지 않거나 못하는 사람들이죠. 그들은 결단력이 약하다는 치명적인 약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 다른 사람을 믿고 일을 맡길 때에도 실행력이 요구됩니다. 그래서 통찰력은 뛰어난데 실행력이 약한 리더 밑에 실행력을 보조할 부하직원을 붙여도 보완이 되지 않습니다. 처음부터 리더의 자질이 없는 것으로 봐야 합니다.
* 훌륭한 리더는 조직원을 만족시키면서 바람직한 현재의 성과를 낼 뿐 아니라,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는 미래의 모멘텀을 지속적으로 만들어냅니다. 반대로 변변치 않은 리더는 성과는커녕 조직과 구성원들의 미래를 망쳐버립니다. 리더는 좋은 조직을 만들려는 노력에 최우선적인 가치를 부여해야 합니다. 그것이 리더의 의무이자 책임이기 때문입니다.
* 제 경험을 통해서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아쉽지만 이런 완벽한 조직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회사의 규모가 커지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다만 이상적인 조직을 만들려고 노력하는 가운데서, 근사치에 해당하는 경영의 모델을 찾아보자는 것입니다.
* 조직의 리더는 ‘뇌처럼’ 일해야 합니다. 뇌가 신체와 장기를 직접 통제하지 않는 것처럼 리더는 조직원을 사사건건 통제하지 말아야 합니다. 뇌는 신체를 마이크로 매니지먼트(micro-management)하지 않습니다.
* 업무를 대하는 리더의 자세를 다음과 같이 4단계로 분류해보았습니다.
1) 주도적(Proactive) 리더
새로운 시도도 두려움 없이 과감하게 추진하는 리더십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스타일은 어떤 일에서나 적극적이고 이른바 퍼스트 무버first mover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실패하는 일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리더의 적극적인 태도는 조직에 활력을 불러일으킵니다. 가장 바람직한 리더상일 것입니다. 신체로 비유하면 아주 정상인 상태이지만 너무 무리하지 말고 적절한 휴식refresh을 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2) 대응적(Reactive) 리더
주어진 목표를 이미 알고 있는 지식이나 수법으로만 대처하는 유형을 말합니다. 이런 사람들은 실패를 최소화해서 앞선 사람들을 따라잡으려는 전형적인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런 유형의 리더가 지속적으로 변신하려는 노력을 경주한다면 주도적 리더로 성장할 수 있을 것입니다.
3) 수동적(Passive) 리더
시키는 일만 하는 사람들을 말합니다. 리더가 수동적이란 말은 그 자체가 어불성설입니다. 리더는 이끌어가는 사람인데, 이런 수동적인 리더는 끌려다니는 사람입니다. 외부의 자극도 없고 리더가 외부의 자극으로부터 아무런 도전을 받지 않으니, 조직 전체가 열심히 하는 것처럼 보이나 성과는 지지부진합니다. 성장이 없기 때문에 곧 쇠퇴할 조직입니다. 이럴 경우 빠른 리더십 전환이 필요합니다. 다른 리더십으로 대체replace해주어야 합니다.
4) 방어적(Defensive) 리더
조직에 가장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사람입니다. 이런 리더는 늘 안 되는 이유만 열거하거나, 남의 탓만 합니다. 매사에 부정적인 사람입니다. 이런 리더들은 부서 간의 갈등을 초래하고, 내부 구성원이 서로를 불신하게 만듭니다. 안 되는 이유를 남에게서 찾는 버릇 때문에 조직 내에는 부정적인 기운만이 감돌게 됩니다. 이런 리더는 조직 전체를 망치는 경우이니 빨리 제거remove해야 합니다.
* 신체의 비유를 통해서 리더의 유형에 따른 대처법이 완성되었습니다. 저는 이것을 ‘리더십 유형에 따른 4R 대책’이라고 정리해보았습니다.
• 주도적인(Proactive) 리더에게는 ‘휴식(Refresh)’
• 대응적인(Reactive) 리더에게는 ‘재교육(Repair)’
• 수동적인(Passive) 리더는 ‘임무 교체(Replace)’
• 방어적인(Defensive) 리더는 ‘제거(Remove)’
* 리더가 성공적인 결과물을 내기 위해서 갖춰야 할 마음의 자세에 대해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처음으로 사업 부서를 책임지게 되었을 때 깨달은 것입니다. 고객이 우리 말에 관심을 안가져주니 ‘왜 우리 제품이나 기술에 관심을 가져주지 않을까?’를 곰곰이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전적으로 제 탓이었습니다. 고객이 듣고 싶고 알고 싶은 기술이나 제품을 설명한 것이 아니라 제가 하고 싶은 말만 계속했던 것입니다.
그 후로 저는 고객을 만나기 전에 ‘어떻게 해야 고객이 관심을 보일까?’를 먼저 생각하며 영업에 필요한 자료를 준비했습니다. 그러면서 깨달은 사실은, 모든 행동의 시작은 항상 상대편의 생각을 먼저 고려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역지사지易地思之라는 말이 정말로 실감 나게 느껴졌습니다.
그 후 저는 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습니다. 상사에게 보고할 때도, 부하에게 지시할 때도, 집에서 배우자나 자녀에게 얘기할 때도 상대방의 입장을 먼저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나중에는 ‘경쟁사의 사장은 우리를 어떻게 공격할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되었습니다. 철저하게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버릇이 생긴 것입니다. 리더가 성공적인 결과물을 내기 위해서 갖춰야 할 마음의 자세는 바로 이 같은 역지사지의 정신이라고 감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 리더로서 진정으로 성공한 사람은 ‘생존의 단계를 넘어 맡겨진 조직이나 회사를 지속적으로 성장시키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한 사람’이라고 정의내릴 수 있을 것입니다. 한 가지 더 추가하자면, 새로 창출된 가치가 리더십의 교체로 인해서 사라지지 않도록 하는 일이 중요합니다. 새로 창출된 가치는 또 다른 미래의 생존과 성장을 위한 전통과 문화로 정착되어야 합니다.
* 리더의 덕목 중에서 가장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할 부분은 ‘미래’에 대한 것입니다. 실패한 리더란 ‘미래를 망친 리더’라고 저는 단언해왔습니다. 자신이 물러난 다음 회사나 조직이 급격하게 쇠퇴의 조짐을 보인다면 그것은 최악의 리더가 남긴 최대의 피해라 할 것입니다.
* 실제로 이런 일들이 경영 현장에서 의외로 자주 일어나고 있습니다. 많은 경영 현장의 리더들이 자신의 재임 기간에 실적이 좋아 보이도록 착시를 유도하는 여러 가지 편법을 사용합니다. 미래의 엄중한 현실이 놓여 있음에도 불구하고 당장 자신의 실적으로 보여주기 위해서 현실을 왜곡합니다. 자신의 실적을 부풀리기 위해 쓰지 말아야 할 곳에 시간과 자원을 투입시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정체가 드러나게 마련입니다. 그 사람의 재임 기간이 끝나고 나면 조직에 심각한 위기가 닥치는 것이지요. 이것이야말로 실패한 리더의 전형적인 모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실패한 리더의 전형적인 태도는 자신의 후계자나 부하들을 적극적으로 양성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 많은 리더들이 자신의 후계자나 부하를 ‘잘 양성하지’ 않습니다. 자신의 성과를 높이기 위해서 후배들을 이용하려고만 들고, 성장 잠재력을 가진 후계자나 부하를 키우지 않습니다. 자신의 향후 영향력 행사를 위해서인지 오히려 자질이 부족한 사람을 후계자로 지명하는 극단적인 사례도 왕왕 관찰했습니다.
* 성공한 리더는 그가 가진 재물이나 명성에 의해 판단되는 것이 아닙니다. 조직의 생존과 더불어 지속적인 성장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그런 새로운 정신적 가치로 현재와 미래를 연결시킬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놓는 사람입니다.
