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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부활의 마술사' 쌤소나이트 파커 회장

성공을 도와주기 2012. 8. 11. 17:07

Weekly BIZ][Interview in Depth] '기업부활의 마술사' 쌤소나이트 파커 회장

"비용 절감해 그 돈을 새 성장 분양에 쏟아넣는 것이 성공 비결"

 

'세계가 인정하는 유명 턴어라운드(turnaround) 전문 경영인.' 1910년 미국에서 출범한 세계 최대 여행용 가방 회사인 쌤소나이트(Samsonite)의 팀 파커(Tim Parker·57)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에게 따라붙는 별명이다. 그는 세계적인 캐주얼 신발브랜드인 클락스(Clarks), 유럽 최대 타이어 유통체인 퀵핏(Kwik-Fit), 영국자동차협회 등의 CEO를 맡아 2~6년 만에 이들을 확실하게 되살렸다.

2009년 그가 쌤소나이트로 왔을 때, 세계 경영계는 그가 이번에도 '미다스의 손'을 발휘할 수 있을지 잔뜩 숨죽였다. 쌤소나이트는 2008년 당시 미국발 금융위기 직격탄을 맞아 생사의 기로에 내몰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보란 듯 취임 2년 만인 지난해 15억6510만달러의 매출을 올려 전년보다 30% 정도 늘어난 실적을 올렸다. 유럽·미국 등 세계 경제가 침체된 상황에서 '깜짝 성과'이다. '기업부활의 마술사'로 불리는 파커 회장을 Weekly BIZ가 홍콩에서 단독으로 만났다.


작년 말 영국의 IFT(Institute for Turnaround·턴어라운드연구소)는 가장 성공적인 '기업부활 사례'로 세계 1위 여행용 가방 브랜드인 쌤소나이트(Samsonite)를 꼽았다. 이 회사를 이끈 팀 파커(Parker) 회장은 '국제 턴어라운드 대상(大賞·International Turnaround Award)'을 받았다.

쌤소나이트는 지난해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 국가(성장률 43%)는 물론 재정 위기가 장기화한 유럽에서도 전년 대비 18% 성장을 일궈내는 등 세계 곳곳에서 전방위 승전보(勝戰譜)를 울렸다. 시장에서는 올해도 쌤소나이트가 두자릿수 이상의 성장을 거뜬히 기록할 것으로 내다본다.

불과 3년 전인 2009년 급전직하 추락하던 쌤소나이트의 경영을 맡은 파커 회장. 그는 무슨 일을 어떻게 한 것일까? 쌤소나이트가 불황에도 강한 초우량 기업으로 거듭난 비법은 무엇일까? Weekly BIZ는 홍콩 센트럴(中環)에 있는 콘래드 호텔에서 그를 만나 세계 경영자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불황기 성공 전략을 들었다.

"기업 경영에 박사학위는 필요 없다. 상식에 근거한 판단과 직원들에게 '성장에 대한 확신' 줘야"

―취임 3년여 만에 탁월한 구조조정 성과를 내고 있다. 핵심적인 비결은?

"한 마디로 압축하면 '시간 싸움'이다. CEO를 맡자마자 내부에서 함께 구조조정을 벌일 최적의 사람을 구했다. 쌤소나이트 같은 회사는 역사가 있기 때문에 살펴보면 좋은 인재들이 많다. 한손은 비용절감을, 다른 한손으로는 새 분야에 성장과 미래를 위한 투자를 동시에 벌였다. 비용절감으로 확보한 자금을 신성장분야에 투자하는 것이다. 이런 작업은 매우 빠른 시일 내 신속하게 벌어야 한다. 그래야 2~3년 안에 성공적인 턴어라운드가 가능하다."

실제 파커 회장은 2009년 취임 직후부터 1년 동안 '전격전(電擊戰·Blitzkrieg)'을 연상시킬 만큼 빠른 속도로 대대적인 비용 절감을 단행했다. 첫 번째 타깃은 고정비용 삭감이었다. 전 세계를 관할하던 영국 사무소를 폐쇄하는 등 본사 직원 수를 감축했다. 유통점포들도 미국(총 193개)에서 84개, 유럽(총 92개)에선 31개를 각각 폐쇄했다. 남미 같은 곳에서는 유통에서 손을 떼고 대행사를 고용했다. 또 중국 등에 있는 제조공장들의 소유권도 협력업체에 상당 부분 넘겼다. 최대한 몸집을 가볍게 한 것이다. 그 결과 연간 1억달러의 지출을 줄였고, 이 자금을 마케팅, 디자인 같은 제품 개발에 썼다. 특히 마케팅 비용은 그전보다 두 배로 늘렸다.

