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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의 한국인] [4·끝] "1년 무상점검" 한국식 A/S로 대박

성공을 도와주기 2010. 1. 13. 13:13

아프리카의 한국인] [4·끝] "1년 무상점검" 한국식 A/S로 대박

 

리비아 중장비 '싹쓸이' 혜림21 김두원 사장
다른 업체들은 '팔면 끝' 혜림21은 공짜로 고쳐줘
리비아 중장비 70~80% 김 사장이 한국서 들여와

북아프리카 리비아의 수도 트리폴리 외곽에 있는 '스와니로드'. 흙먼지가 풀풀 날리는 4차선 도로 양편에는 굴삭기와 지게차 등 중장비들이 도로변 공터에 줄지어 서 있다. 5~6년 전부터 리비아에 건설붐이 일기 시작하면서 중장비 판매 매장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스와니로드에 있는 모스크(이슬람 사원) 맞은편 중장비 매장에는 'HYUNDAI'(현대)라는 로고를 선명하게 새긴 굴삭기 30여대가 줄지어 서 있다. 사무실로 들어가자 리비아인들 사이로 머리가 살짝 벗어진 왜소한 한국인이 활짝 웃으며 나왔다. 그는 현대중공업 중장비를 리비아로 수출하는 무역회사 혜림21 김두원(46) 사장이다.

"10년 전만 해도 리비아엔 미국·일본산 건설장비밖에 없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한국산 중장비가 최고 인기입니다. 리비아 사막 한가운데에도 한국 장비가 다 들어가 있습니다. 운 좋게도 그중에 70~80%는 제가 한국에서 들여온 겁니다."

현대중공업 중장비를 리비아로 수출하는 무역회사‘혜림21’의 김두원 사장. 그는 지난 5년 동안 리비아에 현대중공업 중장비 1800여대를 판매했다. /이석우 기자 yep249@chosun.com

◆한국산 중장비로 리비아 시장 석권

그가 지난해 판 건설 중장비는 630여대, 덤프트럭 65대. 현대중공업과 계약을 맺고 있는 전 세계 딜러 중 판매 실적 1위다. 지난 5년 동안 그가 리비아에서 판 중장비가 1800여대에 이른다. 지난해 매출만 1억898만달러(약 1200억원).

현대중공업과 딜러 계약을 맺은 것은 2004년. 김씨가 리비아로 장비를 수입하겠다고 하자 현대중공업은 "리비아가 그다지 큰 시장도 아니고, 중장비 수출 경험도 없으니 1년에 20대 정도만 팔면 대성공"이라고 했다. 하지만 판매에 들어간 2005년 첫해에 68대를 팔았다. 이듬해에는 거의 두배에 가까운 134대를 팔았다. 하지만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현대중공업 담당자도 깜짝 놀랐고, 김 사장도 놀랐다. 리비아의 한국 대형 건설사들은 자체적으로 장비를 조달해 쓴다. 따라서 리비아 현지 기업들과 다른 외국 건설사에만 판 중장비가 이 정도다.

◆10년 전만 해도 '알거지', 자살까지 생각해

리비아에선 소위 '대박 난 한국인 장사꾼'으로 통하는 김씨도 10여년 전에는 밑바닥을 경험했다. 한국의 한 상사에서 수출 업무를 담당하던 그는 1998년 리비아로 섬유 수출을 하던 한국 업체로 직장을 옮겼다. 2~3년만 근무할 생각으로 이 회사의 리비아 지사로 왔다가 2000년에는 혜림이라는 수출입 회사를 세워 독립했다.

당시만 해도 리비아 정부가 섬유산업을 정책적으로 지원하고 있어 원단만 수입해도 먹고살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창업 1년 만에 리비아 정부의 정책이 순식간에 '섬유산업 포기'로 바뀌었다. 순식간에 리비아 전역의 섬유공장이 문을 닫았다. 그의 사업도 몰락했다.

"내일 먹을 양식을 걱정해야 할 정도로 폭삭 망했어요. 아이들 적금, 돌 반지, 예물도 모두 팔았어요. 너무 힘들어서 낭떠러지에서 떨어져 죽는 게 낫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완전히 '알거지' 수준까지 내려갔던 김 사장은 우연히 중장비 얘기를 들었다. 오래전부터 알고 있던 리비아 거래처 직원이 "건설업이 호황인데 리비아에는 낡은 중장비밖에 없어 공사를 못하는 곳이 많다"는 얘기였다. 귀가 번쩍 트였다. 현대중공업 장비를 처음 들여와 리비아 건설사에 소개했더니 "가격은 미국·일본산 장비보다 더 싸고, 품질은 전혀 뒤지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국식 애프터서비스 도입해 고객들 사로잡아

김 사장이 리비아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또 다른 이유는 '한국식 애프터서비스'. "여기선 지금도 중장비는 물론 자동차·전자제품도 일단 한번 팔고 나면 끝이에요. 고장이 나면 물건 산 사람이 알아서 고쳐 씁니다. 하지만 우리 회사는 처음부터 한국식 애프터서비스를 도입해 1년 동안 무상점검·수리를 해 주고, 고객이 부르면 엔지니어들이 바로 출동합니다."

공짜로 수리해 준다고 했더니 리비아 고객들은 "세상에 공짜로 고쳐 주는 게 말이 되느냐. '사기'"라고 했다. 하지만 그는 중장비 판매 법인인 '아프리칸 걸프'를 만들고 한국식 애프터서비스를 꾸준히 제공했다. 소문이 퍼지면서 '사기 친다'던 고객들이 단골이 됐다. 지금은 현지인 엔지니어 60명으로 애프터서비스 전담팀(총 14개 팀)을 구성해 운영하고 있다. 고객이 부르면 사막 한가운데도 달려간다.

김 사장은 "장사 수완이 아무리 좋아도 한국산 중장비 자체가 좋은 평가를 못 받았으면 성공하진 못했을 것"이라며 "한국 기술이 발전한 덕을 내가 아프리카에서 누리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