* 시간이 많이 흐른 뒤 “그때 그가 그런 결정을 내렸기 때문에 지금 우리가 이렇게 먹고살 수 있게 되었다”라는 평가를 받는 리더가 진짜 훌륭한 리더인 것입니다.
*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내 임기에 모든 것을 해치운다(in my terms do everything)’는 태도는 매우 위험합니다. 그러면 모든 구성원이 늘 짧은 호흡으로 ‘단기 성과(short term performance)’만 바라보게 될 것입니다. 리더는 길게 보는 사람, 미래를 준비하는 사람입니다.
* 많은 전문 경영인들도 ‘수건돌리기’를 합니다. 요즘은 좀 과격한 표현을 써서 ‘폭탄 돌리기’라고도 합니다. 폭탄이 터지기 전에 얼른 다른 사람에게 그 폭탄을 넘겨주는 것입니다. 다른 사람의 손안에서 폭탄이 터지든 말든 상관하지 않습니다. 자신이 들고 있을 때 폭탄이 터지는 것만 어떻게든 막으면 됩니다. 전문 경영인뿐 아니라 다수의 경영자들이 미래를 준비하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폭탄 돌리기’를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 이런 경영자들에게서는 세 가지 공통적인 특징이 발견됩니다.
첫째, 외부의 변화를 애써 무시하는 태도입니다. 이런 사람들은 대부분 과거에 성공을 경험했던 사람들인 경우가 많습니다. 자신이 성취했던 옛 성공에 도취된 사람들입니다. 이런 사람들은 환경의 변화를 애써 무시하면서 옛 방식만을 고집합니다. 성공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변화의 필요성에 등을 돌리는 유형입니다.
둘째, 외부의 변화에 매우 둔감한 반응을 보입니다. 미래의 변화에 대한 감수성이 현저히 낮습니다.
셋째, 외부의 변화에 대해서 오판을 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둔감한 것을 넘어서 엉뚱한 결정을 내리는 식으로 외부의 변화에 대처합니다.
* 모름지기 한 회사의 최고경영자라면 자신의 업무 중 최소한 절반은 변화를 분석하고 불확실한 미래를 준비하는 데 바쳐야 한다고 봅니다. 지금 당장의 경영 이슈에 함몰되다 보면 멀리서 다가오고 있는 변화의 먹구름을 보지 못할 때가 있습니다. 리더가 눈앞의 성과에만 매달릴 때 회사의 미래는 없다는 점을 꼭 명심하십시오.
* 변화 자체를 위한 단계는 아니지만 반드시 고려해야 할 내용이 또 있습니다. 그것은 변화가 실현되려면 오히려 ‘일관성’과 ‘지속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많은 리더들이 처음에는 거창하게 여러 가지 목표를 제시하면서 변화를 촉구합니다. 그런데 변화를 주문했던 리더가 수시로 변화의 목표를 수정하거나 심지어 중도에 포기하기도 합니다. 일관성과 지속성이 유지되어야만 변화를 성공시킬 수 있습니다.
* 마지막으로 리더의 ‘솔선수범’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변화를 주문하면서 정작 자신은 변화하기를 거부한다면 구성원들은 그 리더가 제시하는 변화의 목표에 공감하지 않을 것입니다. 구성원들은 의외로 리더의 말보다는 행동을 보고 그를 판단합니다.
* 그런데 제가 임원으로 승진한 부하들에게서 발견한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들 중 대부분은 임원으로 승진을 하면 일단 근무 시간을 늘리기 시작합니다. 업무 파악 등을 위해 초기에는 필요한 것이지만 단기간에 끝내지 않고 보직 내내 늘어난 근무 시간을 유지하곤 합니다. 하루에 8시간 일하다가 10시간, 12시간으로 근무 시간을 늘려갑니다.
* 회사에서 임원이 된 그 사람에게 기대하는 것은 당연히 좋은 실적을 많이 내는 것입니다. 실적은 그 사람이 갖고 있는 실력과 노력에 연동되어 있을 것입니다.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실력을 가졌거나, 열심히 노력해야 성과를 내는 법입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그런 탁월한 실력은 승진했다고 즉시 향상되는 것이 아닙니다.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리기 마련입니다. 많은 노력을 기울여도 실력은 점진적으로 늘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신임 임원들은 일하는 시간을 늘려서 성과의 양을 늘리려 하는 것입니다. 실력을 배양하는 것이 아니라 노력을 더 해서 성과를 내려는 것입니다. 임원이 되어 그야말로 죽도록 일하는 것은 바로 그런 이유 때문입니다.
제가 그런 전통에 익숙한 후배 임원들에게 늘 해주는 말이 있습니다. “임원을 시킬 때 회사가 원하는 것은 일하는 실력을 늘리라는 것이지, 일하는 시간을 늘리라는 것이 아니다.” 죽기 살기로 24시간 일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부하 직원들을 자정까지 붙들어놓고 일을 시키고, 다음 날 새벽에 회의를 소집하는 것은 임원에게 맡겨진 역할이 아닙니다. 그런 무지막지한 경영의 시대는 끝났습니다.
* 승진한 임원들에게 나타나는 또 다른 공통점이 있습니다. 회의의 빈도가 증가하는 것입니다. 직접 여러 부서의 보고를 받고 다양한 현황과 정보를 확보하면 그것으로 자신의 실력이 향상되었다고 착각하는 현상입니다. 자신의 정보력은 증대되었는지는 모르지만 그 지식은 이미 회사 내에 있던 것을 옮겨놓은 것뿐입니다. 팀이나 회사 입장에서는 아무런 차이가 없는 셈입니다. 게다가 이런 정보의 축적을 자신의 실력이라고 착각하면 자기 자신이 그 분야에서 제일 많이 안다고 자만하게 됩니다. 제가 말하는 임원이 갖추어야 할 실력은 회사 내에 있지 않던 지식을 쌓는 것을 말합니다. 임원의 실력이 늘어야 담당 부서를 잘 운영하게 되고, 회사가 기대하는 공헌을 할 수 있습니다.
* 생텍쥐페리의 명언인 “완벽하다는 건 무엇 하나 덧붙일 수 없는 상태가 아니라, 더 이상 뺄 것이 없을 때 이루어지는 것이다”라는 말을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 독서는 관심의 영역을 확대하고 사고의 폭을 확장시켜줍니다. 생각의 근육도 키워줍니다. 판단력을 정교하게 만들어줍니다. 온갖 복잡다단한 상황 속에서 그 책의 주인공들이 어떻게 그 환경에 대처하는지를 보면서 상상력의 힘을 기르게 됩니다.
* 문제를 다르게 접근하는 사람의 방식을 관찰하면서 우리가 가지고 있던 사고의 경직성을 발견하면 놀라기도 합니다. 필요하다면 외부 전문가와의 만남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합니다. 그들과 대화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생각의 실마리를 찾게 되고, 좋은 의사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어떤 기준점을 발견하게 됩니다.
* 직급과 직책이 올라갈수록 일하는 시간을 늘릴 게 아니라 실력을 늘려야 합니다. 소소한 일에 소모하는 시간을 줄이고, 그 시간에 책을 읽고 ‘생각하는 시간’을 더 많이 가지시길 바랍니다.
* 경영은 계속되는 의사 결정(decision making)의 과정입니다. 어떤 사업을 추진할 것인지 말 것인지 결정을 내려야 합니다. 어떤 사람을 그 자리에 임명할지, 누구를 자리에서 물러나게 해야 할지 결정해야 합니다. 어떤 사업에 투자를 할지, 아니면 철수를 할지 결정해야 합니다. 좋은 결정을 내리기 위해서, 혹은 옳은 결정을 내리기 위해서는 우선 스타팅 포인트와 파이널 골을 설정하고, 그 중간 과정에서 수행 방법(methodology)을 찾아야 한다고 저는 생각해왔습니다.
