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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물질 누출 경남 연 9877t 1위…‘인구밀집’ 경기 8407t 3위

성공을 도와주기 2013. 4. 23. 12:57

화학물질 누출 경남 연 9877t 1위…‘인구밀집’ 경기 8407t 3위

등록 : 2013.04.22 20:10

환경부 정보시스템 확인하니
현대중 울산공장·대우조선 등
조선소가 배출량 가장 많아
신경계 악영향 자일렌 등 배출
“도장용제 비유독물질로 바꿔야”
시화·반월 산단 관리 부실 심각
지적사항 전국 평균의 2배이상
“소규모 업체 많아 관리 소홀
안전시설 지원방안도 마련을”

유해 화학물질이 공장에서 사고가 발생할 때만 누출되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화학물질 제조업체나 사용·취급업체 등에서는 사고와 무관하게 공정 중에 화학물질을 일상적으로 환경으로 내보낸다. 이렇게 새어 나오는 화학물질은 사고 때 누출되는 화학물질처럼 즉각적인 피해를 나타내지는 않는다. 하지만 사업장 주변 환경에 누적돼 장기적으로 주민의 건강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환경부의 ‘화학물질 배출량 정보시스템’(ncis.nier.go.kr/prtr)에서 2011년 화학물질 배출량 상위 업체들을 확인해본 결과, 국내에서 가장 많은 화학물질을 환경으로 누출한 사업장은 울산 동구 전하동에 있는 현대중공업 공장으로 확인됐다. 이 공장은 2011년 한 해 동안 중추신경계까지 영향을 끼치는 유독물질인 자일렌 2849t을 포함한 7종 3617t의 화학물질을 주변으로 날려보냈다. 그다음은 경남 거제시 아주동에 있는 대우조선해양으로, 자일렌과 에틸벤젠 등 6종 2280t을 환경 중으로 누출했다. 이 두 사업장이 대기 중에 누출한 화학물질량은 전국 3159개 사업장의 전체 대기 누출량 5만2105t의 11.3%에 이른다.

 

이들 두 사업장을 포함해 국내에서 화학물질을 가장 많이 누출한 상위 10위까지의 사업장 가운데 조선소가 7개를 차지했다. 화학물질 누출량으로 보면 조선소가 화학전문업체들보다 더 인근 지역 환경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는 셈이다.

 

 

이상목 국립환경과학원 위해성평가연구과 사무관은 “화학공장은 공정이 밀폐돼 있어 취급량 대비 누출량이 적은 반면, 조선업은 야외에서 유독성 휘발성 용제가 포함된 도장 작업을 많이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 화학물질이 배출되는 공정별로 보면 산업체에서 2011년에 배출오염 방지장치를 통하지 않고 낡은 배관 등을 통해 관리되지 않은 채 새어 나온 화학물질 3만3183t의 60%인 1만9997t이 조선소나 자동차공장 등 산업체의 도장 공정에서 나온 것으로 분석됐다. 이 사무관은 “야외 작업이 불가피한 조선소 도장 공정의 특성상 누출되는 화학물질을 포집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도장 공정에서의 화학물질 누출을 근본적으로 줄이는 방법은 용제를 비휘발성 물질이나 유독물질이 아닌 물질로 대체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했다.

 

 

발암물질을 포함한 415종의 주요 화학물질 중 하나 이상을 연간 1~10t 이상 취급하는 종업원 30인 이상 사업장이 2011년 한 해 동안 환경 중으로 내보낸 화학물질은 약 5만2289t에 이르는데, 그 대부분인 5만2105t은 대기 중으로 새어 나왔다. 물이나 흙으로 누출된 양은 0.1%도 안 된다.

 

 

누출된 화학물질을 종류별로 보면, 페인트 용제나 합성수지의 원료 등으로 사용되는 자일렌의 누출량이 1만7441t으로 무려 전체의 33.4%를 차지했다. 이밖에 노출된 사람의 신경계와 간 등에 독성을 나타내는 톨루엔을 비롯해 디클로로메탄, 메틸알코올, 아세트산 에틸, 메틸 에틸 케톤, 2-프로판올, 에틸벤젠, N-포르밀디메틸아민, 트리클로로에틸렌 순으로 많이 배출된 상위 10개 화학물질이 전체 화학물질 배출량의 84.2%를 점유했다.

 

 

전국에서 유해 화학물질이 가장 많이 누출되고 있는 지역은 경남과 울산 지역으로 나타났다. 이들 지역에 조선소를 비롯한 대규모 산업시설들이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경남 지역에서 새어 나간 것이 91종 9878t, 울산 지역에서 새어 나간 것이 141종 9115t으로, 두 지역이 전국 누출량의 36%를 차지했다.

 

경남과 울산 다음으로는 인구가 가장 집중돼 있는 경기 지역에서 새어 나간 양이 8445t으로 많았다. 화학물질의 종류를 기준으로 보면, 배출량 조사대상 화학물질 415종 가운데 경기 지역에서 새어 나간 화학물질의 종류가 151종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았다. 이는 시화, 반월 등 경기 지역의 소규모 산업단지에 관리가 잘 되지 않는 소규모 화학물질 취급업체들이 많이 입주해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수도권 산단은 전국의 산업단지 가운데 인구가 가장 밀집된 지역에 있는데도 환경부의 최근 조사에서는 화학물질 관리가 가장 부실한 것으로 드러나 산단 인근 주민들의 불안감을 자극하고 있다.

 

환경부가 최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김상민 의원(새누리당)에게 보고한 내용을 보면, 환경부가 최근까지 진행된 전국 유해화학물질 취급업체 전수조사 결과를 잠정 취합해본 결과 전국 산업단지 가운데 가장 많은 지적사항이 발견된 곳은 시화산단으로 업체당 평균 3.8건이었다. 반월산단에서도 평균 2.9개의 지적사항이 발견됐다. 이는 전국 평균(1.6개)의 두 배, 산단 중에서 관리가 가장 잘되는 여수산단(0.3개)의 10배에 가까운 것이다.

 

 

김상민 의원은 “수도권 산단에는 소규모 업체들이 많은데, 업체 규모가 작을수록 관리도 소홀해지는 경향이 확인된 것”이라며 “시설 노후화를 예방하기 위해 부속품의 주기적 교체를 의무화하고, 안전시설을 설치하기 어려운 영세업체에 대한 지원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