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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형 자동차 개발 방향과 대중화 조건

성공을 도와주기 2008. 11. 6. 23:52

배럴당 100달러가 넘는 고유가가 지속되고, 각국의 환경 규제도 강화되고 있다.  이러한 환경의 변화는 자동차 회사들의 지속적 성장을 위협하고 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자동차 회사들은 고연비·친환경 자동차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우선 경량화, 부품 변경을 통한 기존 내연기관 체제에서의 에너지 효율 향상에 힘쓰고 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연비 개선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궁극적으로는 화석연료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전기자동차와 수소자동차가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하지만 자동차 회사들은 대안을 제시할 뿐 메인 스트림을 바꿀 수는 없다.  메인스트림을 바꾸는 것은 소비자다.  미래형 자동차들에 대해 소비자들은 크게 경제성, 안전성, 사용 편의성 세 가지 관점에서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미래형 자동차가 대중화되기 위해서는 이 세 가지 문제를 모두 해결할 수 있는 기술 혁신이 있어야 한다.  
  
< 목 차> 
 
Ⅰ. 들어가며 
Ⅱ. 자동차 산업의 환경 변화 
Ⅲ. 자동차 업계의 대응 방향 
Ⅳ. 미래형 자동차 대중화의 조건 
Ⅴ. 맺음말
 
  
  
Ⅰ. 들어가며 
 
1984년 개봉한 영화 ‘백 투 더 퓨처(Back to the Future)’에 나오는 타임머신형 자동차 ‘드로리언(DeLorean)’과 얼마 전 개봉한 영화 ‘아이언맨(Iron Man)’에 나온 주인공 토미 스타크의 은빛 자동차 ‘테슬라 로드스터(Tesla Roadster)’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20년의 시차가 존재하는 영화에 등장하는 자동차들이지만, 공통점이 있다. 필자가 주목하는 공통점은 화석연료로 움직이는 자동차가 아니라는 점이다. ‘드로리언’은 과거로 갈 때는 플루토늄을, 현재로 돌아올 때는 쓰레기를 연료로 사용하고, ‘로드스터’는 전기를 연료로 쓴다. 물론 ‘아이언맨’에서는 전기로 간다는 얘기가 나오지 않지만, 테슬라 로드스터를 자세히 들여다 보면 배기구가 없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이처럼 영화에서 나오는 자동차들이 영화 스크린을 벗어나 현실로 뛰쳐나오려는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 유가 급등과 환경 규제 강화가 자동차 산업의 변화를 불가피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본고에서는 외부환경 변화에 따른 미래 자동차의 모습과 미래 자동차가 대중화되는데 필요한 선결과제들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다.  
  
 
Ⅱ. 자동차 산업의 환경 변화 
  
 
고유가 지속 전망 
 
유가가 오랫동안 심리적 저항선으로 여겨져 온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선 지 오래다. 유가 급등의 근본적인 원인은 공급이 늘어나는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는 상황이라 할 수 있으며, 당분간 타이트한 수급은 쉽게 해소되지 않을 전망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13년까지 이러한 타이트한 상황이 지속될 것이라 전망했고, 골드만삭스와 알리안츠에서는 2년 내 배럴당 200달러에 육박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았다. 반면 리먼브라더스는 경기 침체에 따른 원유 수요 감소와 투기 자본 이탈로 국제 유가가 배럴당 83달러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 봤다. 국제 유가에 대한 전망이 엇갈리는 가운데 많은 전문가들은 중동과 아프리카의 지정학적 변수나 허리케인 같은 자연 재해 등에 따라 유가가 150달러를 넘어 200달러에 육박할 수 있는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보고 있다.  
 
