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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디어 길거리에 널렸다- 상상력이 경쟁력이다

성공을 도와주기 2008. 12. 4. 08:17

 

아이디어 길거리에 널렸다 - 상상력이 경쟁력이다

(츌처:주간동아 10월)

[COVER STORY|상상력이 경쟁력이다]
부자 되려면 땀 흘려 놀고 상상하라!
남보다 더 신나고 재미있는 생각이 곧 경쟁력 … 여가시대 이야기산업 세계경제 핵심으로
홍사종 미래상상연구소 대표
 
 

내가 ‘요즘처럼 창조적 상상력이 소중해진 시대도 없을 것’이라고 주장하자 사람들이 반문한다. “인류 역사에서 상상력이 중요하지 않았던 시대가 있었던가?”

물론 인류 문명도 상상력의 산물이다. 옛날에도 상상력은 중요했다. 상상하지 않고 우리가 무엇을 이뤄낼 수 있었겠는가. 그런데 문명의 추진동력인 상상력이 두 가지 관점에서 더욱 중요해진 시대를 우리는 지금 만나고 있다.

첫째, 기술의 진보 속도와 결합해 ‘빠른 창조적 상상력’이 미래경쟁력으로 대두됐다는 점이다.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비행기를 스케치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522년 전, 라이트 형제가 비행기를 타고 하늘을 난 것은 그로부터 418년 뒤인 1903년이었다.

제조업에서 이야기산업으로 패러다임 변화

그러나 오늘날 한 개인의 창조적 상상력이 테크놀로지와 결합해 현실에서 구현되는 데는 수백 년의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한 예로 정체된 귀향길 고속도로에서 ‘하늘을 나는 자동차’를 꿈꿔본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런데 네덜란드 우주항공연구소(NLR)는 이미 이 만화 같은 상상을 ‘스카이 자동차’로 실현해 상용화에 시동을 걸었다. 오늘날 첨단 과학기술 분야의 유기적 시스템은 어떠한 상상이라도 당대에 구현할 준비를 갖추고 있다. 중요한 것은 ‘누가 먼저 남보다 창의적인 생각으로 더 깊이 있고 재미있게 상상해서 결실을 만드느냐’다. 그것이 곧 경쟁력이다.

둘째, 조금 다른 각도에서 본 상상력의 파워다. 지금 우리는 상상력의 산물인 ‘이야기’가 생산의 핵심동력인 사회에 살고 있다. 정보나 첨단 정보기술(IT)을 팔아 얻는 부가가치보다 애니메이션, 영화, 캐릭터, 게임 등 이른바 상상력 없이는 끌고 갈 수 없는 이야기산업의 부가가치 총량이 커진 사회에 살고 있다는 얘기다.

나는 일만큼이나 여가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신세대 소비자의 출현이 이야기혁명 시대의 도래를 촉발했다고 본다. 21세기 들어와 이야기산업은 세계경제의 핵심으로 등장했다. 문화관광부의 문화산업 통계에 따르면 2003~2005년 3년간 이야기산업의 연평균 성장률은 10.5%로, 이는 2005년 한국 경제성장률 4.2%의 배가 넘는다. 가히 상상력에 기초한 산업의 폭발적 성장세를 말해준다.

세계 주요국들의 경제성장률이 2~3%대에 그치고 있는데도 2001~2005년 세계의 이야기산업 시장은 연평균 5.5%의 고성장을 기록했다는 자료도 있다. 뛰어난 상상력으로 무장한 창작파워 집단인 미국 할리우드의 영화산업 규모는 386억 달러로 한국 영화산업 규모의 23배에 이른다. 소설, 뮤지컬, 음악 등 세계적 경쟁력을 지닌 상상력 콘텐츠를 보유한 영국도 1992년 이후 10년간 문화산업의 영국식 표현인 ‘창조산업(Creative Industries)’에서 무려 93%나 성장하며 2002년 말 현재 국내총생산(GDP)의 9%를 차지하고 200만명의 고용효과를 창출했다.

한 여성작가의 상상력의 산물인 판타지 소설 ‘해리포터’ 시리즈가 1997~2006년까지 올린 총매출액은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308조원(소설, 영화, 관련 캐릭터 판매액 포함)인 데 비해, 같은 기간 한국의 반도체 수출 총액은 231조원이었다. ‘이야기 부자’ 조앤 롤링이 2003년 벌어들인 수입은 ‘정보 부자’ 빌 게이츠의 수입(보유 주식의 연간 배당금 기준)보다 2.2배나 많았다.

