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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의 한국인] [3] 케냐 가전시장 점유율 1위 LG전자

성공을 도와주기 2010. 1. 13. 13:14

아프리카의 한국인] [3] 케냐 가전시장 점유율 1위 LG전자

 

봉사로 마음 잡고, 품질로 인정받아
지사 설립하자마자 현지인들 무료 수술 도와 불안정한 전압 사정 맞춰
저전압 냉장고 내놔 히트 5년간 30%씩 매출 증가

동아프리카 최대 도시인 케냐 나이로비의 상업지구 루슬리(Lut huli) 거리. 소형버스 마타투(matatu)가 뿌연 흙먼지를 일으키면서 수많은 인파를 헤집고 다녔다. 1㎞ 길이의 거리 양쪽으로 100여개의 전자제품 매장이 줄지어 있어 1980년대 세운상가를 연상케 했다. '가정주부의 천국(House Wife's Paradise)'이라는 이름의 매장에 들어가니 LG전자삼성전자 등 한국 브랜드를 단 TV·냉장고·세탁기가 가장 좋은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다.

여기서 한국 가전제품을 판매하는 줄 자말(Zul Jamal) 사장은 "한국 가전제품이 제일 잘 팔린다"며 "10년 동안 매장을 3개로 늘렸으니 LG와 삼성이 내 은인"이라고 말했다.

LG전자 케냐 지사의 나원우 지사장(오른쪽 세 번째)과 이상학 과장(왼쪽 첫 번째), 구본영 과장(왼쪽 두 번째)이 현지 파트너인 핫포인트 직원들과 LG 전문 매장에서 밝게 웃고 있다. /김형수 프리랜서

최근 5년간 연평균 30%씩 매출 증가

LG전자 케냐 지사는 현지 가전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달린다. 2004년 출범 후 수단·에티오피아·우간다·탄자니아 등 동아프리카 12개 국가를 관할한다. 한국에서 파견된 직원 4명과 현지인 14명이 근무 중이다.

LG전자가 케냐를 중심으로 동아프리카 지역에서 거둔 성적은 괄목할 만하다. 5년간 연평균 30%씩 매출이 증가했고, 2008년에는 매출 1억달러를 돌파했다. 그런데 인구 2억명의 현지 시장 공략을 위해 필요했던 것은 '생존 전략'이었다.

파견 1년째인 배승열 과장은 작년 8월 집 앞에서 소총을 든 강도를 만났다. 다행히 다친 사람은 없었지만, 놀란 아내는 3살 아들을 데리고 한국으로 들어가버렸다. 설득 끝에 작년 12월 가족이 다시 모였지만 모든 게 조심스럽다.

3년의 주재원 생활을 마치고 곧 귀국하는 이상학 과장도 2007년 5월 시장 조사차 이동하다가 경찰과 강도 사이에 벌어진 총격전 현장에 있었다. 불과 50m 떨어진 곳에서 들리던 총소리는 귓가에 생생하다. 현지인 직원 레이몬드 세푸씨가 최근 강도에게 납치됐다가 풀려나는 등 저마다 절절한 케냐 생존기를 갖고 있다.

실제 케냐에서는 2007년에 인종 간 충돌로 1500여명이 사망했고, 국경을 맞댄 소말리아에서는 해적들이 들어오고 있다. 시내 중심가에 위치한 LG전자가 입주한 건물도 무장 경비원들이 경호하고 있다.

치안문제 때문에 외국 기업이 현지에 제대로 정착한 사례는 거의 없었다. 하지만 LG는 한국인 특유의 돌파력으로 잠재 시장이던 동아프리카를 전략적 요충지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현지인과 융화와 돌파력으로 시장 평정

2004년 케냐 지사 설립을 맡은 나원우 지사장은 '현지인과의 융화'를 최우선 목표로 삼았다. 지사 설립 후 3년 동안 90명에게 언청이 수술을 해줬다. 의수족 수술을 받은 사람도 50명이다. 지난해에는 유엔세계식량계획(WFP)과 함께 케냐와 에티오피아의 기아문제 해결을 위해 3년간 30억원을 기부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LG가 아프리카에 좋은 일을 하러 왔다는 사실을 알리려고 했습니다. 회사 이미지가 좋아지면서 매출도 자연히 늘어나더군요."

우수한 제품과 서비스는 기본. LG전자는 전력 공급이 불안정한 현지 사정을 고려해 저전압에서도 작동하는 냉장고를 아프리카 최초로 선보여 기존 일반형 냉장고보다 40%나 판매량을 늘렸다.

애프터서비스를 받으러 오면 티셔츠 선물을 주고, 현지 가전업체 가운데 최초로 콜센터 대표 번호인 0880-545454(전화 버튼의 54는 LG를 의미)를 도입했다.

나 지사장은 "동아프리카는 주요국의 경제성장률이 10%에 육박하는 등 앞으로가 더 유망한 시장"이라며 "몇 년 후에는 큰 과실을 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