유가 상승이 자동차 판매량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하지만 실제로 오일쇼크가 있었던 1974~75년과 1979~82년에는 세계 자동차 수요가 뚜렷한 감소세를 나타냈다. 유가가 30~40% 급등한 올 상반기에 전세계 자동차 수요의 20%를 차지하는 미국의 자동차 판매량은 738만대로 전년 동기에 비해 10.1% 감소했다. 승용차의 판매량은 전년 수준을 유지했으나, 연비가 좋지 않은 경트럭 차량 판매가 전년 대비 18.5% 감소하면서 시장 위축을 주도했다. 반면에 도요타의 하이브리드 자동차 프리우스(Prius)는 6개월~1년을 기다려야 구입할 수 있을 정도로 주문이 폭주하고 있다. 프리우스는 2007년에 누적 판매 대수 중 절반인 40만대 이상이 판매되었다. 올해 판매량은 주문량으로 미루어 볼 때 50만대를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유가의 영향으로 소비자들이 연비가 좋은 차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 증거다. 현재와 같은 수준의 유가가 지속된다면 경트럭은 물론이고, 연비가 좋지 않은 중대형 승용차의 수요도 급감할 것으로 전망된다.  
 
환경 규제 강화 
 
연비 및 CO2 배출 기준 등과 관련한 환경 규제의 강화 역시 자동차 산업의 변화의 촉매제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2005년 교토의정서가 발효됨에 따라 선진국들은 올해부터 CO2 의무 감축이 시작되었다. 이에 따라 전세계 석유 사용량의 50%를 차지하는 자동차 산업이 갈수록 막대한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교토의정서 발효에 따라 규제를 받게 되는 유럽과 일본은 CO2 감축을 위한 환경 규제 강화를 강화하고 있다. EU는 2012년까지 CO2 배출량을 130g/km으로 규제할 계획인데, 이는 연비 기준으로 19.1km/L에 해당한다. 많은 유럽의 자동차 회사들은 2020년까지는 100g/km(25.5km/L)로 기준이 강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일본은 2015년까지 연비를 2004년 대비 20% 개선하도록 의무화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승용차의 경우 연비를 18km/L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2001년 교토의정서 탈퇴를 강행했던 미국조차 도로교통안전국(NHTSA·National Highway Traffic Safety Association)에서 지난 4월 22일 CAFE(Corporate Average Fuel Economy)라는 연비 기준을 제시했다. 이는 2007년 12월 미 의회에서 제정한 법률에 근거해 구체적인 규제 기준이 제시된 것을 의미한다. 이 법안에 따라 2010년까지 승용차는 15.3km/L, 경트럭은 12.2km/L 기준을 충족시켜야 하며, 2020년에는 평균 14.9km/L를 달성해야 한다. 현재의 10.6km/L에서 40% 이상 연비를 향상시켜야 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CO2 배출량이 적은 친환경 자동차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이와 같은 외부 환경 변화는 자동차 산업을 더 이상 지금의 모습으로는 성장하기 힘든 상황으로 몰아가고 있다. 특히 환경 규제 강화 추세는 기존 내연기관으로는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에 친환경·고연비 자동차로의 변신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Ⅲ. 자동차 업계의 대응 방향 
  
 
그렇다면 이러한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자동차 업계에서 내놓고 있는 미래 자동차의 모습은 어떠할까? 매년 모터쇼에서 전시되는 컨셉트카의 최근 흐름에서 미래 자동차의 변화 방향을 짐작할 수 있다. 대부분의 자동차 기업들은 고유가와 환경 규제에 대한 대응으로 친환경·고연비 자동차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을 다각도로 준비하고 있다. 우선 기존 내연기관 체제에서 경량화나 부품 변경을 통해 에너지 효율을 향상하는 방법을 강구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화석 연료에서 벗어나 신에너지원을 찾는 방안을 모색하는 기업도 적지 않다. 이러한 변화는 지금까지의 개선(improvement) 수준에서 벗어난 기술 혁신(technology innovation)이라고 할 수 있다. 
 