 
 

도로가 막히면 수직 이륙해서 날아갈 수 있는 ‘스카이 자동차’도 상상력이 뛰어난 과학자들에 의해 실제 개발됐다. 사진은 영화 ‘제5원소’에 나오는 이동 수단.

지금 제조업 분야에서 경쟁력을 잃은 선진국들은 산업구조의 핵심을 고부가가치의 이야기산업 분야로 돌리고 있다. 기발한 상상력으로 잘 만든 이야기가 돈이 되고, 국가의 신(新)산업 경쟁력을 만들어내는 시대다.

상상력 파워 시대에 특기할 것은 상상력의 생산성이 기존 경제의 패러다임도 바꾸고 있다는 점이다. ‘땀 흘려 일한 사람이 부자 되는 사회’가 아니라 ‘땀 흘려 놀며 상상한 사람이 부자 되는 사회’를 만들어내고 있다. 게임에 빠져 일 안 하고 공부도 안 하던 젊은이가 놀면서 만든 신종 게임이 공전의 히트를 쳐서 수출 효자산업이 되고 개인의 부를 만들어주는 사례는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사람들은 이제 변화가 빠르면 빠를수록 싫증을 빨리 느끼고 새로운 것을 요구한다. 제품의 소비주기는 한층 빨라졌다. 우리가 좀더 오랫동안 우려먹고 싶어하는 지식은 배운 즉시 옛것이 돼버린다.

여가의 증대는 또 사람들을 끊임없이 뭔가 자극적인 상상력의 도전 속으로 몰아넣는다. 소비자들은 그래서 남들이 생각지도 못했던 제품과 상상도 하지 못할 서비스를 꿈꾼다.

세계는 이야기에 열광하고 이야기에 목말라한다. 상상력이 곧 경쟁력이다.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기상천외한 상상력과 아이디어만 있다면 그것이 바로 돈이고 권력이다. 기업과 이야기산업에서만의 얘기가 아니다. 정치를 비롯한 다른 모든 분야도 마찬가지다.

창조적 상상력을 위한 제언
선진국 가는 길은 창의적 인재 육성뿐


지금 대학생인 아들이 초등학교 다닐 때의 일이다. 당시 나는 주말에 시골 고향집에 자주 가곤 했는데, 아들이 동행을 거부하기 시작했다. 이유는 아빠가 자기와 놀아주지 않고 일만 한다는 것. 그래서 같이 놀거리를 만들어보자고 하자 아들은 뒷산 나무 위에 ‘방어기지’를 만들어달라고 했다. 순간 아들이 즐기는 전쟁 게임 ‘스타크래프트’와 ‘시저2’ ‘시저3’가 생각났다. 전쟁을 시작하면 늘 방어기지부터 쌓는 게임이다.

그래서 나는 “공격기지를 만들면 어떨까?”라고 제안했다. 어차피 마찬가지라고 판단한 녀석은 내 제의를 흔쾌히 수락했고, 우리는 힘을 합해 ‘공격기지’를 완성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아들은 ‘공격기지’에서 공격을 준비하거나 능선을 따라 공격하면, 그 모습이 노출돼 고지 위 적들이 가만있지 않을 것이라며 우려했다. 아들은 고민 끝에 적의 기지로 통하는 땅굴을 파자고 제안했다. 결국 우리 부자는 그해 겨울이 올 때까지 땅굴을 파며 보냈다.

영국 BBC는 몇 해 전부터 교육개혁에 관한 프로그램을 집중 편성해 창의적 인재 육성을 위한 교육개혁 부분을 심도 있게 다루고 있다. 조앤 롤링의 경우처럼 창조적 상상력을 가진 인재 한 사람을 키우는 것이 국가경쟁력 강화에 얼마나 중요한지 인식했기 때문이다.

자원 빈국 대한민국이 살길도 상상력 자원을 키워나가는 일이다. ‘선진국이 되느냐 마느냐’가 바로 창의적 인재의 육성 여부에 달렸다.

이 과정의 걸림돌이 우리나라의 교육제도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에 따르면 2001년 기준 우리나라의 대학진학률은 83%다. 일본 45%의 2배에 가깝다. 진학률만 놓고 보면 지식강국의 유리한 대열에 섰지만, 문제는 교육의 질이다. 도토리 키재기식 평준화 교육도 문제지만, 학교에서는 늘 5개 중 하나만 골라내는 시험을 치른다.

