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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新기술 전쟁'현장을 가다] [6] '명품' 중소형 제트기로 세계 3위

성공을 도와주기 2010. 1. 13. 13:15

G20'新기술 전쟁'현장을 가다] [6] '명품' 중소형 제트기로 세계 3위… 삼바, 하늘을 날다

 

브라질 항공산업의 엔진 '엠브라에르'
10년간 비행기 12종 내놔 수출이 총매출의 90% 달해
"새 기술 등 연구개발 올인 경쟁사의 반값에 제작"

축구장만한 거대 격납고에 절반쯤 도색된 비행기 6대가 지그재그로 서 있다.

비행기마다 5~6개의 거대한 사다리들이 아래부터 측면까지 돌아가면서 마치 거미줄 치듯 몸체를 감쌌다. 꼬리 부분에는 하늘색의 KLM(네덜란드 항공), 짙은 파란색의 AZUL(브라질 항공사) 등 비행사 마크가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 안내를 맡은 직원은 "3교대로 24시간 조립이 이루어지고 있다"며 "조립하는 데만 최소 4개월이 걸린다"고 말했다.

엠브라에르가 최근 가족용이나‘제트기 택시’시장을 노리고 출시한‘페놈-100’의 비행 모습. 독일에 설립된‘제트기 택시’회사 등에서 이미 100여대의 주문을 받아 놓은 상태이다. 왼쪽 작은 사진은 영화‘스타워즈’의 전투선을 연상시키는‘페놈-100’의 조 종석. 이 소형제트기에 적용된 첨단 착륙유도 장치 등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대형 항공기에서나 볼 수 있던 것들이다. /엠브라에르 제공
지난달 7일 폭우가 쏟아지는 가운데 찾아간 이곳은 브라질 '상 조세 도스 캄포스(Sao jose dos Campos)'시에 위치한 세계 3위의 항공기 제작업체 엠브라에르(Embraer)다.

비행기는 전자·기계·소재 등 부품 수십만 개가 한꺼번에 들어가는 현대 기술의 총 집합체다. 때문에 제작은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의 전유물로 여겨졌다. 유럽은 프랑스스페인, 독일, 영국의 '기술 연합군'이 합작(에어버스)해 만든다.

브라질은 폭우가 오면 주요 고속도로와 간선도로가 침수되기 일쑤다. 이러한 열악한 인프라 때문에 브라질에서 엠브라에르는 명품 자가용 제트기부터, 중형 여객기, 군용 수송기에 이르기까지 대부분의 기종을 제작한다. 연구개발은 100% 브라질 출신에게만 맡긴다. 엠브라에르가 '브라질 기술의 자존심'으로 불리는 이유다.

엠브라에르의 매출은 글로벌 호황을 타고 지난 2004년 33억달러에서 2008년 63억달러로 비상했다. 2009년 매출은 글로벌 금융위기로 주춤(약 55억달러)했지만, 수출이 매출의 9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탄탄한 수요기반을 갖추고 있다.

직원 4분의 1이 연구개발 인력

비행장을 빼고도 축구장 60개 크기에 달하는 엠브라에르 공장은 약 3m 높이의 끝없는 담으로 둘러싸여 있다.

"46번 게이트로 오세요. 촬영은 허락되지 않습니다." 5시간의 공장방문은 마치 컨베이어 벨트에 탄 것처럼 진행됐다. 좀 더 물어보려 해도 순서에 따라 앞으로 나가야 했고, 인터뷰도 직원들을 공장 끝으로 따로 불러내 했다. 현장 가까이 가는 것은 철저히 통제됐다.

철통보안은 연구개발 노하우를 지키기 위해서다. 엠브라에르의 연구개발 인력은 4000명으로 전체 인력(1만6000명)의 약 4분의 1이다. 2000년 이후 엠브라에르의 연구개발 투자비는 매출의 약 6% 수준. 경쟁업체인 캐나다 봄바르디에(약 3%)의 두 배에 달한다. 불황기에도 연구개발 예산만은 결코 줄이지 않는다. 올 초 4000여명의 직원을 감원했지만, 연구개발 인력은 예외였다.