‘체중을 줄여라’ : 소재 변경을 통한 경량화 
 
크고 무거운 자동차는 연료 소비량이 많다. 그렇다고 안전성, 편의성, 무게감 등 다양한 소비자의 니즈 충족이 필요한 상황에서 소형차 생산에만 주력할 수는 없을 것이다. 기존의 크기를 유지하면서 무게를 줄이는 방법이 필요하다. 자동차 무게를 1% 줄이면 연비를 1% 정도 높일 수 있어 자동차 회사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자동차 다이어트’에 뛰어들었다. 자동차 다이어트란 고철 덩어리라고 여겨졌던 자동차에서 철의 비중을 줄이는 것을 말한다. 이는 철을 폴리에스테르, 폴리카보네이트 등의 플라스틱과 알루미늄, 마그네슘 등 비철금속으로 대체함으로써 가능하다. 심지어 직물과 같은 유연한 소재로 대체하기도 한다.  
 
특히 플라스틱은 무게가 철의 14% 수준에 불과해 자동차 무게 절감에 크게 기여한다. 2007년 제네바 모터쇼에 등장한 플라스틱 자동차는 단연 관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현대자동차는 GE 플라스틱(지금의 SABIC Innovation Plastics)과 공동개발한 ‘카르막(QarmaQ)’을 선보였다. 카르막은 차량의 내외 소재를 금속과 유리 대신 업사이클링(Upcycling·재활용을 통해 품질을 높이는 기술) PET 용기 900개가 사용된 친환경 컨셉트카이다. 독일 뒤셀도르프에서 열린 플라스틱, 고무 산업 전시회 ‘K2007’ 에서 컨셉트카 전문업체인 스위스 린스피드는 바이엘 머티리얼 사이언스(Bayer Material Science)에서 개발한 ‘마크롤론’이라는 플라스틱을 사용한 투명 자동차 ‘엑사시스(eXasis)’를 전시했다. 마크롤론은 충격 강도는 유리의 250배이지만, 무게는 유리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다. 이를 통해 차량 무게를 기존 차량의 2/3 수준인 750kg으로 줄였다.  
 
이와 함께 알루미늄이나 마그네슘 등 비철금속도 자동차 경량화에 한몫을 하고 있다. 알루미늄합금은 무게가 철의 35%에 불과하지만, 기계적 성질이 뛰어나 일찍이 항공기를 비롯한 수송기계의 경량구조 재료로 쓰였다. 미국 자동차 회사들은 1970년대에 승용차 연비를 50% 향상시켜야 한다는 정부 규제에 따라 주철 엔진을 알루미늄 엔진으로 교체한 바 있다. 이제는 알루미늄이 엔진뿐만 아니라 차체에도 적용되고 있는데, 혼다의 스포츠카 NSX와 아우디의 A8, TT 등은 100% 알루미늄을 차체로 사용하는 차종들이다. 향후에는 자동차 생산에서 알루미늄의 사용 비중이 더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더불어 마그네슘 역시 경량화 소재로 주목받고 있다. 마그네슘은 가장 가벼운 금속으로 무게가 철의 25%, 알루미늄의 60% 수준으로 자동차 경량화에 크게 기여할 수 있으며, 고온에 강해 자동차용 소재로 유망하다. 현재까지는 시트 프레임 등 일부 부품에만 사용되고 있으나 사용 비중이 점점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에는 ‘자동차는 딱딱한 것’이라는 고정 관념을 깬 신소재 자동차가 개발돼 시선을 끌고 있다. 공기로 부풀려 타는 자동차 ‘위스퍼(Whisper)’가 그 주인공이다. 전동 펌프를 활용하여 공기를 주입하면 차체가 부풀어올라 완전한 모양의 자동차가 된다. 이 같은 변신은 차체에 이용된 소재 때문이다. 부품 및 타이어, 유리 등을 제외하고는 직물과 같은 소재로 되어있다. 물론 평범한 직물은 아니다. 미 항공우주국(NASA)이 화성 표면에 탐사 로봇을 떨어뜨릴 때 쓰는 에어백과 동일한 소재다. 칼로 그어도 찢어지지 않을 정도로 질기며, 내부 또한 다층구조로 되어 있어 공기가 빠질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무게는 217kg밖에 안된다.  
 
