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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 의식주 ‘최고 대접’에 안전운행 신바람

성공을 도와주기 2010. 10. 14. 11:21

직원 의식주 ‘최고 대접’에 안전운행 신바람
[‘착한 기업’이 경쟁력이다] 케이디운송그룹
한겨레 이정연 기자 김진수 기자기자블로그
» 경기, 대원고속 등 15개 운송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케이디(KD)운송그룹 소속 승무사원(운전기사)들이 18일 오후 서울 광진구 동서울터미널에 주차한 버스안에서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지난 18일 오후 3시. 평일 오후임에도 서울 광진구 동서울터미널은 분주하다. 하차장에 들어온 보라색 대원고속 소속의 고속버스가 손님을 내려놓는다. 짐칸에서 승객의 짐을 꺼내주려 재빨리 차에서 내린 운전기사의 바지에는 ‘앙드레 김’이라는 익숙한 브랜드가 적혀 있다.

케이디(KD)운송그룹 소속의 15개 고속·시내외 버스 승무사원(운전기사) 7985명은 지난 1일부터 앙드레 김이 디자인한 유니폼을 입기 시작했다. 이 회사를 세운 허명회 회장의 10년 숙원이 결실을 본 것이다.

9천여 직원 모두 정규직
한우 먹이고 명품 입히고…
복지비 늘지만 사고 줄어
보험요율 72% ‘업계 최저’

지난 1971년 버스 30대로 출발한 이 회사는 현재 5086대의 버스를 운행하며 하루 200만여명의 승객을 전국 각지로 실어나른다. 지난해 매출은 7379억원. 버스 대수 기준으로는, 민간 운송기업 가운데 아시아에서 으뜸일 것이라는 게 회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런 화려한 수치가 아니다.

“안전이 제일이죠. 그 가치를 위해서 안정적인 일자리와 복지를 제공하는 것이에요.” 2세 경영인인 허상준 사장이 강조하는 대목이다. 실제로 이 회사에서 일하는 전직원 9271명은 모두 정규직이다. 회사가 정한 정년은 60살이지만, 촉탁사원 제도가 도입된 덕에 퇴직 뒤에도 1년마다 계약 갱신을 하면서 계속 일을 할 수 있다. 현재 이처럼 촉탁사원으로 일하고 있는 직원만 100여명에 이른다. 허 사장은 67살 나이에 세차장 직원으로 일하고 있는 한 직원 얘기를 꺼냈다. “그 누구보다 애정을 갖고 열심히 일하시는 분들이에요. 정년 보장을 해주면 일을 열심히 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은 제 경험으로는 잘못이에요.”허 사장은 “계약 갱신을 할 때마다 면접을 보는데, 67살인 직원은 ‘70살까지는 거뜬히 일할 수 있다’더라”고 덧붙인다.


» 케이디(KD) 운송그룹의 핵심경쟁력
회사의 독특한 ‘고집’은 곳곳에서 드러난다. 구내식당 53곳을 운영하는 이 회사가 한 해 한우를 구입하는데 쓰는 돈만 40억원이 넘는다. 한우 대신 수입 쇠고기를 쓰면 비용을 6분의1로 줄일 수 있지만, ‘내 자녀에게 먹이고 입히고 싶은 것, 재우고 싶은 곳을 제공하겠다’는 창업주 허 회장의 의식주 복지 철학은 흔들림이 없었다. 이 회사에서 9년째 영양사로 일하는 김애리 차장은 “영양사들이 모이면 ‘그 회사 식단가 상한선이 얼마냐’고 묻는 게 일인데, 우리 회사엔 식단가가 없다”고 자랑했다.

당장엔 만만찮은 규모의 돈이 직원 복지에 들어가지만, 회사는 그로 인해 경쟁력이라는 소중한 결실을 챙기고 있다. 무엇보다 ‘사고가 적게 나는 회사’로 유명하다. 그 덕에 보험요율은 72%까지 떨어졌다. 크고 작은 사고가 끊이지 않게 마련인 운송회사들은 통상 보험요율이 100%를 넘는다. 최고의 대우를 해주는 회사에 직원들이 최고의 열정과 서비스로 보답하는 셈이다.

직원을 전적으로 신뢰하는 경영 철학이 뿌리내릴 수 있던 비결도 여기에 있다. 회사는 15년 전부터 승무사원들이 수금원을 거치지 않고 직접 입금을 하는 제도를 도입했고, 6년 전부터는 경영 실적을 낱낱이 공개한 뒤 노동조합에 임금 인상률 조정을 백지위임하기까지 했다. 승무사원들은 “믿어주는 부모님을 저버리지 않고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노력하려는 마음, 딱 그 마음”이라고 입을 모은다.





지난해 순이익은 100억원. 남들처럼 정규직을 계약직으로 돌렸다면 순이익은 이보다 훨씬 늘어났을 게 분명하다. “다들 미쳤다고들 했습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론 계약직을 채용한 회사는 점점 더 부실화하고, 우리는 성장해가고 있지요.”허 사장의 한마디엔 뿌듯함이 잔뜩 묻어나왔다.

이정연 기자 xingxing@hani.co.kr



기획연재 : ‘착한 기업’이 경쟁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