* 우선 의사 결정의 전체 구조를 간략하게 살펴보겠습니다. 제일 먼저 자신의 현재 상황에 대한 철저한 분석이 필요합니다. 제일 먼저 자기가 속한 조직의 본질적 속성, 그리고 현재의 장점과 단점이 냉정하게 도출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자신의 현재 상태에 대한 냉정한 평가 없이 세워지는 모든 목표는 허황된 것입니다. 따라서 모든 의사 결정의 출발점은 현재 상태에 대한 냉정한 평가입니다.
* 자신이 내려야 할 의사 결정의 본질을 파악하는 일도 빠뜨려서는 안 됩니다. 이른바 ‘업의 개념’을 먼저 정립해야 합니다. 이 결정에 의해 초래되는 결과의 본질은 무엇인가? 왜 이 일을 하려고 하는가? 왜 이런 결정을 내리려고 하는가? 이 결정은 개인과 조직의 근본적인 존재 이유와 충돌하지 않는가? 때로는 이런 철학적인 질문도 던질 수 있어야 합니다.
* 의사 결정자는 바른 경영적 판단을 내리기 위해서 기본적으로 다음과 같은 선행 조건을 갖추고 있어야 합니다. 의사 결정자의 기본 조건이라고 하겠습니다.
1) 개방적인 자세를 유지하라
먼저 독단적인 의사 결정을 내리지 않도록 조심해야 합니다. 리더의 위치에 오르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독단적으로 변해갈 수밖에 없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따라서 본인 스스로 이런 가능성을 경계하고 조심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반드시 여러 가지 자료를 참고하고 주변의 조언을 경청하는 자세를 유지해야 합니다. 성급한 결정은 금물입니다. 리더는 의사 결정을 할 때 많은 부분을 위임하겠다는 자세로 임해야 합니다. 이런 개방적인 자세를 지닌 경영자들이 훨씬 더 합리적이고 효과적인 의사 결정을 내리는 것을 보았습니다.
2) 여유가 최고의 조언자다
두 번째 조건은 신체적, 정신적, 금전적, 시간적 여유입니다. 여유가 없는 상태에서 내린 결정은 올바를 수가 없습니다. 무언가에 쫓기며 살아가는 사람의 시야는 좁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여유가 무엇보다 소중합니다.
* 일반적으로 보면 대부분의 경영자들이 현재의 안전을 계속 도모하면서 미래의 성장을 추구하려는 경향을 보입니다. 현재의 수익을 극대화시키면서 동시에 미래에도 전망이 밝은 선택을 하려고 합니다.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으려는 것이지요. 그러나 저는 이런 어중간한 태도는 현명한 경영적 선택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세상에 그런 비즈니스는 없기 때문입니다.
* 저의 조언은 이것입니다. 현재의 호황 국면에 현혹되지 말고 미래의 위험을 무릅쓰라는 것입니다. 비록 지금 현재의 성과가 기대 이상이라고 해도, 그 순간의 호황에 만족한다면 미래를 준비하는 일에 소홀해지기 쉽습니다. 미래를 지체시키는 가장 큰 이유는 현재의 성과에 만족하기 때문입니다.
* 불확실한 미래의 성장을 위해서 지금 고통스러운 결정을 내린다는 것은 매우 힘든 일입니다. 만족하고 안주할 수 있는 현실 속에서 미래를 위해 고통스러운 결정을 내리는 것은 인간의 본성을 거스르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미래의 성장을 도모하면서 불확실한 사업에 투자를 결정했을 때, 좋지 않은 결과가 나올 수도 있습니다. 그 잘못된 결정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 것 또한 리더의 숙명입니다. 그 책임을 남에게 돌릴 수는 없습니다. 리더란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늘 미래를 생각하며 때로 힘든 결정을 내려야만 하는 고독한 위치에 있는 사람들입니다. 그런 고독한 운명을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 최종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최적의 조직을 셋업하는 것입니다. 조직의 셋업에서 우선 중요한 일은 조직도를 만드는 것입니다. 어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이런 부서와 저런 기능이 필요하다고 가정해보고 ‘가상의 조직도’를 만들어보는 것입니다. 만약 이 단계가 불가능하다면 첫 번째 단계가 부실했다는 증거입니다. 즉 조직의 현재 상태를 모르고 있으며, 미래의 목표도 불확실하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조직 체계는 본인이 직접 만들고 또 만들 수 있어야 합니다.
여기서 ‘가상의 조직도’라고 말한 이유가 있습니다. 리더가 만든 것은 최종 단계의 조직도가 아닙니다. 자기 주도로 만들되, 여러 사람의 관점에서 피드백을 받은 다음 수정해서 완성되는 것이 실제 조직도가 될 것입니다.
1) 부서명은 무조건 명확 심플하게
조직도를 만들 때 중요한 것은 회사나 부서명을 ‘팬시fancy하지 않게’ 만드는 것입니다. 부서명은 무조건 심플simple하고 명확clear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너무나 간단하고 명확해서 그 회사의 구성원들이나 그 분야에 종사하는 다른 회사의 사람이 부서의 명칭만 들어도 그 역할과 임무를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는 그런 이름이어야 합니다.
2) 부서의 역할과 책임(R&R)을 명확하게
이렇게 간단명료한 부서명을 만든 다음에 할 작업은, 부서의 역할을 구분하고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는 과정입니다. 이른바 R&R(Role and Responsibility, 역할과 책임)을 규정하는 단계입니다. 물론 부서별, 책임자별 R&R을 명확하게 규정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지만 그래도 보편타당한 수준까지는 정해야 합니다.
* R&R을 정할 때 고려되어야 할 사항은 상사에게 보고하는 부서의 수입니다. 부서 수를 늘리면 계층 단계는 줄지만 부서의 구성원 수는 대폭 증가하게 됩니다. 일반적인 조직도에서 가장 중요한 의사 결정의 흐름이 여기서 결정됩니다.
* 조직이 커지면 상사가 직접 보고받는 부서의 수가 크게 증가할 수밖에 없습니다. 신속한 의사 결정을 위한 플랫한 조직은 오히려 보고자의 증가로 상사의 최종 결정이 늦어질 가능성을 높이게 됩니다. 상사 한 명이 수십 명에게 보고를 받는 구조는 그리 효과적이지 않습니다.
편차가 있겠지만 제 경험상 한 사람이 직접 보고받는 최대 인원은 20명 정도로 잡는 것이 좋습니다. 만약 개인의 능력이 뛰어나고 조직의 구조가 잘 짜여 있다면 최대 30명까지는 가능하다고 봅니다. 조직도에서 무조건 플랫한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내부 구성원들의 의견이 최고 상사에게까지 그리고 역으로도 신속하고 제대로 전달되게 만드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플랫한 조직이라고 생각합니다.
* 많은 개발팀이 자신들이 제품을 개발하고 그 공정에 대한 평가도 자신들이 합니다. 또한 구매팀은 자신들의 구매 과정의 공정성을 자체적으로 심사하곤 합니다. 이것은 잘못된 관행입니다. 체크와 밸런스 기능을 명확하게 하는 것은 서로를 견제하고 감시하게 만들겠다는 의도가 아닙니다. 자기가 수행한 업무의 잘못된 점을 습관적으로 무시하고 넘어가는 역기능을 방지하고, 다른 부서의 관점에서 제기된 좋은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순기능이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부득이하게 같은 부서에서 평가를 하게 되었다면 개발자나 평가자의 역할을 정확하게 분리해주어야 합니다.
