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2배 근문시간2/3 --- 치과서도 통한 "혁신 공식"
"사람혁신 성과" 제조업보다 서비스업이 효과 크고 빨라
서울 청담동 임피리얼 팰리스호텔 3층. 이곳에는 으레 호텔에 있을 법한 레스토랑이나 행사장 대신 좀 특이한 시설이 들어서 있다. 바로 유아이씨(UIC)시카고 치과병원이다. 이곳은 강남역 로터리에 있는 치과병원의 분원으로, 지난 7월 외국인 상대의 의료관광 전문병원으로 문을 열었다. 환자들이 이곳에서 놀라는 것은 강남의 고급호텔 안에 있는 의료관광 전문병원이라는 점 때문만은 아니다. 오전 8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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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8시까지 12시간 진료하는 ‘8 to 8 근무제’, 설날과 추석 이틀을 빼고는 항상 문을 여는 ‘365일 진료’, 환자별 전담 의사와 위생사 지정제, 의사 한 명이 교정·보철·구강·치주 등 모든 분야의 치료를 다 해주는 ‘원스톱(One stop) 서비스’, 한 번만 병원에 오면 수면치료요법으로 최장 6시간 동안 관련 치료를 완전히 마무리해주는 ‘올 인 원(All in one) 서비스’, 주말 환자들을 위한 ‘휴일 진료제’ 등 본원과 분원 두 곳에서 모두 시행 중인 이들 혁신적인 진료들은 다른 병원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것들이다.
병원이 이 제도들을 시행하게 된 것은 2005년 4월 뉴패러다임 혁신모델을 도입한 게 결정적 계기가 됐다. 기존 2조2교대제 대신 3조2교대제로 전환하면서 60시간이 넘던 주당 근무시간이 40시간으로 30% 이상 줄었다. 자연스럽게 직원들은 만성적인 피로가 사라지고 여유시간이 늘었다.
박해미 실장은 “직원들이 다양한 취미활동을 즐기고 일부는 대학원 공부를 시작하는 등 삶의 질이 달라졌다”고 말한다.
대신 병원은 주당 3시간의 학습시간을 확보해서 직무와 리더십 교육을 실시했다.
김영훈 원장은 “강남사거리 반경 500m 안에만 치과병원이 200개를 넘는 상황에서는 경쟁력이 떨어지는 곳은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며 “의료는 사람산업이기 때문에 직원들이 환자들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하려면 기술이나 고객 중심 사고를 끊임없이 발전시키기 위한 교육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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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은 근무조 확대를 위해 15명이던 직원을 갑절 가까이 늘렸다. 근무시간이 줄었지만 직원들의 급여는 종전대로 지급했다. 직원 수와 인건비 증가로 생긴 경영 부담은 평생학습과 다양한 경영혁신으로 생산성이 높아지고 수입이 늘어나면서 흡수됐다. 지난해 가을 이후 경기침체로 병원업계에도 쓰나미가 밀어닥쳤지만, 이 병원은 상대적으로 큰 타격을 받지 않았다. 야간·휴일 진료 등을 통해 부가가치를 높였기 때문이다. 김 원장은 “몇십억원이 들어가는 고가의 의료장비, 엄청나게 비싼 임대료를 생각하면 병원을 가능한 한 풀가동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한데, 뉴패러다임을 통해 경쟁력과 생산성을 높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노동자들의 연간 노동시간은 2316시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장이다. 반면 노동생산성은 선진 7개국(G7)의 65% 수준에 불과하다. 일은 죽도록 많이 하는데 효율은 낮은 것이다. 또 장시간 노동으로 말미암은 산재율은 10만명당 22.5명으로 독일의 10배, 미국의 5배에 이른다. 하지만 단순히 노동시간을 줄이면 노동자들은 급여가 줄고, 경영자들은 생산량이 줄기 때문에 누구도 쉽게 나서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주간 연속 2교대조 도입을 둘러싼 현대·기아차 노사갈등은 좋은 예다. 현대차 노동자들의 연평균 노동시간은 2549시간으로 오이시디 평균치의 1.5배다. 현대차 노사는 오랜 줄다리기 끝에 지난해 기존 주야간 10시간 맞교대(10+10) 근무를 올해부터 주간 연속 2교대(8+9)로 전환하기로 합의했지만 월급제를 통한 임금 보전, 생산량 보전 등의 이행조건을 둘러싼 내부이견으로 결국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기아차 노사는 아예 시행방안에 대한 합의조차 이루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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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해법은 없을까? 유아이씨시카고병원 사례는 뉴패러다임이 근로시간 단축을 통한 직원들의 삶의 질 개선과 평생학습 시행을 통한 직원과 병원의 경쟁력 제고는 물론 일자리 나누기(워크셰어링)를 통한 고용 확대까지 이끌어내는 1석4조 내지 5조의 효과를 낼 수 있음을 보여준다. 유한킴벌리 사장 출신으로 뉴패러다임의 주창자인 문국현 창조한국당 대표는 “노사가 각각 주장하는 임금과 생산량 보전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뉴패러다임을 통해) 직원 개개인과 조직 전체의 가치 창조 능력을 키우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교대조 확대를 뼈대로 하는 뉴패러다임은 자칫 제조업에만 적용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병원 사례는 서비스업에서도 효과 만점임을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오히려 제조업은 생산설비가 필요하고 제품이 나오려면 시간이 걸리지만, 서비스업은 사람이 혁신을 하면 바로 성과가 나타나는 장점이 크다고 말한다. 또 한국 경제 발전의 원동력이 뛰어난 인적자원이라는 점에서 교육을 통해 지식근로자를 양성하는 뉴패러다임은 21세기 지식경제사회에서 경쟁력을 높이는 지름길로도 평가된다. 고성과 작업장혁신센터(옛 뉴패러다임센터)의 이영호 연구기획실장은 “긴 노동시간과 낮은 노동생산성은 서로 악순환의 고리를 이룬다”며 “우리가 하루속히 선진복지국가로 진입하려면 노동시간을 줄이는 대신 학습시간을 늘려서, 품질과 경쟁력을 높이고, 노사관계도 합리화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출처: 한겨레신문 곽정수 대기업전문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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