변화무쌍한 세상, 수도 없이 정답이 바뀌는 세상의 이치는 외면받기 일쑤고 오직 하나의 정답만 선택하라고 강요받는다.

주입식 교육도 문제다. 창의적 상상력과 아이디어는 이종(異種)결합에서 오는 경우가 많은데, 대학교육 시스템은 인문 경영 공학 등 융합을 외면하고 각자의 영역에서 성(城)쌓기식 교육에 열중한다. 만화책처럼 아이들에게 재미도 주고 상상력을 키워주는 교재도 외면한다.

쉽고 재미있는 교육방법을 개발해야 한다. 문학서적을 읽기 전에 만화책을 많이 읽게 해주는 방법도 좋다. 세상의 위대한 모든 창조적 산물도 찬찬히 뜯어보면 만화적 상상력의 산물이었음을 알아야 한다. 만화가들은 이미 100년 전 달에 착륙했고, 유비쿼터스 세상도 경험했다. 주관식 시험을 개발해 세상엔 많은 정답이 있다는 것을 스스로 깨치게 해줘야 한다. 전쟁이라면 ‘방어기지’만 떠올리는 우리의 어린 상상가들에게 ‘공격기지’를 만들어주는 교육행정가, 교육자, 학부모가 돼야 한다.

 

[COVER STORY|상상력이 경쟁력이다]
상상력 경영한다, 고로 대박은 계속된다
독특한 아이디어, 기업문화 바꾸며 고속 성장의 동력 … ‘정보사회’ 다음은 ‘꿈의 사회’
정현상 기자 doppelg@donga.com
 
 

파격적인 베네통 광고(왼쪽)와 베네통 상상력의 산실인 파브리카 연구원들.

상상력을 키우는 퀴즈 하나. 최근 KT 임원진 65명은 강원도로 리더십 워크숍을 떠났다. 다음 중 그들이 그곳에서 한 일은 무엇일까. 1) 경영학 세미나 2) 영어공부 3) 아카펠라 부르기, 다큐멘터리 찍기, 천연염색, 드로잉

퀴즈 둘. 2006년 닛케이 BP사 선정 ‘일본을 빛낸 혁신가’ 대상은? 1) 일본 최대인 도쿄 우에노 동물원 2) 일본 총리 3) 종업원 25명의 아사히야마 동물원

답은 모두 3)번이다. 이 둘의 공통점은 ‘상상력’이다. KT 임원진은 워크숍에서 머리 싸매고 공부한 게 아니라 상상력을 발휘하는 다양한 활동을 통해 창조적인 리더십을 배웠다. 매각될 위기에 처했던 지방의 아사히야마 동물원은 상상력을 통해 일본 제1의 동물원으로 등극했다. 단순히 동물을 전시하는 게 아니라 동물의 행동과 능력을 전시하는 개념으로 바꾼 성과였다. 이곳에선 유리터널 수조 안에서 헤엄치는 펭귄, 감춰진 먹이를 찾아 야생의 능력을 발휘하는 원숭이를 구경할 수 있다. 이런 변화를 통해 1996년 한 해 방문객이 26만명이던 작은 동물원이 10년 뒤 270만명이 찾는 일본 최대의 명물 동물원이 됐다.

“펭귄을 날게 하라” 일본 최고 동물원으로 변신

상상력이 화두인 시대다. 사막을 세계 최고 관광도시로 만들겠다는 두바이의 야심찬 프로젝트나, 한국이 만들어 수조원대의 시장을 개척한 온라인 게임, 파브리카라는 예술가 집단의 상상력을 빌려 패션에 활용하는 베네통, 세계 LCD TV를 석권한 삼성 보르도의 성공이 모두 독특한 상상력의 산물이다. 3M, KT·G, 한국참다래유통사업단, 메타브랜딩 등 주목받는 기업들은 모두 상상력을 한껏 끌어올려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다. ‘상상력 경영’으로 유명한 대표적인 국내외 사례를 소개한다.

# 메타브랜딩

메타브랜딩은 생일을 맞은 사원에게 반나절을 쉴 수 있는 ‘반휴가증’을 제공한다. KT·G가 홍익대 앞에 세운 복합 문화공간 ‘상상마당’의 라이브 홀(아래).

