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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기업 한국행 줄 잇는다…임금·세금·전기요금·환율 모두 유리

성공을 도와주기 2012. 3. 25. 19:56

일본 기업 테이진은 리튬이온전지를 구성하는 주요 소재인 세퍼레이터(절연재) 생산에 뛰어들었다. 이 회사의 세퍼레이터는 타사 제품보다 내열성이 높고 수명이 길어 전기자동차, 스마트폰, 태블릿PC 등 다양한 업체에서 구매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테이진은 이런 야심 찬 사업을 추진하면서 한 가지 큰 결단을 내렸다. 제품 생산을 일본이 아닌 우리나라에서 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 내년 1월 가동 목표로 탄소섬유 공장을 국내에 건설 중인 도레이사.

일본 주요 기업들의 한국 투자가 줄을 잇고 있다. 일본 경제주간지 닛케이비즈니스는 테이진, 도레이, 스미토모화학 등 소재 분야 업체들의 한국행이 줄을 잇고 있다고 최신호(3월 12일자)에서 보도했다.

테이진은 우리나라 필름가공업체인 CNF와 합작회사를 설립했다. 충남 아산에 있는 공장에 세퍼레이터 제조설비를 들여놓는 작업이 한창이다. 6월 가동 예정이지만 이미 여러 업체와 공급계약을 맺어둔 상태다. 테이진은 2020년에 연간 200억엔의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도레이도 내년 1월 가동을 목표로 탄소섬유 공장을 우리나라에 건설 중이다. 그에 앞서 연구개발(R&D)센터를 먼저 설치했다. 앞으로는 개발부터 생산까지 모두 우리나라에서 이뤄진다.

탄소섬유는 일본 기업 제품이 세계 시장의 70%를 점유하는 핵심 사업 분야다. 때문에 관련 업체들은 그동안 일본 국내에서 제품을 생산해왔다. 그러나 도레이는 향후 증산에 대비해 우리나라를 택했다. 이 회사는 내년부터 향후 10년간 탄소섬유와 전자재료 분야에 총 1조3000억원(940억엔)을 투자할 계획이다.

리튬이온전지나 탄소섬유 등은 동력을 잃어가는 일본 제조업 중에서도 여전히 경쟁력이 탄탄한 분야다. 소재 분야 업체들은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방안으로 한국행을 선택하고 있는 것이다.

현대차·삼성전자 등 공략

스미토모화학이 2500억원을 들여 신설한 터치센서패널 공장은 지난 1월 시험생산을 거쳐 이달부터 양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주요 공급처는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다. 일본의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는 이미 세계 시장에서 존재감이 없기 때문에 삼성이 있는 우리나라에 공장을 세우기로 한 것이다.

도레이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현대자동차, 삼성전자 등 탄소섬유에 대한 수요가 많은 우리나라 기업을 공략하기 위해 한국행을 택했다. 알박이나 도쿄일렉트론 등 R&D센터를 우리나라에 설치하는 사례도 현저하게 늘어나고 있다.

지식경제부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의 국내 직접투자 규모는 22억8400만달러로 전년 대비 9.6%나 증가했다. 이는 일본의 기업 환경이 그만큼 열악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일명 '6중고'다.

엔고 현상을 비롯해 높은 법인세율, 비싼 전기요금, 전기 수급의 제약, 환경보호에 대한 부담, 한발 늦은 자유무역, 강력한 노동 규제 등이다. 일본종합연구소의 후지이 히데히코 이사는 "한국으로 공장을 이전하면 부담이 해소된다"고 분석했다.

대표적인 것이 임금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평균 명목임금(2010년 기준)은 2만6538달러로 일본(4만7398달러)의 60% 수준에 불과하다. 산업 전반에 걸쳐 인건비가 일본보다 낮아 공장 건설뿐 아니라 기업 진출 시에도 상당히 유리하다는 평가다.

법인세 실효세율과 전기요금 등 우리나라가 우위를 차지하는 항목이 적지 않다. 도레이는 우리나라에 진출한 이유를 "임금, 세금, 전기요금, 환율 등에서 종합적으로 유리하다"고 밝혔다. 일본무역진흥기구(JETRO)는 "시장의 존재감이 한국으로의 이동을 유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