‘기초 대사량을 높여라’ : 부품 변경을 통한 에너지 효율 개선 
 
많이 먹어도 살이 안 찌는 사람과 물만 먹어도 살이 찐다는 사람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전자는 기초 대사량이 높아서 먹은 음식을 빨리 에너지로 소모해버리고, 후자는 기초 대사량이 낮아 먹은 음식이 에너지로 쓰이지 않고 몸에 축적된다. 자동차 소비자들은 ‘많이 먹어도 살이 안 찌는 자동차’, 즉 에너지 효율이 높은 자동차를 원한다. 이에 자동차 회사들은 저저항 타이어, 고휘도 LED, 스마트 윈도우 등 에너지 절감 부품 사용을 확대하고 있다.  
 
엔진의 유효 출력 중 30% 정도는 타이어의 회전 저항(rolling resistance)에 의해 열에너지로 소비된다고 한다. 타이어 회사들은 소비되는 열에너지를 줄이기 위해 소재의 배합 비율을 변경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그 결과 저저항 타이어 출시가 줄을 잇고 있다. 미쉐린은 ‘에너지 타이어’라는 연비 절감용 타이어를 내놓았다. 에너지 타이어는 1,000km를 달릴 때 연료 2L를 절감할 수 있다. 국내 타이어 회사에서 출시한 제품은 1km를 달릴 때 CO2 배출량을 4.1g 저감시키며, 연비도 2% 정도 향상시켜 준다.  
 
램프도 진화하고 있다. 지금까지 백열등과 할로겐 램프가 장악해왔던 자동차 조명이 고휘도 LED(Light Emitting Diode)로 빠른 속도로 대체되고 있다. LED는 소비 전력이 백열등의 20%에 불과하고 전기에너지의 90% 이상을 빛에너지로 변환할 수 있어 1,000㎞당 1∼2리터 정도 연비를 향상시킬 수 있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이미 자동차 메이커들은 고급차 및 신형차를 중심으로 자동차 계기판, 실내조명은 물론 후미등, 방향지시등을 비롯한 외부조명까지 LED로 교체하고 있다. 특히 전기자동차가 본격 상용화될 경우 소비전력 절감이 최대 관심사로 대두되면서 수요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조사기관 Strategies Unlimited에서는 향후 자동차용 LED 시장이 2007년 이후 연평균 15% 이상의 성장을 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스마트 윈도우도 적용이 검토되고 있는 아이템 중 하나다. 스마트 윈도우란 태양광 투과율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는 윈도우를 말한다. 과거 대부분의 태양광 투과 조절 기술은 특정 투과율을 가진 필름을 윈도우에 붙이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스마트 윈도우는 전압을 걸어 태양광 투과율을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다. 전기가 흐르지 않을 경우에는 짙은 청색을 유지하다가 전기를 흘려 보내면 투명하게 변한다. 주로 액정 및 분극 기술을 이용하여 투과율을 조절한다. 이러한 기술이 도입되면 태양광 조절을 통해 승차자를 보호할 수 있으며, 에어컨 부하를 줄여 에너지 절감은 물론 내장 직물과 플라스틱 부품의 내구 수명 연장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이외에도 버려지는 배기열을 전기 에너지로 바꿔주는 열-전기 발전기(TEG·Thermoelectric Generator), 정지 상태에서는 엔진이 구동하지 않게 하는 Start-Stop 시스템 등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한 여러 가지 방법이 강구되고 있다.  
 
