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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 이전은 화전민식 경영”‘탄탄한 기술력’이 캐논의 빛

성공을 도와주기 2011. 2. 18. 06:51

공장 이전은 화전민식 경영”‘탄탄한 기술력’이 캐논의 빛
10여년간 10%대 수익률
한해 특허출원 2천건 넘어
디지털·아날로그 융합 탁월
매출액 10% 연구개발 투자
후발주자 맹추격 과제로
한겨레 구본권 기자기자블로그
» 최근 캐논의 경영성과
‘세계 정보기술업계의 강자’ 캐논 현지공장 가보니

» 일본 규슈 오이타에 있는 캐논의 고급카메라 조립공장. 컨베이어벨트대신 공정을 자동화·표준화한 뒤 수시로 변형이 가능한 셀(Cell) 방식으로 바꿔 해마다 20% 넘는 생산성 향상을 기록하고 있다. 캐논 제공
#1 4460여명이 일하는 세계 최대 렌즈교환식 카메라(DSLR) 공장인 캐논의 일본 오이타공장엔 조립라인에 컨베이어벨트가 없다. 대신 수시로 변형되는 25개의 셀(cell)에서 생산이 이뤄진다. 셀당 대개 12~18개 공정으로 나뉘어 10여명 노동자가 조립, 영상 조정, 오염 제거, 검사, 포장 등을 수행한다. 생산성이 가장 낮은 작업자에 전체작업의 생산성이 영향받는 컨베이어벨트 방식과 달리, 과학적 공정분석과 표준화를 통한 셀 방식 제조는 유연성과 높은 생산성을 가져왔다. 도시히로 우라베 공장장은 “제품 주기가 6~12개월로 짧아져, 수시로 생산구조를 바꿔야 한다”며 “셀 방식 도입으로 해마다 20% 넘는 생산성 향상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이 곳에서 시작된 셀 방식은 업계의 새 표준이 됐다.

#2 캐논의 2010년도 실적이 발표된 지난달 28일 <월스트리트저널>은 “일본기업들은 캐논을 배우라”는 기사를 실어, 금융위기와 엔화 강세를 딛고 높은 수익을 달성한 캐논을 집중 조명했다. 캐논은 전년도보다 80%가 늘어난 47억달러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매출 대비 10.5%의 수익률을 보였다. 이에 반해, 일본의 대표적 전자회사인 일본전기(NEC)는 9개월간 1억5100만달러의 손실을 냈다. 캐논은 또 지난 12일 발표된 지난해 미국 특허등록 기업 순위에서 2543건으로 4위를 차지하며 일본기업으론 처음으로 연간 2000건을 넘어섰다. 지난 18년간 한번도 특허등록 5위 밖으로 밀려난 적이 없는 기업은 줄곧 1위를 유지한 아이비엠(IBM)을 빼곤 캐논이 유일하다. 삼성전자, 소니, 파나소닉, 마이크로소프트 등 유수의 정보기술 기업도 근접하지 못한 기록이다. 지속적으로 매출의 10% 가까이 연구개발에 투자해온 결과다.

프린터, 복사기, 카메라 등 광학기술 위주의 캐논이 급변하는 정보기술 업계에서 누려온 지위는 놀라울 정도다. 금융위기 여파로 2009년 영업이익률이 6.8%로 떨어지긴 했지만, 최근 10여년간 캐논은 10%대를 넘는 높은 수익률을 기록해왔다. 경쟁이 치열하고 제품수명이 크게 줄어든 탓에 부침이 심한데다 2~3%의 이익률을 올리기도 힘든 업계에서 오랜 기간 안정적으로 높은 수익을 거두고 있는 비밀은 무엇일까? 지난 8일부터 사흘간 일본 도쿄와 오이타에 있는 본사와 공장을 찾아 그 비밀을 들여다봤다.