―직원들이 반발하거나 동요했을 텐데. 어떻게 달랬나?

"비용절감 과정에서 직원들에게 기업의 미래를 위해 옳은 일을 한다는 신념을 줘야 한다. '기업 성장에 대한 확신'을 주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경영자는 항상 팀워크를 중시해야 한다. 기업경영은 축구와 다르다. 축구팀 감독은 상대팀을 이기기 위해 팀원들과 잘 어울리지 않더라도 개인기가 좋다면 그 선수를 용인해야 한다. 하지만 기업에선 팀워크가 전부다. 기업경영을 잘하기 위해서는 박사 학위가 필요 없다. 모든 경영적 판단은 아무리 복잡해도 상식에 근거해서 내려야 한다."

―비용절감 노력의 핵심은 무엇인가.

"본질적으로 탈중심화된 구조(decentralized structure) 만들기이다. 본부 조직을 없애거나 줄이고 권한을 지역별 본부와 마케팅 현장에 넘겼다. 그렇게 되면 피라미드 조직이 아니라 평평한 형태의 조직모양새를 갖추게 된다. 관리 비용이 줄기 때문에 비용절감에 유리하다. 더 중요한 것은 이런 조직이 소비자들에게 대응하기 좋다는 것이다. 현장 매니저들이 지역별로 일이 터질 때마다 발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 글로벌 대기업들은 대부분 관료제화된 시스템 때문에 고생한다. 직원들을 승진시켜야 하고 승진한 직원은 그 밑의 직원을 관리한다. 관리를 위한 관리자가 생겨나는 셈인데 매우 위험하다."

―탈중심화는 현대 기업경영의 메가 트렌드인가.

"나는 그렇게 믿는다. 탈중심화는 쌤소나이트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재밌는 사실을 알려주겠다. 우리가 세계 경제가 어려운데도 좋은 실적을 낼 수 있었던 것은 경기(景氣)와 상관없는 여행수요의 폭발이다. 경기가 나빠도 여행수요가 증가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중 하나가 기업 비즈니스 구조가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요즘 기업들은 대체로 본부는 매우 작게 만들고 현장에 많은 직원을 둔다. 소비자들과 일대일 대면(對面) 접촉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기업마다 현장에 있던 직원들을 한꺼번에 불러모아 회의하는 일이 많아졌다. 공항에서 주위를 둘러봐라. 아이폰과 컴퓨터를 들고 공항을 오가는 비즈니스맨들이 확연히 늘었다. 이들은 여행지를 오가며 1박이나 2박을 하고 다시 돌아가곤 한다. 여행용 가방 시장이 성장하는 이유다."

―그래도 경기가 나빠지면 여행수요는 줄지 않나

"그렇지않다. 세계 소비자들의 행동 양식도 바뀌고 있다. 예전에는 자기가 자란 도시에서 공부를 하고 직장도 그곳에서 얻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요즘 젊은이들은 자신이 가진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일자리를 장소와 상관없이 찾고 싶다고 말한다. 유럽의 예를 들면 독일이나 프랑스인들은 국경을 넘나드는 장기 여행을 잘 하지 않았다. 요즘엔 구직(求職)활동 때는 물론 여행할 때도 서슴지 않고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달라진 생활 패턴이다. 여행수요 증가는 아시아에서 가장 크게 일어나고 있다. 그 이유로는 중국 등 개발도상국에서 항공인프라에 투자를 많이 한다. 또 예전에는 대형 항공사들 중심으로 여행객을 실어날랐다면 지금은 저가 항공이 각국마다 활성화했다. 그래서 지금과 같은 경기불황기에도 여행객이 늘고 있다."


"이제는 아시아가 세계 경제의 성장 엔진이다. 지난해 뉴욕·런던 사양하고 홍콩 증시에 上場"

쌤소나이트의 또 다른 성공 비결 중 하나는 최근 1~2년간 유럽과 미국 시장 중심에서 아시아 시장으로 비즈니스의 주축(主軸)을 옮겼다는 점이다. 1910년 미국에서 탄생한 쌤소나이트 브랜드는 특이하게도 지난해 홍콩 증시에 상장(上場)했다. 서구에서 탄생한 가방 브랜드가 아시아 시장에 주력하겠다는 상징적인 대선언이었던 셈이다.

