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ㆍ일자리…사회적책임과 기업은 이젠 별개아닌 한몸 | ||||||||||||||||||
`혁신 전도사`개리 하멜 인터뷰 애플 아이폰 성공이 증명하듯 고객 아이디어가 가장 혁신적 | ||||||||||||||||||
경영학의 대가, 혁신의 전도사로 유명한 개리 하멜 런던비즈니스스쿨(LBS) 교수가 던진 경인년 새해 화두다. 지난해 10월 매일경제신문이 주최한 세계지식포럼에 참석해 `기업의 혁신을 위해서는 조직을 잘게 쪼개라`는 메시지를 던졌던 그가 새해 벽두에 다시 우리나라를 찾았다. 매일경제신문은 지난 8일 신한금융그룹 임직원들에게 혁신 강의를 하기 위해 방한한 하멜 교수와 단독 인터뷰를 하고 새해 비즈니스 트렌드와 함께 향후 기업들이 추구해야 할 경영전략을 들었다. 인터뷰는 하멜 교수가 이날 특별강연을 펼쳤던 경기도 기흥 신한은행 연수원에서 이뤄졌다. 점심식사와 인터뷰를 포함한 2시간30분 동안 하멜 교수는 영하의 추위를 떨치고도 남을 열띤 강연과 토론을 펼쳤다. ―위정환 금융부 차장=지난해 세계지식포럼에서 `혁신을 위해서는 기업의 조직을 쪼개라`고 주문했다. 새해 비즈니스 트렌드를 꼽으라면. ▶개리 하멜 교수=오픈 이노베이션이다. 쉽게 말해 당신의 기업과 기업 바깥 세상 사이의 경계가 없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내 기업이 어떤 기업과 힘을 합칠 때 최고의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는가다. 애플과 나이키가 협력해 애플 아이팟나노에 만보기 기능을 넣은 것이 하나의 예다. ―위 차장=기업들이 오픈 이노베이션을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하멜 교수=오픈 이노베이션 플랫폼에서 기업들은 `어떻게 하면 고객을 참신한 방법으로 깊이 끌어들일 수 있는가`를 생각해야 한다. 최고의 아이디어를 고객에게서 얻는 것이다. 회사 바깥에 있는 고객들이 더 혁신적일 수 있다. 이들의 아이디어를 얻고 인센티브를 주는 시스템을 만들면 된다. 애플 아이폰에는 외부 개발자들이 만든 10만개 이상의 애플리케이션이 있고 15억여 번 다운로드됐다. 구글 어스나 구글맵에는 외부 개발자들이 만든 수만 개의 API(소프트웨어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기 위한 여러 가지 함수의 집합)가 들어 있다. 직원과 고객 양측에서 아이디어를 얻을 때 혁신이 시작된다. ―위 차장=세계 경제에 여전히 불확실성이 크다. 이럴 때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라고 보나. ▶하멜 교수=불확실성이 상존하는 경영 환경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근무 사기(morale)를 북돋우는 것이다. 실업 등 위협 요소가 많으므로 직원들은 겁먹고 적극적으로 나서기보다는 뒤로 물러서려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금융위기를
경영자들은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할 것이 아니라 직원들의 말을 듣고 안심시켜 줘야 한다. `내가 왜 여기에 있지`라는 생각을 하지 않도록 경영자들이 직접 말을 건네야 한다. 난 구글의 예를 많이 드는 편인데 애플이 어떻게 하면 기계를 환상적으로 아름답게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하는 `미용 산업(beauty business)`에 속한다면 구글은 어떻게 하면 직원들 의욕을 고취시키는지 고민하는 `지식 산업(knowledge business)`에 있다고 본다. 근무 의욕은 지난 20년간 인류 역사 그 어느 때보다 낮았다. 그러나 창조기반경제(creative economy)는 이를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다. 직원에게 기회를 주고, 혁신 프로세스를 확신시키고, 조직을 위해 기여할 기회를 좀 더 줘야 한다. 그러려면 경영자가 먼저 나서야 한다. ―위 차장=글로벌 산업지도가 바뀌고 있다. 신재생에너지 기업 등이 앞으로 주도적인 역할을 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는데. ▶하멜 교수=지금 경영 환경은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어렵게 하고 있다. 기후변화뿐만 아니라 크게 보아 지속 가능성을 담보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하나의 큰 흐름은 `사회적 기업가정신(Social Entrepreneurship)`이다. ―위 차장=요즘 전 세계 기업 현장에서 목격한 주목할 만한 변화를 꼽는다면. ▶하멜 교수=10년 정도 지나면 1900년대 포드주의는 완전히 없어지고 향후 100년을 이끌어갈 새로운 일하는 방식이 자리 잡을 것으로 본다. 아직은 100년 전 방법을 그대로 쓰는 것이 많다. 그러나 웹에서 자라난 요즘 세대들은 다르다. 이들은 모든 아이디어가 동등한 입장에서 경쟁할 수 있다고 믿는다. 또 아마존닷컴에서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톱 리뷰어(top reviewerㆍ최고 검증자)`를 선정하는 것처럼 위계질서도 자연스러운 위계질서(natural hierarchy)가 된다. 어떤 사람이 유튜브에 동영상을 올리면 `그가 어떤 학교를 나왔느냐`고 묻지 않고 `그거 재미있냐`고 묻는다. 이들은 현실의 회사도 웹에서와 같기를 기대한다. 만약 그렇지 않으면 그 회사를 떠날 것이다. ―위 차장=혁신을 어떻게 실천해야 하나. ▶하멜 교수=혁신을 하려면 첫째, 사람들이 당연하다고 여기는 것에 도전해야 한다. 둘째, 감정 이입을 해야 한다. 