‘웰빙 먹거리로 에너지원을 바꿔라’ : 동력원의 변화 
 
체중을 줄이고 기초 대사량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위해서는 식이요법이 필수적이다. 기존 내연기관 체제 내에서 자동차 경량화, 부품 변경만으로는 연비를 향상시키고 CO2 배출량을 줄이는 데 한계가 있다. ‘자동차의 식이요법’은 석유를 배제하는 것이다. 화석연료에서 탈피하는 것이 유가 상승과 환경 규제 강화에 대응하기 위한 근본적인 방법이기 때문이다. 2007년 각종 모터쇼에 도요타, GM 등 메이저 자동차 회사들은 전기자동차와 수소자동차 등 화석연료에서 벗어난 친환경 자동차를 경쟁적으로 전시하였다. 이는 미래 자동차가 탈(脫)화석연료의 방향으로 진화할 것이라는 점을 여실히 보여준다. 
 
그 첫걸음이 하이브리드 자동차(HEV·Hybrid Electric Vehicle)다. 하이브리드 자동차란 2차 전지로 구동되는 모터가 엔진의 일부분을 대체하는 자동차를 말한다. 아직까지 전지의 성능이 엔진 전체를 대체하는 것은 역부족이기 때문에 전지로 구동되는 모터가 엔진과 공존하는 하이브리드 시스템으로 연비를 향상시킨다. 1997년 도요타에서 출시한 ‘프리우스(Prius)’를 비롯해 혼다의 ‘시빅(Civic)’ 등이 대표적인 하이브리드 자동차다. 프리우스는 연비를 25~40% 정도 향상시킬 수 있다. 하이브리드 자동차도 진화한다. GM은 2010년 출시될 ‘시보레 볼트(Chevrolet Volt)’라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자동차(PHEV·Plug-in Hybrid Electric Vehicle)로 도전장을 냈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명칭 그대로 플러그를 통해 충전이 가능한 자동차이다. 기존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2차 전지를 보조동력원으로 사용했다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2차 전지를 주동력원으로 사용하고 엔진은 보조동력원이 된다. 이에 따라 40~65%의 연비 향상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더 나아가 100% 전기로 움직이는 전기자동차(EV·Electric Vehicle)인 테슬라(Tesla)의 ‘로드스터(Roadster)’와 미쓰비시자동차의 ‘아이미브(iMiEV)’는 2009년 상용화 계획을 발표했다.  
 
수소자동차 역시 미래 자동차로 주목받고 있다. 수소자동차는 연료전지차와 액화수소엔진차로 구분하며, 액화수소엔진차를 개발한 BMW를 제외하고는 자동차 회사의 대부분은 연료전지차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연료전지차는 엄밀히 말하면 전기차다. 연료전지란 수소와 산소의 화학반응 시 전기가 발생하는 원리를 이용한 일종의 발전기다. 혼다가 올해 연료전지차인 ‘FCX 클래러티(FCX Clarity)’의 보급을 시작했다. 도요타도 올 하반기 ‘FCHV 어드밴스드’를 내놓을 계획이다. GM은 2008년 부산 모터쇼에서 연료전지차 ‘시보레 이퀴녹스’를 내놓았고, 현대자동차도 ‘iBlue’를 전시했다. 이와 달리 액화수소엔진차는 기존 내연기관에 가솔린 대신 액화수소를 주입하는 자동차이다. 때문에 모터가 필요하지 않다. 연료만 바뀌었을 뿐 기존 자동차의 시스템을 이용하면 된다. BMW에서 시범 운행을 하고 있는 ‘하이드로젠7’이 이에 속한다.  
전기자동차와 수소연료전지자동차는 더 이상 엔진의 힘을 빌리지 않는다. 모터의 회전력만이 필요할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모터와 모터에 들어오는 전기를 컨트롤할 수 있는 전장 부품의 비중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같이 미래 자동차는 더 이상 기계적 집합체가 아닌 전기·전자적 집합체로 재탄생하게 될 것이다. 
 
이상의 내용을 바탕으로 상상할 수 있는 미래 자동차의 모습은 외형은 플라스틱 차체에 LED 전조등과 스마트 윈도우를 채용한 전기자동차 혹은 수소자동차가 될 것이다.  
  