* 중요한 점은 ‘먼저 조직도를 그린 다음 적임자를 찾는다’는 것입니다. 순서가 중요합니다. 조직도가 우선입니다. 그다음에 적임자를 찾는 것입니다. 조직도를 그리긴 그렸는데 빈 박스에 들어갈 적임자가 당장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적임자의 이름이 들어갈 빈 박스는 비워 둔 채로 남겨 두어야 합니다.
* 인물 위주로 조직도를 짜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어떤 특정 인물이 특출한 재능을 가지고 있을 때, 또는 자신이 아끼는 사람이 있을 때 이런 일이 종종 벌어집니다. 그렇게 해서는 절대 안 됩니다. 만약 인물을 중심으로 조직도를 짜게 되면 R&R이 흐트러지거나 옥상옥屋上屋 구조를 만들기 십상입니다. 유능한 기자 출신을 스카우트했다고 해서 당장 필요치도 않은 홍보 부서를 신설해 그 사람에게 그 부서를 책임지게 하는 등의 사례가 이에 해당합니다.
* 저는 매년 8~9월이 오면, 다음 연도의 조직도를 구상하곤 했습니다. 산업 트렌드가 빠르게 변하고 있고, 경쟁도 더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에 매년 조직도를 새로 짜서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어야 했습니다.
* 실제로 조직도를 짜다 보면 실력이 비슷한 사람 두 명이 후보에 오를 때가 있습니다. 경험이나 역량이 비슷한 사람이라고 칩시다. 이때 두 가지의 고려 사항이 있습니다.
1) 첫 번째는 두 인물에 대한 인사 담당 부서의 의견을 경청하는 것입니다. 제 3자의 피드백을 받는 것이지요.
2) 두 번째는 빈 박스가 요구하는 자격과 현재 상황을 고려하는 것입니다. 두 인물의 경험과 실력이 비슷해도 맡게 될 일의 현 상황은 어떤 한 사람에게 더 적합한 일이 될 수 있습니다.
* 조직을 어떻게 살아 움직이게 만들 것인지, 어떻게 활력을 불어넣을 것인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이것은 조직 운영에서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로 R&R에 필요한 인덱스를 만드는 작업과 함께 병행해야 합니다.
조직의 각 부서가 원래 의도했던 대로 잘 운영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는 ‘인덱스’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을 권합니다. 물론 최고경영자가 모든 부서의 인덱스를 만들 수는 없다는 점부터 먼저 밝혀두고자 합니다. 따라서 각 부서의 책임자 또는 팀장을 불러서 그 일을 맡기고, 인덱스를 만드는 작업을 관리, 감독해야 합니다.
* 제조팀의 인덱스에 포함시킬 수 있는 항목은 생산량, 공기, 수율, 품질, 장비 가동률, 투자 효율 등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습니다. 이렇게 많은 것을 모두 포함시키면 안 됩니다. 학생에게 국어, 영어, 수학, 음악, 미술, 체육을 동시에 다 잘하라고 윽박지르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매년 집중해서 효과를 극대화시킬 항목을 2, 3개로 국한시킬 것을 권합니다.
* 인덱스 설정과 공유가 끝난 다음 리더가 취할 절차는 ‘사일로(silo)가 생기지 않도록’ 하는 일입니다. 부서 간의 충돌, 관료주의나 권위주의 혹은 부서 이기주의 등은 대부분 큰 조직 내부에 작은 사일로가 생겼기 때문인 경우가 많습니다. 가장 효과적인 사일로 방지책은 3~4년마다 부서의 장을 교체해주는 것입니다.
* 실적이 좋지 않은 회사나 부서의 공통점은 모두 사일로silo(곡식 등을 저장하는 굴뚝 모양의 창고)처럼 사업 부서와 인력 자원이 분리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원활해야 할 커뮤니케이션은 한 개의 사일로 안에서만 일어납니다. 다른 사일로에 있는 사업 부서나 구성원과는 서로 대화하지 않는 공통적인 현상을 보입니다.
* 이런 식으로 인력을 교차 배치해서 사일로의 폐쇄성을 허물어트려왔지만 성공 확률은 약 3분의 1 정도였습니다. 다른 사일로에 배치시켰던 인력 중 3분의 1은 새로운 환경에서도 적응을 잘하고 나름대로 성과를 냈습니다. 또 다른 3분의 1은 1년 정도 지켜보아야 했습니다. 그런 사람들은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려 주어야 합니다. 마지막 3분의 1은 저성과자로 분류되고 말았습니다. 아쉽지만 이런 저성과자들은 정리의 순서를 밟아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 지금까지 수많은 적자 사업 부서를 맡아왔기 때문에 저는 많은 사람들을 정리해야 하는 난처한 위치에 설 때가 많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불평이나 저항을 받았던 적은 없습니다. 다른 사일로로 보내는 교차 배치를 통해서 본인의 단점이나 한계를 분명히 깨닫게 해주기 때문입니다. 스스로 한계를 깨달은 사람은 전체 조직을 위해서 본인의 퇴진을 인정하게 됩니다.
* 이런 교차 배치가 조직의 안정성을 해치는 길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리더는 자신이 책임지고 있는 조직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조직 안정상의 리스크가 초래될 것 같으면 그런 시도를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저도 마찬가지였지만 소극적인 태도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 나름의 방식으로 실험해본 결과는 꽤 만족스러웠습니다.
* 사일로를 무너뜨리고 실험적인 인력 배치를 강행하지만, 오히려 저는 사람들 앞에서 카리스마를 보여주기 위한 행동을 삼갑니다. 절대로 목소리를 높이거나 공개적인 장소에서 직원을 나무라지 않습니다. 행동도 크게 하지 않는 편입니다. 대신 일 처리나 사람을 대하는 관점에서 좀 더 철저하려고 하는 편입니다.
* 어떤 조직은 오퍼레이션 조직으로 운영됩니다. 순간순간의 운영과 단기간의 이익에 집중하는 조직이나 부서입니다. 하지만 이런 오퍼레이션 조직은 오래가지 못합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실력이 늘 뿐만 아니라 지식이 축적되어야 합니다. 실력과 지식이 축적되는 조직에게만 미래가 있습니다.
* 유의해야 할 것은, 지금 당장 해야 하는 일을 이런 식으로 벼랑 끝에 세워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벼랑 끝으로 몰아붙이기’는 장기적이면서 어려운 과제일 때 효과가 있습니다. 단기 목표에 이런 방식을 적용하면 부작용이 발생하니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 의사 결정 프로세스에서 반드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모든 의사 결정의 구심점이 되는 근본 원칙이 세워져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모두가 따라야 하고 어느 누구도 예외가 될 수 없는 기준입니다. 물론 최종 결정을 내리는 리더도 마찬가지입니다.
* 기업은 이익을 창출하는 집단입니다. 그리고 그 기업의 연구는 이익 창출을 위한 수단이어야 합니다. 주주와 회사의 구성원, 그리고 소비자들을 모두 만족시키기 위해서 기업은 이익을 창출해야 합니다. 따라서 이익을 내는 데 도움을 주지 못하는 연구는 기술원에서는 불필요하다는 것이 저의 원칙이었습니다. 저는 이것을 묻겠다고 했고 공개적으로 알렸습니다. 연구원들에게 적극적으로 사업에 활용될 수 있는 연구에 집중하라는 독려의 의도도 있었습니다.
* 저는 삼성종합기술원에서 수행해야 할 연구 프로젝트의 세 가지 기준을 제시했습니다.
첫째로 세상에서 유일무이하고 어느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던 연구라면 얼마든지 지원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두 번째 지원될 수 있는 연구는 ‘이미 존재하고 있지만 우리가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기술입니다.
