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수도 베를린에서는 최근 가옥 구조를 활용해 냉장고의 사용을 최소화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부엌 한 켠을 차지했던 냉장고를 없애고 대신 지하저장고인 ‘켈러’를 사용하는 집이 늘고 있다. 이 곳은 햇빛이 직접 들어오지 않고 한여름에도 온도가 섭씨 13~14도를 유지하기 때문에 음식물이 쉽게 상하지 않는다. 또 일반적으로 냉장고에 보관해야하는 것으로 알려진 소시지, 마가린 등도 변치 않고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그 성능도 우수하다.
전기 에너지 소비량을 줄여 환경 오염을 최소화하려는 독일인들의 노력은 이 뿐만이 아니다. 부엌 내 ‘전기 먹는 하마’로 불리는 전기오븐레인지를 대체하기 위해 최근 ‘테라프레타 오븐’(숯을 만드는 과정에서 생생되는 열로 음식을 조리하는 오븐)을 사용하는 가정이 늘고 있다. 이 오븐은 나무와 친환경 폐기물을 연료로 사용하기 때문에 에너지 사용량을 최소화하면서도 성능 면에서는 전기 오븐에 전혀 뒤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각광받고 있다.
스웨덴 협동주택 내 공동부엌의 모습.
친환경 주방을 만들기 위한 새로운 시도는 스웨덴에서도 진행중이다.
국가 전체의 1인 가구 비율이 47%를 넘는 스웨덴, 그 중에서도 1인가구 비율이 60%로 세계 1위인 수도 스톡홀름에서는 최근 코하우징(협동주택)이 유행하고 있다. 스톡홀름에 위치한 한 협동주택인 ‘툴스투간’에 사는 주민들은 1층에 공동부엌을 만들어 사용하며 각자의 시간과 에너지를 동시에 절약하고 있다.
현재 50여명의 주민이 함께 공동부엌을 사용 중인 이 곳에서는 매일 4명이 한 팀이 되어 요일별로 식사 준비를 수행하고 있다. 이 방법으로 주민들의 삶은 기존에 매일 집에서 1시간씩 요리할 경우 1인당 일주일에 5시간씩, 5주간 25시간을 들이던 것을 공동부엌을 사용한 뒤에는 5주에 1인당 2시간이면 충분하도록 변화시켰다. 이에 따라 조리 시에 사용되는 전기 및 가스 등의 에너지 소모량도 확연히 감소시켰다.
이런 방법을 통해 이곳 주민들은 각자의 집에서 생활하는 개인적인 사생활과 모두 모여 요리를 만들고 식사하는 공동체적인 삶도 누릴 수 있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리고 있다.
아시아 국가인 일본에서도 친환경 부엌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일본인들은 마을 호수와 연결돼 일명 ‘물의 부엌’이라 불리는 ‘카바타’의 수로에 잉어를 키우고 있다. 부엌에서 사용한 물에 포함된 음식물 찌꺼기를 잉어가 먹도록 해 바로 호수로 유입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자연’스러운 부엌
조리는 물론 음식재료·식기 보관 장소…사용자 건강 우선 ‘녹색가구’ 바람
친환경 부엌가구 핵심은 자재 혁신…고급목재 쓰고 접착제도 무독성으로
…업체들 국제 인증 획득 움직임 분주
‘부엌은 한 나라의 주거ㆍ생활문화를 가장 단적으로 보여주는 바로미터(Barometer)다’ 건설ㆍ가구업계에 일종의 불문율처럼 전해져 내려오는 격언이다. 부엌에 ‘조왕신’을 모시던 먼 옛날에서부터 처음 국내에 아파트가 도입된 1970년대를 거쳐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부엌은 늘 집안의 그 어떤 장소보다도 먼저 변신을 거듭해왔다. 지난 30여 년간 우리 부엌에 나타난 변화는 곧 대한민국 사람들의 삶의 방식과 문화의 변천사 그 자체라는 이야기다. 그중에서도 특히 부엌가구는 당대의 디자인 철학과 삶의 가치를 고스란히 담아낸 ‘주거혁신의 나이테’로 꼽힌다.
▶부엌가구의 역사, 아파트와 함께 태동하다=국내 주방가구의 역사는 1970년대 아파트의 보급과 함께 시작됐다. 과거 아궁이에 불을 지펴 구들장을 데우는 등 ‘난방기능’을 겸하던 부엌은 아파트라는 서구형 주거공간과 보일러를 이용한 신식 난방시스템의 도입으로 일대 변혁을 맞았다. 난방기능을 떼고 오직 ‘조리’만을 위한 전문공간으로 거듭나기 시작한 것. 특히 당시 본격적으로 진행된 ‘산업화’와 ‘핵가족화’는 부엌가구의 효율적인 배치에 대한 연구를 더욱 빠르게 촉진했다. 가사 대부분을 주부 한 명이 전담하는 생활형태가 확산하면서 가사노동 고단함을 덜어주기 위한 ‘시스템 부엌’의 개념이 생겨나기 시작한 것이다. 이렇게 태동한 국내 부엌가구 시장은 1970년대 ‘블록키친’(Block Kitchen, 캐비닛형 블록 가구를 주방의 크기에 맞게 나열), 1980년대 ‘시스템 키친’(System Kitchen, 과학적 동선 고려해 캐드 등 전문프로그램으로 부엌가구 설계), 1990년대 ‘인텔리전트 키친’(Intelligent Kitchen, 오븐ㆍ식기세척기 등 주방 빌트인가전 활성화)을 거쳐 오늘날에 이르게 된다.