뛰어난 연구개발 능력은 높은 생산성과 직결됐다. 홍보담당인 리카르도 산토스(Santos)씨는 "보통 비행기 한 대를 개발하는 데 약 10억달러가 들지만 우리는 약 절반(5억~6억달러)의 비용으로 지난 10년간 12종의 비행기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경쟁사들은 같은 기간 4~5개의 새로운 비행기를 발표하는 데 그쳤다.

시장과 연구개발의 조화

'F-30'공장엔 최근 출시한 6~8인승 제트기 '페놈(Phenom)-100'이 서 있었다. 엠브라에르가 가족용 혹은 '제트기 택시' 시장을 노리고 출시한 최신기종이다.

기내는 영화 '스타워즈'의 전투 비행선처럼 수많은 영상장치로 채워졌다. BMW가 설계했다는 객실은 고급 자동차의 내부 그 자체였다. 산토스씨는 "이미 100대의 주문을 받아놓았다"고 했다. 엠브라에르의 강점은 이처럼 남들이 섣불리 뛰어들지 못하는 시장을 연구개발 능력을 바탕으로 창조하는 데 있다.

물론 엠브라에르가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1990년대 초까지만 해도 엠브라에르는 정부 보조금에 의존해 과잉 투자를 일삼는 공기업의 전형이었다. 1993년엔 매출 2억5000만달러에 손실이 3억1000만달러였다. 결국 정부조차 부담을 느껴 이듬해(1994년) 민영화된다.

민영화 이후 엠브라에르는 존망(存亡)을 건 도박을 한다. 그전까지 30석 이상 비행기를 만들어 보지도 않았던 회사가 50석 이상의 상업용 항공기 시장에 뛰어든 것이다. 결국 엠브라에르의 우수한 연구진은 더 싸고, 더 연료를 적게 먹으면서, 더 공간이 넓은 비행기 제작에 성공했다. 이후 70~110인승 중형 항공기 시장은 엠브라에르 천하로 바뀌었다.

엠브라에르는 조립현장에까지 연구개발 인력을 투입해 조립과정의 비효율이나 개선 점을 찾아낸다. 엠브라에르의 직원이 비행기 엔진을 조립하고 있는 모습. /엠브라에르 제공

"브라질 최고 천재들을 모아라"

엠브라에르의 뒤에는 브라질 2억 인구 중에서 선별된 최고의 인재들이 버티고 있다. 엠브라에르는 브라질 정부가 2차세계대전 직후 설립한 CTA(항공기술센터)와 ITA(항공기술대학)의 연구를 실용화하기 위해 1969년 설립됐다.

같은 날 오후 5시, 엠브라에르 공장과 붙어 있는 ITA 정문 앞. 의외의 상황이 발생했다. 대학교 교문을 브라질 군(軍)이 지키면서 출입을 통제하고 있었던 것이다.

정문 경비를 맡은 장교는 "외국인은 출입 허가를 받는 데만 일주일 이상 걸리고 방문목적을 확실하게 밝혀야 한다"고 했다. 그는 끝내 출입허가를 해주지 않았다.

ITA는 전국의 고등학교 졸업자 중 한 해 약 130명 안팎의 영재만 선발해 집중 교육한다. ITA 학생들은 브라질 고등학생의 졸업시험에서 평균 79점을 맞아, 브라질 최고 명문으로 불리는 상파울루 대학교(62점)를 월등하게 앞선다. ITA는 이민·다인종 사회인 브라질에서도 시민권자만 갈 수 있다. 코트라 상파울루 무역관 최선욱 과장은 "브라질 엘리트 교육을 대표하는 곳이 ITA"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