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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 전 준비할 것? 배우자 배려하는 방법부터 배우자

성공을 도와주기 2019. 4. 10. 09:15

퇴직 전 준비할 것? 배우자 배려하는 방법부터 배우자

 중앙 일보 한익종 입력 2019.04.10

[더,오래] 한익종의 함께, 더 오래(20)

2013년 방영된 JTBC 드라마 '더 이상은 못 참아'는 황혼이혼을 결심한 부부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가족 간의 갈등을 담았다. [사진 JTBC]



20여년 전 일이다. 일본에서 황혼이혼이 사회적 문제가 되면서 들려 온 얘기였다. 정년퇴직한 남편이 퇴직금이 든 통장을 아내 앞에 놓으며 그동안 수고했으니 이제는 당신이 관리하며 쓰라고 했단다. 그러자 아내가 큰절을 올리며 “그동안 당신도 수고했습니다. 이제는 따로 좋아하는 생활 하며 여생을 보내지요” 했다는. 그 당시 실소를 금치 못했던 일본의 얘기가 이제 우리의 현실이 됐다.
        

황혼이혼이 15년 만에 최대로 늘어났다는 언론보도가 있었다. 결혼 지속기간 평균 20년 이상인 황혼이혼이 2018년 기준 전체 이혼사례의 약 1/3이고 점점 늘어나는 추세라니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검은 머리 파뿌리 되도록 살자던 그 혼인서약은 어디로 갔나. 우리나라의 현재 추세가 일본의 20년 전을 따라가는 듯하고 이에 대한 준비를 왜 하지 못했을까를 생각하니 더욱 씁쓸하다.



오래전 주례를 몇 번 선적이 있었다. 한사코 거절했는데도 반복되는 간곡한 부탁이라 주례를 맡아 새 부부의 연을 맺는 신랑·신부에게 주례사로 한 가지만을 주문했다. 결혼생활은 사랑보다 배려가 더 중요한 덕목이라고.

많은 사람이 결혼생활을 끝내며 성격이 안 맞아서 이혼한다는 이유를 댄다.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아니 이 세상에 성격이 딱 맞는 커플이 어디 있나? 성격을 맞춰가며 모난 부분을 서로 둥글게 보듬으며 살아가는 게 부부지. 오래 살면서도 서로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기 때문에 황혼이혼이 늘어나는 것은 아닐지.


잡아다 놓은 고기에는 영양제 안 준다고?
마땅한 소일거리가 없어 지하상가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는 남성노인들. 부부가 함께 하는 소일거리는 없을까? [사진 한익종]



친구들과의 저녁 모임에서 술도 적당히 마셨고 시간도 늦어서 인제 그만 집에 가자고, 집에서 부인이 걱정할 테니 자리를 파하자고 했더니 한 친구가 “야~ 그만큼 살았으면 됐지 뭘 더 보려고 하냐? 잡아다 놓은 고기 영양제 주냐?’’라는 게 아닌가? “이 정신 나간 친구야 그럼 도망갈 고기에게 영양제 줄래?”라고 쏘아붙이고는 자리를 떴다.
        

인생의 반려자에게, 특히 인생후반부 가장 든든한 후원자에게 이런 생각을 갖고 있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배우자도 이런 생각을 갖고 있다면 결과는 뻔한 것 아닌가?

퇴직을 얼마 남기지 않은 어느 기업의 간부들에게 한 강의에서 한 얘기가 있다. 인생후반부, 뭘 더 준비하려고 애쓰실 거냐고? 오늘부터라도 집에 가서 배우자께 잘해 드리라고. 이런 얘기를 들려주면 늘 돌아오는 대답이 자신은 잘했다고, 그만하면 됐다는 대답이 돌아온다. 그리고 자기 아내는 더 바라는 것도 없는 것 같다는 대답이다.


내가 잘해 주라는 것은 경제적인 것이나 배우자의 노동을 대신 해 주라는 얘기가 아니다. 정작 중요한 것은 상대편에 대한 배려이다. 배우자가 무엇을 좋아하는가를 이해하고 상호 공통점을 찾아 그를 함께 즐기라는 얘기다. 자신의 배우자가 진정으로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행복하게 생각하는지도 모르는 현주소를 보면 그런 대답이 예상외는 아니며, 황혼이혼이 늘어나는 이유를 알 수도 있다.

설사 상대편이 좋아하는 것을 알더라도 애써 무시하며 앞으로도 개선될 가능성이 없으니 인생후반부에 헤어지는 건 당연한 결과 아닐까? 그런데 더 무서운 현실은 소 닭 쳐다보듯, 닭 소 쳐다보듯, 서로 투명인간처럼 지내는 인생후반부의 부부가 많다는 것이다.


부부가 함께하는 봉사
가수 션과 함께 한 연탄봉사에서의 아내와 나. 부부가 함께하는 봉사는 서로를 이해하고 서로를 배려하는 좋은 기회를 제공한다. [사진 한익종]



인생후반부에 들면서 늘어나는 여가를 어떻게 활용하느냐는 인생 3막을 행복하게 살아가는 데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눈여겨볼 것은 대부분이 자신만의 여가선용에만 집중한다. 인생후반부를 컨설팅하는 기관이나 전문가들도 거의 모두 개인의 삶에 초점을 맞춘다.
        

물론 개인의 여가생활이 중요하지 않다는 얘기는 아니다.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 배우자와 함께 하는 일이라는 점이다. 그랬더니 배우자와 함께 등산도 다니고, 여행도 하고, 골프도, 춤도…. 이런 대답이 돌아온다. 아이템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다. 내가 얘기하고 싶은 것은 기본 정신과 가치관이자 삶 전체를 이름이다.

트랜드를 타는 취미, 남 보이기 위한 여가활동, 상대방을 배려할 수 없는 취미는 한계가 있다. 상대방을 배려하고, 서로의 취미와 장기를 살리며, 지속 가능한 여가활동이 가능한가? 가능하다. 바로 부부가 함께하는 봉사를 통해 그를 찾을 수 있다. 봉사는 기본적으로 역지사지의 정신으로 상대편을 배려하는 덕목을 근간으로 하는 행위이다.


거기다 봉사는 상호이익, 보상되는 행위이고 보면 부부가 함께하는 봉사는 그 어떤 여가활동보다 여러 면에서 생산적이다. 부부가 서로 좋아하는 음악 활동이 봉사활동으로 발전하다가 지자체의 부름을 받는 초청 뮤지션이 되는 사례라든가, 미용하는 부부가 복지기관에서 봉사를 오래 한 결과 지역에서 좋은 소문이 나, 손님이 크게 늘어 난 사례 등은 부부의 금실을 좋게 하고 앞날의 경제적 이익에도 크게 기여하는 경우이니 이보다 좋은 예가 어디 있는가.


지방의 학생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토크쇼에서 건전한 사회인으로 성공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 여행을 통해 경험함으로써 지식을 지혜로 변환하는 일과 가족이 함께 하는 봉사를 통해 상호배려와 삶의 만족감을 키우라고 한 얘기는 아직도 유효하다. 부부가 사회의 가장 기본적인 단위라는 개념에서 본다면 이 원칙은 두말할 필요가 없는 진리 아닌가?

한익종 푸르메재단 기획위원 theore_creator@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