한샘이 친환경 프리미엄 부엌가구를 표방하며 내놓은 ‘키친바흐’햅틱 오크 시리즈. [사진제공=한샘]
▶‘친환경’ 주방가구의 대세가 되다=2000년대에 들어 효율적인 부엌가구 설계를 위한 컴퓨터 설비의 수준과 디자인 능력이 상향평준화되면서, 더이상 과거와 같이 기술적인 요소만으로는 부엌가구의 혁신과 차별화를 이룰 수 없게 됐다. 고심을 거듭하던 업계가 내놓은 카드는 ‘친환경’이다. 부엌은 거의 모든 조리행위가 행해지는 곳인 동시에 음식재료와 식기 등 위생에 민감한 집기들이 보관되는 장소인 만큼, 사용자의 건강을 책임질 수 있는 ‘녹색 가구’로 변신하겠다는 것. 주로 먹고 마시는 행위에 집중됐던 ‘웰빙’(well-being)의 개념이 비로소 모든 음식이 탄생하는 근원적 장소인 부엌에 결합하기 시작한 셈이다.
이에 따라 최근 줄을 이어 출시되고 있는 친환경 부엌가구의 핵심은 ‘자재의 혁신’으로 요약된다. 1970년대부터 ‘멋있는 주방’이라는 타이틀을 내걸고 부엌가구의 변화를 선도해온 한샘은 최근 친환경 프리미엄 부엌가구 ‘키친바흐’ 시리즈를 내놨다. 한샘의 키친바흐 시리즈는 핵심자재인 파티클보드(PB, 목재를 생산하고 남은 폐 잔재를 작은 조각으로 부수고 접착제를 섞어 고온 고압으로 눌러 붙인 가공 목재)는 물론, 표면 목재와 접착제까지 E0 등급의 친환경 소재를 사용, 유해물질을 0에 가깝게 줄였다. 특히 은나노를 자재 표면에 도포해 유해물질이 방출을 막는 ‘나노포일’ 처리과정과 무독성 수성 접착제를 적용, 제품 마감 공정에서도 친환경성을 대폭 높였다. 아울러 한샘 키친바흐의 ‘스모크드오크’(Smoked Oak) 제품군은 대형 훈증로에서 숙성ㆍ건조한 독일산 훈증 무늬목을 원자재로 사용해 방부제 사용에 대한 걱정까지 차단하는 등 고급 목재의 사용량도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이 외에도 현대리바트의 프리미엄 부엌가구 브랜드 ‘리첸’은 국내 최초로 부자작나무 자재와 친환경 도료를 사용해 제품을 제작하고 있다.
▶‘친환경 제품’ 타이틀 얻기 위한 인증 쟁탈전 후끈=부엌가구의 무게추가 기능성에서 친환경성으로 점차 이동하자 권위 있는 시험기관의 ‘친환경 인증’을 획득해 소비자의 인식을 바꾸기 위한 움직임도 분주하다. 최근 가구 제작에 쓰이는 접착제와 도료 등에서 ‘포르말린’과 ‘휘발성 유기화합물’ 등이 검출되면서 불거진 유해성 논란도 이 같은 움직임에 한몫을 했다. 중견 가구업체 에넥스는 국제적 인증을 통해 친환경 행보에 속도를 붙이고 있다. 최근 안방용 수납가구뿐 아니라 주방가구에까지 친환경 공인제품인증인 ‘V-체크마크’를 받았기 때문. V-체크마크는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 한국제품인정제도(KAS)에 따른 인증으로, 미국ㆍ일본ㆍ유럽 등 세계 38개국에서 서로 인정된다. ‘KS’가 포름알데하이드 방출량만을 규제하는 것과 달리, V-체크마크는 새집증후군을 유발하는 유해물질 ‘TVOC’나 ‘톨루엔’ 등의 방출량까지 확인하기에 더욱 친환경적이라는 것이 이 회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민 소득수준의 향상으로 웰-빙의 적용 범위가 점차 넓어지고 있다”며 “일반적으로 국내총생산(GDP) 2만달러를 기점으로 부엌에 대한 관심도가 급격히 증가하는 것을 감안하면, 친환경 부엌가구 열풍은 한동안 계속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슬기 기자/yesyep@heraldcorp.com
'녹색경영 > 건강 요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낫도의 주요성분 (0) | 2018.04.09 |
---|---|
깊어가는 가을이 주는 선물, 송이버섯 (0) | 2015.09.23 |
싱크대엔 끓인물 소독, 녹차찌꺼기로 도마관리/친환경 부엌 관리법 (0) | 2014.08.06 |
양파용리/ 양파 덮밥, (0) | 2014.07.29 |
양파김치 담그는 법 (0) | 2014.07.29 |