―앞으로 5년 후 중국은 쌤소나이트 전체 매출에서 얼마나 차지할 것으로 예상하는가

"향후 2~3년 후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시장의 매출은 전체 쌤소나이트의 50%를 넘을 것이다. 또 중국이 미국 시장을 누르고 가장 큰 매출을 차지할 게 분명해졌다. 중국뿐 아니라 인도네시아, 미얀마 등에서 큰 기회가 올 것이다. 인구를 따져봐도 인도네시아 인구는 2억명이 넘고, 필리핀은 1억명이 넘는다. 미얀마만 해도 6000만명이다. 선진국(일본), 중진국(중국), 후진국이 다 모여 있는 시장이 아시아다. 세계경제의 성장 엔진룸(engine room)이 될 것이다. 특히 우리에겐 한국이 미국·중국·인도에 이어 전 세계 4번째로 큰 시장이다. 정말 신경 써야 할 국가다."

―다른 국가와 비교해서 한국 소비자들의 특징은 무엇인가

"두 가지가 있다. 패션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다. 마무리를 중시해서 박음질 등을 꼼꼼히 살펴본다. 미국이나 유럽소비자와 다르게 가방을 살 때 손으로 만져보며 마무리 작업을 점검한다. 또 한 가지는 판매 채널이 다양화돼 있다. 로드숍, 백화점뿐 아니라 홈쇼핑, 인터넷 등 판매 채널이 엄청 많다."

―제조는 대부분 중국에서 하고 있는데, 중국의 인건비가 올라가면서 물가가 싼 다른 국가로 이전할 계획은 있는가

"지금도 일부 공장을 베트남, 태국으로 옮기고 있다. 우리는 이미 방글라데시, 인도에도 공장이 있다. 하지만 중국이 핵심 제조지라는 점은 변치 않을 것이다. 우리 제품 생산을 위한 부품공급업체들이 그곳에 몰려 있기 때문이다."

"기업경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진실성, CEO가 거짓말하는 순간 신뢰가 무너진다"

―100년이 넘는 브랜드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가장 신경 쓰는 점은?

"쌤소나이트 브랜드는 앞으로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쌤소나이트 제품 출시 전에 모든 제품에 대해 49개 항목별 테스트를 완벽하게 진행한다. 100년이 넘게 세계 1위를 하고 있기에 우리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들의 기대치가 높다. 결국 고(高)품질을 유지해야만 브랜드 가치를 지킬 수 있다."

그럼에도 그가 벌인 비용절감은 인력해고로 이어진다는 비판이 있다. 그는 캐주얼 신발 브랜드인 '클락스', 타이어 유통체인 '퀵핏', 영국 자동차협회(AA) 등에서 본부 조직을 줄인다는 명목으로 수천 명의 관련 인력을 해고했다.

―일부에서는 당신을 혹독한 비용절감을 벌인 '어둠의 왕자(Prince of Darkness)'라고 부른다. 이런 별칭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약간 곤혹스런 표정을 지으며) 5~6년 전 어느 기업에서 내가 구조조정을 벌이며 부활에 힘쓸 때 노조에서 나한테 붙여준 이름이었다. 회사를 경영하다 보면 그런 식으로 불릴 때가 있다. 하지만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다. 비용절감을 하는 이유는 기업조직을 가볍게 하고 이를 기반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다. 나는 항상 내가 CEO를 그만두더라도 그 기업이 지속적인 성장을 거둘 수 있을지를 고민한다. 어떻게 보면 나에게 '가벼움의 제왕(Lord of Lightness)', '신의 아들(Prince of God)'정도로 불러야 하는 것 아닌가(웃음)."

―기업 경영을 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는 무엇인가.

"진실성(authenticity)이다. 다시 말하면 '있는 그대로의 나 자신(to be what you are)'을 보여주라는 얘기다. 기업을 경영하다 보면 직원들과 생각이 다를 수 있다. 그렇다고 CEO가 직원들이 듣고 싶어하는 말만 하게 되면 결국 문제가 된다. 경영자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순간 신뢰가 무너진다. 그러기 위해서는 CEO는 정직해야 하고, 어려운 결정을 내리고 이를 책임진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진실성이 중요한 이유다."

-->> 팀 파커(Tim Parker) 쌤소나이트 회장은
출생 : 1955년생
학력 : 영국 옥스퍼드 대학 철학·정치학·경제학
전공, 런던비즈니스스쿨 MBA
경력 : 1996년 클락스 슈즈 CEO, 2002년 타이어
체인 퀵핏 CEO, 2004년 영국 자동차협회
(AA) CEO, 2009년 쌤소나이트 CEO
기타 : 2008년 런던 부시장 역임
취미 : 플루트 연주, 조깅, 스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