 
Ⅳ. 미래형 자동차 대중화의 조건 
  
 
자동차 회사는 미래자동차로의 구조적 변화를 주도할 수는 있지만, 자동차 시장의 메인 스트림을 바꿀 수는 없다. 흐름을 바꾸는 것이 소비자들이다. 그렇다면 소비자들은 미래 자동차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미래 자동차들에 대해 소비자들은 크게 경제성, 안전성, 사용 편의성 등 세 가지 관점에서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해야 미래형 자동차는 대중화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선결과제 1 : 경제성 
 
우선 경제성이 문제다. 자동차 구입 시 경제성은 가격과 연비로 나누어 판단해볼 수 있다. 소비자들은 연비보다는 가격에 민감하다. 2005년 AC 닐슨의 조사에 따르면 소비자가 자동차 구입 시 가장 많이 고려하는 요인이 가격이고 연비, 성능, 안전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연비의 경우 기존 가솔린자동차보다 전기자동차가 좋다. 1년 평균 주행거리를 2만km라고 가정할 때, 연비 개선을 통한 비용 절감으로 자동차 구입 비용차액을 회수하기 까지는 길어야 3년 정도가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평균 자동차 보유 기간이 7~8년이니 3년은 그리 긴 시간은 아니다. 연비 개선 효과에도 불구하고, 하이브리드 자동차 혹은 전기자동차의 구입을 가로막는 것은 가격이다. 하이브리드 자동차, 전기자동차는 동력원 변경으로 부품이 바뀔 뿐만 아니라 기존 자동차처럼 규모의 경제를 통한 제조원가 절감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자동차 가격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 세제 혜택을 통해 실 구입 비용이 조금은 낮아질 수 있다. 하지만 현재 출시되었거나 출시 예정인 하이브리드 자동차 혹은 전기자동차의 실 구입비용은 기존 가솔린 자동차에 비해 최고 800만원 정도 차이가 난다. 소비자가 선뜻 구입하기에는 아직까지 비싸다. 하이브리드 자동차 혹은 전기자동차의 판매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세제 지원뿐만 아니라 연비 개선 효과에 대한 마케팅이 필수적일 것으로 판단된다.  
 
반면에 수소자동차의 경제성은 당분간 확보되지 못할 것 같다. 수소자동차 양산의 걸림돌은 바로 비싼 차량 가격이다. 핵심 부품인 연료전지를 만드는 데 소요되는 재료비만 ㎾당 280만원이다. 100㎾ 연료전지 하나를 만들려면 2억 8,000만원의 재료비가 소요된다. 결국 연료전지 가격을 떨어뜨려야만 수소자동차가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실례로 수소자동차인 혼다의 ‘FCX 클래러티’는 월 60만원, 3년 리스 계약으로 시험 운행에 들어갔으나, 현재 생산 가격은 10억원으로, 리스에 따른 손실은 혼다에서 감수하고 있다. 목표는 1억원 내외로 가격을 떨어뜨리는 것이다. 수소자동차의 가격이 급격하게 떨어지지 않는다면 소비자가 선뜻 구입하기에 부담스러울 것이다(<표> 참조). 
 
경량화 및 에너지 효율 개선을 위해 사용하는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이나 고휘도 LED, 스마트 윈도우 때문에 자동차 가격이 올라갈 가능성도 존재한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는 프리미엄 자동차 위주로 적용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소재 및 부품의 대중화를 위해서는 가격을 능가할 수 있는 효용을 제공해야 하며, 이에 대한 마케팅도 강화해야 한다. 자동차 구매 결정 시 연비와 가격 등 경제적인 부분이 중요하기는 하지만,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는 말도 있듯이 디자인도 무시하지 못할 요인이다.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을 이용하면 성형이 쉬워 강철로는 구현할 수 없는 디자인이 가능해진다. 고휘도 LED도 자동차 인테리어에 사용하면 디자인 측면에서 효과를 볼 수 있다. 스마트 윈도우는 승차자에게 사용 편의성을 제공한다. 태양광에 의해 운전자의 팔이 검게 타는 것을 막아 줄 수 있고, 눈이 부신 것을 방지하기 위해 선글라스를 쓰지 않아도 된다. 이러한 점을 강조하여 가격이 올라간 것에 대한 보상을 해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선결과제 2 : 안전성 
 