브랜드 네이밍(작명) 및 컨설팅 업체인 ‘메타브랜딩’에는 월요병이 없다. 월요일 아침 직원들은 회사로 출근하는 게 아니라 영화관으로 가서 조조영화를 보는 게 첫 ‘업무’이기 때문이다. 아침 보고 등 특별한 일로 빠지는 이들을 제외하고 직원 28명 가운데 절반가량이 이 ‘월요 시네마’를 이용하고 있다. 영화감상을 한 뒤 느긋하게 점심을 먹고 회사로 출근하면 보통 1시30분. 본격적인 업무는 이때부터 시작된다.

‘월요 시네마’가 상상력 충전을 위한 행사라면 ‘수요 스터디’는 지식 충전을 위한 것이다. 수요일 오후 6시 모든 직원이 모여 같이 식사를 하고, 브랜드 네이밍과 관련한 최신 트렌드를 탐색하는 시간을 갖는다. 이때 발표된 자료는 지식공유사이트(www.brandreport.com)에 올려 일반에게도 공개된다. 이 사이트의 회원은 약 3만명.

1994년 설립된 이 회사는 곧바로 주5일 근무, 10시 출근 제도를 도입했고 직원을 중심에 둔 창의적인 다양한 제도를 시행해왔다. 마케터들을 위한 교육프로그램인 ‘별난 MBA’, 연중 한 달 무급휴가제, 날씨 좋은 날 깜짝 야유회, 사내 동아리인 글로벌·나눔·행복·지식위원회 운영 등이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무급휴가 때는 반드시 해외를 다녀와야 한다는 조건이 있다. 이런 기업문화가 이 회사의 오늘을 만들었다. ‘오케이 캐쉬백’ ‘삼성 하우젠’, 자동차 ‘렉스턴’, 담배 ‘타임’ 등을 작명한 곳이 바로 이 업체다. 지난해 매출 25억원을 올린 중소기업이지만 기업문화만큼은 대기업을 넘어서고 있다.

이 회사 박항기(39) 대표는 평소 “상상력을 기업문화의 근간으로 삼아 직원과 경영자가 모두 행복한 회사를 지향하고 있다. 메타브랜딩이 국내 기업문화를 바꾸는 시발점이 되기를 원한다”고 강조했다.

# 베네통 파브리카

기업의 상상력이라고 하면 독창적인 광고와 컬러풀한 디자인으로 유명한 이탈리아 베네통을 연상하는 사람들이 많다. 신부와 수녀가 키스하는 광고, 남자가 마치 운동화 끈을 매듯 맨발에서 올라온 끈을 졸라매는 광고, 엉덩이에 에이즈 양성이라고 적힌 광고…. 베네통은 이런 상상력의 많은 부분을 파브리카(Fabrica·라틴어로 워크숍의 뜻)라는 커뮤니케이션 연구센터에 기대고 있다. 루치아노 베네통 회장이 예술가들의 신선한 상상력과 아이디어를 제공받기 위해 1994년 설립한 이곳은, 쉽게 말하면 ‘응용 창조성 실험실’이다. 산업디자인, 커뮤니케이션 캠페인, 영화, 음악, 인터랙티브, 출판 등의 부문으로 나뉘어 창작물을 만들어내고 있다.

“한계점 이상을 바라보고 의사소통과 문화와 시장, 열정과 이성을 혼합하는 새로운 방법을 찾아내기 위해 파브리카를 세웠습니다. 파브리카는 베네통 그룹의 기업문화, 그리고 결과적으로는 패션에 긍정적 영향을 갖는 미래를 향한 주의 깊은 눈인, 내일의 트렌드를 연구하는 선두에 서 있습니다.”(루치아노 베네통 회장, 2006년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이 조직의 리크루팅 담당자는 매년 전 세계에서 다양한 언어, 문화, 태도를 지닌 25세 이하의 인재를 선발한다. 지원자의 가능성이 확인되면 2주간 방문 면접을 실시하고, 이를 통과하면 1년간 전액 장학금을 제공한다. 파브리카 연구원이 되면 팀제도하의 체험실습과 토론을 통해 실제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특이한 것은 여러 예술분야의 사람들이 자유롭게 섞여 공동작업을 진행하기 때문에 새로운 개념, 엉뚱한 아이디어가 곧잘 나온다는 점이다.

