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지니스 정보/비지니스 글

'두리안 싹쓸이'..동남아 두리안 산업까지 흔드는 중국

성공을 도와주기 2019. 8. 18. 10:53

[특파원리포트] '두리안 싹쓸이'..동남아 두리안 산업까지 흔드는 중국



천국의 맛과 지옥의 냄새를 동시에 가졌다는 두리안. 과일의 황제라고도 불리고 열대 과일 치고 가격도 꽤 비싼 편이다. 태국,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가 주산지다.

두리안 좋아하는 중국인, 동남아 두리안 '싹쓸이'

하지만 요즘에는 세계 1위의 두리안 생산국인 태국에서도 두리안 사 먹기가 쉽지 않다. 현지 가격이 매년 올라 이제는 웬만하면 사 먹기 힘든 비싼 과일이 됐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의 중심에는 중국인들이 있다. 중국인들이 두리안을 좋아해 동남아 두리안을 싹쓸이하다시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태국 두리안의 80%는 해외로 수출되고 이 가운데 80%는 중국으로 수출된다. 태국의 대중국 두리안 수출은 해마다 30% 이상 증가하고 있으며 올해는 100%나 늘어 20억 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인들은 특히 부드러운 두리안을 좋아하는데 태국산으로는 '멍텅(Monthong)', 말레이시아산으로는 '무상 킹(Musang King)'이 인기가 높다.

세계 1위 두리안 생산국 태국, 두리안 수출 80%가 중국으로

태국을 찾는 중국 관광객들이 매년 1,000만 명을 넘는데 중국인 단체여행객들의 관광 일정에는 대부분 두리안 뷔페 방문이 포함되어 있다. 어딜 가나 관광지에는 중국인 관광객들이 많지만, 두리안 뷔페를 가보면 중국인들의 '두리안 사랑'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다.

태국 방콕 근교의 두리안 뷔페



두리안 뷔페를 찾은 중국인들은 "중국인들도 처음에는 두리안 냄새 때문에 호불호가 갈렸지만 몇 번 먹어보면 두리안 맛에 중독된다"고 말한다. 두리안은 중국에서 처음에는 동남아와 가까운 광둥성에서 많이 팔렸는데 요즘에는 판매 지역이 중국 전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현재 중국에서 두리안을 맛본 인구의 비중은 5% 미만이라 한다. 중국 시장의 수요 잠재력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두리안 맛본 중국인 인구 5% 미만…. 향후 두리안 수요 급증 전망

중국의 폭발적인 두리안 수요는 태국 과수 농가에 큰 변화를 주고 있다.
취재진이 방문했던 태국 수랏타니에 있는 한 과일 농장은 두리안과 망고스틴, 람부탄 등 열대 과일과 팜나무를 재배하고 있었는데 5년 전부터 팜나무를 베어내고 그 자리에 두리안 나무를 심고 있었다. 두리안 가격 상승으로 팜나무나 다른 과일보다 이익이 최대 9배까지 차이 나기 때문이다.



동남아 과일 농장 '너도나도' 두리안 재배

하지만 이 같은 두리안 위주의 수종 편중 현상에 대해 태국 내에서도 우려의 시각이 많다. 태국에서는 과거 롱간(龍眼,longan)가격이 오르자 과일 농가가 너도나도 롱간을 심었고 결국 과잉 공급 현상이 빚어져 가격이 폭락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두리안 가격이 높게 형성되고 있지만 결국 두리안 재배 편중 현상이 심화하면 두리안 가격 폭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말레이시아에서도 중국 시장을 보고 정부 차원에서 대규모 두리안 재배를 권장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두리안 농가가 대규모로 재편되고 있고 심지어 무분별한 재배지 확대로 산림이 훼손되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두리안 농장을 만들기 위해 훼손된 말레이시아 산림



말레이시아 두리안 재배 위해 산림 파괴…. 말레이 호랑이 위협

파항주에 있는 말레이시아 호랑이 서식지 숲 1,200 헥터도 곧 두리안 농장으로 바뀔 예정이라는 보도가 나오면서 과거 팜나무 재배가 오랑우탄의 서식지를 파괴한 것처럼 두리안이 말레이 호랑이를 멸종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중국은 단순히 동남아의 두리안을 대거 수입에 그치지 않고 이제는 동남아 두리안 산업에 직접 뛰어들고 있다. 지난 7월 태국 남부 송클라 지역에는 한 냉동 두리안 공장이 가동에 들어갔다. 270억 원이 투자된 공장인데 형식적으로는 태국과 합작이지만 실제로는 중국 자본이다.

태국 남부 두리안 산지에 세워진 중국 자본의 냉동 두리안 공장



중국 자본 두리안 사업에 직접 투자….'산업 종속' 우려

이 공장에서는 태국 남부에서 나는 두리안을 사들여 껍질을 제거해 영하 40도에서 5시간 냉동시킨 뒤 모두 중국으로 수출한다. 올 하반기 1만 2천 톤, 내년엔 2만 톤으로 중국 수출 물량을 늘려나갈 계획이다.

지역 두리안 농가에는 안정적인 판로를 확보해 주고 인근 주민들에게는 일자리를 제공해주기 때문에 지방정부나 지역민들의 반응도 좋은 편이다.

하지만 중국이 동남아 두리안을 싹쓸이하는 것에서 나아가 두리안 무역과 생산 과정까지 장악하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시각이 나오고 있다. 두리안 농가들이 중국 시장에 의존하게 되고 또 두리안 사업에 중국 자본의 직접 진출이 가속화되면서 '중국 종속'이 현실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 자본에 태국은 결국 농부의 역할에 그칠지도…."

취재진과 만난 쁘렘 나송클라 태국의 농업 관련 잡지 발행인은 중국은 동남아 두리안 농업에 '양날의 검'과 같은 존재라며 이렇게 말했다.

"중국은 태국 두리안 농가에 좋은 시장이 되겠지만 결국 우리는 농부의 역할밖에 하지 못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중국 자본에 너무 의존하게 되면 결국 태국 두리안 산업은 지속하기 어렵습니다."

유석조 기자 (sjyoo@k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