자동차 사고는 인명 피해와 연결될 가능성이 높아 소비자 입장에서는 다른 어플리케이션보다 안전성에 대한 기준이 높을 수밖에 없다. 하이브리드 자동차나 전기자동차에 채용될 리튬전지는 휴대폰, 노트북 컴퓨터에 이미 채용되고 있으나, 간간히 발생하는 폭발 사고 때문에 소비자들은 여전히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게다가 모바일 어플리케이션보다 더 많은 전지를 싣기 때문에 폭발 사고의 위험성이 더욱 크다고 할 수 있다. 수소도 폭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가솔린은 1kg 당 연소에너지가 9,800kcal인데 비해 수소는 1kg당 연소 에너지가 2만 8,620kcal에 달한다. 같은 질량의 연료를 실었을 경우 폭발사고가 일어난다면 수소를 실은 차가 폭발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발화 에너지가 매우 작아 미세한 정전기에도 발화될 수 있다.  
 
자동차 회사도 안전성 문제에 상당히 민감한 상황이다. 리튬전지의 안전성 확보에 대한 의문으로 도요타는 리튬전지를 채용한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출시를 연기했다. 전지업체들은 소재 변경 및 BMS(Battery Management System) 개발을 통해 안전성을 확보하려는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예를 들어 불완전 물질인 리튬에 망간이나 철을 섞어 안전성을 높인다. BMS란 수십~수백 개의 전지들을 컨트롤하는 시스템으로 하나의 전지에 문제가 생겨도 다른 전지에 과전류가 흐르지 않게끔 한다. 수소의 경우 안전하게 설계된 수소 탱크를 적용한다. BMW의 ‘하이드로젠7’의 수소 탱크는 여러 겹의 스테인리스로 둘러싸여 있다. 두께는 3cm이며 진공 상태를 유지하여 외부 충격에도 견딜 수 있게 설계했다. 또한 수소의 유출 상태를 체크하기 위해 실내와 트렁크에는 수소가스 감지 센서가 부착되어 있다. 수소가 유출되면 빨간 불이 들어온다. 지붕에 있는 수소가스 배출구를 통해 차내의 수소가 날아가게끔 하는 장치도 되어있다. 이처럼 이중, 삼중의 안전장치를 한다고 해도 사고가 난다면 만사가 끝이다. 시범 운행 등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안전성을 확신시킬 수 있을 때 미래 자동차는 비로소 대중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선결과제 3 : 사용 편의성 
 
기존 가솔린자동차와 비교했을 때, 전기자동차와 수소자동차가 사용에 불편함이 없을지도 의문이다. 전기자동차와 수소자동차는 1회 충전 시 주행거리가 길어야 한다. 자동차 회사들도 너나 할 것 없이 1회 충전 시 주행거리가 길다는 점을 강조한다. 아직까지는 전기 급속 충전소나 수소 충전소가 충분히 마련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충전 시간도 너무 길다. 가솔린 자동차의 주유 시간이 평균 3~5분 정도인데, 수소차는 8~10분, 전기차는 20분 이상 걸린다. 이러한 문제들이 소비자의 자동차 구매를 망설이게 한다. 
 