이곳을 진두지휘하는 로렌초 디렌조 파브리카 연구소장은 “디자인이 잘된 한 벌의 티셔츠도 예술이 될 수 있다”며 파브리카를 새로운 문화 양성소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곳은 산업디자인 아이디어 제공뿐 아니라 그동안 국제 기아대책을 위한 국제커뮤니케이션 캠페인 기획, 고릴라 등 영장류 커뮤니케이션 프로그램인 ‘제임스와 다른 영장류’ 프로젝트, 2004년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출품됐던 영화 ‘열대병’과 멀티미디어 오페라 ‘크레도’, ‘컬러스(Colors)’ 잡지 등을 만들어왔다.

창의적 상상력이 만들어낸 두바이의 초호화 칠성호텔 ‘버즈 알 아랍 호텔’(아래)과 삼성물산이 건설 중인 세계 최고층 버즈 두바이.

# 두바이 프로젝트

눈을 돌려 중동을 바라보면 상상력 하나로 천지개벽이 일어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기업뿐 아니라 국가 경영에도 상상력이 얼마나 큰 요소가 되는지 짐작할 수 있는 사례가 바로 두바이다. 두바이의 지도자 셰이크 모하메드는 역사상 어떤 인물도 상상하지 못한 미래지향적인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삼성물산이 건설 중인 세계 최고층(700m) 건물이며 두바이의 상징이 된 ‘버즈 두바이(Burj Dubai)’, 돛단배 모양의 세계적 초호화 칠성 호텔 ‘버즈 알 아랍 호텔’, 서울시 절반 면적의 테마파크 ‘두바이 랜드’, 바다 속 20m 아래에 짓고 있는 수중 호텔 ‘하이드로폴리스’, 벽면에 설치된 전동차를 타고 이동하는 ‘크리스털 돔’, 야자수 모양으로 바다를 메워 만든 인공섬 팜 아일랜드, 인공섬 300여 개로 만들어지는 세계지도 모양의 ‘더 월드’, 사막의 찌는 더위에도 실내에서 스키를 즐길 수 있는 ‘스키 두바이’….

시(詩)와 함께 자랐고 모든 영감과 상상력, 창의력을 시에서 얻는다는 셰이크 모하메드는 “두바이에서는 실패를 제외한 모든 것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그는 1995년 왕세자로 지목되자마자 “몇 년 있으면 바닥날 석유만 믿고 있을 수 없다. 석유 이외의 곳에서 돈을 벌어야 한다. 그것도 신속하고 획기적으로 벌어야 한다”며 관광산업 중심의 21세기 비전을 발표했다. 이후 과감한 규제 철폐와 외자유치 등으로 순조롭게 프로젝트를 진행해가고 있다. 2006년 650만명의 관광객을 유치했던 두바이는 10년 뒤 연간 1억명 관광객 유치를 목표로 내세우고 있다. 현재 140만명 인구 가운데 순수 자국 인구가 30만명에 불과하지만 두바이의 상상력은 세계를 놀라게 하고 있다.

‘셰이크 모하메드의 두바이 프로젝트’라는 책을 쓴 안의정 씨는 두바이의 성공요소로 무엇보다 지도자 모하메드의 리더십을 꼽는다. 개인 재산 축적에 몰두하는 중동의 다른 왕족들과 달리 셰이크 모하메드는 자신의 재산을 내놓고, 철저히 국민을 위해 솔선수범하고 있다는 것. 또 현장을 발로 뛰며 전문가 2000여 명으로 구성된 싱크탱크의 조언을 듣고, 국민과 허심탄회하게 대화하며 상상력이 실천될 수 있도록 테스트한다고 한다. 지도자의 상상력과 실천력이 두바이의 번영을 이끌고 있는 것이다.

고구마 팔 때 구이용 냄비도 끼워 팔아

메타브랜딩, 파브리카, 두바이의 ‘전면적인’ 상상력은 아니지만 작은 상상 하나로 집단 이미지를 완전히 바꾼 경우도 있다. 이름만 들어서는 어떤 회사인지 짐작하기 힘든 KT·G(전신은 한국담배인삼공사)다. 2003년 1월 민영화 이후 공사는 낡고 부정적인 공기업 이미지를 없애고 젊고 현대적인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상상예찬’이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내부 토론을 거쳐 나온 이 아이디어 덕분에 KT·G는 ‘젊음’을 기업 이미지로 끌어들일 수 있었다. 최근 KT·G는 슬로건을 ‘더 좋은 내일을 상상합니다’로 바꾸고 기업의 사회공헌 이미지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서울 홍익대 앞에 9월 개장한 지하 4층, 지상 7층 규모의 복합 문화공간 ‘상상마당’도 이 연장선상에 있다.

