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造船) 산업에도 TPS는 100%적용 된다
TPS를 도입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자동차산업의 대명사인 도요타생산시스템(TPS)을 도입 응용할 시에 많은 저항을 하기도 한다. 자기들이 처한 제조 환경과는 조건이 맞지 않는다는 핑계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그 동안의 여러 업종에 적용한 체험을 한 나로서는 그런 변명을 들어줄 수가 없다. TPS는 일반적인 전자 조립업종은 물론 부품가공업체에도 쉽게 바로 적용되며 특히 전형적인 수주생산형태인 선박이나 특수 장비제조업 그리고 건설업에는 더 없이 TPS가 절실하다. 그리고 식품이나 화학제품을 만드는 장치 산업 역시 TPS의 키워드인 5S와 JUST IN TIME사고 및 준비교체혁신 등의 개념을 최대로 살려야 하는 기업들이다. 따라서 업종과 관계없이 모든 산업에 TPS의 적용성은 100%라 할 수 있다. 자기가 속한 업에 TPS응용혁신을 거부하거나 특성이 다르다고 변명하는 이들은 TPS의 개념이나 깊숙한 논리를 전혀 알지 못하는 무지한 사람일 뿐이다.
최근에 경험한 대형조선소에서의 TPS 적용효과를 살펴본다.
우선 선박의 건조는 선주(船主)와 합의한 납기일이 정해져 있는 상태에서 공사를 진행한다. 설계와 철판가공을 거쳐 용접조립과 도장을 하고 난 후 옥외 작업장에서 더 큰 단위의 블록 형태로 조립한 후에는 DOCK로 이동시켜 용접공정을 통해 배의 형상으로 만들어 간다. 배의 모양이 완성되면 바다로 띄우는 진수(進水)과정 후에 인도하기 전까지 각종 시험과 부대 공사를 하게 된다. 이런 일련의 과정은 보통 2년 정도가 소요된다.
일반적인 시각에서 보면 대량의 연속생산 개념에서 탄생한 TPS가 단일 품목 수주생산인 조선공업에는 맞지 않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근본부터가 TPS의 전형이다. 끝점이 정해지고 계속 앞 공정에 필요한 것을 요구하는 PULL방식의 전형이다. 물론 공정착수는 PUSH형태로 수행하지만 현물의 흐름은 후공정의 요구에 철저히 응해야 하는 PULL방식이 절대적으로 요구된다.
특히 TPS에서 요구하는 THREE-100 개념(‘도요타..조직문화’서적 참조) 중의 하나인 직행율 100%준수는 조선업에서는 필수적이다. 즉 투입 순서대로의 조립블록이 후공정에 이어지지 않으면 후공정에 혼란이 일어나 결국 진수시점을 준수하지 못하는 불상사가 일어나기 쉽다. 따라서 이런 현상을 피하기 위해 조립순서가 엉키면 많은 공수를 투입하여 지연을 복구하기 위한 낭비가 많이 발생된다. 이런 일련의 모든 낭비를 TPS의 JIT사고나 직행율 개념으로 풀어가야 한다. 특히 조립된 블록이 정밀도에 하자가 있는 채로 후공정에 넘어가면 공사가 지연되고 품질확보 추가공수가 많이 낭비되는 현상도 다반사다. 따라서 10M 길이에 5MM이하의 곡직공차를 맞추는 품질을 확보하려면 TPS의 LINE STOP개념이 필요하다. 엄격한 기준에 합격하지 못하면 절대 후공정으로 넘어가지 못하게 해서 공사 지연이나 공수의 낭비를 사전에 막는 활동이 절실하다. 그래야만 거친 조선공업에 정밀도 작업이 정착된다.
모든 가공이나 조립 일정이 끝점에서부터 역산하여 계획했기 때문에 하나라도 정확히 일정을 준수하지 않으면 많은 혼란과 낭비를 초래한다. 그래서 조선은 TPS의 JIT와 완전히 맥을 같이 한다.
조선 산업에서 특히 TPS가 부각되는 이유는 수익성확보와 관련이 깊다. 조선의 성공요소는 시간이다. 즉 선박의 건조기간을 보다 짧게 수행하면 수익성이나 경쟁력이 확보된다. 물론 기간이 단축되면 투입되는 공수도 비례해서 감축되는 이치는 당연하다. 즉 TPS에서 주장하는 LEAD TIME의 단축활동이 조선 산업의 핵심전략이 된다. TPS가 보유한 L/T단축의 철학이나 사고들을 적극 활용해야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또한 생산성 추구 면에서도 일정한 장소 내에서의 가공작업을 어떻게 하면 적은 공수로 해결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작업분석이나 공정재편의 논리들도 TPS에서 가져와야만 해결되는 분야가 많다. 특히 TPS의 다공정 보유체계는 조선 현장에서 무엇보다 절실하다.
그리고 조선 산업은 외주 파견사원들이 많은 특징이 있다. 따라서 노동 집약적인 조선 현장에서 일선의 관리감독자들이 현명하지 않으면 일(품질과 소요기간)이 엉망이 되는 수가 많다. 이는 곧 TPS의 기본정신인 현장자율신경을 키우고 혁신리더를 육성하는 인재정책과 맥을 같이 한다. 따라서 현장 인력들을 개선의 장으로 끌어들이는 노력이 도요타 이상으로 필요한 산업이다. 건설과 같이 일회성 장소로 그치는 단발성 인력채용이 아니라 동일한 장소에서 다양한 선박을 지속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조선산업은 건설과는 다른 면이 존재한다. 배는 자동차와 같은 교통수단의 하나다. 다만 타이어로 땅과의 마찰력을 이용해 가는 자동차와 달리 물과 스크류의 마찰력으로 물 위를 가는 차이와 또한 덩치가 차이 날 뿐이다. 자동차와 선박의 구성요소는 거의 흡사하다. 따라서 넓은 대지 위에 세운 조선소에 전부 지붕을 씌웠다고 생각하면 자동차 공장과 동일하다.
특히 조선소는 공장이 넓어 낭비가 산재해 있어도 발견하기 힘들고 정보의 포착도 실시간으로 되기가 힘들다. 그렇기 때문에 TPS의 7대 낭비의 발견과 제거에 주력해야만 한다. 달리 방도가 없다.
위에서 잠깐 살펴 본 바와 같이 전혀 TPS와는 관계가 없어 보이는 조선 산업도 100% TPS적용 산업임을 확인 할 때 여타 다른 업종에 종사하는 이들의 변명이나 핑계는 결국 혁신의 기피나 개선활동을 회피하기 위한 빌미로 사용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른 것이 아니라 스스로 다르다고 생각하는 착각만 있을 뿐이다. 이제 중국이 우리를 앞지를 날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은 기운이 돈다. 좀 더 깊숙이 TPS를 관찰하고 연구해서 본인들의 조직에 어떻게 적용시켜 경쟁력을 키울까를 더욱 고민해야 할 시기인 것 같다. 아직도 늦지는 않았다고 본다. 건투를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