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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년만에 긴다리소똥구리 강원 영월서 공식 확인

성공을 도와주기 2013. 6. 12. 11:16

국립생물자원관 20여년만에 긴다리소똥구리 강원 영월서 공식 확인

1990년 강원 철원과 양구서 마지막 관찰 뒤 사라져, 기본적 생태도 몰라

 

dung1.jpg » 긴다리소똥구리 한 쌍이 동물의 배설물을 경단으로 만들어 굴려가고 있다.  
 

소똥으로 경단을 만들어 굴리는 소똥구리류 3종이 우리 주변에서 거의 사라진 가운데 곤충학자들로부터 생존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고 지목받아온 긴다리소똥구리가 국립생물자원관에 의해 강원도 영월에서 발견됐다. 1990년 강원도 철원과 양구에서 마지막으로 공식 확인된지 20여년 만이다.
 
지난달 초 강원도 영월군 남면의 한 야산에서 국립생물자원관의 표본 확보를 위한 곤충 조사를 하고 있던 생물자원관 조사원 강의영씨 눈에 포유 동물이 남긴 지 오래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배설물이 들어왔다. 강씨는 산에서 배설물을 발견하면 언제나 발걸음을 멈추고 자세히 살펴보곤 한다. 주변에서 풍뎅이류 등 동물의 배설물을 먹이로 하는 곤충들을 발견하기 쉽기 때문이다.
 

혹시나 싶어 가까이 다가갔더니 배설물을 동그랗게 잘라내어 다지며 작은 경단을 만들고 있는 곤충 두 마리가 눈에 띄었다. 광택이 없는 검은색의 등껍질, 길이 10㎜ 가량의 작은 몸크기, 가늘고 긴 뒷다리 발목마디가 특징인 긴다리소똥구리였다.

 

곤충을 좋아해 20여년 동안 곤충 채집을 하러 전국을 돌아다녀보지 않은 곳이 없습니다. 특히 영월 주변은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북방계 곤충들을 만날 수 있는 곳이어서 그동안 50차례 가까이 조사를 다녔는데, 똥으로 경단을 만들어 굴리는 소똥구리류 곤충을 직접 보기는 20여년 전 강원도 홍천강가에서 동네 아이들이 잡아서 가지고 노는 것을 본 이후로는 처음이었습니다.”
 

암수로 한 쌍으로 보이는 긴다리소똥구리는 채 굳지 않은 배설물을 턱과 둥들게 구부러진 뒷다리로 꼭꼭 다져가며 자기 몸통과 비슷한 크기의 경단을 각자 완성해서는, 한 녀석은 앞에서 끌어당기고 다른 녀석은 뒤에서 밀며 굴려갔다. 강씨는 그 과정을 한참 동안 지켜보다가 표본용으로 채집해 국립생물자원관으로 가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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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ng6.jpg » 긴다리소똥구리가 경단을 굴려 땅속에 묻은 뒤 날아가는 모습.

 

소똥구리는 프랑스의 곤충학자 장 앙리 파브르가 쓴 곤충기를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친숙해진 곤충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시골에서 자란 40~50대 이상의 장년층에게 어린 시절 소들이 풀을 뜯으러, 혹은 논밭에 나가 쟁기질을 하러 산길이나 농로를 오가면서 길가에 실례해 놓은 소똥 무더기에서 열심히 경단을 빚는 소똥구리의 모습은 흔했다.
 

소똥구리라고 하면 모두 소똥으로 경단을 만들어 굴려가는 모습을 상상하기 쉽지만 국내에서 기록된 소똥구리과 곤충 33종 가운데 소똥으로 경단을 만들어 굴려가는 것은 왕소똥구리, 소똥구리, 긴다리소똥구리 3종이 전부이다. 이름처럼 대부분 소똥을 주요 먹이로 하지만, 긴다리소똥구리와 같이 다양한 포유동물의 배설물을 함께 먹는 종들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 3종의 소똥구리류 가운데 소똥구리만 멸종위기종 2급으로 지정돼 있으나, 곤충학자들은 긴다리소똥구리만 일부 남아 있을 것으로 보고, 소똥구리와 왕소똥구리는 거의 사라진 것으로 보고 있다.
 

dung2.jpg » 긴다리소똥구리의 표본 모습. 가늘고 긴 뒷다리 발목마디가 특징이다.