농수산 홈쇼핑에서 고구마를 팔 때 구이용 냄비를 원가로 끼워 팔아 냄비를 산 사람들이 계속 고구마를 사먹을 수 있도록 한 참다래유통사업단(대표 정운천), 직원들의 고유 업무 외 관심분야에 근무시간의 15%를 쓰게 한 SM, 한방 기술을 화장품에 접목해 단일 브랜드로 매출액이 동종업계 2위 기업에 맞먹는 태평양의 설화수, 김승연 전 한화 회장이 자사 대표상품인 화약을 효과적으로 알리기 위해 아이디어를 낸 서울세계불꽃축제도 모두 번뜩이는 작은 상상력의 중요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처럼 기업과 개인, 집단에 상상력이라는 요소가 중요해진 이유는 시대적 변화 탓이다. 이마스 김민주 대표는 이를 두 가지로 진단했다.

“첫째, 누구나 인터넷을 통해 정보와 지식을 얻을 수 있는 시대이기 때문에 자본과 노동, 지식을 부가가치로 연결되게 하려면 무언가 새로운 것이 필요해졌다. 그것이 바로 상상력과 창의력이다. 둘째, 예전에는 아무리 뛰어난 상상력을 발휘해도 기술이 부족해 기발한 제품이 나오기 어려웠다. 그러나 지금은 첨단기술이 발전함으로써 생각한 것을 즉각 구현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우리 사회는 이미 상상력의 시대로 방향을 틀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목소리다. 얼마 전 내한했던 롤프 얀센 코펜하겐 미래학연구소장도 “정보사회 다음인 꿈의 사회가 이미 시작됐다. 꿈의 사회에서는 상품을 사고파는 것이 아니라 상품에 든 꿈을 사고판다. 꿈은 이야기이고 문화다”라고 진단했다.

위에 거론한 기업이나 집단은 한발 앞서 상상력을 경쟁력의 도구로 활용하고 있는 셈이다. 그렇지 못한 곳과 어떤 차이가 있었기에? ‘상상력 경영’을 퍼뜨리고 있는 삼성경제연구소 강신장 상무는 리더의 방향 제시를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았다. 그는 “두바이의 셰이크 모하메드나 일본 아사히야마 동물원 소장의 상상력 있는 방향 제시가 구성원에게 영감을 불러일으켰다. 상상력에 의한 제대로 된 방향 설정이 위대한 차이를 만들어냈다”고 말했다.

예술가·과학자 상상력 기업에 접목

이렇게 기업의 명운을 좌우할 상상력은 어디에서 어떻게 배워야 할까. 처음으로 돌아가서 KT 임원들이 배웠던 것을 떠올려보자. 그들은 예술활동에서 상상력을 배우고자 했다. 그것이 답이다. 문화마케팅 회사인 ‘풍류일가’ 김우정 대표는 “이제까지 기업은 식스 시그마니, 전사자원관리(ERP)니 하는 규격화된 경영기법을 배우려고 노력했다. 그것들을 체득하고 한계에 다다른 지금 필요한 것은 예술가나 과학자 등 창조자들의 상상력을 배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 상무도 “지난 50년 동안 서양을 따라잡는다는 캐치업(catch-up) 전략은 주효했지만 이제 더는 서양에서 베낄 게 없다. 지금부터 필요한 것은 상상력이다. 사람들의 욕망을 읽고 그것을 해소해주는 상상력이 필요한 때다. 그 상상력은 문화예술과 인문학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해외 석학의 기업 내 상상력 분석
급변하는 기업환경 창의력 뛰어난 직원 선호


캐나다 토론토대 경영대학장인 로저 마틴(Roger L. Martin)은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2005년 2월호)에서 조직원들의 상상력과 창의력이 중시돼야 하는 이유를 분석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이 글에서 버텀업(Bottom-Up) 방식과 톱다운(Top-Down) 방식의 경영을 비교하면서 갈수록 상상력을 중시하는 톱다운 방식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버텀업 방식은 과거에 축적된 데이터를 토대로 사업을 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결정하는 방식이다. 증명이 가능해야 하고 ‘신뢰성’이 가장 중요한 판단기준이다. 식스 시그마(Six Sigma), 고객관계관리(CRM), 전사자원관리(ERP) 등이 바로 신뢰성을 중시하는 기업이 선호하는 경영혁신 방식이다.