■ 카메라·프린터·디카 차례로 석권 캐논의 전략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뒤늦게 뛰어든 분야에서 핵심기술을 확보해 선발업체를 추월하고 지속적 혁신을 통해 지배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독일제품이 휩쓸던 1936년 카메라 시장에 뛰어든 캐논은 점차 기술 격차를 줄여나가더니 필름카메라 시절 니콘과 함께 선두로 올라섰다. 미국 제록스가 군림하던 프린터 시장에 진입해 1970년 혁신적인 보통용지 복사기를 내놓은 건 또다른 성공스토리다. 현재 프린터 1위업체인 휼렛패커드도 캐논 엔진을 사용하는 등 프린터·복합기 시장에서 업계 최고수준의 수익을 거두고 있다. 이밖에 디지털카메라 초창기 시절엔 이미지처리 기술(CCD)이 없어 소니 등에 뒤지다가, 2000년 자체기술(CMOS)을 개발적용한 익서스를 내놓은 것을 계기로 현재는 당당히 디카 시장 세계 1위를 지키고 있다. 이처럼 캐논이 걸어온 길은 대중화와 디지털화에 실패한 독일 카메라산업이나 개발 기술을 상업화하지 못한 제록스 사례와 크게 구분된다.

■ 아날로그와 디지털 결합이 성공비결 지금껏 캐논이 진출한 복사기, 프린터, 카메라 분야는 다른 전자제품 분야와 달리 시장 규모는 작지만 기술적 난이도가 높아 진입장벽이 높다는 특징이 있다. 또 판매 뒤 지속적으로 토너, 잉크, 렌즈 등 추가 수요가 발생하고, 플랫폼 효과로 기존 고객의 고착화 현상이 일어나는 분야다.

전문가들은 이런 시장에서 캐논이 성공할 수 있던 비결로 아날로그와 디지털 기술 결합에 탁월함을 보여온 사실에 주목한다. 실제로 설계와 금형, 렌즈 연마 분야는 대표적인 아날로그 정밀산업으로, 후발업체의 추격이 어려운 영역으로 꼽힌다. <초 고성과기업 캐논> 보고서를 펴낸 엘지(LG)경제연구원 감덕식 책임연구원은 “캐논은 아날로그와 디지털 기술을 잘 융합해왔고, 공장 이전과 같은 쉬운 방법 대신 핵심기술 개발을 통한 근본적 해결책을 추구해왔다”고 분석했다. 디지털은 변화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쉽게 추격당할 수 있지만, 아날로그 기술력은 이와 다르다. 특히 사물을 인식하는 광학기술이야말로 일본이 시장을 지배하는 대표적인 분야로, 부품과 소재 경쟁력이 요구되는 산업의 ‘펀더멘털’에 해당한다. 삼성전자가 정작 반도체 제조장비를 캐논과 니콘에 의존하고 있는 현실이 이를 잘 증명해주고 있다. 캐논의 미타라이 회장은 공장 국외이전을 “한번 태워먹으면 또 떠나야 하는” ‘화전민식 경영’이라고 부르며, 단기적이 아닌 장기적 근본 경쟁력 강화를 추구했다.

■ 스마트 시대 새로운 도전에 맞서야 하지만 최근 산업환경은 아날로그와 디지털기술의 융합에 강점을 보여온 캐논에도 새로운 과제를 안기고 있다. 감 연구원은 “디지털기기는 스마트폰과 융합이 대세인데 캐논은 핸드폰 사업이 없고, 삼성이 프린터 핵심기술을 개발해 추격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캐논이 압도적 1위인 렌즈교환식 카메라 시장에도 소니·파나소닉 등 미러리스 방식의 경쟁자가 생겨났다. 본사에서 만난 신보리 겐이치 카메라사업부장은 “경쟁이 불가피하겠지만 기존 고급형 시장의 점유율을 빼앗기진 않을 것”이라면서도 “캐논은 카메라 소형화의 수단으로 미러리스를 후보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