세 번째는 ‘지금 존재하고 있고, 어디서나 쉽게 구할 수 있지만 새로운 아이디어가 기존 기술보다 월등하게 뛰어나서 기존 제품이나 기술을 대체할 수 있는 기술' 입니다.
* ‘시프트 프론트(Shift Front)’의 기본 개념은 사고 발생 시 ‘근본 원인’을 찾아 해결책을 강구하는 것이며, 평상시에는 선행 준비로 성과를 극대화하는 것입니다.
* 흔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시프트 레프트(Shift Left)’하라고들 합니다. 우리는 글을 쓸 때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씁니다. 어색한 문장을 고치려면 왼쪽부터 수정해야 합니다. 출발점이랄까, 근본적인 문제부터 고쳐야 한다는 것이 바로 ‘시프트 레프트’한다는 것의 의미입니다.
사고가 발생했을 때가 ‘시프트 프론트’하기 가장 쉬울 때입니다. 문제가 명확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를 실행할 때 방법론적으로 주의가 필요합니다. 문제의 근본 원인을 찾는 것이 목적인데 대다수의 기업과 조직은 사고가 누구의 책임인가에 초점을 맞추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면 관련 부서나 관계자들은 자신이 피해를 입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진실을 말하지 않습니다. 결과는 뻔합니다. 근본 원인을 찾아내기는커녕 불필요한 체크리스트만 만들게 되는 것이지요. 그야말로 형식적인 해결책만 만드는 셈이고, 결과적으로 나중에 비슷한 사고가 재발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비슷한 유형의 사고가 계속 발생하는 까닭도 책임 소재에만 집중하고 근본 원인 파악에 소홀했기 때문은 아닐까요.
* 저는 합리적이고 공정한 인덱스(평가지표)에 따른 신상필벌(信賞必罰)의 원칙이 가장 적절한 평가와 보상의 원칙이라고 생각합니다. 공이 있으면 큰 보상을 해주고, 과가 있으면 그에 상응하는 책임 소재가 가려져야 합니다. 신상필벌이 시대의 흐름에 맞지 않다는 의견도 있지만, 그것은 인덱스를 잘못 활용하기 때문에 초래되는 문제일 뿐입니다.
* 일반 회사에서 가장 중요한 인덱스는 매출과 이익의 규모입니다. 좋은 제품을 많이 생산해서 많이 팔고, 많은 이익을 남기면 높은 점수를 받는 구조입니다. 그런데 엄청난 양의 제품을 팔아도 이익이 조금밖에 나지 않는다면 회사로서는 별로 이득이 되는 일이 아닐 것입니다. 그래서 매출의 규모와 이익의 질(quality)을 정확하게 연동시켜 산출할 수 있다면 그것이 가장 합리적인 인덱스가 될 것입니다.
* 평가 시스템을 적절한 보상의 문제와 연관 지어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이 보상 시스템을 ‘4P 시스템’이라고 이름 붙여보았습니다. 기본 원칙은 이렇습니다.
• Pay by Performance
• Promotion by Potential
* 기업에서 성과를 평가해서 보상하는 방식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돈(임금 인상 혹은 보너스), 승진, 그리고 칭찬이 그것입니다. 칭찬은 개인적인 격려를 의미하지만 월례회의에서 표창식을 거행하는 식의 공개적인 인정도 포함합니다.
‘성과’는 간단히 말하면 장사를 잘해서 돈을 많이 벌어 회사에 이익을 가져다준 것입니다. 개인이나 부서가 매출을 올렸다면 보상을 해주어야 합니다. 물론 당해 연도에 장사가 잘된 것이 시황 덕분인지 아니면 개인이나 부서의 능력 덕분인지를 구별해야 합니다. 단순히 시황 덕분일 경우 반드시 ‘돈’으로만 보상해야 합니다. 반대로 비록 이번 분기에 성과가 떨어졌지만 잠재적 성장 ‘역량’이 있는 사람에게는 ‘승진’으로 보상해주어야 합니다.
* 한국의 많은 기업들은 직원을 평가할 때 성과와 승진을 기계적으로 연동시켜버립니다. 매출 증가에 크게 공헌한 사람을 승진시켜줍니다. 그래서 매출을 증가시키면 부장에서 상무로, 상무에서 전무로 승진시켜주는 것을 보상이라고 생각해왔습니다. 그러나 매출이 증대된 것은 개인의 능력이 발휘된 덕분도 있겠지만 경기가 호황이라든지, 경쟁 회사의 실력이 미비해서, 혹은 순전히 운이 좋아서 그렇게 될 때도 있을 것입니다.
* 저는 신상필벌의 원칙이 인화(人和)의 법칙보다 더 효과적이라고 믿습니다. 물론 벌은 작을수록 좋다는 원칙을 고수해왔습니다만 그럼에도 신상필벌의 원칙은 지켜져야 하고, 적절한 ‘벌’은 기업 경영에도 남아 있어야 합니다.
다만 처벌은 반드시 룰 베이스(rule base)로 처리해야 합니다. 정해진 처벌 규칙을 따라야 한다는 말입니다. 상사의 개인적인 취향이나 입맛대로 처벌해서는 안 됩니다.
1) 처벌의 원칙 중 첫 번째는 ‘무관용Zero Tolerance’이 적용되는 경우입니다. 사회법을 어겨서 법적 처벌을 받거나 상식을 파괴하는 행동을 했을 경우에, 무관용을 적용합니다. 회사 내에서의 부정행위, 의도적인 기밀 유출, 물리적 폭력 행사, 성과와 관련된 문제를 일으켰을 경우, 무조건 아웃시킵니다. 이런 일이 있을 경우, 사실이 확인되면 무조건 퇴출시킨다는 무관용의 원칙을 공지합니다.
2) 두 번째는 ‘사커 룰(Soccer Rule)’입니다. 축구 경기에서 보듯이 옐로카드와 레드카드를 사용하는 방식으로, 이는 모든 직원에게 적용됩니다. 예를 들어 지속적으로 야간 근무를 시키는 상사가 있다면 불러서 1차 옐로카드를 발급합니다. 부하 직원들에게 자꾸 불공평한 요구를 하는 것도 옐로카드의 발급 대상입니다. 심지어 과도하게 회의를 많이 하는 팀장에게도 발급됩니다. 옐로카드를 2장까지 발급해도 개선되지 않고 세 번째가 되면 레드카드를 발급하고 퇴장시킵니다.
3) 마지막은 ‘베이스볼 룰Baseball Rule’이라고 이름 붙였습니다. 이른바 삼진아웃three-strike out 제도입니다. 이 원칙은 임원이나 보직간부에게만 적용됩니다. 회의 시간에 직원들에게 욕설이나 상소리를 자주 해서 문제가 된 임원이 있었습니다. 처음에 불러서 경고를 했습니다. 그래도 개선되지 않아 두 번째로 불러서 경고를 하고 전문가를 붙여서 근본적인 치료를 하도록 조치를 취해주었습니다. 전문 상담가와 정기적인 상담을 해서 근본적인 문제를 고치라고 지시했습니다. 그런데도 나아지지 않아서 퇴진시켰던 경험이 있습니다.
* 제가 반면교사로 배운 것은 ‘회의를 너무 자주, 길게 하지 말라’는 것이었습니다.
* 저는 ‘회의’란 사전에 어떤 자료를 준비해 와서 참석자가 발표를 하게 되면 그것이 ‘회의’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PPT가 되든, 종이에 인쇄된 분기 실적 보고서이든 어떤 자료를 미리 준비해야 한다면 그것은 ‘회의’입니다. 그러니까 이런 ‘회의’에는 사전 준비가 필수인 셈입니다. 발표를 위해 PPT도 만들고, 분기 실적 보고서도 인쇄를 해야 합니다.