반면 톱다운 방식은 데이터가 아니라 직관에 의존한다. 아직 데이터가 충분하지 않지만 ‘될 것 같다’는 타당성(Validity)이 중요한 판단기준이다. 여기에서는 고객에게서 듣는 이야기, 디자인, 기업의 사회적 책임, 창의력 등이 중요하다. 세상은 매우 빠르게 변하고 있기 때문에 충분한 데이터가 수집될 때까지 의사결정을 유보하다가는 좋은 사업 기회들을 놓치기 쉽다는 것이다. 그렇게 기회를 놓치는 일이 반복되면 회사의 생존이 불가능해지게 되기 때문에 요즘 기업들은 상상력이 풍부하고 창의력이 뛰어난 직원들을 원한다.

물론 많은 기업에서 톱다운 방식을 수용하고 있지만, 일반적으로 보면 두 요소 다 필요한 방식이다. 따라서 평상시에는 직원들이 버텀업 방식으로 일하면서도 상상력과 창의력을 살릴 수 있게 회사 분위기와 제도가 뒷받침돼야 할 것이다. 출처 : ‘마케팅 상상력’(리더스북) 중에서
   

아이디어? 길거리에 널렸다
상상력에 날개를 다는 9가지 방법 … 시 쓰고 영화 보고 사람들과 어울리면 어느 순간 ‘번뜩’
김민주 ㈜리드앤리더·이마스(emars.co.kr) 대표
 
 

상상력을 자극하려면 다양한 문화체험을 해야 한다. 영화 감상, 느린 여행, 독서, 사진 촬영도 좋은 방법들이다.

이제 시대는 튀는 상상력을 원한다. 어떻게 하면 상상력을 기를 수 있을까? 천재들과 세계적 기업들의 상상력은 모두 주변에서 나왔다. 혼자서 또는 몇 사람과 함께 우리 주위에 널려 있는 콘텐츠를 활용해 개인과 조직, 나아가 사회를 바꿀 상상력을 개발해보자.

# 시를 쓴다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인데 발명왕 에디슨은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시를 자주 썼다. 왜 시를 썼을까? 시는 기본적으로 은유다. ‘당신은 태양’ ‘인생은 강’이라고 하듯 엉뚱한 것들을 연결짓는다. 상상력, 멋진 아이디어는 이처럼 엉뚱한 것들을 갖다 붙이는 과정에서 나온다. 또 시는 소설과 달리 복잡한 플롯이 없고 길이가 짧다. 부담 없이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다.

# 영화를 자주 본다

영화는 현대인들이 매우 좋아하는 콘텐츠다. 영화는 사람들에게 중요한 사실을 극적으로 보여주려 하기 때문에 모든 장면을 치밀하게 계획해 많은 것을 담아낸다. 따라서 영화는 배울 게 많은 교재다. 더구나 외국 영화는 우리가 잘 모르는 생각이나 시설, 문화 등을 보여주기 때문에 사업 아이디어도 얻을 수 있다. 충남 보령의 머드축제는 1990년대 초반 보령군수가 지방자치단체를 활성화하기 위해 고민하던 중 한 외국 영화를 보다가 진흙에서 사람들이 뒹굴며 노는 장면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한다.

# 여러 서점을 돌아다닌다

흔히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서점에 가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여러분은 얼마나 다양한 서점에 가는가? 집이나 회사 부근의 서점만 가지는 않는가? 예컨대 교보문고만 주로 찾는다면 앞으로는 다른 대형 서점도 들러볼 것을 권한다. 서점마다 전시방법이나 전시하는 책의 카테고리가 다르기 때문에 여러 곳을 둘러보면 한 곳에서는 접할 수 없는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서점에 가서도 여러 카테고리의 책을 두루 살피는 게 좋다. 예컨대 마케팅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마케팅 책들이 놓인 곳만 찾아서는 곤란하다. 오히려 대중문화나 과학, 역사 등 다른 장르의 책들을 뒤지다 보면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경험을 할 수 있다.

