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가정신

공장 자동화 ‘손사래’…“고용안정이 우선이죠”

성공을 도와주기 2010. 10. 14. 11:45

공장 자동화 ‘손사래’…“고용안정이 우선이죠”
[‘착한 기업’이 경쟁력이다] 두리화장품
한겨레 이정연 기자 김종수 기자기자블로그
» 충남 금산군 추부면 마전리에 있는 두리화장품 금산공장에서 직원들이 자동화 기기를 이용하지 않고 직접 종류별 용기에 제품을 넣는 작업을 하고 있다. 금산/김종수 기자 jongsoo@hani.co.kr





 
130여 직원 모두 정규직
경쟁 심해져 매출 줄어도
“사기 최우선” 임금 더올려

연구개발비 2년새 두배로
터키 등 신규시장 개척도

퍼억, 퍼억, 퍼억….’ 네 명의 남자들이 물기 머금은 자루를 바닥에 메쳤다. 이들은 연신 굵은 땀방울을 닦으며 자루에 담긴 내용물을 은빛 스테인레스로 만든 탱크에 밀어 넣었다. 자루 안에 담긴 10여 가지 한방약재들을‘추출기’인 탱크에 집어 넣는 작업이다. 다른 쪽 포장라인에선 직원 두 명이 컨베이어 벨트에 실려 나오는 샴푸용기를 쥐고 일일이 손으로 뚜껑을 돌려 닫고 있다. 또다른 한쪽에서는 제품을 손으로 상자에 넣고 있었고, 다른 쪽에선 그 상자를 손으로 날라 더 큰 상자에 담았다.

홈쇼핑을 통해 탈모 방지 한방샴푸인 ‘댕기머리’로 유명해진 두리화장품의 충남 금산 공장에는 그 흔한 자동화 설비가 보이지 않는다. 거의 모든 공정이 사람 손을 거치고 있다. 이 사업장에 자동화된 공정이라고는 샴푸원액을 추출해서 플라스틱용기에 넣는 과정 뿐이다.

“자동화로 당장 매출이 수억 원 늘어나면 뭐합니까. 미쳐서 일하는 직원들이 없으면 우리가 팔 물건들이 없어지는 꼴인데요.” 고개를 갸웃거리는 기자에게 이병수 대표이사 사장은 “절대 자동화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130여명의 생산직 직원을 둔 두리화장품은 지난해 485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직원 수가 비슷하면서도 자동화 설비를 갖춘 덕에 1000억원 안팎의 매출을 올리는 다른 생활용품 업체에 견주면 그리 좋은 실적은 아니다.

“솔직히 손 작업 때문에 매출에 비해 이윤율은 높지 않습니다. 갈수록 인건비와 원료비는 올라가는데, 손 작업만으로 하니까 하루 생산량은 정해져 있고…. ‘효율이 떨어지니까 이제는 자동화를 해야 한다’고 건의하는데, 사장님이 계속 단호히 거부하십니다.” 조혜경 기획담당 상무의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