반면 ‘간담회’는 성격이 다릅니다. 간단하게 말해서 자료가 책상 위에 놓여 있지 않은 모임을 저는 ‘간담회’라 부릅니다. 화려한 PPT 화면이 스크린을 장식하지도 않고, 책상 위에 놓인 보고서도 없습니다. 탁자 위에 커피나 물 한 잔이 놓여 있을 뿐입니다. 참석자 수도 10명 이하로 제한합니다. 따라서 ‘간담회’는 정기적으로 하는 보고가 아니라 상황에 필요한 주제를 놓고 자유롭게 토론을 하는 자리입니다. 제가 선호하는 방식이 바로 이 ‘간담회’ 형식입니다.
* 간담회에서는 부수적인 효과도 얻을 수 있습니다. 참석자의 실력을 확실히 파악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토의 안건에 대한 이해가 없다면 아예 대화 자체에 참여할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일종의 구두시험을 자연스럽게 보는 셈이지요.
* 이런 회의가 일상이 되면 회의는 과거의 잘못을 지적받지 않기 위한 변명의 시간으로 전락하고 맙니다. 이미 실적과 결과가 나왔지만 도표를 어떻게 만드느냐에 따라 느낌이 다르기 때문에 화려한 그래픽을 사용해서 실적을 부풀리거나 현실을 파악하지 못하도록 조작까지 합니다.
* 저는 회의 시간에 스스로에게 다짐하는 세 가지 원칙이 있습니다.
• 첫째, 지시는 많이 하지 않고 질문을 많이 한다.
• 둘째, 회의를 위한 회의는 절대로 하지 않는다.
• 셋째, 회의를 정시에 시작하고 약속된 시간 내에 끝낸다.
* 저는 회의 시간에 발표할 자료를 만들기 위해서 시간을 소비하는 부하 직원들에게 매우 엄중하게 경고하곤 합니다. 그럴 시간이 있으면 그 시간에 일을 하라고 합니다. 간혹 자기가 필요해서 자료를 들고 오는 참석자들이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그럴 경우에도 한두 장을 넘기지 못하도록 합니다.
* 사실 요즈음 대부분의 업무 환경이 개선되어서, 경영자들이 마음만 먹고 살펴보면 얼마든지 회사의 실적이나 업적에 대해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업무 시스템도 많이 개선되어 따로 보고를 하지 않아도 현황 파악이 가능합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경우, 경영자들은 그것을 하기 싫어하고, 또 자신의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자기가 편해지기 위해서 부하 직원들에게 보고서를 작성해 오라고 하고, 그 보고서를 들여다보면서 아까운 시간을 낭비하는 것입니다.
* 한국적 정서에서 조직의 장이 내린 결정을 번복할 수 있는 회의가 가능할까요? 그렇다면 회의를 위해 많은 시간을 허비하는 게 올바른 선택일까요? 번복하지 못할 결정이라면 사내방송을 통해 알리는 게 더 빠르지 않을까요?
* 제가 회의나 간담회를 통해서 의사 결정을 내리는 과정은 간단합니다. 라운드 테이블에 둘러앉아서 부서장 혹은 팀장들의 의견을 순서대로 듣습니다. 그다음, 반드시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다시 묻습니다. 그리고 만약 의견이 거의 일치가 되면 그 자리에서 바로 결정을 내립니다.
* 그러나 간담회 참석자들의 의견이 하나로 모아지지 않는다면 그 모임을 중단시키고, 내일이나 다음 주에 만나서 다시 얘기해보자고 합니다. 모든 결정을 제가 최종적으로 내리지 않았습니다. 서로 의견이 다를 때는 우선 의견이 다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두어야 합니다. 설령 본인의 판단에 자신이 있어도 다른 의견이 도출될 때는 시간을 두고 다시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회의를 하는 진짜 이유입니다.
* 비즈니스를 상태별로 나누면 크게 서바이벌(survival) 모드, 지속 성장(sustain) 모드, 스타트업(start-up) 모드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또 속성별로 나누면 제조업(2차 산업)과 서비스업(3차 산업)으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자기 사업이 어디에 속하느냐에 따라 전략은 각각 달라져야 합니다.
* 자신이 경영하는 회사의 정확한 업의 본질을 먼저 파악해야 합니다. 레스토랑을 운영한다면 그 업의 본질은 맛있는 음식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제조업은 어떤 전략을 실천해야 할까요? 제 경험에 비추어 본다면 제조업은 무조건 실력을 ‘절대치’로 가져가야 합니다. 기술이 절대적 우위에 있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서비스업이라고 하면, 그것은 세계 1등을 가리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상대치’로 가야 합니다. 그러니까 서비스업은 상대적으로 어느 회사보다 우월하기만 하면 되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서비스업의 경우 ‘우월전략’을 목표로 전략을 짜야 하는 것입니다.
* 새로운 전략을 수립할 때 주의해야 할 것은 현재 사업의 베이스캠프가 튼튼한가에 대한 사전 확인입니다. 이른바 ‘캐시 카우(cash cow)’가 있어야 다음 단계의 전략을 수립하기에 용이합니다.
* 어리석은 경영자들의 특징이 또 있습니다. 마치 약물 중독자처럼 노동의 강도를 점점 높여간다는 겁니다. 이런 특징의 해악은 본인에게만 한정되지 않고 또 다른 부작용을 낳습니다. 이들은 본인의 노동 강도를 점점 높여갈 뿐만 아니라 직원들에게도 이전보다 더 강도 높은 노동을 요구합니다. 이런 경영자들은 기술과 혁신이 주도하는 시대를 거꾸로 살아가는 사람들입니다. 다른 사람들은 개선이 아니라 혁신을 추구하는데, 그 사람들은 시간의 흐름을 거꾸로 돌리고 있습니다.
* 혁신을 원한다면 이것을 늘 기억하십시오. 혁신을 추진할 경우, 반드시 기존의 이해 당사자들이 모두 저항을 한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자신들에게 손해를 끼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따라서 혁신으로 방향을 정했을 경우에는, 반드시 사람을 교체시켜야 합니다. 좀 심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그것이 현실입니다. 예상과 기대를 초월하는 특별한 보상을 해주어 불평 없이 자리에서 물러나게 해야 합니다. 분명한 것은 이미 타성에 젖어 있는 사람을 그대로 존치시킨 채 혁신에 성공한 예는 거의 없다는 사실입니다.
* 사람이 바뀌지 않으면 시대가 바뀌지 않는다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시대가 바뀌어도 사람은 좀처럼 바뀌지 않는다는 것도 저의 생각입니다. 사람을 바꾸지 않으면 혁신도 초격차도 없습니다.
* 적자 상태에 있던 사업 부서를 맡으면서 제가 관찰하고 발견한 것이 하나 있습니다. 너무 많은 고려 사항을 놓고 고민하다가 결국 배우자 선택의 기회를 놓쳐버리는 것처럼, 수많은 적자 사업 부서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하는 일이 너무 많다’는 것이었습니다.
*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대부분의 구성원들이 실제로는 여러 가지 일을 중구난방으로 하면서도 정작 자신은 ‘선택과 집중’을 한다고 철석같이 믿고 있다는 것입니다. 저는 지금까지 스스로 ‘선택과 집중’을 하지 않는다는 사람을 한 번도 만나본 적이 없습니다.
* 도저히 우선순위를 가릴 수 없는 두 개의 중요한 일이 있다고 가정해봅시다. 긴급한 상황을 고려하면, 반드시 두 개의 프로젝트를 동시에 추진해야 합니다. 그렇다고 해도 이 두 가지 프로젝트를 무한정 계속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그래서 저는 반드시 ‘시한’을 둡니다. 예를 들면 지금 당장은 두 가지 급한 프로젝트를 동시에 추진하지만 “3개월 후에는 무조건 그 두 개의 프로젝트 중에서 하나를 선택한다”는 원칙을 구성원들과 미리 공유하는 식입니다. 3개월의 시한을 정확하게 설정한 것입니다.