예를 들면 음악 서비스 유료화를 처음 생각해낸 것처럼 `사람들이 음악을 어떻게 듣는지` `어디에 돈을 쓰는지` 파악해 소비자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면 창의적인 사업 모델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셋째, 자신이 가진 적성과 실제 할 수 있는 능력의 접점을 잘 찾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너무 미래를 생각할 것이 아니라 현재에 집중하고 이미 변화하고 있는데 다른 사람들은 눈치채지 못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집중해야 한다. ■ 용어 개방형 혁신(Open Innovation) : 기업 내부 자원은 물론 기업 밖에 있는 수많은 자원을 회사의 자원처럼 효율적으로 활용해 혁신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21세기 혁신은 타 기업 등 외부 파트너의 힘으로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한 개념이다. 기업 혼자의 힘으로 비밀스럽게 연구개발을 진행해 세상에 터트리는 닫힌 방식의 기술 혁신이 더 이상 성공할 수 없다는 인식에서 나왔다. 사회적 기업가정신(Social Entrepreneurship) : 일반 기업처럼 이윤 극대화를 목적으로 하기보다는 사회적 목적 실현을 위해 이윤의 대부분을 재투자하는 기업가정신을 말한다. 주로 일자리 마련, 사회 통합, 국가 안보, 교육 등 서비스 제공, 지역경제 지원 등 삶의 실질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 초점을 둔다. 우리나라는 사회적 기업 육성위원회의 공식 인증을 받아 일반기업이 사회적 기업으로 인증되면 경영 컨설팅이나 조세 감면 등에서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다. ■ He is … 개리 하멜(Gary Hamel)은 1983년부터 런던비즈니스스쿨(LBS)의 전략 및 국제경영 분야 객원교수를 맡고 있다. 국제컨설팅회사인 스트래티고스를 설립했으며, 소통을 특징으로 한 웹2.0에 바탕한 미래의 경영시스템을 만드는 모임인 엠랩을 운영하고 있다. GE, 타임워너, 네슬레, IBM 등 세계 굴지 기업에서 컨설턴트로 활약하기도 했다. 2008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그를 `가장 영향력 있는 경영대가(guru)`로 선정했다. 개별 기업을 현장 방문, 분석해 경영 혁신 방법을 제안하는 그는 `혁신 전도사`로 알려져 있다. 그가 창안한 `전략의도` `핵심역량` `경영혁신` 등 개념은 세계 경영학의 흐름을 바꿔 놓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저서로는 `경영학의 미래(The Future of Management)` `꿀벌과 게릴라(Leading the Revolution)` `미래를 위한 경쟁(Competing for the Future)` 등이 있다. ◆ G20의장국은 한국中企에 큰 기회 ―위 차장=최근 한국에서 위험을 감수하고 창업하거나 새로운 기술에 도전하는 기업가정신이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하멜 교수=우선 혁신은 기본적으로 위험 감수(risk―taking)다. 주사위를 던지면 내가 이기지만 던지지조차 않는다면 나는 지는 것이다. 제로섬 게임으로도 볼 수 있다. 한국은 아직 혁신을 그다지 요구하지 않는 자본집약적인 산업이 많다. 하지만 지식기반경제에서 창조기반경제로 전환하면서 바뀔 것이다. 인내심도 혁신에서 중요하다. 신문에서 `하룻밤 사이에 대박 났다`와 같은 기사를 보게 된다. 하지만 이를 뜯어보면 오래되고 신중한 사전 계획이 숨어 있다. 물론 기업이 새로운 큰 기회에 집중하면서 동시에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신중한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위 차장=한국에서도 실업이 큰 문제다. 정부에서는 일자리를 나눠 갖는 잡셰어링을 권장하고 있는데. ▶하멜 교수=잡셰어링이 최고의 방법은 아니다. 기업에 세금 혜택을 주고 의욕을 고취시켜서 더 많이 고용하게 만드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울러 실업자에게는 정부가 재교육 기회를 제공하고, 현재 고용 상태인 사람에게도 교육 보조금을 줘야 한다. ―위 차장=한국이 올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의장국으로 나선다. 기업들이 이 기회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나. ▶하멜 교수=보다 글로벌한 시각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특히 한국 중소기업들은 글로벌 기회를 생각해 보지 않았을 수 있는데 이들에도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한국이 세계 경제에서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지, 자신의 회사가 갖고 있는 글로벌 잠재력을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중소기업일수록 웹 기반 경제에서는 세계로 뻗어나갈 기회가 무궁무진하다. ―위 차장=아시아의 비즈니스 모델이 글로벌 스탠더드가 될 수 있나. ▶하멜 교수=`아시아 경영 모델`이라고 불릴 만한 것을 지적하는 것은 시기상조다. 한국 일본 중국 인도의 경영 방식은 제각각 다르다. 아시아 국가들은 전통적으로 혁신과 별 관련 없는 노동집약적ㆍ자본집약적인 산업을 키워왔는데, 이러한 것들이 바뀌고 있고 예외도 많다. 예를 들어 일본은 상명하달식(톱다운) 경영 방식으로 인해 직원들의 몰입 정도가 현저히 낮다. 결국 수출 주도형, 자본집약적 경제 등 아시아 경제 모델은 있지만 아직 경영 모델은 없다고 본다. 위계질서나 톱다운이 특성이 될 수는 있지만 하나의 모델로 보기엔 무리가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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