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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력업체와 ‘한솥밥’…품질도 매출도 쑥쑥

성공을 도와주기 2010. 10. 14. 11:42

협력업체와 ‘한솥밥’…품질도 매출도 쑥쑥
조립·생산 도맡은 업체
싼 임대료로 본사 입주
제품 불량률 절반 줄어
고용·투자 확대 효과도
한겨레 이정연 기자
» 한경희생활과학의 협력업체인 하이원전자 노동자들이 서울 금천구 가산동에 있는 스팀청소기 생산라인에서 잠시 일손을 놓고 환하게 웃고 있다.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착한기업이 경쟁력이다] 한경희 생활과학

말 그대로 가족처럼 ‘한지붕’에 산다. 스팀청소기로 유명한 중소기업 한경희생활과학과 이 회사의 협력업체인 하이원전자 이야기다. 일을 함께 할 뿐 아니라 밥도 함께 먹는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에 으레 식권마저 차별을 두는 사업장도 허다한 세상. 그럼에도 두 회사 직원들은 따뜻한 한 끼 식사를 사이좋게 함께 나눈다. 번듯한 아파트형 공장들이 즐비한 서울 금천총 가산동의 한 허름한 공장에 서로 부대끼며 함께 일하는 사이좋은 ‘이웃사촌’이 있다.

지난 19일 오후 찾은 한경희생활과학 본사에는 이 회사 제품 70%의 조립 생산을 도맡는 하이원전자가 입주해 있었다. 한경희생활과학은 지난해 국내외에서 1300억원의 매출을 올린 11년차 중소기업이다. 원청업체라고는 해도, 협력업체의 사정을 깊이 헤아릴만큼의 여유는 그리 많지 않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한경희생활과학은 여느 대기업에서도 선뜻 실천하지 못했던 협력업체와의 더불어살기를 주저없이 택했디. 하이원전자 직원들이 인천에서 서울로 이사를 온 건 2008년 9월의 일이다.

“협력업체를 본사에 입주시키면 업체를 바꾸기 어려우니, 사실 저희로서도 위험 부담이 컸죠.” 유영철 생산본부 본부장은 결단을 앞두고 잠시나마 주저하던 당시를 떠올렸다. 하지만‘신뢰’를 밑거름으로 협력업체와 동반성장을 해야한다는 확신을 가졌던 한경희 대표이사는 임직원의 망설임을 뒤로하고 거침없이 계획을 밀어붙였다. 주변 시세보다도 임대료를 30% 싸게 내줬고, 구내식당도 함께 이용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그 덕에 하이원전자는 입주 이전보다 걱종 고정비용을 15%나 줄일 수 있었다. 원청업체에 납품을 하는 하청업체 입장에선 대단한 행운이었다. 하이원전자는 이렇게 줄어든 비용으로 대신 고용을 늘리고, 품질을 높이기 위한 설비투자에도 나섰다. 2008년 40명이던 하이원전자의 직원은 지난해말엔 80명으로 갑절로 늘어났다.


» 한경희생활과학의 핵심 경쟁력
2008년 하이원전자가 옮겨온 뒤인 2009년 한경희생활과학이 거둔 실적은 한 대표의 확신을 증명해주고도 남는다. 지난해 이 회사가 국내외에서 거둔 매출(1300억원)은 2008년보다 30%나 많은 수치다. 대신 불량률은 같은 기간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이처럼 두 회사가 사이좋게 동반성장의 열매를 거둘 수 있던 데는 원청업체와 협력업체 사이에 ‘확 트인’ 소통이 이뤄진 보탬이 컸다. 한승범 하이원전자 대표는 “좋은 시어머니랑 함께 사는 거라고 보면 됩니다”라며 웃었다. 한경희생활과학의 협력업체 전담팀인 생산기술팀은 하루에도 서너번 하이원전자의 조립 라인을 둘러본다. 한 대표이사는 “둘러보고 나서 뭐가 문제인지, 개선할 점이 뭔지를 알려주니, 당장에는 따끔하게 들려도 결국 작업 효율이 높아지니 만족한다”고 말했다.

하이원전자의 유 대표는 “상생경영이 뭔지도 몰랐었어요. 지난해부터 큰 기업들이 너도나도 주장하던데, 그 내용을 듣고보니 우리와 한경희생활과학이 계속 해온 것이더라고요”라고 말했다. 그의 남색 점퍼에는 한경희생활과학의 지난해 슬로건을 새겨넣은 빛바랜 뱃지가 달려있다.




이정연 기자 xingxing@hani.co.kr



기획연재 : ‘착한 기업’이 경쟁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