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장 교체중인 강남 고교 가봤더니
폐기물 처리규정 안지켜 작업자 등 위험 노출
옆 도서관엔 학생 수두룩…"철거 전 고지해야"
지난 24일 오후 서울 강남의 ㅅ고등학교 본관. 석면이 함유된 내부 천장 마감재 '텍스'를 교체하는 작업이 한창이다.
교실이 있는 본관 2~4층의 텍스 철거는 이미 끝났고, 1층에서도 대부분 텍스를 떼어내 인부 4명이 본관과 별관 사이의 빈터로 연방 옮기고 있었다. 여느 재건축 현장에서 볼 수 있는 풍경이지만, 보이지 않는 치명적인 위험이 도사리고 있었다. 석면 폐기물에 대한 안전 규정을 어긴 채 텍스 교체 작업이 진행된 것이다. 철거 작업이 한창인 1층에 들어가 보니 군데군데 부서진 텍스 조각들이 남아 있었다. 작업자와 주변을 지나는 사람들이 석면에 노출될 위험이 고스란히 방치된 셈이다.
한국석면추방네트워크는 25일 "석면 폐기물 처리는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지만 ㅅ고에선 기준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며 "해체 공사 중에 나온 석면 폐기물이 '산업안전보건법'과 '폐기물관리법'에 명시된 규정 사항을 위반한 채 처리됐다"고 밝혔다. 석면은 세계보건기구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지정한 1급 발암물질로, 호흡기를 통해 인체에 들어가면 20~30년의 오랜 잠복기를 거쳐 폐암, 석면폐증, 악성중피종 등을 유발할 수 있다.
최예용 시민환경연구소 연구위원은 "부서진 텍스들을 1겹의 포대로 싸 석면 표시 없이 놓아두었기 때문에 규정 위반"이라고 말했다. 흩날릴 우려가 있는 석면 폐기물은 가루가 날리지 않도록 고밀도 내수성 재질의 포대에 2중으로 포장한 뒤 석면 표시를 하고 옮겨야 한다.
작업자들이 사용한 작업복도 석면 폐기물과 같은 기준으로 처리해야 되지만 포대들 옆에 쌓아두고 노란색 비닐로 덮어두었을 뿐이었다. 최 연구위원은 "방학 중이지만 23일 밤 학교를 방문했을 때 별관의 도서관에서 많은 학생들이 공부하고 있었다"며 "석면 철거 전에 학부모와 인근 주민 등에게 반드시 고지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ㅅ고 관계자는 "철거 작업을 시작하기 전에 노동부에서 감독관이 나와 '이상이 없다'고 말해 작업 중에는 큰 문제가 없는 줄 알았다"고 말했다. 철거업체 쪽은 "석면 폐기물들은 임시로 쌓아놓은 것이며 철거가 끝난 뒤 규정대로 처리할 예정이었다"고 해명했다.
글·사진 권오성 기자 sage5t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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