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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사 CEO서 온라인게임 개발자로 中시장서 대박

성공을 도와주기 2008. 11. 25. 00:02

건설사 CEO서 온라인게임 개발자로 中시장서 대박

▲신호철 매직스 사장
"'노가다' 건설 감각이 첨단 게임시장에서 통하는 데 저 스스로도 깜짝 놀랐습니다."

중국에서 1000만명에 가까운 가입자를 둔 대박 온라인 게임 개발자는 50대의 전직 건설회사 CEO 출신이다.

중국에서 히트한 MMORPG(다중접속역할게임) '파천일검'을 서비스 중인 ㈜매직스의 신호철 사장(50)이 그 주인공이다.

신 사장은 최근 LIG 그룹에 편입된 중견 건설회사 건영의 오너였던 엄상호 회장의 처남으로 20여년을 건설현장에서 보냈다. 그는 외환위기 이후 법정관리에 들어갔던 건영그룹 계열사의 뒤처리를 도맡았던 '비운의 CEO'이기도 했다.

그랬던 그가 온라인 게임 개발 업체 사장으로 변신했다.

"노가다 출신이 온라인 게임을 개발한다니…. 속으로 웃는 사람들도 많았겠지요."

사실 얼핏 생각하면 건설일과 온라인 개발은 서로 아무 상관이 없거나 상충되는 느낌마저 들 정도다.

신 사장 본인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실제로 게임 개발을 해 보면서 건설업에서 쌓은 경험과 노하우가 그대로 적용되는 데 스스로도 놀랐다고 한다.

"건설업체는 분양이 제대로 안 되면 그 걸로 끝입니다. 따라서 수요자를 붙잡기 위해 문 너비,베란다 폭,타일 색상 등 온갖 세세한 부분에 갖은 아이디어를 총동원해야 하죠. 게임 개발도 흡사합니다.

게임도 유저의 관심과 흥미를 얼마나 끄느냐에 달렸습니다."

건영을 떠났을 때 그는 40대 초반이었다. "절망적인 경험이었지만 좋은 점도 있었어요." 건설일을 하느라 가족들과 변변히 대화나눌 시간도 갖지 못했던 그는 모처럼 아들과 함께 하는 시간을 즐겼다.

그 때 아들이 막 출시된 스타크래프트라는 게임에 정신없이 빠져드는 것을 봤고 함께 게임을 해 보면서 "이것이야말로 미래의 황금어장"이라고 직감했다.

그 길로 신 사장은 게임 공부를 시작했다.

한국능률협회에서 주관하는 게임개발자양성 과정에도 등록했다. 이 과정을 수료한 후 작성한 게임개발 계획서인 '파천일검' 기획서가 문화관광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이에 고무된 신 사장은 2000년 ㈜매직스를 설립,본격적인 온라인 게임 개발에 나섰다. 2003년에 내놓은 '파천일검'은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큰 반향을 불러왔다. 1~2년을 버티기 힘들다는 중국 시장에서 벌써 4년째 서비스 중인 이 게임은 현지 가입자 수가 800만명을 상회하고 동시접속자 수도 3만5000여명에 달한다.

신 사장은 "50만달러의 계약금에 월매출 기준 29%의 로열티를 받기로 했다"면서 "월 1억2000만원이 넘는 로열티 수입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 게임은 현재 필리핀,일본,대만 등에서도 서비스 중이다.

신 사장이 최신작으로 내놓은 '파천일검2'도 지난해 말 출시된 지 1개월여 만에 1만5000여명의 동시접속자 수를 돌파하는 등 인기를 모으고 있다.

그러나 '파천일검2'가 출시되기까지의 과정이 그리 순탄치만은 않았다. 원래 이 게임의 퍼블리싱(게임의 광고,홍보,배급 등을 종합적으로 담당하는 것)을 맡기로 했던 싸이더스가 5개월씩이나 대금을 연체하는 등 약속을 지키지 않아 출시를 앞두고 부득이 계약을 해지할 수밖에 없었던 것. 싸이더스 측은 이에 대해 법적 소송을 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지만 신 사장은 이미 약속을 어긴 싸이더스를 더 이상 신뢰할 수가 없었다고 한다.

신 사장은 올해 목표를 대폭 올려 잡았다. 지난해 매직스는 매출 25억원,영업이익 3억5000만원의 성과를 거뒀다. 올해는 이보다 250% 성장한 65억원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투자자문사 ㈜이글에셋매니지먼트의 김경진 대표는 "최근 상하이에 본사를 둔 미국계 C펀드가 매직스에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며 "수십억원을 줄 테니 회사를 팔라는 유혹도 과감히 뿌리친 신 사장의 뚝심으로 볼 때 회사의 성장성은 밝다"고 평가했다.

출처: 한국경제신문   글=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    사진=김정욱 기자 ha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