각기 다른 두 가지 프로젝트를 동시에 추진하면 미래를 잘 준비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집중력이 분산되고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 대부분의 경영자들은 이런 긴박한 상황에서 교체되곤 합니다. 위기 상황의 구원투수로 나서는 것이지요. 그럼 저는 후배들에게 이렇게 조언해줍니다. 어차피 지금 적자가 나 있는 상태이니, 단기간에 무리해서 흑자로 전환시키지 말라는 것입니다. 적자가 나고 있는 사업부나 회사에 부임을 하면 경영의 하수들은 당장 허리띠부터 졸라매려고 합니다. 투자도 줄이고 지출도 줄여서 적자 폭을 조금이라도 줄여보려고 발버둥 칩니다.
* 상대방과 협상을 할 때 반드시 명심해야 할 사항이 있습니다. 이것을 크게 세 가지로 정리해볼 수 있을 것입니다.
1) 마지막엔 반드시 웃으면서 헤어져라.
경영상의 협상 과정에서는 반드시 충돌이 일어나기 마련입니다. 서로 추구하는 관점이 다르기 때문에 충돌은 불가피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상대방을 원수로 만들어, 다시는 보지 않을 것처럼 해서는 안 됩니다. 이번 협상은 잘 진행되지 않았지만 다음번에 만났을 때는 최선을 다해서 해결책을 찾아보자고 하면서 웃고 헤어져야 합니다. 그것이 협상의 첫 번째 기술입니다.
2) 스스로 허점을 드러낼 때까지 기다려라
저는 상대방이 먼저 자신의 의견을 설명하도록 유도합니다. 제 입장을 먼저 밝히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의중을 먼저 확인하는 것이지요. 왜 나와 협상을 하려는지? 왜 그런 조건을 원하는지? 그렇게 해야 할 이유가 있는지? 등을 질문해서 먼저 상대방이 말할 수 있는 기회를 줍니다. 이때 상대방이 대답하는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더 좋습니다. 어떤 때는 더 오래, 더 자세한 얘기를 하도록 유도합니다. 인내를 가지고 상대방의 설명을 경청합니다.
사람의 뇌는 말하면서 다른 생각을 할 수 없는 구조이지만, 듣고 있을 때는 여러 가지 다른 생각을 할 수 있습니다. 말할 때의 뇌는 단순 연산(single-tasking)만 하지만 들을 때는 다중 연산(multi-tasking)이 가능합니다. 이런 기능을 이용하는 것입니다. 상대방이 설명을 하고 있을 동안 저는 상대방의 논리의 취약성을 계속 생각하고 찾아냅니다. 아무리 준비를 많이 했더라도 말하다 보면 약점이 드러나기 마련입니다. 특히 내가 듣고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좋습니다. 상대방 논리의 취약점을 반격할 수 있는 저의 논리를 세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3) 검사들의 질문법을 활용하라
검사들은 살인 피의자를 심문할 때, 절대로 “너, 그 사람 죽였어, 안 죽였어?”라고 다그쳐 묻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렇게 질문하면 실제 살인을 저지른 사람도 “저는 안 죽였습니다”라고 대답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검사들은 첫 번째 질문부터 “너, 그 사람 왜 죽였어?”라고 심문합니다. 그러면 “제가 의도적으로 죽인 게 아니라 실수로 죽였습니다”라고 자백한다는 것이지요. 그래도 잡아떼면 “너, 어떤 흉기를 사용 했어?”라고 다시 질문한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검사들의 질문 방식은 상대방보다 한 단계 앞서가는 것입니다.
* 세상이 워낙 글로벌해졌고 다양한 가치가 공존하는 시대가 펼쳐지고 있기 때문에,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서 인재를 ‘다양하게’ 선발해야 한다는 점을 먼저 강조하고 싶습니다. 이 점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인재를 보는 저의 관점은 의외로 간단합니다. ‘호기심이 많은 사람’이 최고의 인재란 것입니다.
* 다양성을 유지해야 합니다, 다른 분야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호기심 어린 눈으로 주위를 둘러보아야 합니다. 다른 분야, 내가 모르는 분야에 대해서는 책을 통해서, 혹은 그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과의 만남을 통해서 새로운 것을 배워나가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 아예 처음부터 훌륭한 인재를 발굴하는 것은 정말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저는 ‘어떻게 선발할 것인가’보다 ‘어떻게 양성할 것인가’에 대해서 더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 저는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인재의 유형을 네 가지로 분류하고 인재 양성에 활용해왔습니다.
A : 선제적이고 적극적인 사람(preventative and proactive)
본인 스스로 성취 동기가 강하고 호기심이 많아서, 무슨 일이든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사람을 말합니다. 이런 타입이 가장 이상적인 인재상입니다.
B : 개선 의지가 있고, 반응하는 사람(corrective and reactive)
조건반사’를 생각하면 이런 B급 인재의 모습을 상상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유형의 인재들은 자신의 잘못이나 실수, 혹은 부족한 점이 있으면 그것을 수정하겠다는 의지가 있는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스스로 행동하기보다 외부의 지시나 자극에 의해 움직이는 사람들을 말합니다.
C : 소극적이고 무기력한 사람(passive and inactive)
D : 방어적이고 방해하는 사람(defensive and interruptive)
마지막 C, D 두 유형의 인재는 앞에서 강조했던 인재 풀에서 반드시 먼저 퇴장시켜야 할 사람들입니다.
* ‘인사가 만사’란 말은 틀린 말은 아니지만, 조심해서 사용해야 하는 경영의 원칙입니다. 인사를 잘해서 모든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은 잘못된 접근입니다. 많은 경우 최고경영자나 리더의 편의에 따라서 인사를 하는 것을 너무 많이 보아왔기 때문에 강조하는 말입니다. 인재를 가능성이나 잠재력이 아니라 최고경영자 또는 리더의 능력을 보완하는 존재로 본다던가, 아니면 어떤 특정한 이익을 위해서 인사를 결정하는 경우가 너무 많습니다.
* 냉정하게 판단해야 합니다. 그 사람을 재교육Repair할 것인지, 제거Remove할 것인지, 아니면, 교체Replace할 것인지 결정을 내려야 합니다. 그것도 신속하게 결정을 내려야 합니다. 3개의 R로 시작되는 대처 방안이 다소 잔인하게 들릴 것입니다. 재교육Repair, 제거Remove, 교체Replace 중에서 선택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사람을 부품으로 간주하는 것 같아서 저도 이런 이론을 공공연하게 사용하지는 않았습니다.
* 본인이 생각하기에 자신은 사장급인데 현실은 말단 사원이니, 어려운 일이 닥치면 그 일을 돌파해내지 못하고 남 탓만 합니다. 따라서 경영대학의 커리큘럼도 현실에 맞게 수정되어야 합니다. 헛된 꿈을 심어주는 교육이 아니라, 현장에서 도움이 될 만한 산교육이 필요합니다.
* 직급이 올라가면 교육은 어떤 방향으로 바뀌어야 할까요? 직급이 높아지면 그 사람의 약점을 보완해주는 교육으로 전환시켜야 합니다. 공학 전공자에게 회계 관련 지식이 부족한 경우, 그것을 보완해주는 교육을 실시하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가업이 없는 경우에 MBA는 직급이 올라간 다음에 이수해야 합니다.
* 훌륭한 리더는 직원으로 하여금 자기 자식(아이디어)을 많이 낳도록 도와줍니다. 연구개발이든, 제조든, 마케팅 관련 업무든 자기 아이디어를 많이 생산하게 만드는 것이 리더의 가장 중요한 과제입니다.