   

# 여행을 많이 한다

여행을 떠나려면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한다. 우선 회사 일을 하지 못하고, 중요한 사업 기회를 놓칠 수 있다. 돈도 들고 여행 중 어떤 위험이 닥칠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행은 우리에게 생각 밖의 기회와 아이디어를 제공한다. 여행은 일상적인 생활과 관점에 파격을 준다. 따라서 평소 중요하다고 생각하던 것을 하찮게 여기게 되고, 반대로 의미 없이 느껴지던 것에 큰 의미를 부여하게 될 수도 있다. 특히 마음 맞는 사람들과 여행을 하면 의외로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 비행기나 자동차처럼 빠른 이동수단과 달리 상대적으로 천천히 움직이는 크루즈 배를 타고 여행해보라.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과 오랜 시간 배에 머물면서 이야기하다 보면 아이디어가 샘솟을 것이다.

# NGO 사람들과 어울린다

일반적으로 기업체 사람들은 시민단체 사람들과 어울리기를 싫어한다. 사고방식이 다를 뿐 아니라 시민단체가 기업을 비난하는 일이 잦은 탓에 만나는 것 자체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민단체가 어떤 일을 하는지 한번 생각해보라. 시민단체는 시민을 대변하는 단체다. 간접민주주의 사회에서는 국회가 시민을 대변해야 하지만, 파당적 편가름 때문에 시민 의견을 제대로 정책에 반영하지 못한다. 그 틈을 메우는 게 시민단체다. 대표성이 높은 시민단체에 근무하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면 고객의 시각에서 기업이 나아갈 방향을 짚을 수 있게 된다.

# 다른 업종 사람들과 어울린다

다른 업종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도 필수다. 회사에 들어가면 자연스레 동종 업계 사람들과 어울리게 마련이다. 물론 동종 업계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이 자신의 전문성과 경쟁력을 높이는 데는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전문성이 어느 정도 쌓이면 다른 업종에서의 성공 사례가 자신에게 훨씬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된다. 다른 업종의 성공 사례를 벤치마킹해 적절히 활용하면 자기 업종의 성공 통로가 분명해진다.

# 경쟁사 제품을 사용한다

회사원들은 주로 자사 상품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자사 제품을 사야 회사 매출도 올리고 수익도 그만큼 높아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회사에서 마케팅이나 기획을 담당하는 사람이라면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 경쟁사 제품을 사용해봐야 그 제품의 강점과 약점을 알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자신의 생각도 중요하지만 배우자나 가족의 의견을 들어보는 것도 중요하다. 생활 속에서 느끼는 것이 바로 마케팅에서 엄청난 아이디어로 작용한다.

# 길거리를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는다

세상은 모두 미디어다. 책, 영화, 만화, TV만 미디어가 아니다. 심지어 나 자신도 다른 사람에게는 미디어다. 따라서 이 세상 모든 것을 통해 우리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길거리는 온통 광고판이다. 간판은 나를 봐달라고 애원한다. 지나가는 사람들도 다 광고판이다. 브랜드가 붙지 않은 옷이나 가방, 액세서리는 없다. 패션 디자이너 조르지오 아르마니는 패션쇼에서가 아니라 길거리 행인들의 옷차림에서 앞으로 부상(浮上)할 패션 트렌드를 잡아낸다.

# 사원들이 돌아가며 소설을 쓴다

지나치게 파격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일부 회사에선 실제 이를 활용한다. 어떤 사람이 소설의 제1장을 쓰면 5명이 각각 나름대로 제2장을 쓰도록 한다. 그 다음 10명이 자기 마음에 드는 제2장을 고른 후 제각각 제3장을 쓴다. 이렇게 해서 제10장까지 이어지면 다양한 줄거리의 소설들이 나올 것이다. 소설들이 완성되면 직원들이 투표해서 가장 멋진 소설을 선정해 상을 준다. 조직 내의 상상력은 춤을 추고, 조직원 사이의 유대관계도 한층 돈독해질 것이다.

이처럼 상상의 날개를 다는 법을 시도할 때 로버트·미셸 루트번스타인이 쓴 책 ‘생각의 탄생’에서 제시한 생각의 도구를 활용해보자. 즉 관찰, 형상화, 추상화, 패턴인식, 패턴형성, 유추, 몸으로 생각하기, 감정이입, 차원적 사고, 모형 만들기, 놀이, 변형, 통합이 그것이다. 창조성을 빛낸 사람들은 이 13가지 도구를 활용해 상상력을 증폭시켰다고 한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