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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걸리 트랜스포머 빛낸 6가지 ‘디자인 수다’

성공을 도와주기 2009. 9. 19. 09:59

막걸리 트랜스포머 빛낸 6가지 ‘디자인 수다’

3일 서울역사박물관 내 레스토랑 ‘콩두’에서 ‘막걸리 트랜스포머’ 행사가 열렸다. 우리 막걸리의 우수성과 발전 가능성을 위해 콩두의 대표 한윤주씨가 기획하고 농림수산식품부와 농수산물유통공사가 주최한 행사였다. 전국 막걸리 명가의 13개 막걸리를 시음하는 것은 물론 막걸리로 만든 칵테일, 막걸리와 어울리는 안주 등 다양한 코너가 소개됐다. 그런데 다른 언론이 미처 주목하지 못한 부분이 style& 섹션의 눈에 띄었다. 베란다에 걸린 여섯 장의 현수막이다. 각각에는 장르가 다른 문화인 6명의 얼굴과 함께 기묘한 스케치가 그려져 있었다. 주제는 ‘내가 갖고 싶은 막걸리 병과 잔’이었다.



한윤주 사장은 “막걸리가 ‘유행 코드’보다는 ‘문화’로서 대중에게 인식됐으면 하는 바람에서 술 좋아하는 지인들에게 부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6명의 문화인은 각각 막걸리를 마신 후 느껴지는 순간의 이미지를 표현했다. 스케치는 단순했지만 각자의 영역에 충실한 아이디어와 유머감각이 돋보였다.

건축가 승효상씨와 사진가 김용호씨는 백자를 소재로 병과 잔을 디자인했다. 뽀얀 우윳빛, 아이들의 발그레한 볼 색깔 같은 분홍, 깊이 있는 낙엽색 등 막걸리의 다양한 빛깔을 제대로 음미하려면 역시 백자가 제일 좋다는 게 이유다. 승씨는 24㎝의 병 길이와 손에 쥐기 좋은 위치도 표시했다. 쇳대박물관의 최홍규 관장은 지금의 막걸리가 ‘싸구려 술’로 여겨지는 데는 흔한 플라스틱 소재가 한몫하고 있음에 주목했다. 그래서 쇠를 정교하게 마감해서 병과 잔에 낄 수 있는 홀더를 만들 것을 기획했다. 물론 교체 가능한 홀더다. 6명 중 유일하게 술을 못 마시는 미술가 김을씨의 스케치는 유머가 넘쳤다. 그는 ‘술과 여자가 함께하는 선비들의 풍류’를 현대적으로 해석해 ‘여자의 몸처럼 생긴 병’을 생각해냈다.

건축가인 민경식 소장은 공학적이고 세밀하게 막걸리 병과 잔 ‘설계도’를 그렸다. 배가 볼록한 이 술병과 잔은 흔들리는 게 특징. 막걸리는 흔들어 따라야 제 맛이라는 점에 착안, 슬쩍 건드리면 저절로 흔들리는 병과 잔을 디자인한 것이다. 고정시켜 놓으면 걸쭉한 부분은 밑으로 가라앉기 때문에 맑은 부분만 따라 마실 수 있다는 점도 아이디어다.

현재 밀라노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탈리아인 건축가 안드레아도 참여했다. 이 전시회가 있기 바로 전 서울을 방문했던 안드레아는 새벽까지 막걸리를 마시며 한윤주 사장과 막걸리가 유럽인에게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을 이야기했다. 그리고 밀라노로 돌아가는 비행기 안에서 이 스케치를 그렸다고 한다. 안드레아의 아이디어 역시 민 소장처럼 ‘흔들림’에 주목했다. 오뚝이처럼 툭 건드리면 저절로 술이 섞이면서 시각적으로도 재미를 유발시키는 디자인이다.

한 사장은 “막걸리가 깊이 있는 맛과 가치를 지닌 술이라는 건 한국인이라면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라며 “이젠 담는 그릇에도 관심을 가져야 할 때”라고 말했다. 정부가 1년에 한 번씩 ‘올해의 막걸리’를 선정하고 이에 어울리는 상표·병·잔 디자인을 공모하면 어떨까. 현대인은 술을 마실 때도 디자인을 안주 삼는다.

서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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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막걸리 트랜스포머’ 행사에 선보였던 막걸리 중 기자와 소믈리에 엄경자씨가 공동으로 추천하는 막걸리다. 엄경자씨는 와인 전문가지만 막걸리에 관심이 많다. 이날 행사를 위해 와인처럼 향·맛·산도 등을 비교할 수 있는 ‘시음 체크 표’를 만들고 분석 결과도 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