* 결정권을 위임하려면 직원을 대하는 방식에도 원칙이 필요합니다. 저 같은 경우 ‘일관성’과 ‘지속성’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일관성’이란 말과 행동이 일치되는 것을 말합니다. 말은 이렇게 하고 행동은 저렇게 한다면 그 사람은 일관성이 없는 사람입니다. 이에 비해 ‘지속성’은 한번 내린 지시나 결정을 계속해서 이끌어가는 것을 말합니다. 처한 환경에 따라 지시 내용을 바꾸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 제가 일관성과 지속성을 유지하는 방법은 지시를 내리거나 결정하는 횟수를 최대한 줄이는 것입니다. 너무 많은 지시를 내려서 그 내용을 잊어버리는 실수를 줄이기 위해서입니다. 또 지시를 내리는 숫자를 줄여야만 권한의 위임이 가능해집니다.
* 리더가 내리는 결정이나 지시의 원칙이 바로 서 있는 것이 중요합니다. 어떤 일을 하든지, 누구를 만나든지 원칙이 똑바로 서 있다면 그 원칙에 따라 지시나 결정을 내렸을 것입니다. 시간이 지나고, 만나는 사람이 달라도 이전에 내렸던 본인의 지시나 결정을 기억해내고 추론해낼 수 있습니다. ‘이런 사람에게는 이런 지시나 결정을 내리고, 저런 사람에게는 저런 지시나 결정을 내린다’는 식으로 즉흥적으로 대응해서는 절대 안 됩니다.
* 정시에 퇴근하는 리더가 되라는 것입니다. 아니 정시에 퇴근할 수 있는 리더가 되라는 것입니다. 정시에 퇴근하려면 자신의 권한을 과감히 위임해야 합니다.
* 저는 직원들과 대화할 때 모르는 것이 있으면 솔직하게 모른다고 말합니다. 그들도 자기가 맡은 분야에 대해서는 나름대로 전문가이기 때문에 리더가 모르면서 아는 척하면 단박에 알아봅니다. 겉으로 의사를 표시하지 않을 뿐입니다.
* 제가 이런 야생마와 같은 직원을 다루는 방법은 이렇습니다. 우선 제가 그 분야에 전문 지식이 없다는 것을 공개적으로 밝힙니다.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솔직하게 이야기한 다음, 그 사람에게 정중하게 도움을 요청합니다. 좀 더 자세히 설명을 해달라고 부탁하는 것이지요. 그러면 보통 그런 야생마들은 신이 나서 떠들기 시작합니다. 온갖 미사여구를 다 동원해서 자신의 지식과 경험을 늘어놓기 마련입니다. 이때 인내심이 필요합니다. 한 30분 정도 마음껏 자신의 견해를 펼치게 내버려둡니다. 그러면 시간이 지나면서 반드시 논리나 대책에 허점이 드러나기 마련입니다. 이제 저의 경험이나 직관적인 판단에 따라 그 야생마의 논리의 맹점을 지적합니다. 야생마가 어떤 논리를 내세우든지 시간이라는 프레임에서 볼 때는 늘 한계가 드러나기 마련입니다.
* 끝까지 제게 해결책을 요구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제가 반도체 업종에서만 40년 정도 일을 했으니, 전체를 살피는 안목이 있을 것이라며 해결책을 끝까지 제게 미루는 겁니다. 끝까지 지침을 내려달라고 하면, “좋아, 그럼 세 가지 옵션을 줄게. 그중 하나를 선택해”라고 답합니다.
첫 번째 옵션은 현안 문제를 풀기 위한 본인의 아이디어를 가지고 오면 제가 가진 경험을 바탕으로 성심껏 조언을 해주겠다고 약속하는 것입니다. 어쨌든 본인의 아이디어를 가져오란 뜻입니다.
두 번째 옵션은 그 직원에게 실제로 현안 문제를 풀 수 있는 아이디어가 없는 경우입니다. 그렇다면 그 분야는 그 사람에게 잘 안 맞는 것 같으니까, 아이디어를 잘 만들 수 있는 분야를 알려주면 그쪽으로 배치시켜주겠다고 약속합니다. 문제를 풀어야 하는데 풀 능력이 없으니, 당신이 풀 수 있는 문제가 있는 곳으로 바꿔주겠다는 것입니다. 제 경험상 대부분 이럴 경우에는 나중에 본인이 아이디어를 만들어 오겠다고 합니다. 실제로 문제 해결 방안을 찾아오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세 번째 옵션은 아이디어도 없고, 다른 곳으로 배치할 곳도 없으니, 어찌할 수 없지 않느냐는 것입니다. 안타깝지만 당신의 자리에서 내려가야 하는 마지막 옵션만 남는다고 일러줍니다.
* 역경이 닥쳤다는 것은 현 시스템에 어떤 문제가 있거나, 조직의 유연성에 과부하가 걸렸다는 뜻입니다. 또한 현재 시스템이 가지고 있는 문제나 그로부터 발생된 추가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는 뜻도 됩니다. 역경을 헤쳐나가다 보면 시스템 내부의 문제를 파악하게 되고, 또 그것을 고쳐나가게 되는 것입니다. 이처럼 역경에는 긍정적인 기능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무엇이 문제의 근본 이유인지 찾아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것입니다.
* 중요한 것은 난관을 극복했던 방식이 아닙니다. 어떤 종류의 난관이었는지가 더 중요합니다.
자기 주도적인 문제를 가지고 씨름한 것인지, 아니면 남이 시킨 일을 하다가 실패한 이야기를 하는 것인지 구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주로 대학 입시에 낙방한 이야기들, 군대에 가서 겪었던 육체적 어려움들, 외국에 교환학생으로 가서 겪었던 문화적 충격의 극복과정 등을 이야기합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이런 사례들은 자신이 원해서가 아니라 그냥 그 사람에게 주어진 환경이었을 뿐입니다. 이런 상황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배운 것과 자기 스스로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는 과정에서 깨달았던 경험은 완전히 다른 차원의 것입니다.
* 회사 경영을 하다가 작은 실수가 발생하면, 그것을 더 큰 실수에 대한 예방 조치의 필요성이 제기된 것이라고 생각하십시오. 작은 실수를 저지른 사람이나 부서가 있다면 무조건 나무랄 것이 아니라, 더 큰 실수를 방지할 수 있는 시금석으로 삼으십시오. 우연히 일어나는 일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작은 실수들이 모여서 큰 실수가 일어납니다. 그렇다면 작은 실수를 단순한 잘못으로 보아서는 안 됩니다. 더 큰 실수를 막을 수 있는 예방 백신이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 이런 시련과 난관을 극복하는 좋은 방법은 없을까요? 우선 공격적인 정신 기조를 유지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작은 실수를 통해서 면역력을 길러내고, 난관으로부터의 회복력을 증대시킬 수 있는 것은 정신의 공격성에 달려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공격성이란 거친 성격이나 폭력적인 성향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정신의 자세를 말합니다.
* 자신의 위기를 감추려고만 하지 말고 드러내고 함께 나누려는 용기도 필요합니다. 진짜 심각한 위기와 시련이 도래했을 때 그것을 혼자 힘으로 헤쳐나가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기업가정신'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약속지킨 셀트리온서정진 회장, 오늘 은퇴..내년 3월 '0원' 명예회장된다 (0) | 2020.12.31 |
---|---|
중국 '알리바바' 마윈의 '영원히 졸업하지 않는' 대학(입력 2019.03.31) (0) | 2019.03.31 |
직원들이 일을 즐기고 있습니까? (CEO에게 보내는 편지) (0) | 2019.03.24 |
“4차 산업기술 활용해 활기찬 농어촌 만들기 총력” (0) | 2017.06.27 |
4차 산업혁명 시대 인생 이모작 전략은? (0) | 2017.06.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