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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하는 조직의 두 길‐ 가족형이냐 시장형이냐

성공을 도와주기 2012. 8. 11. 17:13

혁신하는 조직의 두 길‐ 가족형이냐 시장형이냐

 

김성수 서울대 경영대 교수

 


기업의 조직 문화는 진화한다. 1980년대 고도 성장기에는 농업적 근면성과 상
명하달의 위계적 문화가 강조됐다면, 90년대 후반부터는 절대적 근로시간보다 업
무의 효율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2000년대 들어 애플과 구글이 이뤄낸 벤처 신화를 목격한 뒤에는‘혁신’과‘창
조’가 화두가 됐다. 그래서‘창조의 삼성’(삼성),‘ 창의와 자율의 조직문화’(LG)
가 각각 등장했다. 최근에는‘빨리빨리’로 상징되는 스피드 경영이 다시 각광받
고 있다. 저성장과 경기 침체 조짐이 확연한 지금, 기업은 어떤 조직문화를 추구해
야 할까.
◇한국 대기업은‘위계적이면서 성과중심’조직 문화
미국 미시간대 퀸 교수가 개발한 경쟁가치모형 이론을 사용하면, 조직문화는
귥공동체형(Clan) 귥혁신형(Adhocracy)귥위계형(Bureaucracy) 귥시장형
(Market)의 4가지이다. 공동체₩혁신형은유연성₩자율성을, 위계₩시장형은 통제₩안
정을 각각 중시한다. 또 공동체₩위계형은 내부 통합을 중시하고, 혁신₩시장형은 외
부 평가에 초점을 맞춘다. 이 4가지 특징중 어느 쪽이 우세한지를 점수화하는 설
문조사를 직원들을 상대로 실시한 다음,〈그림〉처럼 그래프로 그리면 해당 기업의
문화를 한눈에 볼 수 있다.〈 그림〉은 필자가 지난해 조사한 연간 매출 5000억원이
넘는 23개 국내 대기업(삼성전자₩현대차₩LG전자 등)의 평균 점수를 그래프화한
것이다. 우리나라 대기업들은 대체로 위계적이면서 성과 중심의 시장형 문화를
갖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혁신형 조직문화 지향해야,‘ 시장형’또는‘가족형’선택
〈그림〉에서‘바람직한 문화’는 직원들이 원하는 이상적인 문화를 보여준다. 대
기업 직원들은 더 혁신적이고 더 가족적인문화를 원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경쟁과
성과만 중시하는 시장주의의 한계를 느낀기업들이 최근 추구하고 있는 모습과 비슷
하다. 직원들이 생각하는‘현재의 문화’와‘바람직한 문화’의 차이를‘컬처 갭(문화
격차₩culture gap)’이라 부르는데, 이 격차가 작을수록 직원들의 만족도가 높다.


그런데 필자의 조사에 따르면 대기업의‘컬처 갭’이 중소기업의 갭보다 훨씬 컸
다. 대기업의 컬처 갭 점수는 평균 32점인반면, 중소기업(매출 1000억원 이하 130여
개 기업)의 컬처 갭 점수는 23점이었다. 이는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성과주의가 상
당한 기여를 했다는 방증이다.


기업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두 가지다.경직된 위계형 문화는 기업과 직원 모두
원하지 않는다. 반면 혁신형 문화는 기업과 직원 모두 원한다. 그렇다면 남은 선택
지는‘혁신+가족’형(型) 문화로 갈 것이냐,‘ 혁신+시장’형 문화로 갈 것이냐다.
◇위기 국면에서‘근면성’과‘빠른 실행력’급부상


사우스웨스트항공 같은 회사에서 답을찾는다면,‘ 혁신+가족’형 문화가 유력하
다. 이들은 회사와 사원 간의 일체감과 상호 충성심을 중시한다. 사우스웨스트항공
은 임금협상을 12년마다 맺는 등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고용 관계를 유지하면서
40년 연속 흑자 행진을 기록 중이다.애플과 삼성전자에서 길을 찾는다면,
‘혁신+시장’형 문화가 해답이다. 특히 유행이 급변하는 IT 사업에서는 관계 중심
의 느슨한 가족적 문화보다 성과를 독촉하는 시장형 문화가 효과적이다. 스마트폰을
이끄는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와 애플 아이폰 부문은‘혹사(酷使)’라고 표현될 만큼
업무 강도가 높지만, 보상도 확실하다.


애플도 창업 초기에는‘혁신+가족’형문화를 보였지만, 대기업화된 후에는‘혁
신+시장’형 문화로 바뀌었다. 기술력에서결코 뒤지지 않는 일본의 도시바와 소니
가 스마트폰 사업에서 완패(完敗)한 것은속도와 실행력의 부재 때문이었다고 업계
에서는 분석한다. 주 40시간의 근로시간이나 매뉴얼을 중시하는 일본 기업문화로
는 전 세계에서 요구하는 각기 다른 통신규정에 맞춘 기기(器機)를 빠른 속도로
공급하기 어려웠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최근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덕목으로 과거 성장기에 요구
됐던‘근면함’과‘빠른 실행력’이 새삼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기술과 경쟁의 패러
다임이 급변하는 상황에서는 창의와 혁신은 물론 이를 빠르게 실행하는 역량이 절
실하다.


※이 칼럼은 올 7월 중순 서울대에서 한국₩중국₩일본 주요 대기업 임원들을 대상
으로 한‘원 아시아(One Asia) E-MBA’에서 진행한 필자의 강의를 확장₩발전해
재작성한 것입니다.

 

사우스웨스트항공의 길
일체감 중시하는 가족형
안정적인 고용 유지하며
40년 연속으로 흑자행진


애플₩삼성전자의 길
성과 독촉하는 시장형
환경변화에 빠르게 대응
업무강도 높되 보상 확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