 

국내 소똥구리과 곤충 연구의 최고 권위자로 꼽히는 김진일 성신여대 명예교수는 국립생물자원관이 펴낸 생물지에서 소똥구리에 대해 “국내의 소똥구리류 중에서 우점종이었던 것으로 보이나 1970년대에 들어와서 절종된 것 같다”고 밝혔다.

 

이름을 밝히지 않기를 원한 한 곤충학자도 “긴다리소똥구리는 야생 포유류의 배설물에도 적응돼 있어 생존 가능성이 높지만, 소똥구리는 30년이 넘도록 실체가 확인되지 않고 있어 남한에는 없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경단을 굴리는 소똥구리과 곤충 가운데 몸길이 20~33㎜로 가장 큰 왕소똥구리에 대해서도 “우리 나라에서는 매우 드물며, 한때 충남 태안 신두리의 사구 지대에서 자생했으나 잘못된 보존정책으로 그 지역에서 절멸했다”고 지적했다. 신두리 해안 사구에서 방목하던 소들의 배설물을 먹이로 하던 왕소똥구리들이 해안사구 보호를 위해 소의 방목을 금지한 것을 계기로 사라졌다는 이야기다.
 

말똥구리, 꼬마쇠똥구리 등 다른 이름으로도 불리는 긴다리소똥구리는 먹이 습성에 비춰볼 때 생존해 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여져져 왔지만, 공식적인 기록으로는 1990년에 강원도 철원과 양구에서 확인된 것을 마지막으로 최근까지 분포가 확인되지 않았다는 것이 국립생물자원관 쪽의 설명이다.

 

김 교수도 생물지에서 긴다리소똥구리속에 대해 “유럽에서는 일찍이 습성을 연구해 성충이 새끼의 먹이로 사람이나 가축의 배설물을 땅굴로 굴려가 저장하고 산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남한에서는 매우 드물게 분포한다”며 자신도 지금까지 강원도 양구에서 쥐의 사체를 찾아온 1개체 밖에 채집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긴다리소똥구리 유튜브 동영상(국립생물자원관 촬영)

 

 

이처럼 지금은 거의 사라진 상태이다보니 친숙한 이미지를 가진 곤충임에도 국내에서는 소똥구리에 대한 분류학적인 연구를 넘어선 생태에 대한 연구는 거의 이뤄지지 않은 상태라는 것이 곤충학자들의 설명이다.
 

경단을 만든 뒤 땅 속에 묻어 놓고 4월 말에서 6월 초 사이에 한 개씩 알을 낳아놓으면, 이 알이 부화해서 안쪽부터 똥을 파먹으며 자라서 경단 안에서 번데기 시기까지 거쳐 8월께 성충이 돼서 나오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정도다. 특히 긴다리소똥구리는 암수가 협력해 경단을 만들고, 함께 굴려서 옮기는 습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안승락 국립중앙과학관 연구관은 “지금까지 소똥구리류에 대해 알려진 생태는 대부분 외국의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한 것이라는 점에 한계가 있다. 국내 소똥구리의 생태에 대해서는 한 마리가 한 시기에 몇 개의 경단을 만드는지와 같은 기본적인 것도 밝혀지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우리가 가장 친숙한 줄 알았던 쇠똥구리들이지만, 정작 우리는 그들의 생태에 대해 제대로 알지도 못한 상태에서 이별을 해야할지도 모르게 된 셈이다.
 

김기경 국립생물자원관 연구사는 “과거에는 분류학자가 적어서 제대로 분류를 하기도 쉽지 않아 쇠똥구리의 생태에까지 관심을 두지 못했는데, 이제는 생태학적 연구를 하려고 해도 충분한 개체수가 없어 하기 어렵게 됐다. 결국 긴다리소똥구리도 소똥구리나 왕소똥구리와 같이 사라질 운명을 피하기 어려울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글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사진=국립생물자원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