전기자동차는 주로 밤에 가정용 전원을 이용해 충전을 한다. 그러나 도로에서 갑자기 서버리면 방법이 없다. 급속 충전소가 많이 생겨야 한다. 미쓰비시자동차는 동경 전력, 규슈 전력, 중국 전력 등 5개 전력회사와 급속 충전 인프라에 대한 공동연구를 진행 중이다. 2009년에 급속 충전소를 100개 이상 설치할 것이라 발표했으나, 이는 수도권 지역에만 제한적으로 설치할 뿐이다. 충전소가 없으면 수소를 보충할 방법이 없는 수소자동차는 더 걱정이다. 수소 충전소의 경우 2000년 이후 전세계적으로 설치가 이뤄지고 있지만, 2005년 현재 미국 26개를 비롯하여 독일 11개, 일본 11개, 우리나라 7개 등으로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다. 이것들조차도 아직은 연구 개발용일 뿐이다? 수소 충전소 구축에는 한 곳당 30억~40억원의 만만치 않은 비용이 소요된다. 7억원 정도가 소요되는 일반 주유소의 거의 5배 수준이다. 충전소 설치 문제는 전력회사나 일부 정유회사들이 신규 사업의 관점에서 관심을 가지고 있기는 하나, 전기자동차와 수소자동차의 대중화에 대한 확신이 없다면 대규모의 투자를 기대하기는 힘들 것이다.  
 
전기의 급속 충전 시간을 줄일 수 있는 대안은 카트리지형 전지다. 현재 기술 수준으로는 전기오토바이까지 카트리지형 전지를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전지 및 자동차 기술이 더 발전된다면 자동차용 카트리지형 전지가 나오지 말라는 법도 없다. 이렇게 되면 전지교환소에 가서 전지교환만 하면 되니 충전에 필요한 시간은 줄어들 것이다. 미국의 Project Better Place라는 회사는 공공 충전 시설은 물론이고 전지 교환 시설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이처럼 전지 충전의 개념이 아닌 교환의 개념으로 접근한다면 소비자들이 느끼는 충전 시간이 단축될 것이다.  
  
 
Ⅴ. 맺음말 
  
 
외부 환경 변화에 따라 신기술을 적용한 미래 자동차로의 진화는 필연적인 것으로 보이며, 자동차 회사들도 미래 자동차 개발에 여념이 없다. 그러나 신기술이 반드시 소비자를 유혹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의 존 구어빌 교수는 `혁신의 저주(the curse of innovation)’라는 표현으로 많은 혁신 상품이 시장에서 성공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매년 미국에서 새로 나타난 혁신 상품의 90%가 성공을 거두지 못한다고 한다. 혁신 제품이 캐즘(chasm)에 빠지지 않고 살아남기 위해서는 철저하게 소비자 중심이어야 한다. ‘세계 최초’, ‘세계 최고’ 등의 앞선 기술을 보유한 상품의 경우, 기술력을 너무 추구하다 보면 소비자 중심이 아닌 공급자를 위한 상품에 머물며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소비자의 진정한 니즈를 파악하지 못한다면 그 진화의 방향이 필연적이라 할지라도 시장에서는 빛을 못 볼 가능성이 농후하다. 캐즘에 빠질 것인가 메인 스트림으로 성장할 것인가의 기로에 있는 미래 자동차의 성공을 위해서는 소비자의 니즈를 파악하여 그것을 충족시키기 위한 방향으로 기술 개발의 키를 잡아야 할 것이다.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이미 인프라가 구축되어 있고, 100여년 동안 안전성도 검증된 가솔린 자동차의 경우 AC 닐슨의 조사 결과처럼 가격이 가장 중요한 구매 결정 요인일 수 있다. 하지만 미래 자동차는 다르다. 가격이 기존 자동차와 비슷해진다고 가정하더라도 안전성과 인프라가 확보되지 않는다면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힘들 것이다. 또한 안전성이 확보되었다고 해도 가격이 너무 비싸거나 인프라가 여전히 부족하다면 소비자는 등을 돌릴 것이다. 이처럼 세 가지 선결 조건 중 어느 하나만 해결되어서는 미래형 자동차 시장이 확대될 수 없으며 세 가지 조건이 모두 충족되어야만 메인 스트림이 될 수 있다. 자동차 회사 및 관련 기업들은 세 가지 선결 조건을 모두 만족시키는 방향으로 기술 혁신을 지속해나가야 할 것이다.  <끝>

 

출처;lg경제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